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94화 (1,293/1,307)

# 1294

그러면서 당장 박근홍 사장 나오라며 고함을 질렀다.

같은 시각, 박근홍 대표는 인건비가 훨씬 저렴하고, 손재주는 거의 비슷한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있었다.

지난 정부 때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바람에 상당히 많은 기업이 철수하여 빈 공장이 많았다. 다행히도 한곳에 몰려 있었고, 생산직에 종사한 유경험자도 많았다.

박 사장은 각종 생산설비를 새로 들여놓고 곧바로 사원모집 공고를 냈다. 파업 중인 남한의 근로자들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곳이기에 일은 아주 순조로웠다.

원자재인 섬유는 인근 섬유공장들로부터 바로 납품받기로 했다. 지퍼와 단추 같은 부자재가 문제였는데 빈 공장이 많아 직접 생산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원가 절감과 필요한 디자인을 쉽게 생산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박근홍은 부친이 설립했던 ㈜까사가 망할 때 이미 배반을 맛보았다. 그래서 끝까지 의리를 지켰던 하청공장 사장들을 이실리프 어패럴의 이사급으로 받아들였다.

이들은 문제가 없는데 그 밑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말썽을 부린 것이다.

이실리프 어패럴의 파업과 공장 폐쇄, 그리고 폐업이 알려지자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코웃음을 치며 박수를 쳤다. 쌤통이라는 뜻이다.

자신들은 죽어라 일하고도 200만 원 안팎의 월급을 받는데 이실리프 어패럴 생산직 사원들의 평균 급여는 500만 원이 넘었었다. 업계 최고의 대우였다.

그런데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월 급여를 750만 원으로 인상하고, 연 600%인 정기보너스와 별도로 성과급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요구를 했다.

800만 원을 받던 근로자는 급여가 1,200만 원으로 오르고, 성과급은 2억 4,000만 원이나 되는 셈이다.

동종업계 종사자들은 업주가 천사라도 공장 폐쇄와 폐업이 당연하다며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후 사정이 상세히 기록된 이실리프 어패럴에서 올린 결재 서류를 본 현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노조를 설립해서가 아니다. 분에 넘치는 요구를 너무도 뻔뻔히 하는 근로자들의 욕심에 질린 것이다.

하여 공장 폐쇄와 폐업을 승인한다는 서류에 사인을 했다. 아울러 이실리프 어패럴의 재창업을 승인했다.

한국에서 이실리프 왕국으로 거점을 옮기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전해지자 세무당국이 난리를 부렸다.

어마어마한 세금을 납부하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고 외국으로 나가 버린 때문이다.

외환을 담당하던 부서에서도 이례적으로 이실리프 어패럴의 생산직 근로자들을 향한 날 선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항온의류로 인해 국내로 들어오던 달러화가 뚝 끊겼으니 외환에 관한 대책을 새로 세워야 하는 때문이다.

이실리프 어패럴 해고 노동자들은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을 눈 개자식들’이란 비난을 들으며 후회를 했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다.

이들은 아무리 숙련된 미싱사라도 동종업계에 재취업을 할 수 없었다. 일종의 블랙리스트가 나 돈 때문이다.

과욕을 부린 자들의 처절한 말로이다.

어쩠거나 현수는 첫 사업에 실패한 것처럼 입맛이 썼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나머지 계열사들 모두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때문이다.

* * *

현수는 지구에서의 일을 점검하는 동안 아르센 대륙, 콰트로 대륙, 그리고 마인트 대륙도 두루 돌아다녔다.

이쪽도 너무 많은 일을 벌여 눈코 뜰 새 없을 정도로 바쁜 때문이다. 자리를 비우면 곧바로 스톱된 상태가 되기에 놔둘 수 없었던 것이다.

이실리프 왕국과 쥬신제국, 그리고 환제국은 각기 열흘 간격으로 건국을 선포하기로 했다. 각국 황제와 국왕 등 외빈들이 이동할 시간이 필요한 때문이다.

현수는 바쁘게 움직이며 각각의 국가가 기틀을 잡도록 지시했다. 이실리프 왕국은 충분히 준비된 상태이기에 별문제가 없었지만 쥬신제국과 환제국에선 문제가 발생되었다.

황제의 자리에 하인스 멀린 킴 드 셰울이 오르는 것에는 아무런 이견도 없다. 너무도 당연한 때문이다.

문제는 국본이라 할 수 있는 황자를 생산할 황후들이 없다는 것이다.

역사상 모든 제국의 황제들은 7명 이상의 황후를 두었다.

따라서 현수도 7명의 황후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 신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수가 들었다면 말도 안 된다며 질색했겠지만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 오간 이야기이다.

아무튼 두 대륙에선 황후 추천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환 제국의 신하들끼리 내린 결론을 보면 제1황후는 싸미라이다. 멸망해 버린 로렌카 제국의 황태자가 핫산 브리프에게 하사한 맥마흔의 요정이라 불리던 여인이다.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현숙하며, 지혜롭고, 자애롭기에 이견 없이 제1황후 자리에 결정되었다.

2황후는 아만다 프러페 반 도델이고, 3황후는 스타르라이트, 4황후는 도로시 칼라 폰 발렌틴이다.

모두 현수가 직접 선택한 여인들이고, 맥마흔 멸망 직전에 본인이 직접 구해온 여인들이기에 이것 또한 이견이 없다.

5황후는 요슈프 공작의 딸 말라크이고, 6황후는 하시에라 공작의 손녀 안젤라로 낙점되었다.

둘 다 몹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제국 최고 귀족가의 공녀들이라 말은 많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마지막 7황후 자리이다.

딱 하나 남은 이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 귀족들 간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마인트 대륙 유일의 자유영지였던 헤르마를 출발한 여인 하나가 있다. 헤르마의 모든 사내로 하여금 몸살을 앓게 했던 파티마 이브라힘이다.

인도의 여배우 디피카 파두콘을 닮은 절세미녀이다.

참고로, 디피카 파두콘은 지난 2015년에 ‘가장 아름다운 여자 Top 10’에서 당당히 3위에 랭크된 바 있다.

헤르마에 들려온 소문에 의하면 로렌카 제국은 멸망하였고, 자신과 술내기를 하였던 하인스는 수도 맥마흔에 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마다할 사내는 없다.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던 그 밤 하인스는 분명 자신의 입술을 취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인트 대륙의 오랜 전통에 따라 일신을 의탁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평생 동안 와이퍼로 살아야 한다.

와이퍼가 되어 자신을 원하는 모든 사내들을 받아들이는 삶을 살 수는 없다. 그렇기에 멀고 먼 길이지만 헤르마를 떠난 것이다.

콰트로 대륙에서도 황후 문제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그곳 사람들 대부분은 아르센 대륙에서 유랑하던 유민들이라 평민 또는 농노의 신분이다. 감히 황후 자리를 넘볼 수 없어 떠들기만 했지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 누군가의 입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1황후는 자신들을 이끄는 로즈로 하고, 2황후부터 7황후는 헥사곤 오브 이실리프의 여인들이 어떠냐는 것이다.

소피아와 아이리스, 그리고 아그네스와 이사벨, 마지막으로 나오미와 마샤는 원래부터 하인스를 위한 여인들이었기에 반론이 없는 상황이다.

아드리안 공국이 이실리프 마탑주를 위해 고르고 골라서 교육까지 시켜놓았으니 아주 적절한 황후감이다.

이 말이 나온 이후 황후에 대한 이야긴 쏙 들어갔다. 만장일치 비슷하게 결론이 내려진 때문이다.

물론 현수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아직 정식으로 국가가 선포된 것이 아니기에 신하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때문이다.

신하들 입장에선 괜히 이야기를 꺼냈다가 현수가 질색하거나 거부반응을 보이면 문제가 된다.

하여 건국선포일에 각국 황제 및 국왕들이 만장한 가운데 극적으로 등장시키려는 음모를 꾸미는 중이다.

물론 황제가 황후를 맞이하는 대례복을 걸치게 될 것이다,

사서에 건국선포일에 초대 황제가 일곱 명의 황후를 맞이했다는 기록이 남겨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수 입장에선 기절할 일이지만 쥬신제국과 환제국의 신하들은 이게 가장 합당하다 여기고 있다.

빈자리가 있다면 그것을 차지하려 암투와 각축전 같은 소모적인 정쟁이 발생될 것이고, 이로 인해 내전이 벌어지거나 쿠데타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대를 이을 황자가 꼭 필요한 때문이다.

어쨌거나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으니 신하들의 음모는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다.

* * *

“뭐라고?”

결재 서류를 뒤적이던 유운산(劉云山) 정치국 상무위원은 이맛살을 크게 찌푸린다. 참고로, 유운산은 지나의 권력 서열 5위에 랭크되어 있는 인물이다.

“한국 정부가 우리의 방공식별구역 축소를 정식으로 요구했습니다.”

“이유는?”

“최근 융기하여 섬이 된 이어도와 마라도 동북부의 탐라북도와 탐라남도는 분명한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조어도 등 우리 영토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므로 방공식별구역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빌어먹을……!”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던 조어도는 가라앉았고, 백화해역 해상플랫폼 또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던 남지나해의 스플래틀리 군도 등도 해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지나 입장에선 막대한 해상영토와 해상자원이 사라진 셈이다. 하여 속이 뒤틀리는 판인데 대한민국으로부터 온 공문이 화를 솟구치게 한다.

“그 섬들이 한국의 땅이란 건 누가 인정했지?”

탐라북도와 탐라남도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건… 두 섬이 제주도와 가까워서 자신들의 영토라 하는 것 같습니다.”

“가깝다고 무조건 소유가 되는 건 아니지.”

유운산은 시선을 지도로 돌린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포클랜드를 바라보고 있다.

포클랜드는 아르헨티나의 남단에 위치한 티에라델푸에고 섬에서 동쪽으로 480㎞ 떨어진 곳에 있다.

영국으로부터는 무려 12,000㎞나 떨어진 남대서양에 위치해 있는데 200여 개의 작은 섬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 섬들은 1982년에 벌어진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전쟁의 결과 영국의 영토가 되었다.

욕심 사나운 영국 놈들이 부린 영토 야욕의 결과이다. 이런 건 같은 섬나라인 일본 놈들과 아주 흡사하다.

유운산에게 한국 외교부로부터 온 공식문서를 결재 서류에 끼워 올린 비서는 담담한 음성으로 대꾸한다.

“이게 한국의 신임 대통령으로부터 온 즉각적인 방공식별구역 축소를 요구서입니다.”

10장 이제 내놔!

한국 국민은 신임 대통령으로 홍진표를 선출했다.

국민들에게 깨끗하고, 투명한 이미지, 그리고 구악척결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로 알려진 결과이다.

하여 2019년 5월 1일에 취임했다. 국민투표 결과 대통령의 임기는 6년이며, 1회 연임이 가능하다.

자신도 대통령이 되어보겠다며 출마했던 자는 부친의 친일행위를 부인했을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을 했던 동명이인이 자신의 부친이라는 어거지를 부리다 낙선한 놈이다.

그 후 뇌물을 받고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 밝혀져 무려 1조원의 벌금형에 처해진 바 있다.

홍진표와의 득표율을 비교해 보면 28 : 1이다.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한 결과 2.8%를 득표했다. 홍진표는 77.6%의 지지를 얻었다.

하긴, 부친이 친일파였고, 자식이 자기 아버지를 부정하였는데 어찌 많은 득표를 하겠는가!

대한민국은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선거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공직자 선출을 위한 선거에 들어간 선거비용을 국가가 환급해 주는 제도이다.

전에는 15%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10% 이상이면 반액을 환급해 주고, 그 이하는 환급해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 법안이 개정되었다.

득표율 30% 이상이 전액, 15% 이상은 반액이다.

따라서 선거에 참패하면서 선거비용 전액을 날려 버린 것이다. 그리고 1조 원의 벌금형에 처해지면서 교도소에 갇혔으니 일순간에 인생이 망가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사필귀정이라 했다.

어쨌거나 홍진표가 대통령 취임 후 첫 번째로 한 일은 전임이 과욕을 부려 만든 역사교과서의 전량 폐기였다.

아울러 친일을 미화한 집필진 전원과 그릇된 역사서 출판에 관련된 자 전원을 재판에 회부했다.

이들의 죄목은 가장 엄히 다스려지는 ‘친일행위에 따른 국가 반역’이다. 국민투표에 의해 개정된 법률이다.

정부에 의해 재판에 회부된 자들은 평생의 행적이 낱낱이 조사된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유죄판결이 떨어지면 친일파로 낙인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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