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8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핵융합발전소를 보고 다들 깜짝 놀랐다. 개인이 부담하기엔 너무도 많은 돈이 드는 일인데 그것이 이미 완성되어 있었던 때문이다.
이실리프 왕국 핵융합연구소 소장 박형석은 인터뷰 영상에서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것이 현수의 덕임을 분명히 했다.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는 일에 막대한 돈을 투입하였고, 필요한 기술을 제공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최상의 공사품질을 얻을 수 있도록 천지건설 특수건설팀을 파견해 주었다. 그 결과가 완성된 핵융합발전소라면서 내부를 일부 공개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척박했던 땅이 농토가 되고 그곳에서 만물이 소생하는 모습과 그것을 수확하는 사람들의 입가에 맺힌 웃음은 많은 감정을 느끼게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실리프 왕국의 사람들 모두가 웃는 얼굴이라는 것이다.
모두에게 주거가 제공되니 집 장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적성에 맞는 직업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식료품의 질은 최상급이고, 물가는 놀랍도록 저렴하다. 최상급 의료가 지원되고,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 있으니 건강도 크게 염려되지 않는다.
치안은 지구 최고의 상태이다.
절도, 강도, 사기, 납치, 유괴, 성폭력, 살인, 폭력 조직 결성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자에겐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죄를 저질러 재판을 통해 교도소에 수감되면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것들을 먹는다.
제공되는 것은 종자와 농기구, 그리고 물 뿐이다. 영치금을 쓸 수 있는 매점도 없고, 사식(私食)도 없다.
죄수복은 춘추복, 하복, 그리고 동복이 지급되는데 4년당 한 벌씩이다. 당연히 항온의류가 아니다.
아무튼 평범한 종자와 척박한 농지는 많은 수확을 바랄 수 없다. 하여 수형자들 대부분 배를 곯게 된다.
이는 다른 범죄행위로 수감된 수형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추가로 음식물을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열심히 농사짓지 않으면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형기가 만료되어 출소하면 즉각 국외 추방이다. 그리곤 영원히 입국 금지이다.
한국과 범죄율을 비교하면 약 1,000분의 1 수준이다.
이민을 받을 때부터 사람들을 골랐고, 근심걱정 없는 낙원에서 쫓겨나기 싫기 때문일 것이다.
왕국 개발에 대한 동영상을 본 이실리프 기술연구소 직원들은 현수를 다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돈만 많은 기업인이 아니라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누가 있어 자기 돈으로 타인의 행복한 삶을 추구해주겠는가! 현수는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하여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최 소장이 자발적으로 극존칭을 쓰는 것이다.
어쨌거나 오늘은 카헤리온이 첫 번째로 배치되는 날이다. 각각 세 대씩 제작 완료된 상태이고, 일곱 대는 조립 중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잠시 둘러보죠.”
“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최희문 소장은 현수를 안내하며 상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카헤리온은 많은 것이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레이더 등의 성능이 더욱 좋아졌고, 레일건은 연속 발사가 가능토록 개선된 상태이다.
광학스텔스 기능이 소개되자 김정은 등 수뇌부들은 대경실색한다. 불과 몇 발짝 떨어졌음에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그런데 조종사는 누구죠?”
현수의 말이 끝나자 대기하고 있던 파일럿들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오며 관등성명을 댄다.
“충성! 카헤리온 1기 조종사 김태응입니다.”
“충성! 부조종사 탁민하입니다.”
“충성! 카헤리온 2기 조종사 송순만…….”
각각의 기체엔 각기 두 명씩 배속되어 있다. 한 명만 있어도 충분히 조종 가능하지만 안전을 위한 조치이다.
카헤리온은 전투기와 달리 조종이 매우 쉽다.
거의 모든 것이 전 자동이며 음성인식 기능이 있어 입만 있어도 조종 가능한 최첨단 기체이다.
“시험비행을 실시하십시오.”
“충성! 폐하의 명에 따라 카헤리온 1기 이륙합니다.”
“충성! 카헤리온 2기…….”
잠시 후 카헤리온과 봉황 모두 수직으로 이륙하였다. 분사식이 아니라 아무런 후폭풍 없이 사뿐히 떠오른다.
“광학스텔스 온!”
최 소장의 말이 떨어지자 여섯 기체 모두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레이더엔 잡히고 있다.
“카헤리온 1기는 워싱턴, 2기는 런던, 3기는 모스크바 상공으로 이동하여 그곳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오라.”
“카헤리온 1기 전파스텔스 온 합니다. 이상!”
“카헤리온 2기 스텔스기능 가동합니다. 이상!”
“카헤리온 3기 명령 받았습니다. 이상!”
잠시 후 레이더에서 점 세 개가 사라졌다.
“봉황 1, 2, 3기 적대된 화물을 회령, 혜산, 만포기지에 하치하고 복귀하라.”
“봉황 1기 회령으로 향합니다. 이상!”
“봉황 2기 혜산에 다녀오겠습니다. 이상!”
“봉황 3기 만포기지에 적재된 화물 하치 후 즉각 복귀하겠습니다. 이상!”
“전파 스텔스 온! 광학 스텔스 온!”
“명령 받듭니다. 이상!”
조종사들의 복창 이후 레이더의 점들이 사라졌다.
“그동안 수고가 많았습니다.”
“국왕 폐하의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이실리프 기술연구소 임직원들은 일제히 허리를 꺾어 사의를 표한다.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도 채근 한 번 안 한 것이 너무 고마운 것이다.
“카헤리온과 봉황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가서 식사나 합시다.”
“네! 폐하.”
그렇지 않아도 다물궁 내부가 궁금했던 최희문 소장 등은 얼른 현수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시력이 좋은 윤강혁이 가장 먼저 입을 벌린다.
“우와! 세상에…….”
다물궁 로비는 높이가 12m이다. 금은보석으로 치장된 기둥과 천장의 그림이 너무도 화려하고 정교했다.
“와아! 정말 멋지네요. 왕궁답습니다.”
“네! 오늘 제 눈이 아주 호강합니다. 어떻게 이런…….”
“어어! 이봐. 거기 손대지 마. 때 타니까.”
저도 모르게 여신상을 만져보려던 연구원이 얼른 손을 뺀다. 값비싼 예술품이라는 사실을 문득 깨달은 것이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긴 식탁에 음식들이 세팅되어 있다. 몽골 이실리프 왕국에서 보낸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뷔페이다.
이실리프 연구소 연구원들이 다물궁에서 식사하는 이 순간 이실리프호의 컴퓨터는 수없는 연산을 하고 있다.
한동안 이를 지켜보던 통제관이 김호인 선장을 바라본다.
“발사 준비되었습니다. 선장님!”
“좋아! 발사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
“네, 발사하고 이동합니다.”
투퉁, 투투투투투투투퉁-! 투투투투투투투퉁-!
이실리프호로부터 바위들이 쏘아져 나갔다.
2015년 7월 멕시코의 마약왕 호야킨 구스만은 자신의 독방에서 깊이 10m짜리 비밀통로로 내려갔다. 그곳엔 길이 1.5㎞짜리 통로가 준비되어 있었다.
수레를 끄는 소형 오토바이를 탄 호야킨은 유유히 통로를 빠져나가 탈옥에 성공했다. 이곳은 멕시코시티에서 서쪽으로 약 90㎞ 떨어진 알티플라노 감옥이다.
호야킨이 탈옥한 후 멕시코 경찰은 약 43억 원에 해당하는 현상금을 걸었지만 체포되지 않았다.
이실리프호에서 쏘아져 나간 암석들이 향한 곳은 깊은 산속에 마련된 호야킨 구스만의 마약농장과 인근 암석지대에 조성해놓은 비밀거처를 향했다.
너무도 감쪽같이 위장을 해놓아 경찰이 인근을 여러 번 수색하고도 그대로 물러났던 바로 그곳이다.
“어라? 저게 뭐지?”
“뭐? 어떤 거? 뭔데?”
비밀감시 초소에 있다가 오줌이 마려워 바깥으로 나왔던 미구엘이 하늘을 바라본다. 안쪽에 있던 에르난데스도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본다.
원래는 이렇게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경찰의 수색이 언제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구엘이 규칙을 어긴 건 비밀초소가 너무 좁아서 답답했던 때문이다.
어쨌거나 하늘로부터 하얀 무엇인가가 떨어지고 있다.
“뭐지?”
“운석인가 봐. 근데 저거 땅에 떨어졌을 때 주우면 꽤 돈이 된다고 하던데. 떨어지면 주워야지.”
“바보! 운석이 비싸? 아님 같은 무게의 마약이 비싸?”
“그거야 마약이지. 쩝, 알았어. 다 쌌어. 금방 들어갈게.”
바지 지퍼를 올리려던 미구엘의 미간이 꿈틀거린다.
뭔가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데 마약농장과 공장 등이 있는 곳인 때문이다.
쐐에에에에엑! 씨이이이이잉-! 쓔아아아아앙-!
쿠와아앙! 콰아아아앙! 콰콰콰쾅-!
우르르르! 와르르르! 우르르르르르!
엄청난 폭음에 이어 땅거죽이 밀가루 반죽처럼 마구 요동치자 미구엘은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헉! 아앗!”
“뭐, 뭐야? 경찰이 대포라도 쏜 거야?”
안으로 들어가 게임기를 붙잡던 에르난데스가 화들짝 놀라며 다시 튀어나온다.
이 순간 또다시 파공음에 이어 굉음이 터져 나온다.
쐐에에에에에에엑-!
쿠와아아아아앙-! 와르르르르! 우수수수수!
콘크리트로 만든 비밀초소가 심하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모래 가루가 우수수 떨어진다. 이 순간 에르난데스는 버섯구름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미구엘! 저, 저거 뭐야? 해, 해, 핵폭탄?”
“에르난데스! 튀어. 신의 징벌이야.”
“뭐? 신의 징벌? 그게 뭔데?”
“야! 이 무식한 놈아! 너는 IS 근거지마다 운석이 쏟아져 전멸했다는 소리 못 들었어?”
“무슨 소리야? 누가 죽었어?”
“빌어먹을 놈! 게임만 하지 말고 뉴스 좀 봐. 이스라엘이 멸망한 건 알아?”
“그거야 당연히 알지. 그럼 설마……?”
“그래! 바로 그거야. 저기 저거! 우리 농장 다 망가졌겠다. 공장도 그렇고. 조직원들 있던 곳도 폭삭했을 거야.”
미구엘의 중얼거림을 들은 에르난데스는 대체 무슨 영문이냐는 표정이다. 가방끈이 짧은데다 시사에 관심이 없어서 운석이 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순간이다. 두 줄기 흰빛이 보스가 미녀들과 즐기는 비밀 거처로 떨어져 내린다.
쐐에에엑-! 쓔아아앙-!
콰아아앙-! 쿠아아아앙!
두 번의 엄청난 폭음에 이어 비밀초소가 살짝 들리는 듯한 느낌이라 그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파파파파파파파팍-!
“컥! 케엑!”
산산이 부서진 비밀 초소의 파편들이 미구엘과 에르난데스의 몸을 그대로 관통했다.
다음 순간 호야킨 구스만이 심혈을 기울여 암석지대에 만들어놓은 비밀거처 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온다.
콰르릉! 콰르르르르릉-!
마약을 팔아 수많은 사람을 중독자로 만든 대가는 엄청난 달러화였다. 그걸 처발라 호화롭게 치장한 호야킨의 비밀거처가 그대로 작살나는 소리였다.
같은 순간 이실리프호 관제실은 조용했다.
“선장님! 목표물 파괴 완료되었습니다.”
“좋아, 생체반응은?
“생체반응은… 없습니다. 전멸입니다.”
“그럼, 다음 장소로 이동!”
“네! 다음 타격지 볼리비아로 이동합니다.”
현수로부터 몇 가지 명령을 받은 이후 이실리프호는 설화호 등과 함께 목표물 검색을 실시했다.
크로스 체크로 빠져나가는 것이 최소화되자 즉시 목표물 타격을 시작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일인 때문이다.
가장 먼저 태국-미얀마-라오스 접경지대의 골든트라이앵글(골든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 : 마약류 관련 국제범죄조직의 하나로 미얀마·태국·라오스 3국 접경 고산지대에서 아편(양귀비), 헤로인을 주로 공급하는 동남아시아의 ‘황금의 삼각지대’를 말하며, 가장 대표적인 국제마약루트지역이다.)을 작살냈다. 이 밖에 캄보디아 등의 마약농장과 공장, 거점 등을 완전무결하게 태워 버렸다.
전 세계 헤로인의 70%를 생산하던 곳이다.
이곳에 오기 직전 이실리프호는 황금의 초승달 지역이라 불리는 곳도 초토화시킨바 있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 3국의 접경지대에 있는데 제2의 헤로인 주산지였다.
이로써 전 세계 헤로인 생산량의 90%가 줄어들었다.
이들 두 지역의 공통점은 개미 한 마리도 살아남을 수 없었다는 것과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말살되었다는 것이다.
이실리프호가 자리를 뜬 황금의 초승달 지역은 현재 설화호가 2차 타격을 가하고 있다.
핵폭발에 버금가는 강력한 타격에도 운 좋게 살아남은 잔당이 있다 하더라도 설화호의 공격은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어린아이 주먹 크기 이상의 인공물이 존재할 수 없도록 강력한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는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