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301화 (1,300/1,307)

# 1301

“으이그, 병신들!”

“병신 맞다! 자아, 우리 임무 끝났다. 귀환하자.”

“네! 편대장님. 가서 한잔하는 거죠?”

“그래 오늘은 모처럼 회식 한번 하자.”

기수를 돌린 지나 공군기들을 기지를 향해 비행했다.

같은 순간, 레이더를 지켜보고 있던 이실리프 왕국 공군장교 하나가 입을 연다.

“아무리 허접해도 그렇지 저렇게 다 산화시키면 우리 공군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현대전은 하늘을 장악해야 승리하는데 이건 뭐 날 잡아 잡수셔 하는 꼴이잖습니까?”

“그치? 귀관도 그런 생각이지?”

“네! 비행단장님. 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왜 아군기를 몽땅 적의 먹잇감으로 내주는 겁니까?”

“자네 말대로 허접하니까.”

비행단장의 시니컬한 반응이다.

“네? 뭐라고요?”

아무리 고물이지만 저 중 하나는 자신의 애기였다.

그런데 무방비 상태로 적의 먹잇감으로 내던져진 것에 분개한 파일럿이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핏대를 세운다.

“고물은 고물인데 아주 비싼 고물이 될 거야.”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비행단장을 바라보는 파일럿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너무도 태연자약하니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설명을 안 해주니 답답한 것이다.

“조만간 우리 왕국의 공군은 대폭 축소될 거야. 그래도 자넨 전역 신청 안 할 거지?”

“전역이요? 하긴 전투기가 없으니 그래야 하나요?”

“아니, 새로 도입하는 전투기 성능이 너무 좋아서 파일럿이 많이 있을 필요가 없어서 그런 거야.”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무슨 전투기요?”

“남한에서 쓰는 F-15K 슬램이글이라는 거 알지?”

“네에? 설마 그걸 도입해요? 진짜요?”

파일럿의 표정은 금방 상기된다. 자신이 몰던 기체보다 훨씬 좋은 성능을 가졌음을 알기 때문이다.

“아니, 그걸 개조한 F-15Y 100대가 도입될 거야.”

“F-15Y요? 그건 뭐죠? 처음 듣습니다.”

“이실리프 왕국 전용 전투기의 명칭이네. 흐음,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이걸 보는 게 더 빠르게 이해될 것이네.”

비행단장은 팔에 끼고 있던 결재판을 열어 서류를 뒤적인다. 그러다 원하던 것을 찾았는지 A4용지 하나를 뽑는다.

여기엔 다음과 같은 표가 있었다. 찬찬히 이를 살피던 파일럿은 곧바로 투덜거린다.

“에이? 이게 뭡니까? 전파와 광학 스텔스라뇨? 게다가 세상에 작전 반경이 지구 전체인 전투기가 어디 있습니까?”

“있어.”

비행단장은 반응은 짧고, 명료했다.

“그리고 무장능력이 1만 톤이라요? 게다가 추락방지장치 라는 건 대체 뭡니까? 표를 보니까 격추당해도 20m 상공에 떠 있는 것 같은데 이건 말도 안 됩니다. 물리법칙에 위배되죠. 설마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그런 겁니까?”

“아! 글쎄 있다니까.”

비행단장은 두말하면 숨 가쁘다는 표정이다.

다음이 그 표이다.

“단장님! 이런 게 진짜 있으면 지구 최강입니다. 미제 놈들의 F-22 따윈 찜 쪄 먹을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예?”

“당연히 그렇지. 위대하신 국왕 폐하께서 직접 업그레이드하신 거니까.”

“네? 정말요?”

파일럿은 잠시 말을 끊었다.

국왕의 IQ가 세계 최고라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수많은 수학자가 달려들었지만 아무도 해내지 못한 6대 난제를 혼자서 말끔히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까지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증명해 냈다.

그 결과 수학자가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할 일이다.

수학과가 있는 세계의 모든 대학에서 종신 정교수 자리를 주겠다는 러브콜을 보냈다는 건 이미 식상한 토픽이다.

이걸 취재한 언론사의 보도에 의하면 국왕은 수학뿐만 아니라 물리나 화학, 유전학, 생리학 같은 다른 부문에서도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것으로 짐작된다.

그 증거가 스피드와 항온의류, 그리고 미라힐 등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초히트 상품인 이것은 특허를 출원하지 않았다. 누구든 복제해서 발매해도 된다.

그럼에도 어느 누구도 흉내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성분분석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복제의 천국이라는 지나에서도 두 손을 놓았다.

그런 국왕이 전투기를 직접 손을 봤다면 충분히 납득되는 일이다. 그렇기에 파일럿의 입은 다물어졌다.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전투기를…….”

“이런 게 있으면 어떨 것 같은가?”

“어떻긴요? 이게 100대나 있으면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지나가 제아무리 많은 기체를 보유하고 있어도 모두 떨굴 수 있단 말입니다.”

“그치?”

“네! 근데 이건 어느 조종사에게 배당됩니까? 설마 저를 빼는 건 아니시겠죠?”

“글쎄? 그건 테스트를 해봐야 알겠지? 조만간 모든 조종사를 모아놓고 시험을 치를 것이네. 그 결과에 따라 F-15Y가 누구에게 배당되는지 결정될 예정이지.”

“헉! 그, 그럼 뭘 준비해야 합니까?”

파일럿은 허를 찔린 듯 몹시 놀란 표정이다.

“그건 자네가 더 잘 알지 않나? 파일럿이 될 때 무엇을 공부했는지를 생각해 보게.”

비행단장은 나이가 많아 새 전투기를 배당받을 수 없다. 그렇기에 여전히 시니컬한 표정이다.

“네에? 그, 그 많은 걸 전부 다시 공부하라고요?”

파일럿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 해야 하는 공부의 수준과 양이 어마어마한 때문이다.

“100명 안에 못 들면 전역을 해야 할 걸세.”

“헐……!”

최근 이실리프 왕국 최고의 유행어를 내뱉은 파일럿은 멍한 표정이 된다.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 같으면 지금부터라도 공부를 하겠네.”

“아, 알겠습니다. 이만 물러갑니다. 충성!”

파일럿은 자신의 애기가 격추되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후다닥 달려간다. F-15Y의 성능이 사실이라면 세상의 모든 조종사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비행단장의 이 말은 실제와 약간 다르다.

현수가 손을 봐준 대한민국의 F-15K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F-15Y는 총 500대가 제작될 예정이다.

이실리프 우주항공과 이실리프 코스모스, 그리고 이실리프 스페이스, 그리고 이실리프 기술연구소와 안주기계공업단지의 합작물이다.

엔진부터 시작하여 레이더까지 모두 직접 제작한다. 제작도면이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해서 생산한 것 중 100대는 북한 지역에 보급된다. 영토 야욕을 부리던 일본과 지나를 염두에 둔 배치이다.

다음으로 몽골 50대, 러시아 50대, 콩고민주공화국 반둔두 25대, 비날리아 25대, 에티오피아 아와사 50대, 우간다 50대, 케냐 50대 순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각각의 영토에도 카헤리온과 봉황 1기씩, 그리고 우주전함들이 배치되지만 이것들은 극비인 전략 병기이다.

이들의 존재를 감춘 상태에서 각각의 영토를 수호하려면 이 정도는 갖춰야 한다.

어쨌거나 F-15Y는 지금껏 무적이던 F-22 랩터조차 가볍게 격추시킬 능력을 가졌다. 1 : 100도 가능하다.

따라서 배치가 완료되면 각각의 영토를 주변국들이 합심하여 한꺼번에 공격한다 하더라도 능히 물리치게 될 것이다.

어쨌거나 지나에서 쏜 미사일들은 북한에서 출격시킨 전투기들을 하나하나 사냥하고 있다.

콰앙! 콰아앙! 콰콰콰쾅! 쾅! 쾅앙!

미사일이 날아와도 회피 기동을 전혀 하지 않으니 맥없이 당하고 있는 것이다. 레이더에서 사라지는 점들을 지켜보던 39집단군 소속 장교는 괴소를 베어 문다.

“크흐흐흐! 그렇지, 그렇지!”

“명중률이 기가 막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래! 이실리프 왕국 놈들 아주 작살이 나는군.”

같은 순간, 이실리프 왕국군 작전처에서도 레이더에 시선을 주고 있다.

“얼마나 떨어진 거야?”

“거의 다 떨어지고 이제 약 50기 정도 남았습니다.”

“오케이! 다 떨어지면 그때부터 작전 개시한다. 준비해.”

“네! 알겠습니다.”

작전장교의 명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후다닥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한편, 39집단군 소속 포병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잠시도 쉬지 않은 포격으로 포신이 너무 뜨거워진 때문이다.

“끄응! 위성이 없으니 확인이 안 되는 게 조금 답답하군. 그러거나 말거나 다음 목표는 평양이다. 좌표 확인해.”

“네! 알겠습니다. 타격 지점 좌표 확인하여 입력합니다.”

평양의 주요 시설인 금수산사당, 만수대의사당, 인민대학습당 등의 좌표를 확인한 장교는 남은 미사일의 수량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최근 보급된 것까지 합치니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다. 이게 다 쏘아지고 나면 평양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

위성이 있다면 방금 전 포격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북한 지역을 사찰할 수 있는 위성 전부가 작살난 상태이다.

기술진들의 보고에 의하면 우주 쓰레기 때문이다. 하여 새로운 위성을 준비 중이었는데 공격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같은 순간, 용암포, 신의주, 의주, 옥강, 정수, 창성, 벽동 등 압록강 변 도시 외곽에 배치된 사단장들에게 명령이 하달되고 있다.

왕국이 선포된 후 휴전선에 있던 병사들을 대거 이동시키면서 편제를 바꾸었다.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면서 1사단부터 15사단으로 명명되었는데 보병, 기갑병, 포병 등으로 편제되어 있다.

사단별 인원은 15,000명이다. 30만 명 중 22만 5,000명이 지나와의 국경지대에 집중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제1사단 국방부 작전처의 명령 접수했습니다. 우리 사단은 즉시 작전에 돌입하여……. 이상!”

1사단장부터 15사단장까지 명령 내용을 복창하곤 통신을 마쳤다. 그리곤 곧바로 진격이 시작되었다.

이때 우주에 떠 있던 이실리프호와 설화호의 콘솔은 바쁘게 두들겨진다. 컴퓨터가 확인한 좌표를 일괄 입력하는 손길 때문이다.

“입력 완료되었습니다. 선장님!”

“좋아! 입력 순서에 입각한 사격을 허가한다.”

“네! 레일건 사격 시작합니다.”

타타닥, 타타타타타닥!

관제병의 손길이 다시 한 번 콘솔을 누빈다.

곧이어 설화호와 이실리프호에 장착된 레일건들이 가동되는 소음이 난다.

지이이잉-! 지이이이이잉-!

토톳, 토토토토토톳! 토토토토톳! 토토토토톳!

그리 크지 않은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레일건으로부터 다수의 탄자가 쏘아져 간다.

레일건의 발사 속도는 마하 7.4 정도이다. 초속 2,500m이니, 시속으로 환산하면 약 9,000㎞/h이다.

지구는 지표면으로부터 약 1,000㎞에 이르는 고도까지 공기가 있다. 이를 대기권이라 하고 지표면에 가까울수록 밀도가 높다.

레일건에서 쏘아진 탄자는 공기층을 뚫고 가는 동안 공기저항을 받아 야구의 너클볼이나 축구의 무회전킥처럼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 결과 목표물을 맞히지 못하는 결과가 야기될 수 있다.

현수는 이런 문제점을 일찌감치 파악했다.

하여 약간의 손을 보았다. 공기저항의 영향을 덜 받을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탄자를 특수한 형태로 설계하여 공기저항으로 인한 운동에너지 손실 및 불규칙적인 움직임을 제거한 것이다.

이번 작전을 위해 이실리프호와 설화호는 지상으로부터 30㎞ 떨어진 곳까지 내려와 있다. 따라서 방금 발사된 탄자들은 약 10초면 목표물에 도달했다.

피이잉-! 퍽!

“우웃! 아아악!”

날카로운 파공음에 이어 허벅지를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을 느낀 조종사가 비명을 지른다.

“왕 상교 왜 그러나?”

“헉……. 아악!”

콰아앙-!

잘 날고 있던 J-11 한 대가 갑작스레 폭발하였다. 편대장을 비롯한 나머지 조종사들은 얼른 사 방을 둘러본다.

혹시라도 적기가 근처에 있는가 싶었던 것이다.

콰앙! 콰쾅! 콰콰콰콰콰쾅-!

북한의 공군 전력을 완벽하게 제거했다 생각하고 룰루랄라 하던 지나 공군기들이 갑작스레 터져 나가기 시작한다.

“아앗! 이게 왜 이래?”

지상 관제소에서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던 레이더 운용병이 소리를 지르자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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