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2
그들의 눈에 뜨인 것은 대련공군기지를 향해 귀환하던 아군기의 점들이 무더기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나는 이번 전쟁을 통해 이실리프 왕국을 흡수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여 전투기 J-11과 J-10, 그리고 J-9과 J-8을 600기나 출격시켰다.
이실리프 왕국의 공군 전력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함이다.
이들의 뒤를 이어 300기의 폭격기들도 출격한 상태이다. 전투기들이 제공권을 장악하면 뒤를 이어 주요시설에 대한 폭격으로 작살내겠다는 의도이다.
동시에 포병들에 의한 무자비한 포격이 이루어지면 고물 무기뿐인 이실리프 왕국은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이후엔 보병을 투입하여 잔당들만 정리하면 된다.
39집단군 작전처에서 직접 입안한 ‘작계 X-3’에 의하면 핵무기 동원 없이 48시간 이내에 적을 제압한다. 그리곤 기갑사단을 투입하여 하루 만에 평양을 점령하게 되어 있다.
이처럼 엄청난 물량공세로 속전속결하려는 의도는 빨리 전쟁을 끝내 버림으로서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남한의 참전을 막으려는 것이다.
어쨌거나 대련공군기지 관제소에선 귀환하던 아군기는 물론이고, 폭격을 위해 신의주 상공으로 진입한 폭격기들마저 레이더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난리가 벌어졌다.
“뭐야? 이게 왜 이래? 뭐지?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정비병! 정비병! 레이더 고장이다. 어서 고쳐!”
정비병들이 황급히 움직이고 있는 동안에도 레이더의 푸른 점들이 사라지고 있다.
긴급통신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
같은 순간, 단동 외곽에 배치되어 있던 기갑사단의 전차와 장갑차들에게 강철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피우웅! 콰앙-! 콰콰쾅-! 쐐에에엑! 쿠아앙! 콰악! 콰콰쾅!
쌔에에엥! 콰쾅! 콰아앙! 콰앙!
압록강 건너편 언덕 뒤에 있던 Y-1 전차들이 어느새 강을 건너와 무차별 포격을 가하는 중이다.
Y-1은 최대 속도 시속 140㎞이고, 항속거리는 10,000㎞에 이르며, 20m까지 잠수 도하가 가능하다.
전파와 광학스텔스 기능이 있어 레이더에 잡히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으며, 열 추적과 적외선 추적도 불가능한 지구 최강의 전차들이 드디어 위용을 뽐내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으로 장전되는 포탄만 400발이고, 이번 작전을 위해 추가로 각각 400발이 적대되어 있다. 현재는 미리 입력된 좌표로 분당 40발의 속도로 포탄을 발사하는 중이다.
“으악! 뭐야? 어디서 포탄이 날아오는 거야?”
“저, 저쪽 언덕에서 옵니다.”
“맞습니다. 저긴 아무것도 없습니다.”
“레이더에도 아무것도 안 잡힙니다.”
쐐에에엑! 쿠아앙! 콰악! 콰콰쾅! 쌔에에엥! 콰쾅! 피우웅! 콰앙-! 콰콰쾅-! 콰아앙! 콰앙! 콰콰콰쾅!
폭발음이 터져 나오는 곳은 기갑 전력 쪽만은 아니다. 포병 역시 하늘에서 쏟아지는 포탄에 지리멸렬하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간간히 엄청난 폭발이 터져 나온다.
때론 전차가 뒤집어지기도 하는데 어른 머리만 한 구멍이 뚫려 있을 때도 있다. Y-1뿐만 아니라 이실리프호와 설화호까지 공격에 가담한 결과이다.
탄자의 크기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육중한 전차들이 뻥뻥 뚫리거나 뒤집어지는 것은 운동에너지가 워낙 큰 때문이다.
아무튼 20대의 Y-1은 39집단군의 주력부대인 제116기계화보병사단과 4개의 기계화보병여단, 그리고 1개 전차여단을 5분 만에 박살을 내놨다.
그르릉! 그르르릉! 그르르르르릉!
타탕! 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탕!
“아악! 케엑! 컥! 으아악! 커헉! 끄윽!”
퍼엉! 쐐에엑! 콰앙! 쾅! 슈아악! 쿠아앙! 콰콰콰쾅!
Y-1 전차의 뒤를 이어 I-1 보병전투장갑차가 전장에 나타났다. Y-1이 잠수 도하 후 포격으로 적의 혼을 쏙 빼버리는 동안 압록강을 건너온 것이다.
대전차 미사일 20발과 지대공 중거리 미사일이 각각 20기씩 장착된 I-1은 혼비백산하여 흩어지는 지나군을 향한 사격을 개시한다.
이들의 손에 들린 소총은 J-1이다. 워낙 명중률이 높아 쏘는 족족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같은 시각, 압록강에 놓인 다리 위를 건너는 행렬이 있다. 자주포 T-1이다. 현존하는 어떤 자주포보다도 기동력이 좋고, 정확성이 높으며, 사정거리 또한 긴 것이다.
T-1은 다리를 건너오면서도 연신 포격을 가한다. 이들의 목표는 단동 뒤쪽에 배치된 포병들이다.
쾅쾅! 콰콰콰콰콰콰콰콰쾅!
고폭탄들이 허공을 찢어발기며 목적지를 향한 비행을 시작한다. 이들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즉시 품고 있던 화마를 한순간에 풀어놓을 것이다.
“으아아! 적의 공격이다. 모두 피해라.”
“미친! 공격하라! 공격하라!”
멈춰선 전차와 장갑차들 사이로 지나 병사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타탕! 타타타타타타타탕!
지나군의 탄환은 전투장갑차 I-1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겁에 질려 무차별 난사 중이다.
화르륵! 푸하아아아아아!
“아악! 아아아아아악!”
I-1의 좌우에서 시뻘건 불길이 뿜어져 나간다. 화염방사기가 가동된 것이다.
불길의 길이가 무려 100m나 되기에 우물쭈물하다 화염에 휩싸여 비틀거리며 비명을 지르는 놈들이 속출한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단동에서만 빚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실리프 왕국이 배치한 15개 사단 전체가 일시에 국경을 넘었다.
각각의 사단에는 Y-1 전차 20대, I-1 보병전투장갑차 50대, J-1 자주포 50문씩이 배치되어 있다.
Y-1 300대는 99식 전차 30,000대를 상대해 낸다.
일당백인 것이다. 따라서 지나가 보유한 총 전차전력 9,500대 정도는 완전무결하게 박살을 내고도 남는다.
게다가 혼자서 전차 20대와 헬기 20대를 작살낼 능력을 가진 I-1이 무려 50대나 있다.
이실리프 왕국을 집어삼키려 진군했던 39집단군은 지리멸렬하며 후퇴하기 시작했다.
이실리프 왕국군은 이들의 뒤를 따라가며 병력 및 장비를 축차소모 시키는 한편 적의 주요 군사시설을 박살냈다.
경량화 마법과 공간확장 마법 덕분에 이실리프 왕국군은 별도의 보급선이 없어도 단독작전이 가능하다.
전차와 장갑차에는 실내 기온을 16~32℃까지 1℃ 간격으로 조절하는 선택온도유지 마법진이 적용되어 있다.
아무리 격렬한 전투를 치러도 에어 퓨리파잉 마법은 숲 속의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게 해준다.
승조원 전부가 편히 누워서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간이침대도 있고, 시원한 음료나 신선한 샐러드를 보관할 냉장고도 장착되어 있다.
전쟁이 벌어진 8월 25일 오후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나군은 질퍽한 진창으로 필사적인 도주를 하고 이실리프 왕국군은 유유히 그들의 뒤를 따르며 사냥했다.
어두운 밤까지 계속된 공격에 지나군은 지칠 대로 지쳤다.
한 3년쯤 개고생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나른해진 몸을 아무 곳에나 뉘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모기들의 공습이 시작되었다.
같은 시각, 이실리프 왕국군은 영양가 높고, 맛있는 전투식량으로 배를 채우곤 편안히 침상에 누워 있다.
모기는 당연히 없다. 초음파발생 마법진이 가동되고 있는 때문이다. 침상에 누워 천정에 붙은 모니터로 영화를 감상하는 병사도 있다.
병사들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져 있음을 깨닫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8월 26일 오후 이실리프 왕국군은 제1~5사단은 합동작전으로 39집단군을 거의 모두 궤멸시키고 곧장 북경을 향한 진군을 시작했다.
같은 시각, 다른 사단들은 16집단군과 40집단군의 잔당들을 소탕하는 한편 주요시설들을 점거하고 있다.
어제의 전투로 39집단군과 40집단군, 그리고 16집단군이 보유하고 있던 전차와 장갑차 전부가 고철이 되었다.
미사일 기지들은 모두 불벼락을 맞았다. 보유하고 있던 항공 전력도 모두 제거되었다. 남부럽지 않은 부자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거지로 전락한 것이다.
이실리프호와 설화호, 그리고 카헤리온과 봉황이 만주 전역을 누빈 결과이다.
이실리프 왕국이 가공할 전력으로 반격을 가하자 북경은 대경실색하며 비상을 걸었다. 그리곤 곧장 북경군구의 모든 군사력 긴급히 투입하였다.
이들이 이실리프 왕국군과 격돌한 곳은 요녕성 서부의 공업도시 금주(錦州, 진저우)이다.
멋모르고 진격하던 99식 전차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Y-1을 만나는 즉시 고철이 되었다.
하늘을 수놓았던 공군 전력들은 어디서 발사된 건지도 모를 것에 모조리 격추되었다. 포병들은 포탄을 발사해보기도 전에 강철의 소나기를 만나 비명만 지르다 스러졌다.
누가 봐도 일방적인 전투였다.
북경군구마저 무너지자 지나는 나머지 5대 군구를 모조리 소집하였다. 문제는 시간이다.
가장 가까운 제남군구도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보다 훨씬 먼 남경군구, 성도군구, 광주군구, 난주군구에서 오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겠는가!
“주석! 핵을 씁시다.”
“평양에 떨굽시다. 이러다 우리가 당합니다.”
습근평은 눈을 감았다. 수뇌부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자신도 같은 마음이다.
다만 핵을 발사한 후가 염려되는 때문이다.
“우리가 쏘면 저쪽에서도 쏜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그건 요격하면 됩니다. 어서 발사를 명령해 주십시오.”
“네! 우리 병사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 모르십니까?”
습근평은 수뇌부들의 채근을 끝내 이기기 못한다. 하여 핵무기 사용을 허가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되었다,
상당히 많은 기지의 발사 암호가 누군가에 의해 변경된 때문이다. 나중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무려 92%의 기지가 해킹되었다.
하지만 일본을 겨냥하여 백두산 북서쪽에 새로 조성한 비밀기지는 이상이 없었다.
그곳으로부터 두 발의 핵미사일이 발사되었다. 사정거리 1,800㎞짜리 동풍-21이다.
평양과 함흥을 겨냥한 이것들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다. 발사 직후 이실리프 왕국군에 의해 요격당한 때문이다.
당황한 지나군을 또 다른 기지로부터 여섯 발의 핵미사일을 발사한다. 평양, 함흥, 청진, 남포, 원산, 신의주를 향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들 역시 모조리 요격당한다.
습근평은 다시 여섯 발을 발사하도록 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이러는 동안 이실리프 왕국군은 심양군구 소속 16, 39, 40집단군은 물론이고 북경군구 소속 27, 38, 65집단군들도 모조리 궤멸 상태로 만들었다.
지나에서 가장 강력한 두 개 군구가 홍수 앞의 토용처럼 무참하게 스러진 것이다.
14장 그날 이후
그르르르릉! 그르르르르릉!
Y-1 전차 60대가 일렬로 진군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이곳은 만리장성의 동쪽 끝 산해관 앞 벌판이다.
압록강을 건넌 이후 상당히 여러 번 전투를 치렀음에도 단 한 대도 당하지 않고 모조리 살아서 온 것이다.
“발사 준비! 발사!”
쾅! 콰콰쾅! 콰콰콰콰콰콰쾅-!
60대의 Y-1 전차가 불을 뿜었다.
콰르릉! 콰르르르릉! 와르르르!
천하제일문이란 현판을 내건 산해관이 무너져 내린다.
“주석! 사, 산해관이 무너졌습니다.”
“뭐라?”
습근평의 안색은 삽시간에 창백해진다. 산해관은 과거로부터 상징적 의미를 가진 축조물인 때문이다.
“산해관은 무너졌고, 현재 적 전차 60대가 이쪽으로 서진하고 있습니다. 뒤에는 전투장갑차 150대와 자주포 150문이 뒤따르고 있구요.”
“아군은? 북경군구에서 파병한 아군은?”
“전멸입니다. 전멸! 크으으!”
“……!”
긴급 통신을 받은 수뇌부는 멍한 표정이다. 동쪽의 코딱지만 한 나라가 모기처럼 앵앵거리며 깐족거렸기에 단숨에 때려잡으려 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도끼를 들고 제압하려 나섰더니 기관총으로 응사하고 있다.
지나 수뇌부의 선택은 항복이었다.
승전한 이실리프 왕국군은 전쟁배상금을 청구했다.
최초의 공격 때 포격을 받아 약 30만 명이 전사했고, 북부의 군사시설 및 주요시설 거의 전부가 파괴되었으며, 보유 전투기 전부가 격추되었다.
이것에 대한 대가는 요녕성, 흑룡강성, 그리고 길림성과 내몽골자치구 전체이다. 이곳에 거주하는 모든 한족(漢族)의 퇴거도 포함되어 있다.
참고로, 길림성은 19만 1,000㎢, 흑룡강성은 45만 4,800㎢, 요녕성은 14만 5,700㎢, 내몽골자치구는 118만 3,00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