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3
이들 면적을 모두 합하면 무려 197만 4,500㎢이다.
단 한 번의 전투로 실로 어마어마한 영토 확장을 이룩한 것이다. 애초의 계획보다 더 큰 결과이기도 하다.
여기에 몽골 10만 8,000㎢, 러시아 10만㎢, 콩고민주공화국 14만㎢와, 에티오피아 4만㎢, 우간다 4만 2,000㎢와 케냐 6만 5,000㎢, 북한 12만 500㎢, 고비사막 112만 5,000㎢을 합치면 이실리프 왕국의 전체 면적은 약 371만 5,000㎢에 이른다.
세계 7위인 인도보다도 큰 국가가 되는 것이다.
지나의 국가 주석 습근평이 순순히 영토 할양서에 사인을 한 이유는 산동반도까지 내놓으라는 요구를 한 때문이다.
어쨌거나 세계는 경악했다.
동북아의 소국이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3위 군사력을 지닌 지나를 일방적으로 깨버린 때문이다.
전쟁 기간은 불과 7일이었다.
이 전쟁의 결과 지나는 만리장성 바깥의 영토 전부를 잃었다. 이전 국토의 20%에 해당된다.
별도의 배상금이 없는 것이 불행 중 유일한 다행이다.
패전 후 지나의 수뇌부는 대부분 경질되었다.
이실리프 왕국과 전쟁해야 한다며 입에 거품을 물던 주전파들은 전부 자리를 잃었다. 이들에 대한 처벌을 끝낸 습근평은 패전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스스로 하야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지만 장악력이 약했다. 하여 지나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분열의 세월을 보낸다.
서로 권력을 쥐려는 욕심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위구르가 독립을 선언하고, 티베트 역시 그러하다. 뒤를 이어 장족까지 독립해버린다.
이래저래 시끄럽지만 지나는 단결하지 못하고 북지나와 남지나로 갈리게 된다.
여러 개의 나라로 나뉘면서 지나는 더 이상 경제 및 군사대국이 아닌 변방의 소국으로 전락한다.
그 결과 UN에서도 상임이사국 자리를 잃는다.
7일 전쟁이 끝난 후 이실리프 왕국군의 신무기에 대한 열띤 논쟁이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있었기에 지나를 그토록 처절하게 박살냈는지 공개하라는 것이다.
이에 이실리프 왕국은 Y-1 전차와 I-1 보병전투장갑차, 그리고 J-1 자주포를 공개했다.
그 성능에 다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내와 스텔스 기능 등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그러하다.
F-15Y 역시 공개되었다. 이것 역시 많은 것이 감춰진 상태이다. 겉모습만 보여준 것이다.
제원도 적당히 수정해서 공개했다.
F-15K를 업그레이드한 것이지만 다른 부분이 많기에 독자 설계된 전투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러시아 등에서 입맛을 다시면서 공동연구를 제안했지만 단호히 거절되었다.
되찾은 영토에 대한 내실이 우선이라는 핑계였다.
세계 각국에선 승전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실리프 왕국이 가진 신형 병기들을 갖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이다.
현수는 홍진표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협력과 자유로운 이산가족 상봉 등을 약속해 주었다.
2019년 12월 24일, 현수는 다물궁에서 테리나와 설화를 아내로 맞이했다. 슈퍼 포션을 복용한 둘은 새롭게 태어났고, 열 달 뒤 각각 아들을 순산했다. 그러는 동안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도 둘째를 출산했다.
이실리프 군도의 이실리프 왕국도 건국을 선포했다.
이 자리엔 아르센 대륙의 황제와 국왕들 거의 전부가 참석했다. 대륙의 6서클 이상인 마법사 전원이 참석했고, 소드 마스터들 역시 전원이 참석했다. 이 밖에 수없이 많은 마법사와 엄청난 수의 기사들 또한 함께 했다.
왕국을 선포한 직후 약 100여 개체의 드래곤이 수호룡 선포를 하는 기함할 일이 빚어졌다.
이 중엔 드래곤 로드도 포함되어 있다.
현수가 이실리프 마탑주가 아니고, 그랜드마스터가 아니라 할지라도 이실리프 왕국은 이제 절대 건드려선 안 될 국가가 된 것이다.
국왕 즉위식이 거행된 직후 성대한 결혼식이 열렸다.
1왕후는 카이로시아, 2왕후는 로잘린, 3왕후는 케이트, 4왕후는 스테이시, 그리고 5왕후는 다프네였다.
대륙의 결혼식 예절에 따른 예식이 거의 끝나갈 무렵 하늘로부터 여섯 줄기 빛이 강림했다.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 여신이 신랑과 신부들에게 신성력 세례를 베풀어준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또 다른 이적(異蹟)이 빚어졌다. 가이아 여신의 가호가 내려진 직후 다른 빛깔의 빛기둥이 현수에게 내려졌다.
그와 함께 웅장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그대는 내 배우자가 고른 내 뜻의 대리자!
나, 전쟁과 수명의 신 데이오(Deio)는
세상의 사악함을 걷어낸 그대의 노고를 치하하노라.
이에 나의 권능으로
그대와 그대의 배우자 모두에게 천년의 삶을 주노라.
아울러 자식에게도 축복을 내리노라.
신의 축복으로 무려 열흘간이나 현수와 왕후들의 머리 뒤에선 후광이 비췄다.
왕국선포식에 참석한 제국의 황제들과 왕국의 국왕들은 준비해 온 예물을 건네며 저마다 축하의 말을 전했다.
하긴, 이 세상 누가 있어 만인환시 중에 신으로부터 축복을 받았겠는가! 아르센 대륙사 초유의 일이었다.
카이로시아와 로잘린 등은 1,000살까지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매우 기꺼워하였다.
사랑하는 사내와 거의 늙지 않는 행복한 삶을 아주 오래오래 살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한 때문이다.
하지만 현수는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몹시 긴 수명을 가졌다. 그런데 거기에 플러스 1,000년이란다. 어쩌면 인생이 너무 길어 지겨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일라 토틀레아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엄청나게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자기 차례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 때문이다.
이실리프 왕국이 건국되고 열흘이 지났을 때 콰트로 대륙에서 쥬신제국이 건국됨을 선포했다.
황제와 국왕들은 단체로 활동하면서 상당히 친해졌다. 일종의 정상들의 단합대회처럼 된 때문이다.
어쨌거나 쥬신제국의 선포도 성공리에 이루어졌다. 이곳에서도 드래곤들의 수호룡 선포가 있었다.
문제는 다음이다. 황제 즉위식이 끝난 후 단상 아래로 내려서려던 현수는 사회자에 의해 제지되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폐하!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
현수는 무엇이 더 남았느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황제 폐하! 제국의 하늘이 되셨으니 마땅히 황후마마들을 맞이하셔야 하옵니다.”
“황후……? 무슨 황후?”
현수가 어리둥절할 때 장엄한 음악이 연주된다.
“지금부터 쥬신제국의 황제폐하께서 황후마마님들을 맞이하는 혼례식이 거행될 예정입니다. 내외빈 여러분께서는 잠시 기립하여 주십시오.”
“으잉? 대체 뭔 소리야?”
현수가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볼 때 단상 바로 곁의 휘장이 젖혀지면서 일곱 명의 여인이 차례로 드러난다.
“으잉? 로즈? 마샤? 소피아! 아이리스! 이사벨, 나오미, 아그네스! 그대들이 어떻게 여기에……?”
“앞에 계신 일곱 분은 우리 쥬신제국의 7황후이십니다. 황후들께선 황제폐하께 지아비를 맞는 예를 갖춰주십시오.”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곱 여인이 허리를 굽혀 공손한 예절을 갖춘다.
“저 로즈 크리스틴 폰 베로스는 하인스 멀린 킴 드 셰울 폐하의 제1황후가 됨을 지극한 영광으로 생각하옵니다.”
“저, 마샤 아푼젤 반 화이트는 제2황후로서…….”
일곱 여인이 차례로 뭐라 중얼거리는데 현수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원치 않던 혼례인 때문이다.
그렇다 하여 만장한 내외빈 앞에서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랬다간 당장 오늘 밤에 일곱 구의 시체를 맞이하게 될 것이 뻔한 때문이다.
현수가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는 동안 모든 예식이 마쳐졌다.
가장 즐거워한 이는 아드리안 왕국의 아민 국왕과 로레알 공작, 필립스 공작, 할렌 후작, 그리고 화이트 후작이다. 쥬신제국의 황후 중 여섯이 이들과 관련 있는 때문이다.
이로써 아드리안 왕국과 이실리프 마탑은 떼래야 뗄 수 없는 확실한 관계로 맺어졌다는 생각에 몹시 기뻤던 것이다.
“이로써 쥬신제국 초대 황제 즉위식과 7황후를 맞이하는 성스러운 예식을 모두 마찹니다. 이 자리를 축하하러 와주신 내외빈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회자는 잠시 내외빈들을 둘러보곤 다시 입을 연다.
“안쪽에 여러분을 위한 성대한 연회가 준비되었으니 모두 자리를 이동하여 주시옵소서.”
곧이어 정말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다.
황제와 국왕이 먼 길을 이동하면 측근은 물론이고 시녀와 요리사까지 같이 움직인다. 심지어 악사들도 동행한다.
불편함이 없어야 하는 때문이다.
쥬신제국에선 각국 황제와 국왕들에게 각국의 요리들을 선보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건의를 했다.
하여 일종의 요리박람회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하여 정말 없는 게 없는 어마어마한 잔치가 되었다.
이번에도 술은 엘프주이다.
이실리프 왕국 선포식 때엔 토들레아 일족이 축하의 뜻으로 내놨지만 이번엔 현수가 꺼내놓은 것이다.
연회가 베풀어지는 동안 각국 악사들이 차례로 자국의 음악을 선보였다.
내외빈 모두 입과 귀가 호강하는 시간이었다.
각국의 왕자와 공주들은 눈빛 교환을 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아르센 대륙의 평화를 위해 아주 좋은 일이다.
다들 즐거웠지만 주인공인 현수만 마음이 무거웠다.
로즈를 비롯한 헥사곤 오브 이실리프의 여섯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여야 하는 것이 마음 불편했던 때문이다.
현수의 이런 불편함을 눈치챈 신하들은 첫날밤을 치를 침소에 일곱 황후를 넣어놓고 슬그머니 물러났다.
카이로시아와 로잘린 등 이실리프 왕국의 다섯 왕후도 아직 슈퍼 포션을 복용하지 못하여 첫날밤도 못 치렀다.
그런데 느닷없이 7명이나 추가되니 마뜩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만인이 보는 앞에서 황후들을 맞이했다. 이곳 풍습상 거절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끄으응!”
현수는 계속 낮은 침음을 냈다. 신부들은 밤새 뜬눈으로 기다렸지만 현수는 신방에 들지 않았다. 축하하러 와준 각국 정상들과 밤새 술자리를 가진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현수는 신부들의 아침 문안을 받았다.
한잠도 못자고 기다렸는지 다크서클이 보였지만 애써 못 본 척했다. 그리곤 밀린 서류에 사인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이로써 환 제국의 건국이 선포되었습니다. 다음은 초대 황제이신 하인스 멀린 킴 드 셰울님의 즉위식이 있겠습니다. 내외빈 여러분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주십시오.”
요슈프 공작의 사회로 즉위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맥마흔의 재건은 아직 이루어지지 못했다. 시일이 촉박한 때문이다. 하지만 즉위식을 거행할 만한 공간은 완성되어 있었다. 드워프들이 돌관 작업(돌관 작업 : 건설 현장에서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용을 무시하고, 인원 및 장비를 최대한으로 투입하여 주야로 급하게 하는 작업.)을 한 결과이다.
그 결과 웅장한 건축물 한 동이 완성되었다.
로마의 판테온 신전을 본 뜬 이 축조물은 장차 환 제국의 대소사가 의논되고 결정되는 정전(正殿)으로 쓰일 용도로 지어졌다. 하여 그 크기가 매우 크다.
1,000개가 넘는 큰 방이 있는데 각 방마다 현수로부터 전수받은 수세식 화장실 시설이 갖춰져 있다.
도자기는 구워냈지만 부속으로 들어가는 고무 패킹 등은 마법으로 대체된 상태이다.
“나 하인스 멀린 킴 드 셰울은 환 제국의 초대 황제로서 국가를 보위하고, 문화의 창달과 신민들의 안녕을 도모할 것임을 만인 앞에서 선서한다.”
“이로써 환 제국의 황제 즉위식이 이루어졌습니다. 다음은 아국의 7황후를 내외빈 여러분께 소개해 드립니다.”
“뭐……?”
현수가 무어라 말을 하려했지만 요슈프 공작이 먼저 말을 이었다.
“제국의 제1황후는 싸미라 브리프 폰 가르멜 님이십니다. 아국의 가르멜 공작님의 공녀이십니다.”
싸미라가 내외빈에게 정중한 예를 갖추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서 답례를 한다.
“다음 제2황후는 아르센 대륙 도델 왕국의 공주이신 아만다 프러페 반 도델 님이십니다.”
아만다 역시 예를 갖출 때 홀로 멍한 표정을 짓는 이가 있다. 도델 왕국의 국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