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5
“밀? 생산량이 얼마나 되지?”
이실리프 왕국에서 생산하는 밀은 전 세계에서 필요로 하는 양의 75%이다.
쌀, 콩, 보리, 팥 등 다른 곡식들도 거의 그 수준이다. 스테이시가 곡물종자 개량 작업을 취미로 삼은 결과이다.
여기에 정령들의 협조가 있어 밀은 16.3배, 벼는 15.7배, 옥수수는 15.3배 정도 수확한다.
나머지 작물들도 기존의 13~15배 수준이다.
그렇기에 어떤 곡물이든 그 가격을 이실리프 왕국에서 정하면 그게 그대로 국제시세가 된다.
곡물 메이저들은 더 이상 농간을 부릴 수 없다.
이실리프 왕국에서 생산되는 것의 품질이 더 좋은데다 값까지 싸니 모두가 거래선을 바꾸려 하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테러라도 지시하고 싶다. 그런데 그랬다가는 국제적인 외톨이가 된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다.
현수를 암살하겠다며 이실리프 왕국에 밀입국했던 지나의 암살자 흑룡과 록펠러가의 암살자 팀 24명, 그리고 아서 록펠러 등은 전원 생포된 후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들은 현재 아르센 대륙 남쪽 절해고도인 벌레도에 있다.
로잘린이 해적들에게 납치되었을 때 현수가 발견한 섬이다. 이 섬에는 지구의 총알개미와 타란툴라 호크, 그리고 전투모기라 불리는 흰줄숲모기가 우글거린다.
그래서 매일매일 지옥에서나 들릴 법한 비명 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도주하고 싶어도 사방 모두 깎아지른 듯한 높이 50m짜리 해식절벽(海蝕絶壁)이다.
설사 아래로 내려간다 하더라고 살기는 힘들다.
이 섬의 주변 해역에 해수 피라냐가 있고 먼 바다엔 길이 30m짜리 메갈로돈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라냐는 바닷물에 손을 담그면 1분 이내로 뼈만 남을 정도로 많다.
이 섬엔 암살자뿐만 아니라 이전의 정치인들도 상당히 많다. 한 번이라도 헛소리를 했다면 모조리 잡아다 놨다.
장관 재직 시 권력자에 아부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그 자리를 그만두면서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이를 번복한 전직장관 놈도 잡혀왔다.
여배우를 자살로 내몬 성상납 사건에 연루된 놈들도 모조리 끌려와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편파판정을 한 심판들도 모조리 끌어다 놓았다. 당연히 기레기들도 상당히 많이 끌려왔다.
이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비명을 질러댄다. 지독한 통증은 좀처럼 둔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하! 우리 밤(BAM)화가 달러화를 밀어내고 기축통화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래? 그거 좋은 일이네.”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FRB가 갖고 있던 달러발행권을 전격적으로 회수했다. 아울러 중앙은행의 지위 또한 박탈했다.
이실리프 트레이딩에 의해 FRB의 대주주들이 무장 해제를 당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록펠러와 JP모건이 가장 먼저 몰락했다.
특히 현수를 암살하라고 24명의 암살팀을 보냈던 록펠러가는 모두 노숙자 신세가 되었다.
이실리프 트레이딩의 대표 윌슨 카메론의 솜씨이다.
어느 날, 연방준비은행 지하에 보관하고 있던 금괴 전부를 도난당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웬만하면 기사를 내리게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어찌 막겠는가!
당연히 난리가 났고, 금괴의 주인들은 즉각 현물 반환을 요구했다. 그 결과 FRB는 전액을 배상해야 했다.
무려 8,350톤의 황금을 사서 현물로 되돌려줘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하필 그때의 국제 금시세가 엄청나게 높았다. 현수가 움켜만 쥐고 내놓지 않아서이다.
FRB에선 돈을 싸들고 와서 금괴를 팔아달라고 애걸복걸했다. 하지만 현수는 금을 팔지 않았다.
그래야 금값이 더 오르는 때문이다.
그 결과 FRB의 주요 주주인 은행들이 유동성 부실상태가 되자 이실리프 뱅크는 ‘Bank transfer day’를 맞이한 ‘Move your money’ 운동을 벌였다.
‘당신의 돈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라’는 광고가 지속되는 동안 유태인 소유 은행들의 부실에 관한 보도가 추가되었다.
그 결과 여러 곳에서 뱅크-런이 벌어졌다.
JP모건 체이스, 웰스 파고,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이다.
미국 정부는 두고 보기만 했다. 그러면서 정보기관을 투입하여 이들 은행들의 부조리와 부정을 조사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이 있듯 은행들도 그러했다. 하여 잡히는 족족 재판에 회부해 버렸다.
결국 유태인 소유 은행들은 하나둘 망해갔다. 마지막이 로스차일드였다. 이제 그마저 망한 것이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유태인에 종속된 미국의 경제를 제대로 추스르기로 마음먹었다.
하여 달러의 발행을 엄격히 제한했다.
당연히 자금경색이 시작되었다. 이때 허리띠 졸라 묶기 운동을 제안했다. ‘인간의 욕심은 무한하지만, 자원은 유한하다 그러니 펑펑 쓰지 말고 절약하자’는 대통령의 제안을 반대할 명분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이 자국 경제를 추스르는 동안 세계 각국에서도 경제적인 문제가 발생되었다. 유태인들의 장난질이 그만큼 교묘하고 심했던 때문이다.
이전 같으면 주가가 크게 출렁거리면서 경제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을 것이다. 그러면 투기자본들이 달려들어 온갖 농간을 부렸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빚어지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을 이실리프 트레이딩이 거의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때문이다. 주가의 등락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능력을 가진 유일한 집단이 된 것이다.
이러는 동안 이실리프 왕국은 점점 발전했다.
동북삼성과 내몽골자치구 지역에선 빠르게 한족의 색깔을 지워 나갔다. 조선족이라도 완전히 한족화된 이들은 모조리 지나로 추방했다.
이전에 없던 자유가 주어지자 처음엔 어리둥절했으나 사람들은 금방 적응했다.
한글로 교육했고, 한반도의 역사를 가르쳤다. 식민사관을 가진 사학자들은 단 하나도 교단에 서지 못했다.
이실리프 왕국은 인구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넓은 영토와 엄청난 지하자원을 가진 나라이다.
군사력은 세계 1위이고, 정쟁(政爭)이 없는 나라이다.
국왕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여 화목과 단합을 다지는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성장한 것이다.
* * *
“여보! 어때?”
“어떻긴요? 좋지.”
2088년 12월 24일.
현수는 지현, 연희, 이리냐, 테리나, 그리고 설화와 함께 이실리프함을 타고 바다 속 여행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은 현수에 의해 모두 정화된 상태라 일본 해구를 태연한 표정으로 구경하고 있다.
제법 긴 세월이 흘렀어도 이들은 여전히 청년과 처녀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선이 있기에 일선에서 은퇴했다.
이실리프 제국은 아이들이 잘 운영하고 있다.
초대국왕의 뜻이 그대로 유지되는 중이다. 하긴 현수가 죽지 않고 멀쩡하게 살아 있으니 말을 잘 듣는다.
한 가지 변화한 점은 건국 30년이 되던 해에 이실리프 왕국이 이실리프 제국으로 명칭이 변경된 것이다.
각각의 자치령의 명칭 또한 이실리프 연방국으로 바뀌었고, 현수의 아이들이 국왕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
자손들은 부친이 마법사라는 것을 안다. 김현과 김철 등은 마나의 맹세를 한 후 마법을 전수받았다.
그 결과 황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큰아들 현이는 현재 6서클 유저이며 북한지역을 다스리고 있다.
자치령 중 가장 발달된 지역이다.
콩고민주공화국에 소재한 이실리프 연방국의 국왕은 강연희의 아들인 김철이 맡았는데 6서클 비기너이다.
이리냐의 딸 김아름은 5서클인데 러시아 이실리프 연방국 여왕의 자리에 앉아 있다.
테리나와 설화가 낳은 아이들도 다 마법을 배웠으며 각각 몽골 이실리프 연방국과 만주 이실리프 연방국의 여왕이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국사를 맡겨놓고 일선의 업무에서 손을 뗀 현수는 아내들과 더불어 유유자적한 여행 중이다.
덕항산에서 전능의 팔찌를 만나게 된 후 누구보다도 바쁜 삶을 살았던 것에 대한 보상이다.
지구에선 관찰할 수 없는 달의 뒷면에는 현수의 별장이 있다. 물과 공기가 없는 곳이기에 땅의 정령왕 노이아가 애를 써준 결과 조성할 수 있었다.
이 별장은 운석 충돌에도 버틸 수 있도록 강력한 쉴드 마법이 중첩된 반구형 신소재로 완벽하게 감싸여 있다.
지상 면적은 약 20만 평이다. 현재는 지하에서 공사를 하는 중이다. 지구엔 없는 광물질이 발견된 때문이다.
텅스텐보다도 단단한 물질을 이루고 있는 구성성분은 ‘이실리프늄’이라 부른다.
현재는 오대양을 누비며 바닷속 여행을 즐기고 있는데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에 별장을 추가하려는 의도도 있다.
물의 정령왕 엘레이아가 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황제 폐하! 수라 드실 시간이옵니다.”
“아! 그래? 알았다, 곧 가지.”
황제의 비서실장은 맡고 있는 이는 민주영과 이은정의 큰손자이다.
주영과 은정은 고령이라 현직에서 은퇴한 후 현수와 가까운 곳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있다.
주영은 103세이고, 은정은 98세이지만 현수 덕분에 70세 정도로 보인다. 참고로, 둘의 수명은 약 150년 정도이다.
친구 부부가 늙는 모습이 싫어 슈퍼 포션을 복용시켰지만 너무 늦은 나이라 절반 정도의 효과만 얻은 결과이다.
둘 사이엔 여섯 아들과 네 딸이 있다.
부부금슬이 아주 좋았던 모양이다. 하긴 주영의 바이롯 소모량이 제법 많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현수는 때론 바이롯 공급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친구가 복상사하는 꼴은 두고 볼 수 없는 때문이다.
어쨌거나 주영의 첫아들로부터 얻은 첫 손자가 바로 현수의 비서실장이다. 똑똑한데다, 현명하고, 싹싹하며, 충성심이 깊어 차기 총리로 키워지는 중이다.
어쨌거나 이실리프함이 유유히 바다 속을 누비는 동안에도 이실리프 제국은 점점 더 성세를 넓히고 있다.
10년에 걸친 쇄국정책을 거두고 국제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세계 각국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빈곤한 낙후국 북한이 남한보다도 더욱 발전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던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시켰을 때 이곳을 찾은 세계 각국 여행객들은 두 개의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경치도 아름답지만 기반시설이 너무도 잘 갖추어져 있었던 때문이다. 편리하고, 간결하며, 청결하고, 안락했다.
게다가 사용 비용이 엄청 저렴했다.
처음부터 대한민국과는 교류를 했는데 한때 남북통일에 관한 의견이 대두되어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놀랍게도 남북한 지역 모두 통일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월등하게 높았다. 남한 지역에선 일체의 종교시설을 건립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는 제국법을 걸고 넘어졌다.
북한 지역에선 광신적이고, 이기적이며, 맹목적이고, 탐욕스런 남한의 종교가 유입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이실리프 왕국은 건국 초기에 헤어진 가족들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 모든 이산가족에게 남한으로 가도 좋다고 했다.
그런데 불과 8%만 이주했다.
남한의 이산가족 중 약 22%는 북한으로 이주했다. 특정 종교 등과 관련 있으면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이다.
나머지는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국경 근처에 조성해 놓은 이산가족 교류단지를 이용했다.
결국 남한과 북한은 통일되지 못했다.
남한은 한때 제대로 된 정치관을 가진 대통령을 뽑아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진표 대통령은 연임에 성공했고, 이때는 정치와 경제 모두가 안정되던 시기이다.
당시엔 현수가 대한민국의 모든 상장사의 주인일 때이다. 그래서 국가의 정책에 기업이 발맞춰주는 일이 가능했다.
홍진표가 퇴임할 때 대한민국은 안정된 경제, 자립 기반을 닦은 사회로 변모해 있었다.
전임들이 싸질러놓은 엄청난 국가채무도 거의 모두 상환하여 건전한 펜더멘탈(펜더멘탈(Fundamental) : 한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건강하고 튼튼한지를 나타내는 용어로써 우리말로는 기초 경제 여건이리고 풀이 할 수 있음.)을 가졌었다.
덕분에 주가도 많이 오른 상태였다.
하여 현수는 보유 주식 전부를 처분했다. 대한민국의 기업이니 대한민국 사람들이 알아서 발전시키라는 의도였다.
그런데 다시 이기주의가 판치는 경쟁 일변도의 사회로 되돌아가 버렸다.
한동안 사라졌던 ‘갑질’이 다시 나타나기도 했다.
다른 것은 다 놔두고 봤지만 이런 것은 참을 수 없던 현수에 의해 갑질한 장본인들은 모두 지옥도, 연옥도, 징벌도, 벌레도 중 한 곳으로 보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