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6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시켜 버린 것이다.
어쨌거나 대한민국은 삐걱거리지만 잘 버티고 있다.
일본과 조선인민주의공화국, 그리고 지나라는 강력한 적들이 모두 사라진 결과이다.
이실리프 왕국은 대한민국에게 없어선 안 될 나라가 되었다. 공산품 제조에 꼭 필요한 기초 소재 및 부품들을 공급하는 국가이다. 신선한 곡물과 육류의 공급자이기도 하다.
가스와 석유도 이실리프 제국이 공급하고 있다.
일본은 외부와의 모든 교류가 차단되어 국제사회의 일원에서 지워졌다. 대한민국이 해상 봉쇄를 한 때문이다.
현재는 내부 균열이 일어나 내전 중이다.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지나는 여러 개의 나라로 쪼개지면서 빈곤국으로 전락했다. 이 와중에 남지나와 북지나는 자기들끼리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특유의 이기주의와 욕심 때문이다.
한족(漢族)의 숫자는 12억 5,000만 명에서 9억 미만으로 급격히 줄었고 계속해서 줄고 있다. 전쟁 때문이 아니라 출산율이 급격하게 줄어든 결과이다.
현재엔 50쌍의 부부가 결혼했을 때 겨우 한 쌍 정도만 자식을 보고 있다. 100명의 인구가 1세대를 거치는 동안 1명으로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현수가 알고 있는 흑마법 중 저주 마법의 결과이다.
이실리프 제국에서 지나에 수출하는 식료품 중에는 스위티 클로버 제품군이 있다. 참고로, 스위티 클로버는 마인트 대륙의 특산물로 잡초 취급을 받는 다년생 풀이다.
이실리프 그룹은 이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 쉐리엔의 버금 갈 히트 상품이다.
이 중엔 차(茶)로 만든 제품도 있다.
마시기만 해도 체내의 독성물질을 분해해주는 효능이 있다. 숙취 해소에도 좋고, 피로도 회복된다.
게다가 암 발생을 극도로 억제하는 효능이 있기에 다른 어떤 차보다도 스위티 클로버를 선호한다.
그런데 지나에 수출되는 이것엔 임신을 방해하는 저주마법이 걸려 있다. 그렇기에 출산율이 극도로 떨어진 것이다.
지나용 수출품은 별도의 공장에서 제조되고 있는데 생산 공정을 거치는 동안 자동으로 저주 마법이 인챈트된다. 티백에 그려진 로고가 바로 저주마법진인 것이다.
어쨌거나 현수는 한족의 전체 인구가 5,000만 명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이 마법을 해제할 생각이 없다.
1세대가 지날 때마다 100분의 1로 줄어드니 12억 5,000만 명이었던 인구는 30년 후엔 1,250만 명으로 쪼그라든다.
다시 30년이 지나면 12만 5,000명이 되고, 또 30년이 지나면 1,250명으로 준다. 여기서 다시 30년이 지나면 대륙의 한족의 숫자는 12~13명이 된다.
스위티 클로버를 수출하고 120년 정도가 지나면 현수가 의도하는 바대로 대륙은 비워진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화교 숫자가 약 5,000만 명인 것이다.
아무튼 대한민국은 이제 안위를 위협받는 국가가 아니다. 국방비를 대폭 줄일 수 있어 발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집단 이기주의와 욕심, 그리고 정쟁이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면 이실리프 왕국은 이러한 사회 반목현상이 없다. 가히 낙원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살기 좋은 나라이다.
공부를 강요하지도 않고, 취업 걱정도 하지 않는다.
물가는 싸고 품질은 좋다.
노후를 어찌 보낼지 고심할 필요도 없다. 원하기만 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적절한 일이 주어지는 때문이다.
하여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매년 엄청난 황사를 야기하던 고비사막은 이제 더 이상 쓸모없는 땅이 아니다.
물의 정령왕 엘레이아와 땅의 정령왕 노이아, 그리고 바람의 정령왕 세리프아 덕분에 상전벽해가 되었다.
현재는 문전옥답 같은 농지도 있고, 과수원도 즐비하다. 당연히 축사도 지어져 있고, 도시도 건설되었다.
염수였던 지하수에선 정제된 소금이 추출되고 있다.
제법 깊이 있는 계류도 흐른다.
풍부한 수량을 가진 이 계류는 이리저리 구불거리며 고비사막이었던 농지와 과수원 등에 충분한 물을 공급한다.
바세른 산맥 아래와 이실리프 군도의 이실리프 왕국은 아르센 대륙에서 가장 문물이 발달된 국가가 되었다.
하여 세계 각국의 문물이 이곳에서 이합집산을 되풀이한다. 이는 풍부한 농 ․ 축산물 때문만은 아니다.
도자기, 유리, 시멘트, 철근, 천연고무, 알루미늄 새시, 종이 등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지구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생산공정은 철저한 비밀이다.
너무 빠른 발전은 심한 오염을 불러올 수 있음을 알기에 꼭 필요한 만큼만 생산토록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
카이로시아와 로잘린, 케이트와 스테이시, 그리고 다프네는 현수의 품에 안겨 행복한 세월을 보냈다.
다들 셋 이상의 아이를 출산했음에도 처녀 시절의 아름답고 날씬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마법이 일상인 곳이기에 지구에서처럼 모습을 감출 필요가 없어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두 가지 변동사항이 있다.
이실리프 왕국엔 후궁이 둘이나 생겼다.
하나는 율리안 영지 출신 엘리시아 나후엘 드 율리안이다.
로잘린을 따라와 40살 가까이 되도록 시집도 안 가고 오로지 현수만 바라보았기에 구제해주었다.
당연히 슈퍼 포션을 복용했고, 열흘에 걸친 마사지를 받았다. 그 결과 엘리시아 역시 젊음을 되찾았다.
다른 하나는 S급 용병이 된 줄리앙이다.
헤어질 때 현수가 준 라일리아 후작의 검법서를 익혀 소드 마스터가 되어 S급 용병이 된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줄리앙은 자신의 엉덩이를 입으로 빨았으니 책임지라며 난동 아닌 난동을 부렸다.
줄리앙의 나이도 마흔이 가까웠을 때이다. 막 엘리시아를 받아들였던 시기이기도 하다.
줄리앙을 불러들여 자초지종을 들은 카이로시아 등 다섯 왕후는 이 참에 제국으로 명칭을 바꾸라고 하였다.
하여 줄리앙을 받아들이면서 이실리프 제국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현재 두 곳의 영토는 카이로시아와 로잘린의 아들들이 국왕 자격으로 통치하고 있다.
콰트로 대륙 또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5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나라의 틀이 잡혔고, 인구도 많이 늘었다. 맹수와 몬스터가 없는 곳인 덕도 있다.
사통팔달한 도로가 물류의 흐름을 빠르고 부드럽게 해준 결과이다.
넓은 농지에선 충분한 곡식이 생산되고, 산지에선 달콤하고 큼지막한 과일이 생산되며, 축사에선 신선한 축산물이 공급된다. 사방이 바다인 섬이기에 해산물 또한 풍부하다.
현수는 결국 신하들에게 졌다.
천 명이 넘는 관리 전부가 삭발하고 단식투쟁을 벌인 결과이다. 하여 일곱 황후를 받아들였다.
로즈는 아들 셋에 딸 둘을 낳았다. 마샤와 아그네스 등도 셋 이상의 아이를 출산했다.
일곱 황후가 출산한 아이의 숫자만 26명이다.
아이들이 장성하자 현수는 적당한 크기의 땅을 주었고, 각각의 왕국을 건국토록 하였다.
마인트 대륙의 수도 서울은 거대한 도시가 되었다.
수많은 건축물이 들어섰고, 인구도 엄청나게 늘었다.
선술집에서 기분 좋게 한잔하고 있는 드래곤을 만나는 게 어색하지 않은 아주 활발한 도시이다.
이곳에서도 현수는 신하들에게 졌다.
그 결과 싸미라를 비롯한 일곱 황후와 더불어 아주 행복한 세월을 보냈다.
황후들은 여전히 아름답고 날씬하다. 하여 여기저기 널려 있는 별장들을 방문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그 결과 많은 아이가 태어났다.
서로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도록 아주 공정하게 대해주었기에 다들 사이가 좋다.
현수는 각자의 재질에 따라 마법, 검, 정령술, 학문 중 하나를 익히도록 하였다. 이 아이들 역시 모두 적당한 영토를 할양받아 국왕이 되었다.
2164년 2월 22일, 러시아로부터 보르자와 네르친스크 지역을 조차받은 지 150년이 흐른 때이다.
현수는 비서실장이 가져온 외교문서에 시선을 주고 있다.
귀국과 아국 간 체결된 조차에 관한 조약은 2164년 3월 1일에 기한이 만료됨을 통보합니다.
이에 아국은 현재 귀국이 점유하고 있는 아국의 영토를 영구히 할양함을 통보합니다. 앞으로도 양국 간 문물 교류 및 우호증진이 계속되길 기원합니다.
- 러시아 대통령 빅토르 이바노프스키
16장 에필로그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나라가 이실리프 제국이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무력도 가졌다.
게다가 홍익인간(Benefit all mankind)을 뜻하는 이실리프 제국의 통화 밤(BAM)화는 세계경제의 흐름을 잡아주는 기축통화이다.
러시아 역시 발전을 거듭했지만 이실리프 제국에 비하면 한참 멀었다. 국토의 일부를 내어주는 대신 교류를 계속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는 판단에 기꺼이 영토 할양을 하겠다는 외교문서를 보내온 것이다.
“끄응! 이러면 안 되는데.”
옛 영토인 사할린을 돌려받으려던 현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웃는 얼굴에는 침을 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끄응! 할 수 없군. 사할린은 한참 뒤로 미뤄야 하네.”
현수는 곁에 있던 황제의 직인을 찍었다.
2114년엔 더 많은 외교문서를 받았다.
콩고민주공화국과 에티오피아, 그리고 우간다와 케냐, 마지막으로 몽골 정부에서 보낸 것이다.
기한이 만료되는 기존 조차에 관한 조약을 무효로 하며, 현재 이실리프 제국이 사용하고 있는 영토 전부를 영구히 할양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교류를 당부드립니다.
이게 외교문서들의 공통된 내용이다.
이실리프 제국 덕분에 엄청난 반사이익을 입고 있음을 알기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보다 훨씬 전인 2020년경엔 외교문서의 러시를 경험했다. 수단, 탄자니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잠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앙골라 등 아프리카 각국으로부터 조차 의견서가 당도한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도 조지차를 줄 테니 진출해달라는 외교문서가 당도했다.
이들의 조차 조건은 대체적으로 약 10만㎢를 300년간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치외법권이다.
이처럼 조건이 후했던 것은 콩고민주공화국과 에티오피아 등이 어떻게 발전하는지가 언론에 보도된 때문이다.
두 나라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발전되었으며, 살기 좋고, 안전한 나라로 평가되고 있었다.
이실리프 왕국과 교류를 하게 되면 같은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조차지 제안을 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현수는 더 이상의 영토 확장을 꾀하지 않았다.
대신 이실리프 그룹의 모든 계열사와 천지그룹, 백두그룹, 태백그룹이 진출하도록 했다.
이들 덕분에 조차의견서를 보냈던 국가들은 외환위기 등으로부터 손쉽게 빠져나왔으며, 빠른 발전을 거듭했다.
그중 이실리프 뱅크의 역할이 가장 컸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농간 세력들의 야욕을 잠재워 버렸다.
어느 국가든 외부자본에 의한 농간에 휘둘릴 수 있다. 욕심만 사나운 국제펀드 등이 그런 존재이다.
1998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을 때 텍사스에서 창업된 헤지펀드 ‘론스타’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기업의 인수합병을 전문으로 하는데 회사의 생산성이라곤 코딱지만큼도 없었다.
이실리프 뱅크는 막대한 자본력으로 이런 자들의 농간을 중도에 잠재워 버렸다. 남의 위기를 틈 타 돈질로 돈을 벌려던 야욕을 차단시킨 것이다.
그 결과 여럿이 그 힘을 잃고 사라졌다.
이들의 숨은 이실리프 트레이딩이 끊어놓았다.
대놓고 지목한 뒤 이들이 관여하고 있는 기업 등의 주가를 흔들어 망하게 만들었다.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납품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원료를 공급받지 못하거나, 완제품을 납품하지 못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
이실리프 트레이딩의 지목에도 불구하고 코웃음 치며 팔짱을 끼고 있던 펀드들은 보유하던 주식이 휴지가 되는 걸 보아야 했다.
이실리프 그룹은 이들이 떨어져 나가면 해당 기업에 자본을 투입하여 다시 회생시켜 주곤 하였다. 하여 전 세계 투기자본들은 이실리프라는 이름만 들어도 진저리를 친다.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조차 품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자본의 집약체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