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5화 (5/232)

§05. 썩은 어머니

퀴리 부인.

폴로늄과 라듐의 발견자이자, 방사능 연구의 선구자. 화학에 전기 분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한 위대한 여성 과학자의 대명사.

그런 여인이 내 앞에 있었다. 나보다 족히 10살은 어린 연구자 신분으로.

"혹시 「민족과 운명」과 「반지성의 시대」를 집필하신 허버트 박사님이신가요?"

내가 입을 꾹 다문 채, 상대를 노려보고 있자, 여인... 그러니까, 평생 이런 표현을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퀴리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렇네만. 혹시 읽어봤나?"

나는 설마 그녀의 입에 내 책의 이름이 나올 줄 몰랐기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책상 서랍을 뒤져서 책 한 권을 꺼냈다.

그것은 분명히 내가 쓴 책의 프랑스어 판본이었다.

"정말 감명받았습니다!"

나는 정말로 큰 혼란을 느꼈다.

지금까지 언제나 본받아야 할 위인으로 여겼던 그녀와 내 관계가 실제론 정반대라는 사실이 와 닿은 것이다. 그녀에게 나는 실적을 가진 학자였고, 반대로 나에게 그녀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 연구생이었다.

"용케 구했군."

나는 고소를 머금었다. 역사적 위인에게 감명을 준 책을 썼다는 자부심은 없었다.

언젠가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그 두 권의 책은 내 인생의 흑역사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몇몇 젊은 학생들이 그 책을 들고 와 내게 존경을 표할 때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심지어 그것이 퀴리 부인이니 더욱더 말이다.

"사실은, 처음에는 피에르 퀴리를 초청했네."

우리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서가 드물게도 변명하듯 말했다.

"네, 하지만 그이는 지금... 여긴 없네요. 프랑스 연구소를 떠나고 싶지 않아 해서요. 어렵게 구한 기회니까요."

"이해하네."

"그리고 또, 베크렐 교수님도 제 연구 건으로 협력해주고 계셔서요. 남는다면 그분과 제가 남을 수는 없었던지라."

"그렇지. 둘 다 내팽개치고 올 수는 없었겠지."

아서와 퀴리는 짠 듯이 말을 주고받았다. 나는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했다. 내가 전생에 아주 잘 알던 과거의 위인과, 현생의 아주 잘 알던 친구가 대화하는 장면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 탓이었다.

"피에르 퀴리는 초청을 거절하며 자신의 아내를 대신 추천했지.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연구도 부인께서 시작한 연구였다더군."

"그이와 베크렐 교수님이 많이 도와주셨죠."

"아무튼, 그녀와 만나본 나는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지. 학회에 이름만 걸어놓은 멍청이들은 눈치채지도 못한 테스트를 통과했으니 말이지."

아서는 누가 봐도 알 정도로 퀴리를 띄워 주고 있었다. 나는 그가 남을 이토록 칭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놀랍지는 않았다.

바로 그 퀴리 부인이 아닌가.

이런 젊은 나이부터 두각을 드러내다니. 역시 대단하다.

"그러면 우리는 조금 바빠서. 아, 이건 얘기했던 동상일세."

"아, 네, 감사합니다."

아서는 어색할 정도로 서둘러 말을 끊었다. 그는 퀴리의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걷기 시작했다.

퀴리 부인 같은 인물을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몰랐기에,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아서의 뒤를 쫓았다.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업적을 세우는 것은 몇 년 뒤의 일이니, 지금 내가 그녀를 아는 척하는 것은 굉장히 이상해 보일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더니, 아서가 걸음을 늦추며 뒤따르던 나에게 몸을 바짝 붙였다.

"이봐, 필로, 정말 그러기야?"

"뭐? 뭐가 말인가?"

"아무리 못 미덥게 생각하더라도, 그녀는 내 손님이야! 자네는 나한테 망신을 주는군!"

아서의 속삭임에 나는 놀라며 부정했다.

"내가? 퀴리 부인을? 말도 안 돼!"

나는 아서와 퀴리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아서는 일부러 들려주듯이 퀴리를 칭찬했고, 퀴리는 계속해 누군가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바로 나였다!

"설마 내가 그녀가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했다고 생각한 건가?"

"아니었나?"

"당연하지!"

이 또한 시대의 차이였다.

19세기 여성은 차별의 대상이었지만, 특히나 과학계는 정도가 유별났다. 내 고국인 영국 역시 마찬가지로 왕립 학회는 여성 회원을 인정하지 않았고, 내 모교인 케임브리지 역시 여성에게 학위 수여를 거부했다.

여성의 두뇌가 과학을 할 만큼 발달하지 않았다는 트집 같은 이유였다.

"그건 절대로 아니야. 그녀는 대단한 사람이야."

하지만 21세기 사람이라면, 아니, 당장 퀴리 부인의 일생을 아는 자라면 누구라도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인지 알 것이다. 그녀는 누구보다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그녀가 대단하다니?"

그랬더니, 이번에는 아서가 반대로 말꼬리를 물었다.

"자네가 만든 테스트를 통과했다며."

"무슨 테스트였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단언할 수 있어?"

나는 아서를 멀뚱히 쳐다봤다.

이게 미쳤나.

갑자기 그는 퀴리를 부정하고, 내가 옹호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었다.

"이유로 말하자면 나는 네 안목을 믿고, 내 안목도 믿는다는 거지. 둘 다 그녀가 훌륭한 사람이라고 동의했으니 그런 거겠지."

나는 속으로 불평하면서도 최대한 말꼬리를 물리지 않게 이야기를 수습했다. 어중간하게 그의 신경을 자극해봐야 내 손해였다. 기분 나쁜 아서는 문자 그대로 무슨 짓을 할 줄 몰랐다.

그랬더니, 아서는 반대로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그렇단 말이지."

사람을 지독히 불안하게 만드는 미소였다.

나는 내 착각 하나를 정정했다.

아서는 20년 동안 변한 게 없기는커녕, 훨씬 더 알기 어려워졌다.

전혀 알 수 없는 이유로 기분이 좋아진 그는 다시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는 지하실 방 끝에 있는 문을 열었다.

"문은 전부 닫아. 하나라도 빼먹으면 안 돼."

그게 무슨 말인지, 나는 곧 알 수 있었다.

아서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가 문을 닫으며 안으로 들어가자, 아서는 또 다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문을 닫고 들어가자, 아서는 또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것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어디에도 써먹을 수 없는 작은 방이 연속해서 나왔다. 오라클이 놓인 방도 결코 작지 않았는데, 이렇게 낭비된 공간에 비하면 협소해 보일 지경이었다.

나는 방이 몇 개인지 아서가 알고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모든 방이 똑같은 모양, 똑같은 크기였다. 그리고 어떤 물건도 없었다.

"이제 다 왔어."

어느 방에 도착하자 아서가 말했다. 나는 문을 닫으며 불평을 토해냈다.

"이 지긋지긋한 마트료시카도 끝인가? 제발 좀 앉아서 쉬고 싶군."

"그 부탁은 못 들어주겠는데."

마지막 방은 지금까지 지나온 방들과 사뭇 달랐다.

무엇이 달랐냐면, 벽면에 작은 찬장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였다. 그 외에는 다른 방과 똑같았다. 좁고 협소한 방. 그리고 눈앞에는 또 다른 문. *마지막* 방은 아닌 게 분명했다.

아서는 찬장에서 위스키 두 병을 꺼냈다.

"마셔."

"이런 저택에 비치될 만한 물건으론 안 보이는데."

라벨을 확인한 나는 미간을 좁혔다. 실제로 그것은 공장 노동자들이 마시는 싸구려 위스키로, 오로지 취하기 위한 그런 술이었다.

"나는 먹을 것에는 까다로워."

"숙취가 쎌수록 좋거든. 여러 종류 마셔봤지만, 이게 제일 독해. 아침이 되면 머리가 깨지지."

그게 뭐가 좋다는 건지 몰랐다.

그는 위스키병을 열면서 찬장에서 또 다른 물건을 꺼냈다. 나는 기겁하며 물었다.

"그건 담배인가?"

아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성냥을 꺼내 찬장에서 꺼낸 궐련에 불을 붙였다.

방 안에 단 냄새가 가득 찼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 냄새의 정체를 아주 잘 알았다. 런던의 빈민가, 화이트채플 어디서나 맡을 수 있는 냄새였으니까 말이다.

"아서 프랑크!"

일찍이 나는 아서를 동경했다. 그는 언제나 특별한 존재였다.

아서와 어울리는 것은 언제나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그가 가진 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카리스마와 상상력이 있었다.

"한다는 게 기껏 이거였나?"

그 장면은 청년 시절부터 이어졌던 그 은밀한 동경을 단숨에 무너트릴 만큼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그에게서 느껴졌던 신비함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영국 최고의 명사들을 위한 아편굴?!"

엄선된 명사들, 사라진 사용인들, 거대한 비밀 지하실, 무수히 많은 방과 문....

모든 수수께끼가 최악의 형태로 설명되었다. 나는 실망을 넘어 분노했다.

"오해야."

"이걸 보고 뭐가 오해란 말인가!"

"많은 사람이 아편을 종착지로 여기지. 그래서 오해하는 거야. 하지만 이건 과정이야. 찬물에 들어가기 전에 발을 담그는 그런 준비 과정이라고."

아서는 익숙한 동작으로 궐련을 피웠다.

"들어본 것 중에 최악의 변명이군. 난 돌아간다."

"믿건 말건, 여기까지 데려온 건 네가 처음이야."

나는 발을 멈췄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좀 특이한 모양이더라고. 도통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겠어."

"확실히 그런 모양이군. 내가 이토록 실망할 줄도 몰랐던 모양이니!"

그러자 아서는 내 말의 어디가 그리 웃긴지 폭소했다.

"정말로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군그래. 너는 아주 특별해. 어쩌면 나만큼 말이지."

나는 뭔가 말하려 했으나, 아서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너는 동상이 뭔지 알고 있었어. 이름뿐만 아니라, 그것이 정확히 뭔지도 말이야. 아니야?"

나는 입을 닫았다.

"그렇다면 내 행동이 목적성을 띌 수 있다는 것도 알겠지. 저 문 너머에 어떤 존재가 있느냐에 따라서 말이야."

아서의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아서가 마약 중독자라는 사실에 실망하는 한편, 어떤 가능성에 대해서 눈치채고 있었다. 그저 내 현실적인 사고가 애써 그걸 부정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크툴루 신화는 인간에게 친절하지 않다.

맨 정신으로 목도하는 것만으로 인간을 완전히 미치게 만드는 신화적 존재들이 즐비한 세계관이었다. 그에 대해 인간이 대비할 방법은 아주 적었다.

술과 마약으로 뇌를 마비시키는 것은, 사실 그 방법으로 나쁘지 않게 여겨졌다.

그리고 아서의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그는 간접적으로, 그런 것들이 실존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는 동상의 정체따위를 묻기 위해 부른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 이상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틀림없이 공포가 원인이었다. 공포 외에는 없었다.

"그리고 넌 도망치지 않아."

"그건 무슨 근거로 하는 말이지?"

"근거는 없어. 내 추측이야. 나는 다른 사람 생각을 모른다고 했잖아."

아서는 혀가 풀린 발음으로 말했다. 아편 때문에 밝게 빛나던 눈은 노랗게 충혈되어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지. 너는 위험한 걸 피하지 않아. 아니, 그 수준이 아니지. 너는 위험을 즐겨."

"내 신조는 안정적인 인생이지만?"

아서는 고개를 저었다.

"넌 미친놈이야."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날 두고 가지도 않겠지."

"그건 추측보다는 희망사항 아닌가?"

"그런 편이지."

"하지만 아편은 안 해."

"아, 강직하시군."

아서와 나는 잠깐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나는 위스키를 들이켰다. 입부터 위까지 뜨겁지 않은 곳이 없어, 심지어 그 형태를 느낄 수도 있었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고양감에 사로잡혔다. 아서 탓이었다. 그가 있으니 청년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되었다.

"그래, 한 번 보지. 그 난리를 치면서 보여주려 한 게 뭔지 말이야."

아서는 고개를 힐끔 돌렸다.

"문이 닫힌 건 확인했지?"

"그래, 그런데 이 문이 다 뭐길래 난리인가?"

아서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 보면 알거야. 미리 경고하는데, 뾰족한 거 갖고 있으면 전부 버려."

문이 열렸다.

코가 썩어버릴 것 같은 악취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문 너머, 어둠을 엿봤다. 거기 존재한것은괴물이었다.

그것은살아있는 동시에썩어있었고재생하며동시에부패했다.

거미의형태를한것은때로는 여덟개때로는열두개의 다리를가져그수를짐작하기어려웠다.

안면에는인간을닮은이목구비가존재했으나일정한형태를갖추지못했다.

매순간안면은융해와 응고를반복했기에 그것이 웃는지우는지알기어려웠다.

품에는사람 크기의 흰고치가안겨있었는데그것을사랑스럽다는듯이 껴안고있었다.

나는본능적으로두존재가피식과포식이상의감정적 교류를하고있다는걸깨달았다.

역겨운사랑이다!

그것은거미줄위에누워있었는데나는그거미줄이실로짜여진것이아님을알았다.

문이다!

문을열어서는안됐다!

저것은모든문을순식간에통과해나에게도착한다!

문이더필요해!

나는이순간무엇보다산탄총을원했다!

저것을쏘고내머리를쏴야했다!

저것이나를봤다!

나는허리띠를풀어내목에걸었다!

아서가내어깨를잡아당겼다!

나는 속절없이 뒤로 넘어졌다.

"아악! 아아아아악!"

고통은 비명의 신호탄이 되었다. 나는 목이 쉴 정도로 비명을 질렀다. 아서는 내 턱을 잡고 그 위에 위스키 한 병을 더 부었다. 나는 바닥에 토했다.

"케엑! 켁! 켁! 아아아아! 이게 다 무슨 속셈인가!"

나는 절규했다.

"무려 20년이나 연락 한 번 없더니, 갑자기 추리 소설에나 나올 법한 저택에 들이질 않나, 존재할 리 없는 미래 기술을 선보이고, 불가사의한 가정사를 말하고, 이제는 저런 괴물을! 괴물을!"

아서는 쓴웃음 지었다.

"필로, 나는 잡종이야. 저 괴물은 나의 친모지."

나는 멍하니 그 말을 이해하려 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극히 최근이야. 선친께서는 그가 가진 저주받을 성욕으로 저 괴물과 교접했지. 그 대가는 참혹했어. 자손인 우리 쌍둥이에게는 더더욱 말이야. 나와 형은 한 인간이 가져야 할 것을 나눠 가졌지. 내 경우엔 늙음이었고, 형은 젊음을 빼앗겼지."

내 머릿속에 한 노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안면이 녹아내린 것처럼 보일 정도로 노후한 집사였다.

"그래, 맞아. 네가 본 집사는 내 형이야. 40년간 어떤 교육도 받지 못하고 학대당하며 산 사람에게 상식을 가르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넌 상상도 못할 거야. 덕분에 저택의 모든 사용인이 일을 그만뒀지."

나는 집사의 어색한 동작을 떠올렸다. 노크를 막 배운 듯한 공손한 동작? 아니었다. 그는 말 그대로 노크를 막 배운 것이었다!

"그러던 도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 우리 형제가 인간을 반씩만 나눠 가졌다면, 나머지 반은 뭐로 채운 걸까? 나는 대체 뭘까, 필로? 필로?"

...그 뒤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주변인들의 말에 따르면, 나는 허리띠가 풀려 바지가 벗겨진 채로 미친 듯이 쩔뚝이며 내가 사는 아파트까지 뛰어왔다고 한다. 프랑크 저택으로부터 시간으로만 7시간 이상 달린 셈이었다.

의족은 발을 완전히 파고들어, 피투성이로 쓰러진 것을 마리가 발견하고 나를 병원까지 호송했다. 다리의 상태는 악화되어 의사로부터 한 달 동안 절대 안정 처방을 받았다. 나는 한 달을 침대에서 보내게 되었다.

이 모든 사건이 내가 과음한 탓이라고 믿는 마리는 금주령을 내렸다. 나는 해고를 핑계로 협상하려 했으나, 마리는 기어코 내가 숨겨놓은 모든 와인을 찾아 숨겼다. 나는 몇 안 되는 즐거움 중 하나인 식후 와인 한 잔을 빼앗긴 탓에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 날 이후, 나는 누군가 문을 여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현관과 내 방문이 동시에 열리는 것만큼은 어떤 경우에도 허락하지 않는다고 엄포를 놓은 탓에 마리는 더욱이 나를 치매 환자 취급하기에 이르렀다.

아서 프랑크는 연락하지 않았다. 나는 그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애써 그 사실을 외면했다.

아, 그래, 아마 궁금할지 모른다.

그 뒤로 그는 어떻게 됐을까. 그가 나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프랑크 학술회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어째서 뇌내 독자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가.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프랑크 저택을 방문한 날로부터 정확히 2달 뒤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호외요, 호외! 런던에서 운석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녹색으로 빛나는 운석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호외요, 호외!"

원하건 원하지 않건 지구의 음지는 게걸스럽게 런던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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