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8화 (8/232)

§08. 퀴리 부인

처음 쫓기기 시작한 이래, 나는 이상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포위망의 존재였다.

체계적으로 다듬어진 포위망은 너무 이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서서히 좁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단언컨대 그것은 훈련받지 않은 부랑자들이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10년 전, 내가 다리를 잃은 사르데냐 전투는 21세기 현대전의 양상을 띠고 있었다.

영국의 해상 봉쇄가 시작된 것은 좋았으나, 섬 전체에 도배된 해안 요새는 영국군 역시 섬에 진입할 수 없게 했다. 해로가 봉쇄된 와중에 낙오된 나의 사단은 부족한 전력과 적은 자원을 이유로 분대 단위의 게릴라 전투를 이어나갔다.

세계 어느 나라의 전술 교범에도 실리지 않은 전투, 역사상 유례없는 집단 게릴라전이 시작된 것이다. 고립된 우군과 적군 양군은 1년 동안 엄청난 전술적 진보를 거듭했다.

고작 런던 빈민굴에서 그때의 감각을 되새기고 있다는 건 정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몰고 있군."

나는 초조함을 감추고 퀴리에게 속삭였다.

"몰고 있다뇨?"

"미행을 눈치챈 걸 깨닫고, 우리를 어딘가로 유도하고 있네."

그들이 적의를 갖고 있다면, 우리를 해치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터다. 고작 중년 절름발이와 외국인 여성 두 명이 아닌가. 그러나 그들은 무슨 의도인지 교활하게 간격을 유지했다. 지금은 순순히 그 의도에 따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거리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우리는 더욱 기괴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발화지인 운석의 추락 지점과 가까워질수록, 반대로 불에 탄 건물이 줄어들고 있었다. 대신에 남아 있는 건물은 하나같이 괴상하기 짝에 없었다.

어떤 점이 그랬냐면, 건물에는 문이 없었다. 열려 있는 창문 턱에는 신발 밑창 자국이 잔뜩 찍혀 마치 그곳이 출입구처럼 여겨지는 듯했다.

"지면이 침강했군요. 이것도 운석의 여파일까요?"

"모르겠군."

나는 내가 보고 있는 광경을 알고 있는 어떤 과학적 원리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 충돌의 여파로 지면이 뒤틀릴 정도라면, 이토록 온전한 건물이 남아 있어서는 안 됐다.

사람은 여전히 한 명도 보이지 않았으나, 길 위에 뽀얗게 쌓인 잿더미 위로는 무수히 많은 족적이 찍혀 있었다. 나는 그것이 어떤 종류의 신발인지도 짐작할 수 없었다. 발자국보다는 손자국이라고 하는 것이 어울렸다.

"이상하군요."

퀴리 역시 거리의 기이한 면을 느꼈는지 내게 속삭였다.

"그래, 건물들이 처음부터 이랬을 것 같진 않군."

"그게 아니라, 혹시 바다 냄새가 나지 않나요?"

냄새? 나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확실히 냄새가 바뀌었다. 템스 강 특유의 오물 냄새가 아닌 이것은 생선 비린내에 가까웠다.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 같군요."

나는 그녀의 소감에 동의했다. 냄새가 공간을 구분한다면, 이곳은 엄연히 다른 공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완전히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군에서는 지도만 보고 위치를 파악하는 일이 잦았지만, 그런 내 경력은 여기서는 아무 쓸모도 없었다. 도로와 건물의 구조는 이미 지도를 통해 익힌 것과 전혀 달랐다.

그나마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점점 더 도로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 주민일까요?"

"그렇겠지. 하지만 자극하지 말게."

마침내 몇몇 건물의 창문 너머나 골목 사이사이에 살아있는 주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런던 사람이라곤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추레한 몰골이었다.

재난이 일어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생존자들은 살아있지 않은 것처럼 말랐으며 허공을 바라보며 이상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것은 어쩌면 기도문처럼 들렸는데, 나는 그런 끔찍한 존재들이 기도를 바치는 대상이 무엇일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세상에! 몇몇은 대낮에 거리 한가운데에서 성행위 하고 있었다. 나무토막을 이워 맞추는 듯한 그것은 관능적이라기보다 역겨웠다. 보통 생명이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분명 생명의 과잉이었다!

나는 그 추악한 장면에 고개를 돌렸다. 차라리 불에 탄 시체가 아름다웠다.

우리는 더욱더 깊이 들어왔다. 이제 거리 초입에서 맡았던 기름과 오물 냄새는 거의 사라진 대신, 바닷물 특유의 짠 냄새와 지독할 정도의 생선 썩는 냄새가 다시금 코를 괴롭혔다. 원래 폭이 넓지 않은 템스 강은 바다처럼 광활하게 보였다.

추격자들이 누구건, 그들은 우리를 원하는 만큼 몰아넣은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더 이상 모습을 숨기지도 않았다. 벽을 돌아보면 우리 뒤를 따르고 있는 이들의 그림자가 보였다. 셀 수 없는 숫자의 추격자가 우리의 걸음 속도에 맞춰 걸었다.

───뚜벅 뚜벅.

───철퍽 철퍽....

저 소리! 그들이 우리에게 다가올 때마다 철퍽이는 소리가 들렸다. 비 오는 밤, 바다 위에서 항해하는 철갑선 몸체를 파도가 때릴 때나 나는 그런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나는 내가 뭍을 걷는지, 바다 위를 걷는지 헷갈렸다. 사람보다는 물귀신에게 쫓기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 추적의 끝을 예감했다. 우리 눈앞에 다리가 나타난 것이다. 제이콥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였다. 다리 너머로 아주 선명한 녹색 불빛이 어지러이 흐드러지고 있었다.

"우리를 운석 쪽으로 이끌고 있군요."

퀴리가 말했다.

"하지만 어째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어떤 일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모든 것이 모순이었다. 우리 둘은 다리 위로 올라갔다. 이제 저들은 모습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나, 둘...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들은 이윽고 수십에 이르렀다. 나는 이 좁은 골목길을 그토록 많은 인원이 질서 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들은 형용할 수 없는 기묘한 유대감으로 연결된 듯했다.

하지만 문제는 형체였다. 그들은 사람보다도, 사람을 흉내 내어 옷을 입은 짐승처럼 보였다. 어둠 속에서도 안구는 선명하게 빛나 우리를 지켜봤고, 눈꺼풀이 없는지 눈을 깜빡이는 이들도 없었다. 코가 없어 숨쉬기가 어려운지 혀를 내밀며 헐떡이는 이도 있었다.

"무슨 돌림병이 퍼진 걸까요?"

퀴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곧바로 합리적인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병 같은 것이 아님을 알았다. 이와 같은 묘사를 나는 전에 '읽은 적'이 있었다.

"이유는 묻지 말고, 지금부터 저들을 같은 사람으로 여기지 말게."

"그들이 가난하고 병들었기 때문인가요?"

퀴리는 내 무신경한 말에 경멸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네."

다리를 건너자, 소문 무성하던 제이콥 섬의 참상이 드러났다. 한때 빼곡히 쌓여 올라져 있었던 건물과 선착장은 이제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섬은 거대한 크레이터였다.

바닥에 짙게 깔린 잿더미 사이로 이끼인지 곰팡이인지 모를 푸르스름한 것이 잔뜩 끼었고, 강물은 섬의 외각에 파도치듯 부딪쳐 크레이터 안으로 오염된 물을 흩뿌렸다.

크레이터의 중심에 위치한 것은 운석이었다. 이끼는 운석을 중심으로 원처럼 퍼져 나가고 있었다.

들은 바대로 과연 신비하게 빛나는 녹색 광석이었다. 그 흉흉한 불빛은 비켜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우리를 여기까지 유도한 추적자들은 운석을 향해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아아, 과연, 그렇구나. 저것은 지상에 도착한 지 이틀 만에 현지인의 숭배 대상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이단적인 신앙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다. 저 불빛은 사람의 마음을 빼앗았다. 부나방이 그러하듯, 종국에는 파멸로 이끌릴 것을 알면서도 그 귀기 어린 아름다움에 매혹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운석이 아니었다.

"저건 뭐죠...?"

퀴리는 알아보지 못하고 미간을 좁혔다. 그녀 같은 영민한 자조차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나만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무조건 운석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비행기였다.

초현실적인 비행 물체 따위의 불분명한 것이 아닌, 분명히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초기형 복엽기 말이다. 라이트 형제의 기념적인 첫 비행보다 8년 이른 항공 사고였다.

나는 애써 충격을 뒤로하고, 비행기의 추락 원인을 분석했다. 원인은 날개 부분이었다. 날개의 단면은 어떤 강한 힘에 뜯겨져 나간 것처럼 깔끔했다. 이 부분만큼은 추락 후 파편도 보이지 않았고 비행 중에 파손된 것이다.

아무리 비행기가 빠르게 등장했다고 해도, 기상 악화를 견딜 만큼 견고하진 못한 초기형 모델이다. 이틀 전 새벽처럼 폭풍우가 치는 밤에 무리하게 운행한 결과,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것이다.

나는 비행기 조종석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운전석에는 흥건한 핏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거기에는 시체 같은 건 없었다. 이 정도로 큰 출혈이 있는 사람이 제 발로 걸어서 나갔을 리는 없었다.

"이런 건, 본 적이 없어요...."

반대로, 퀴리는 노골적인 핏자국조차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운석에 의식을 빼앗기고 있었다. 녹색 광선이 비치는 여인의 모습은 더없이 불길하게만 보였다.

나는 바닥에서 불에 그슬린 철제 태그를 발견하고 들어 올렸다. 장갑으로 표면에 묻은 검댕을 닦아보려 했으나, 완전히 달라붙었는지 열을 가해야만 떼어낼 수 있어 보였다. 이것은 아마 이 기묘한 비행 화물에 대한 단서를 줄 것이다.

───철퍽!

그때, 템스 강이 크게 첨벙였다.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그 오수 말이다. 나는 뭍으로 기어나오는 그 존재를 목격하고 경악했다.

그것은 이미 인간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이형의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 형상에 대해 가장 정확한 묘사를 해보자면, 그것은 이족보행 하는 어류였다. 돋아난 아가미 사이로는 템스 강에서 묻혀온 것인지, 검은 기름이 끼어서 바닥까지 늘어졌다.

퀴리는 뒤늦게 그 존재를 깨닫고 숨을 들이마셨다. 비명을 지르지 못한 건지, 않은 건지 몰라도 그를 자극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Bbugura!"

그것은 육성으로 외쳤다. 그 신경 거슬리는 목소리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데시벨의 한계선에서 왕복하여, 심히 듣기 거북한 것이었다. 그 외침에 운석을 향해 절하고 있던 변이된 부랑자들이 몸을 일으켰다. 아마도 그는 이들을 이끄는 지도자, 아니면 제사장 같은 존재인 것 같았다.

"무슨 뜻이죠?"

"유감스럽지만, 영어는 아니네."

"그리고 폴란드어, 러시아어, 프랑스어도 아니고요."

"Bbugura! Szhu-tuthnn'uun Anghuha!"

제사장은 크고 넓적한 눈 속에서 안구만 돌려 우리를 쳐다보고는, 손가락의 잔재로 보이는 것을 치켜세워 바깥을 가리켰다.

"떠나라는 뜻일까요?"

나와 퀴리는 조심스럽게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제사장은 다시 한 번 외쳤다.

"Ahu-Aphu'tn! Szuhatan Fhtagn!"

그는 다시금 손가락 하나를 들고, 잠시 뜸 들인 뒤에 땅을 가리켰다.

"한 명은 남으라는 뜻 같네요."

끔찍한 이야기였지만,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없었다. 나가서 군인을 불러오지 못하게 인질을 잡겠다는 건가? 아니면 다른 종교적인 의미가 있나? 뭐가 됐건 희생을 강요하는 사악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뜻에 순순히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 혼자라면 몰라도, 여기에 퀴리를 남길 수는 없었다. 그녀의 두뇌는 인류의 재산이다. 만약에 누군가 남아야 한다면, 그건 내가 되어야 했다.

나는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내가 무슨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퀴리는 빠르게 걸어 제사장에게 향했다.

"이봐!"

"그렇다면 제가 남을게요."

나는 그녀를 멈추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그 흉물들은 이미 퀴리를 자신들의 사악한 제물로 간택이라도 한 듯 내 앞을 막아섰다. 나는 내 팔을 잡으려고 하는 부랑자를 한 손으로 잡아 그대로 고꾸라트렸다.

"비켜!"

이어서 뒤에서 양팔로 나를 붙잡으려는 녀석의 안면을 팔꿈치로 강타했다. 그것은 생선처럼 푸른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분위기는 삽시간에 험악해져, 괴물들은 당장에라도 나에게 덤벼들 기세였다.

"괜찮아요. 그만 하세요."

퀴리는 발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 남으면 죽을 수도 있네!"

"그러니 더더욱 교수님을 남길 순 없죠. 그리고 꼭 죽는다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 간단한 게 아니야! 자네는...!"

결정적인 순간에 나는 망설였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내가 미래에서 왔다고? 미래에서는 퀴리 부인의 발견이야말로 인류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나는 끝내 결정하지 못했다. 나보다 그녀가 먼저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 전에 교수님이 오시면서 해주신 말씀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나는 내가 했던 무책임한 말들을 떠올렸다. 내가 뭐라 했더라? 운석이 떨어진 게 기회라고? 그냥 되는대로 지껄인 소리에 불과했다. 나는 전생도 현생도 학자다운 일은 무엇하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퀴리의 얼굴을 보고 그 무엇도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의 표정이 아니었다.

"이 운석이야말로 제가 지금까지 찾아오던 것이에요. 후후, 그래요, 이건 교수님의 말씀대로 기회였어요."

그것은 위대한 발견을 목전에 둔 과학자의 창조적인 광기였다. 불 속에서 타오르는 나방만이 느낄 수 있는 쾌락에 젖은 환희였다!

퀴리의 진의를 깨달은 나는 그녀를 멈출 수 없었다.

잠시 후, 부랑자들은 떼거리로 나를 에워쌌고, 퀴리 부인의 뒷모습은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철썩, 철썩.

그날 밤, 템스 강 유역의 제철소에 파도를 닮은 물결이 쉴 새 없이 강둑에 부딪혔다.

런던에서 살아온 지난 40년 동안, 템스 강이 이렇게 생기 넘치는 움직임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나는 뇌리에 남은 그 충격적인 이미지에 병적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런던의 모든 그림자는 그들의 발원지였으며, 템스 강의 물결은 모두 그들의 물장구였다. 내가 어디에 있으나 그것들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나는 내 귀에 끊임없이 맴도는 사악한 목소리를 끊임없이 되뇌었다.

"부그라... 슈투운, 앙그라...."

나는 2시간 전, 템스 강 가장자리에서 발견되었다. 장시간 강물에 빠져 있어서 체온은 매우 낮았고, 템스 강물을 마신 탓에 위병까지 걸리고 말았다. 따뜻한 물로 몸을 데우는 동안에도 체온은 오르지 않아 몸은 여전히 시체처럼 차가웠다.

나는 덜덜 몸을 떨었다.

마리 퀴리,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단적인 의식 끝에 그들의 끔찍한 신에게 바쳐졌을까? 아니면 저들과 똑같은 흉물이 되어 녹색 운석을 찬양하고 있을까?

내 손에는 제대 이후로 한 번도 꺼낸 적 없었던 소총이 들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거의 끌어안다시피 하고 있었다. 이 긴 철제 막대기는 그 어떤 십자가보다 마음의 위안을 줬다.

"아후-아푼, 슈하탄 파탄...."

"선생님, 무슨 혼잣말을 그리합니까?"

제철소장은 앉아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의 손에는 번쩍이는 태그가 들려 있었다.

"검댕은 전부 뺐습니다. 이게 뭐길래 오밤중에 그 난리를 친 겁니까."

그는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 손에서 태그를 급하게 낚아챘다.

태그에는 다른 문장 없이 하나의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나는 그 로고를 어디서 쓰는지 알았다.

리치먼드 Co.

그것을 확인한 나는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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