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무덤 아래의 은광
아침 해가 다 뜨기 전에, 나는 아파트로 돌아왔다.
불과 한 달 전까지 내가 살고 있던 오스만 스타일의 신축 아파트 말이다. 잠깐 떠나 있었을 뿐인데, 거리는 나에게 고향에 돌아온 듯한 강렬한 향수를 선사했다. 하지만 내가 그런 감상에 빠지기도 전에, 나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고 소리질렀다.
"이봐, 뭣들 하는 건가!"
나는 쩔뚝거리며 인부들을 향해 허겁지겁 걸어갔다. 그들은 손을 멈추고 내 쪽을 멀뚱히 쳐다봤다.
"누가 이 작업을 지시했나?"
"집주인인데요."
그들이 마차로 나르고 있는 가구는 낯익은 것이 많았다. 아니, 그럴 수밖에! 전부 우리 집에서 나온 거니까! 나는 이 당당한 도둑놈들을 혼쭐낼 생각으로 물었다.
"내가 집주인인데 누가 그러나!"
"여기 건물 주인이요."
그제야 나는 모든 정황에 대해 이해했다. 내가 투옥된 이후, 한 달 넘게 연락이 닿지 않자 아예 건물주가 가구를 처분해서 층을 비우려 한 것이다. 이건 순 도둑질이나 다름없지 않나.
프랑스에서나 일어날 줄 알았던 그런 무식한 일 처리 방법이 런던 한복판에서 당당히 자행된다는 사실에 나는 거의 환장할 지경이었다. 결국 나는 다시 한 번 소리 질렀다.
"내가 책임질테니 돌아가게! 전부 제자리로 되돌려놓고!"
인부들은 영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집주인이라는 자가 나타나서 엄포를 놓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는지, 결국은 다시 가구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 누가 무식하게 스크레테르를 통채로 옮기나! 세상에, 그놈의 바닥 좀 긁지 않으면 안되나? 그 의자가 무거운 것도 아니잖나!"
이미 의욕을 잃은 그들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방법으로 짐을 날랐고, 나는 분주히 돌아다니며 그들의 작업을 하나씩 지적했다. 밤사이 겪었던 불가사의한 사건에 대한 공포감은 씻은 듯이 사라진 뒤였다.
그러던 와중, 나는 중국식 도자기를 들고 가는 인부를 발견하고 그를 멈춰 세웠다.
"이건 처음부터 이랬나?"
"그런데요?"
인부는 내가 무슨 꼬투리라도 잡는 사람인 것처럼 불안해했다. 내가 그들에게 보여준 인자한 태도를 고려하면 이런 반응은 심히 억울하다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잠시 도자기 위에 핀 꽃을 살폈다.
내가 비록 난초에 대해서 박식하지는 않지마는, 난초 꽃을 피우고 관리하기 어렵다는 것은 알았다. 그런데 한 달 넘게 방치된 난초가 이토록 화사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심지어 겨울이 아닌가.
어쩌면 진짜 꽃이 아니라 조화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그것을 나중에 다시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런 한참의 소란 끝에, 나는 기어코 모든 물건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그들을 돌려보냈다. 집 안에 돌아온 나는 현관에 놓인 우편물을 발견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몇 번이나 밟고 지나간 흔적이 있었다. 이미 인부들이 떠난 뒤만 아니었다면 한 마디 엄포를 놓았을 텐데.
나는 그것들을 주섬주섬 챙겨 들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는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고, 흙발 자국이 어수선하게 찍혀 있었는데 이미 진흙이 딱딱하게 굳은 것을 보아 내가 체포될 무렵의 것으로 보였다. 즉, 그날 이후로 한 달간 이 방에는 누구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나는 탈진한 채로 의자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돌이켜 보면 긴 밤이었다.
출소 직후에 곧바로 묘지 근처에서 밤샘한 것부터, 집에 돌아오니 왠 놈들이 가구를 죄다 가져가려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잠깐 눈을 붙이며 쉬다가, 혹여나 잠들기 전에 밀린 일을 마무리할 생각으로 무릎 위에 올려놓은 우편물을 전부 책상 위로 옮겼다.
도착한 편지는 총 5장이었다.
그중에 출처가 분명한 것은 2장뿐으로, 하나는 시청에서 온 공문서였고, 다른 하나는 올드코트 대학에서 날아온 것이었다. 나머지 3장은 발신자를 유추할 어떤 단서도 없었는데, 그나마 편지 봉투의 형태로 전부 다른 사람이 보낸 것 정도를 알아낼 수 있었다.
나는 서랍을 뒤져 페이퍼 나이프를 꺼냈다. 다행히 경찰들이 책상 속까지 뒤지진 않았는지, 내 기억과 그 배치가 다르진 않았다. 나는 우선 처리하기 쉬운 문서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런던 시청 공문서. 아니나 다를까,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납세 관련 공문이었다. 나는 언젠가 그것을 처리할 생각으로 책상 한편에 밀어놨다.
다음은 익명의 편지 3장이었다. 나는 하나씩 열어보고, 전부 맞은 편에 치워두기로 했다. 각기 다른 사람에게서 온 편지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형식이었는데, 내가 저지른 끔찍한 범죄에 대해 부끄러워하라는 시민들의 항의였다. 그걸 보고 있는 건 그리 생산적인 일은 아니었다.
마지막은 내가 보기엔 가장 거북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올드코트 대학에서 날아온 통보였다. 나는 대학에서 해고됐으리라 예상하고 봉투를 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내 짐작과 사뭇 달랐다.
문서에는 그저 겨울부터 시작할 내 강의에 관한 내용만이 사무적으로 담겨 있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 내가 처한 상황과 무관하게 기한 내로 강의 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계약이 파기된다는 내용이 사무적으로 덧붙여져 있었다.
나는 그 사실에 순수하게 감사하기로 생각했다. 어쩌면 생계 수단이 막히는 일도 생기리라 걱정했는데, 그런 일까지는 벌어지지 않은 것이다.
모든 우편물의 구분을 끝마치고, 나는 비틀대며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품에는 오는 길에 사온 신문이 들려 있었다. 전날 밤, 지진은 어디서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느꼈던 그 진동을 다 뭐란 말인가. 연금술사, 배타적인 묘지기, 정체불명의 은, 타지 않는 소각로... 모든 것이 모호하기만 했다.
나는 두통을 느끼다가 그대로 잠들었다.
─────쿵쿵쿵쿵!
나는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창밖에 해는 이미 지고 난 뒤였다. 피로가 다 풀리지 않은 탓에, 나는 상반신만 일으킨 채 멍하니 벽면을 응시했다.
─────쿵쿵쿵쿵!
그런 나를 재촉하듯 다시 한 번 문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품위 없이 문을 부서져라 두드리는 것도 노크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나는 재촉받은 것처럼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성미가 급한 자였다. 멀쩡히 옆에 걸려 있는 초인종도 눈치챌 법도 했는데, 이렇게 한결같이 문을 두드리니까. 나는 체인을 걸어놓은 채 문을 열었다.
"누구신지?"
문 앞에 서 있는 것은 비쩍 마른 외국인이었다. 전에 만난 적이 있는가 생각해봤지만, 이토록 젊은 사람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다. 심지어 적절한 비유조차 떠오르지 않았는데, 일단 그는 아서보다도 어리게 보였다.
"우선 안으로 좀 들여 보내주세요."
그 젊은 청년은 시종일관 불안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봤는데, 내가 보기에 그리 다급해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얼추 보기엔 과장되게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체인을 풀고 그에게 문을 열어줬다.
"휴... 감사합니다. 제가 여기 왔다는 걸 누구도 알면 안 되거든요."
그는 허겁지겁 실내로 들어온 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의 어중간하게 창백한 얼굴이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하는 데 비해 프랑스 억양이 돋보였는데, 아마도 이민자 2세쯤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면 부모님은 아마 리옹이나 디종 출신일 것이다. 턱이 갈라진 점이나 옅은 적발 같은 것이 딱 프랑스 중부 지방에 사는 토박이들이 갖는 외형적 특성이었으니까 말이다.
"혹시 필레몬 허버트 박사님이 맞으십니까?"
"그렇네만?"
청년은 눈에 띄게 기뻐했다. 자신이 길을 잃지 않고 찾아온 것마저 그에게는 감동할 만한 일인 모양이었다.
"혹시, 아, 우선 출소 축하드립니다."
청년은 무언가 더 말하려다가 당황하며, 갑자기 점잖은 태도로 악수를 제안했다.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어색한 전환이었다. 처음에는 퍽 우스웠던 용인 발음 흉내도 이젠 안쓰럽게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가 철없이 귀족 흉내를 내는 젊은이라 치부할 수 없었다. 그의 겉모습은 아주 그럴싸했던 것이다.
단순히 옷의 재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이는 정기적으로 맞춤복을 재단해 입는 부유한 상류층의 특징이었다. 아마도 그는 벼락부자, 혹은 그런 자의 자식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 청년은 사업을 하기엔 지나치게 강단이 없어 보이고, 또 젊었기에 아마 그의 아버지가 외국인 부르주아라고 짐작했다.
"고맙네. 소문이 빠르게 도는군. 신문에는 아직 안 난 걸로 아는데."
"아,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저도 박사님이 계신 곳을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으니까요."
나는 일단 악수에 응하기로 했다. 잠깐 생각하는 사이에 그가 너무나도 애처로운 시선으로 나를 쳐다본 탓이었다. 맞잡은 손은 굳은살 하나 없이 매끄럽고 깨끗한 손이었다.
"우선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노엘 어거스틴입니다. 남런던 광업 사무소 소장님의 아들이죠."
그의 자기소개는 내 예상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영국 이름에 프랑스 성씨, 역시 프랑스계 부르주아 2세였다. 나는 그와 같이 방탕한 생활을 영유하고 있을 청년 부르주아가 남의 눈을 피해 가면서까지 나를 찾아온 이유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우선 응접실에 앉아서 듣지. 남루한 집이라 미안하네."
"아닙니다."
의젓하게 대답한 어거스틴이었지만, 응접실에 들어온 뒤부터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별 생각 없이 그를 응접실로 안내한 나 역시 그 모습엔 살짝 놀랐는데, 우리 눈앞에서 버젓이 쥐 한 쌍이 지나간 것이다.
한 달이나 버려진 집안은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혹시 하녀는 없습니까?"
"그래. 지금은."
내가 감옥에 들어간 것을 안다면 그 이유도 모를 리 없건만. 나는 어거스틴의 경망스러운 말실수를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그런 것을 일일이 꼬투리 잡아 창피 주는 건 신사다운 행동은 아니었다.
나와 그는 각자 자리에 앉았다. 그는 의자에 앉은 뒤로도 안절부절못하며 몸을 꼬아댔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까지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나는 그를 내버려두면 안 될 것 같아서 서둘러 말을 꺼냈다.
"그래, 어거스틴. 남들 몰래 이 밤에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뭔가?"
솔직히, 나는 질문을 하면서도 별 대단한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이런 젊고 경력 없어 보이는 청년이 중요한 문제를 다룰 리 없었고, 본인은 긴장한 것처럼 보여도 내가 보기엔 정말로 시급한 문제를 다루는 사람 특유의 절박함이 없어 보였다.
어거스틴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 아버지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막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것은... 꽤 예상 밖의 부탁이었다. 나는 조금 더 개인적인 상담을 들을 것이라 예상했다. 심지어 최악의 경우조차 내 범죄에 관한 시답잖은 질문이 나올 거로 생각했건만, 이것은 아예 내가 다룰 수 있는 영역 밖의 문제가 아닌가.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그런 일은 나보다 경찰에게 상담하는 게 나을 것 같군그래."
"안됩니다! 그러면 저희 아버지가... 잡혀가지 않습니까...."
어거스틴은 점점 목소리를 낮췄다. 자신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고 있는지 자각한 모양이었다.
"그래, 범죄를 저지르면 잡혀가지. 나도 한 달 전에 배운 일이네."
"아뇨, 저희 아버지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곧 저지른다는 거죠!"
"자네가 영어를 제법 잘한다는 전제로 말하겠지만, 그 둘은 비슷한 의미라네."
그는 말을 더듬으며 한참이나 표현을 골랐다.
"아뇨, 제 말은, 이번 건은 아주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이런 일은 박사님께서 전문이라 들었습니다."
"누가 그랬나?"
"제 친구나... 다들 그렇게 말하는걸요."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감옥에 들어간 살인자보다는 나은 취급이라고는 해도, 내 오명이 이런 식으로 퍼져 있는 걸 듣는 건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일단 들어는 보지. 무슨 일인가?"
"감사합니다! 혹시 웨스트 노우드 공동묘지에 관한 소문을 알고 계십니까?"
나는 살짝 눈을 떨었다.
"그래, 알고 있네. 시체를 은으로 바꾸는 연금술사에 대한 소문 말이군."
"맞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소문을 믿지 않으셨습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러겠지."
"그뿐만 아니라, 아버지는 그 소문을 묘지기들이 일부러 퍼트렸다고 믿고 있습니다. 어떤 중요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말이죠."
어거스틴은 목소리를 떨며 외쳤다. 그 행동은 자신의 버릇보다는 남을 흉내 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해야만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카타콤 안에서 은광이 발견됐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숨기고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겁니다!"
"부당이득이라 하면?"
어거스틴은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 저도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웨스트 노우드 인근의 광업권은 우리 사무소가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남런던 광업 사무소로부터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는 거죠."
"런던에는 광산이 없지 않나? 어떻게 광업권만 갖고 있을 수 있지?"
"그게... 저는 정말로 자세히 몰라서...."
나는 그가 정직하게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다. 그리고 그 사실은 내게 두통을 일으켰다. 그는 그저 주변 사람, 아마도 자신의 아버지나 그런 사람의 말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왠지는 모르지만, 런던 시청에서는 카타콤 조사를 허락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가 시킨 대로 밤마다 카타콤에 들어갈 기회를 주변에서 엿봤죠. 무려 한 달이나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지만... 박사님께서 직접 보셨어야 합니다. 그곳이 얼마나 경비가 삼엄한지 말입니다. 한 달 동안 제가 카타콤에 들어갈 방법을 찾지 못하자, 결국 아버지께서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하신 겁니다."
그는 겁먹은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
"아버지께서 사무소에서 가장 체격이 좋은 광부들을 모았습니다. 말 그대로 쳐들어갈 생각인 겁니다, 세상에...."
나는 그제야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이해했다.
"그리고 자네는 아버지를 멈출 자신이 없어서 내게 찾아온 거고. 불가사의는 결국 핑곗거리였군."
"네... 맞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한 이야기 아닙니까? 단순히 은광이 발견된 걸로는 화장터가 멈춘 이유가 설명되지 않잖아요."
맞는 말이었다. 만약 은광이 발견되어 채굴하고 있다면, 오히려 탄광 내 가스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을 것이다. 특히나 카타콤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시체마저 메탄가스를 뿜어대고 있다면 작업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비록 어거스틴은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지만, 내게는 여전히 이 사건이 불가사의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리고?"
"연금술사라는 이상한 외국인이 돌아다닌다는 이야기까지 들리니 무서워서...."
어거스틴은 겁먹은 표정으로 아래를 바라보며 중얼였다. 나는 말에 어이가 없어서 결국 소리질렀다.
"자네가 바로 그 연금술사야, 이 친구야!"
"어...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 없는데요."
나는 손가락으로 미간을 꾹 눌렀다. 숱한 소문의 주역은 자신이 그 대상인지도 모르는 이런 얼빠진 청년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