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19화 (19/232)

§19. 카타콤

밤중에도 마차를 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지나가는 운구마차를 세우면 됐다.

"아뇨, 어르신, 이게 시체를 옮기는 마차라서요."

마부는 난색을 표했다. 런던에서 죽음이란 게 그리 대접받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지켜야 할 몇몇 예의는 있었다. 그리고 시체 옆에 사람을 태우는 것은 그런 예의에서 명백히 어긋나는 것 중 하나였다.

"그렇다는데 어쩌죠...?"

"우리가 좀 바쁘네. 어떻게 해도 안 되겠나?"

나는 멍청하게 중얼거리는 어거스틴을 무시하고, 마부에게 동전을 보였다. 그는 마차 전등에 동전을 비추며 금액을 확인하고는 히죽 웃었다. 그러자 전등 불빛에 마부의 듬성듬성 비어 있는 치열이 드러났다.

"적절한 동전으로 안 되는 일이 런던에 어딨겠습니까. 어서 타시죠."

"자네가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 다행이군. 가세."

어거스틴은 바보 같은 표정으로 내가 마차에 오르는 걸 도왔다. 그리고 자신이 마차에 오르는 것은 그보다도 오래 고민했는데, 내가 지팡이로 바닥을 치며 재촉하자 그제야 올랐다. 그는 우리 옆에 누워 있는 시체를 보고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못 들었나? 런던에서 동전을 내고도 못할 일은 없네."

"하지만...."

그는 불안한 듯이 계속 다리를 떨었다. 나는 내가 모종의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인정했다. 보기와 달리 어거스틴은 아주 샌님이었다. 윌슨과는 다른 방향으로 요즘 청년답지 않았다. 노친네 같은 소리를 하자는 게 아니었다.

지금 영국에서는 청년들의 일탈 행위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었다. 나는 이것이 미래에는 청년 갱단이라는 최악의 형태로 드러날 것을 알았지만, 현재도 그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하는 짓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돈과 자유가 있는 젊은 부르주아 2세들은 세상이 제 것인 줄만 알고 온갖 패악질을 부리기 마련인데,  지금 보면 이 소심한 청년에게 그런 것이 가능할 것 같진 않았다. 나는 그의 심약한 면모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의 착실한 성격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고평가하기로 했다. 일단 전직 군인으로서 말이다.

시체를 포함해 사람이 셋이나 타서 마차가 무거워진 탓인지, 마차는 거의 들썩이지 않고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어거스틴이 조심스럽게 서두를 꺼냈다.

"그렇게 말했지만... 아버지는 훌륭한 분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

"루벤 오귀스탱입니다."

"오귀스탱."

나는 되묻듯이 되풀이했다.

"네, 비록 런던에 있지만 자신은 프랑스인이라고, 그렇게 부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훌륭하군. 사람은 그래야지."

그렇게 말하는 한편, 나는 얼마나 *원래* 나에게서 멀어졌나 문득 깨달았다. 이제 와서 정체성에 대한 고찰 같은 청년 흉내를 낼 생각은 없었다만, 내가 엄연히 나의 것이었던 과거를 떠올리길 꺼린다는 건 참 이상한 일이었다.

"아버지가 런던에 빈손으로 상경하시고, 지금 위치까지 올라오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모릅니다. 성격이 다소 괴팍해지신 것도 타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런 거겠죠. 저는...."

"자네 아버지를 책망할 생각은 없네."

어거스틴, 아니, 노엘은 은연중에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에 비해 자네는 일을 물려받을 생각이 없나 보군."

"어떻게 아셨습니까?"

노엘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현장에 한 번만 나가봤더라도 나보다는 잘 알았을 텐데, 자네는 광업에 대해 영 아는 게 없어 보였거든."

"맞습니다. 저는 사무소를 물려받고 싶지 않습니다."

마차가 한 차례 들썩였다.

"무슨 일이죠"

"말이 놀란 것 같군. 이보게, 괜찮은가?"

나는 몸을 살짝 앞으로 빼서 마부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는 말을 달래지 못해 쩔쩔맸다.

"갑자기 말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땅을 보고 놀라서 멈추지 뭡니까."

"묘지까지는 얼마나 남았나?"

"이 바로 앞입니다. 하지만 말을 달래려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엘은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내 쪽을 쳐다봤다.

"내려서 걸어가지. 묘지기들 눈에 띄어서 좋을 것도 없으니."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한 노엘은 허겁지겁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것이 제 의무인 것처럼 내가 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공손히 도왔다.

우리는 인적 드문 길 외각을 따라 걸었다. 마부가 말한 대로 묘지는 멀지 않았다. 웨스트 노우드 공동묘지, 어제와 마찬가지로 창살로 둘러싸인 이 묘지는 불온한 긴장감에 덮여 있었다. 창살을 따라 자란 담쟁이덩굴은 시체를 먹고 자라 음울한 생기를 띄었다.

하지만 본래 인적 드문 그곳에는 묘한 활기가 있었다. 몇 명이나 되는 사람이 묘지 인근에 모여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체격이 크고 알 모양 근육이 박힌 자들이었다. 그런 종류의 근육은 노동으로밖에 만들 수 없었다.

"아버지!"

노엘은 목소리 높이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나탈? 네가 왜 여기 있느냐?"

나는 노엘의 뒤를 따라 그들에게 다가갔다. 건장한 사내들 사이로 들어가는 것이 그리 마음 편한 일은 아니었지만, 전직 해군 장교가 고작 광부들에게 위축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나는 내 자존심의 높이만큼 턱을 치켜들었다.

그들 사이에서 노엘을 나탈이라고 부른 남자, 아마도 루벤 오귀스탱일 그자는 미심쩍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선생님께서는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가까이서 본 그는 멀리서 본 것보다 체격이 커 보였는데, 주변에 워낙 덩치 큰 광부들만 모여 있는 탓에 착시가 일어난 것이었다.

"필레몬 허버트입니다."

"아,  그! ...루벤 오귀스탱입니다."

루벤은 이미 내 이름을 알고 있는지 눈은 연신 깜빡였다. 나는 주변의 광부들이 '살인교수' 같은 단어를 속삭이는 걸 들었다. 나는 런던 신문들이 멋진 새 별명을 지어줬음을 눈치챘다.

나는 루벤과 악수했다. 사업가답게 반사적으로 손을 마주 잡은 그의 눈가에 잠깐 후회의 기색이 흐르는 것이 아주 재밌었다. 그의 손은 아주 거칠었는데, 특히 중지 마디 쪽에 굳은살이 몰려 있었다. 한때는 현장에서 일했지만, 이제는 펜을 잡고 사무 일을 하는 자의 손이었다.

"나탈, 네가 이분을 데려왔나?"

"네...."

노엘은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중얼였다. 나는 두 사람간의 미묘한 역학 관계에 대해 눈치챘다. 성공한 아버지와 자신감 없는 아들, 참으로 고전적인 장면이 아닌가.

"상황은 대충 알겠습니다. 아마 제 아들의 말만 믿고 절 막으려고 오셨나 본데, 헛걸음하신 셈이군요."

"제가 뭘 오해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나는 당장에라도 패싸움을 하러 갈듯한 광부들을 둘러보며 턱을 긁었다.

"이 사람들을 데리고 성묘 오신 건 아닐 테고...."

"제 권리를 국가가 지켜주지 않으니 스스로 지키려고 할 뿐입니다."

"권리라고 하시면?"

"물론 재산권입니다!"

루벤은 떳떳하게 가슴을 펴고 외쳤다.

"우리 남런던 광업 사무소는 런던 일대의 광업권 취득에 우선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만약 카타콤에서 은광이 발견되었다면, 그걸 주장할 권리는 저에게 있다는 거죠."

이상한 이야기였다. 나는 곧바로 의문점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런던에는 광산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사기인 거죠! 돈 좀 쥐고 있는 외국인 사업가가 나타나면 어느 시청이나 이런 짓거리를 하죠. 제가 그들한테 속아서 아무 의미도 없는 런던 광업권 우선 입찰권 따위를 사는데 얼마를 썼는지 아십니까? 이제야 런던에 광산이 나타나, 토박이 놈들에게 갚아주려 했더니 이제는 저 무식쟁이들이 제 광산을 홀라당 채간 겁니다."

그는 공동묘지 쪽을 가리키며 어지간히도 분한지 씩씩거렸다.

"다른 해결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시청에 조사관을 요청한다든지."

"제 말이 바로 그겁니다! 그런데 뭐라고 하는지 압니까? 웨스트 노우드 공동묘지 카타콤은 왕실 허가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는 겁니다. 이상한 이야기 아닙니까? 애시당초 은이 허공에서 나타나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확실히 이상했다. 버킹엄 궁전이 영국 내 거의 모든 행정적 문제로부터 독립된 점을 고려하면, 런던 시청의 요구는 억지에 가까웠다.

"제 경험상 이런 경우는 뻔합니다. 뒷돈을 먹인 거죠. 이런 상황은 원래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힘으로라도 강행 돌파해서, 광맥이 있는 것만 확인하면 됩니다. 그때는 시청에서도 가만히 있지는 못하겠죠."

노엘의 어설픈 설명으로 알기 어려웠던 부분이 보충되었다. 물론 그것은 여전히 범죄였지만, 나는 루벤의 행동이 어느 정도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노엘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사실 그를 말리러 온 것도 아니었다.

"그러면 혹시 지하로 내려갈 때, 제가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선생님도 말입니까?"

갑작스러운 부탁에 어거스틴 부자의 표정이 바뀌었다. 노엘은 내가 기대와 달리 행동하자 당혹과 배신감을 번갈아 표했고, 그에 비해 루벤은 알기 쉬운 시선을 보냈다. 그는 내 지팡이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실례지만, 선생님께선 그런 거친 일에 안 어울려 보입니다만. 우리는 광맥이 있는지 확인하러 가는 겁니다. 아마 모르시겠지만,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탄광이란 건 아주 위험합니다."

"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해군 출신입니다. 다리는 좀 다쳤지만, 그래도 요즘 젊은이들보다 쓸만합니다."

루벤은 다혈질처럼 보여도, 내 예상과 다르지 않게 그는 철저하게 실무가였다. 그 작은 눈은 쉴 새 없이 내 제안의 의도와 가치를 평가하고 있었다.

"아시다시피 선생님과 관련된 몇 가지 불온한 소문이 있어서...."

"제가 바라는 건 하나뿐입니다. 그저 카타콤 안에 들어갔다 나오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제가 동행하고 광맥을 발견했을 때, 그걸 입증할 증명서를 작성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여전히 케임브리지 박사고, 올드코트 정교수입니다."

잠깐 고민하는 척하던 루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해득실을 따지는 사업가인 이상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좋습니다. 하지만 몸은 스스로 가누셔야 할 겁니다."

노엘은 내 곁에 다가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마른 뺨은 조명 아래에서 보면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면이 있었다.

"이건 제 부탁이랑 다릅니다."

"글쎄, 나는 자네 아버지가 아주 현명하다고 생각하네. 훌륭한 부친을 뒀군그래."

내 능청에 그는 뭐라고 말하지도 못하며 제 아버지를 뒤따랐다.

"저도 가겠어요."

부자는 무언가 대화를 시작했지만, 나는 굳이 참견하지 않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 광부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웨스트 노우드 공동묘지의 창살 문을 통과했다. 멀리서부터 우리를 보고 있었는지 묘지기는 전날과 달리 모두 나와 있었다.

그들은 말없이 우리를 쳐다봤는데, 여전히 나는 그들이 쌍둥이가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그들은 모두 기묘할 정도로 같은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고, 광부들은 그런 묘지기들을 처음 봤는지 적잖게 동요하고 있었다.

"오늘이야말로 대답을 들으러 왔네."

찾아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지, 루벤은 묘지기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의외로 상황은 금방 소강 되었다. 그들은 별다른 방해도 하지 않고, 우리에게 카타콤으로 가는 길을 열어줬다.

"아시다시피, 카타콤은 왕실령으로 폐쇄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안에 들어가신 것도, 안에서 보신 것도, 어디서도 발언하시면 안 됩니다."

"입막음인가?"

"아니요. 숨기는 건 없습니다."

루벤의 표정이 보이는 위치는 아니었지만, 그는 뒷모습만으로 그가 느낀 당혹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었다. 안쪽에 광맥이 있다면 그들이 이토록 당당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는 카타콤 입구로 발을 옮겼다.

고딕 복고 양식으로 지어진 이 화려한 건물은 묘지 입구치고는 거창한 감이 있었다. 동시에 수많은 사람이 마지막으로 지난 문치고는 지나치게 소박하기도 했다.

루벤은 앞장서 걸었다. 그 뒤를 광부들이 따르고, 나와 노엘은 행렬의 마지막에 섰다. 나는 걸음이 느린 탓이었고, 노엘은 지금 상황에 겁을 먹고 있는 탓이었다.

우리는 어둠 속으로 나아갔다.

카타콤 초입은 예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파리의 카타콤을 본따 지은 이 지하 묘지는 좁은 통로를 구성한 석벽마다 화장된 해골을 빼곡히 채워넣었다. 카타콤이 가득 차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인 것 같았다.

그 증거로 입구 근처에는 연식이 짧아 보이는 해골이 주로 몰려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변색된 해골이 나왔다. 이것은 런던의 지층이었다. 우리는 도시의 모든 죽음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이 무덤길의 끝에서 인류의 조상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그리고 점점 악취가 심해졌는데, 본래는 화장한 유골에서 날 리가 없는 생기 넘치는 메탄가스 냄새였다. 루벤이 눈짓하자 광부 한 명이 들고 있던 새장의 천막을 벗겼다. 불빛을 받자 새장 안 속의 카나리아가 울어대기 시작했다.

"광맥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글쎄요. 이런 일은 우리 전문이지만, 원래 마구잡이로 땅을 파면 이런 가스 냄새가 나오긴 하죠."

루벤은 벌써 은 광맥을 찾기라도 한 것처럼 거들먹거렸다.

"분명 지하 터널을 헤집고 다니는 게 제 전문이 아니긴 하지만, 이 냄새에 관해선 저도 일가견이 있는 것 같군요."

"무슨 뜻입니까?"

"시체 냄새입니다. 방치된 시체가 부패할 때도 이런 냄새가 납니다."

"설마...."

루벤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아직도 우리가 사라진 시체들의 행방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광부 두 명을 따로 불러서 카타콤 바깥으로 내보냈다.

말수가 부쩍 줄어든 우리는 무덤을 계속 걸었다. 냄새는 점점 짙어졌는데, 마리의 시체를 찾고 있는 나에게나, 광맥을 찾고 있는 루벤에게나 제법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불길한 변화가 일어났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해골이었다. 복도를 가득 채운 해골이 점점 검게 물들고 있었다. 아무리 연식이 길다고 해도 이것은 부자연스러운 변화였다. 전등 불빛에도 불구하고 카타콤 복도는 점점 어둠에 잠식되는 듯했다.

나는 어둠 위를 걷고 있는 착시를 느꼈다. 복도는 서서히 좁아졌고, 이내 빛에는 사람밖에 비치지 않았다.

"허억... 허억...."

숙련된 광부조차 폐쇄공포증을 일으키며 숨을 거칠게 쉬었다. 우리는 영락없이 관으로 걸어가는 행자였다. 누구도 이토록 긴 굴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공연히 숨이 차올랐다. 마치 수 시간은 걸은 듯했다.

앞서가던 루벤은 갑자기 발을 멈추고 주저앉아 바닥을 맨손으로 만졌다.

"여긴 바닥을 나무로 고정했군."

카타콤이 자연동굴 위에 지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었다. 이것이 사람 손으로 굴착한 굴이라면 바닥을 나무로 덮을 필요는 없었다.

"다 썩었고... 이건 참나무 같은데."

"그럴 수도 있습니까?"

내 질문에 루벤은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당연히, 탄광에서 나무는 썩습니다. 그리고 내려갈수록 습기가 많아서 나무가 빨리 썩죠. 여기는... 거의 지표나 다름없긴 한데."

"그러면 몇 년 정도면 이렇게 썩을까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이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건 본 적이 없습니다. 100년? 200년?"

노엘이 겁에 질려 외쳤다.

"웨스트 노우드 공동묘지가 세워진 건 고작 50년 전이에요!"

"처음부터 썩은 나무를 쓴 거겠지."

루벤은 애써 침착했다.

"아니면, 이 카타콤이 묘지로 쓰이기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했을 수도 있겠죠."

내 말에 루벤은 침묵했다. 그는 동요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말입니까? 어떤 의도로?"

"모르겠습니다."

평생 그대로 멈춰 있을 수는 없었기에, 루벤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는 나무 복도 위에 올라선 후에 뒤를 돌아보며 경고했다.

"뛰지말고 천천히 걸어오십시오! 그리 튼튼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한 명씩, 한 명씩, 사람들이 나무 복도 위로 올라왔다. 일정한 간격을 벌려도 이음새마다 나무판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꺾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어떤 불길한 사실을 깨달았다.

"시체는?"

내 옆에 서 있던 노엘이 나를 돌아봤다.

"해골이라면 몰라도 시체를 이 안쪽에 날라서 버린다면, 적어도 2명이 잡고 건너야겠지. 그런데 이 썩은 판자가 한 번에 사람 3명의 체중을 견딜 수 있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애초에 그들은 시체를 화장터로 들고 들어갔어. 태우지도 않고, 카타콤에 버리지도 않았지. 화장터 안에 시체를 던지는 구멍 같은 게 있을 거야. 우리는 쌓인 시체를 아직 보지 못했어. 그렇다면 어딘가에 더 넓고, 깊은 구멍이 존재한다는 뜻이 아닌가?"

노엘은 창백한 표정으로 나무 복도에 올랐다.

"...아버지에게 말하고 올게요. 들어오는 게 아니었어요. 지금이라도 빨리...."

그 순간, 뒤쪽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위버하고 벤슨이야!"

누군가 외쳤다. 나는 그 이름을 몰랐지만, 맥락상 그들이 먼저 돌아간 광부 둘이라 짐작했다. 이미 복도 위에 오른 사람들은 돌아올 수도, 나아갈 수도 없었기에 우리가 왔던 길을 겁먹은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상황 파악이 끝난 건 루벤이었다.

"나탈! 달려! 빨리!"

그 외침에 광부들은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부랴부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정작 이름을 불린 노엘은 내 옆에서 겁먹은 채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하지만...."

"빨리!"

저 멀리, 발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사람의 것치고는 너무 빨랐고, 간격이 짧았다. 사족보행하는 짐승이다.

"젠장... 젠장...."

나는 욕설을 내뱉으며 팔에 코트를 감았다.

저 어둠 너머에서, 등불의 불빛을 파고들며 그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에 봤던 불길한 검은 사냥개 두 마리였다. 그들은 입에 피를 잔뜩 묻힌 채, 우리에게 곧장 달려오고 있었다.

"어거스틴!"

내가 외칠 필요도 없이, 노엘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무 복도 위로 달렸다. 나는 뒷걸음질치며 나무 복도 위로 올라왔다.

"박사님!"

나는 감아놓은 코트로 달려든 사냥개의 입을 틀어막았다. 다른 한 마리는 내 다리를 물었는데, 다행히도 물린 것은 의족이었다. 잠깐 시간을 번 덕에 광부 한 명이 나를 돕기 위해 다가왔다.

하지만, 당연히 사냥개가 달려왔다면 그들도 왔을 것이다.

묘지기였다. 얼추 보아도 열 명쯤 되는 묘지기들이 하나같이 무감정한 표정으로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부지깽이와 삽이 들려 있었다.

"으아...."

그 기이하고도 공포스러운 광경에 압도된 광부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도움받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나무 복도 위로 엎어지듯 쓰러졌다. 저들이 미치지 않고서는 이렇게 썩은 복도 위로 달려들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공포를 모르는 것처럼, 아니면 정말로 미쳤는지 단숨에 나무 복도 위로 올라왔다. 내 등을 지지하고 있던 나무판자가 단말마를 내질렀다. 아마도 그 유언은 *우지끈*이었을 것이다. 복도가 무너져 내렸다.

우리는 그렇게 어둠 속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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