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20화 (20/232)

§20. 생매장

... ... ...

고깃덩어리가 되어본 적이 있는가. 정육점 갈고리에 매달린 크고 뭉툭한 고깃덩어리 말이다.

나는 지금 푸줏간 주인의 손에 들린 고깃덩어리나 다름없었다. 감각을 잃은 몸뚱어리는 바닥을 긁었고, 위아래로 들썩였다. 내 다리를 붙잡은 누군가는 나를 사물이라도 되는 듯이 성의 없이 내 몸을 바닥에 끌었다.

"헥... 헥...."

다리를 잡고 있는 그것은 쉴 새 없이 숨을 헐떡였는데, 내게는 그게 사람의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자 역시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간신히 눈꺼풀만 움직인 나는 희미하게 실눈을 떴다.

세상에는 어둠뿐이었다. 낙하 이후, 나는 빛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지하 세계에 떨어진 것이 분명했다. 심지어는 고개를 돌릴 여력조차 남지 않아 내 다리를 끌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도 확인할 수 없었다.

내 눈에는 바닥 풍경만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흙, 돌, 자갈... 그리고 머리가 물어뜯긴 카나리아의 주검 같은 것 말이다.

어느 지점에 도달하자, 움직이던 배경이 멈췄다. 그리고, 몸이 허공에 잠깐 떠올랐다가, 다시 바닥에 꺼졌다. 구덩이 안에 던져진 것이다.

내 몸 위로 흙이 떨어졌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반사적으로 팔을 움직여 입과 코를 가렸다. 짐승이 먹이를 땅에 파묻듯이, 나는 변과 젖은 흙이 섞인 축축한 부엽토에 묻혔다.

그렇다.

나는 생매장되었다.

... ... ...

내가 다시 땅 위로 올라온 것은 얼마 시간이 지난 뒤였다.

얼마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의식이 흐릿하여 도무지 시간 감각이 돌아오지 않은 탓이었다. 이 지하는 지상과 다른 시간 법칙을 가진 것 같았다. 손톱과 가죽은 완전히 벗겨졌고, 산소가 옅은 탓인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아... 하아...."

숨을 쉴 때마다 폐 속에 가득 찬 흙먼지가 뿜어져 나왔다. 나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엎드린 채로 지팡이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발견한 것은 떨어질 때 충격으로 두 동강 난 쓸모없는 나무 막대뿐이었다. 나는 미련없이 그것을 버렸다.

언제 그들이 돌아올지 모른다. 그 사실이 나를 더없이 초조하게 만들었다.

애초에 나를 묻은 자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째서 매장했는가.

처음 생각한 것은 묘지기였다. 그건 꽤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머지않아 땅에 묻힌 묘지기 시체를 발견하고, 나는 생각을 고쳤다. 묘지기는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라, 묘지기가 키우던 사냥개 역시 반쯤 파먹힌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벽을 짚고 나아가던 나는 발밑에서 절박한 목소리를 듣고 시선을 내렸다.

"도와주세요...."

땅에 파묻혀 있는 탓에 잘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 노엘의 목소리였다.

"제발요.... 다리를 다쳤죠...?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그는 내가 쩔뚝이는 소리를 들었는지 땅속에서 절박하게 외치고 있었다. 나는 돌로 단단한 흙을 부숴, 그를 꺼냈다.

"허억... 허억... 허억...! 아아아...."

"진정해! 진정하고 숨부터 쉬게!"

"저, 저것들은 다 뭐죠? 이곳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

가뜩이나 혈색이 좋지 않은 노엘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그는 말 그대로 죽기 직전이었던 것이다.

"왜 저런 것들이 런던 지하에 있느냔 말입니다...."

"모르겠네.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네."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어떤 가능성에 대해 떠올리고 있었다. 그것은 본디 내가 알 리가 없는 이단적인 지식으로, 러브크래프트의 저서에 묘사되는 한 장면이었다.

구울... 지하에 살고 있으며, 개의 머리를 가진 그 사악한 종족 말이다.

그들은 높은 지능을 가졌음에도, 시체조차 파먹는 기이한 식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섣부른 추측을 입에 담지 않았다. 노엘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를 자극하는 건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일어나게. 묘지에 들어왔다고 산 자가 죽은 자의 흉내를 내면 쓰나."

나는 노엘을 일으켰다. 그는 내 말을 이해하고, 나를 부축해 일으켰다. 최악의 경우엔, 그가 나를 버리고 홀로 도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행히도 이 소심한 청년은 그런 생각은 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여기 들어오는 게 아니었어...."

노엘은 나를 부축하고 있다는 걸 잊은 것처럼 홀로 중얼였다.

"그러고 보니 박사님은 여기 왜 오신 겁니까?"

"사람을 찾아서."

"사람? 이런 지하 묘지에 말입니까? 여기 살아 있는 것이라곤 우리하고 저것들밖에 없어요!"

"알고 있네."

나는 희망을 잃은 채 대답했다.

공동묘지, 화장되지 않는 시체들, 구울... 여러 정황을 떠올릴수록 이미지가 서서히 선명해졌다. 셜리 마리, 이미 그녀의 시체가 남아 있을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우리는 어둠 속을 헤치며 걸었다. 마치 정글을 탐험하며 풀과 가지를 베어내듯 말이다.

노엘은 매 걸음 아주 조심스러웠는데, 나는 그의 느린 걸음을 탓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주저앉지 않는 것만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노엘의 입술은 어둠 속에서도 알아볼 정도로 파랗게 질렸다.

"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런 커다란 굴을... 자연동굴일까요?"

그는 공포를 잊기 위해 애써 다른 주제로 정신을 돌렸다. 그제야 나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사실 노엘의 질문은 꽤 맹점을 찌르고 있었다.

"종유석이 없고, 지면이 평탄해. 설령 이곳이 자연동굴이었다고 해도, 지금은 다른 목적으로 개축되었다고 봐야겠지."

"그러면 대체 누가...."

노엘은 입을 다물었다. 나와 그는 같은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누군가에게 매장되었다.

동굴이라 말하기도 어색한 이 터널은 명백히 설계되었다. 천장과 지면 사이의 간격은 어디서나 일정했고, 지면에는 바위가 아닌 부엽토가 깔려있었다. 천장을 보고 걷던 나는 위에 뚫린 구멍을 하나 발견했다.

"우리는 저기서 떨어진 것 같군."

노엘은 우리가 얼마나 높은 곳에서 낙하했는지 깨닫고 창백하게 질렸다. 사실은 나도 그랬다. 숙련된 군인인 나조차도 이토록 높은 곳에서 맨몸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얼추 눈으로만 재도 5m는 족히 되어 보였다.

"올라갈 수 있을까요?"

"시도해볼 가치는 있겠군."

나는 벽면을 손으로 쓸었다. 잘 다듬어진 벽면은 대리석 표면처럼 미끈거렸다. 그 위에는 매끈거리는 점액이 발라져 있었는데, 나는 그것이 일종의 배설물임을 알 수 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대장의 표면 같았다.

"아니, 내가 말실수했네. 체력 낭비하지 말지."

노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의 절망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바로 위에 탈출구를 두고도 우리는 이 아래 갇혀 있으니 말이다.

역시 매장된 것은 우리뿐이 아니었다. 직선형 터널 곳곳에는 파묻힌 신체 조각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미 뜯어 먹혔건, 질식했건 그들 중 살아있는 자는 없었다.

나는 몇몇 사건을 통해 이런 것에 매우 익숙해졌지만, 노엘은 그렇지 않았다. 노엘은 매번 땅을 팠다. 그들이 살아있지 않음을 알면서도, 얼굴을 확인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나타나는 시체 중 몇몇을 알아봤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한 광부나 묘지기였다. 내가 알아보지 못한 자도 아마 그럴 것이다. 그중에 루벤 어거스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그는 겁먹은 목소리로 계속 중얼거렸다. 나는 그가 완전히 미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지만, 쉬자는 제안만은 건넬 수 없었다. 설령 살아 돌아간다 해도 이 모든 악몽은 평생 그를 쫓아다닐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이어지는 길은 오직 내리막뿐이었다.

나는 이 길을 계속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구울들이 평생 지하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닌 이상, 언젠가 지상으로 가는 길이 나올 터였다. 하지만 논리는 공포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한 존재였다.

어쩌면 이 길이 영원히 이어질 것 같다는 망상이 차올랐다.

나는 지구의 밑바닥까지 이어진 길 위에 서 있고, 아주 느리게 낙하하는 중인 것이다.

다행히 나의 망상은 광증에 이르기 전에 극적으로 해소되었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길 도중에 갈림길이 나타났다. 그것은 반원형으로 만들어진 터널 입구 같았는데, 마차가 다닐 일도 없는 지하이거늘, 좌우 폭만 마차 두 대는 족히 지날 사이즈였다.

또한, 입구는 아치 형태로 조형되어 잘 다듬어진 건축물이었다. 나는 로마의 유적지를 탐사하는 고고학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이것을 건축한 이들은 예술적으로나 건축학적으로나 빼어난 소양을 지닌 자들임이 분명했다.

"사라진 사람들은 다들 이쪽으로 나간 게 틀림없어요! 밖으로 이어져 있을 거예요!"

노엘이 희망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거의 미쳐 있었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너무 실망하지 말게."

반면, 내게는 모든 것이 불길하게만 느껴졌다.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이 지하 시설이 정교하게 공사 되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그 공사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까.

나는 런던에서 그런 공사를 진행했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태어난 이후에나, 이전에나.

달리 갈 곳이 없었기에 우리는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짧은 길이 이어지고, 그 끝에 나타난 것은 입구보다도 작게 느껴지는 왜소한 방이었다. 노엘은 노골적으로 실망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막다른 길이네요."

그는 지나치게 실망한 나머지, 천장에 뚫린 작은 구멍을 보지 못했다. 거기서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는데, 없으나 다름없는 미약한 빛이 이 지하에 존재하는 것 중 가장 화사한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구멍 위를 엿봤다. 그 길고 긴 통로는 끝내 어떤 건축물의 내부와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한, 묘지 주변에 그럴싸한 지상 건축물은 하나뿐이었다.

웨스트 노우드 공동묘지 화장터 말이다.

나는 사라진 시체가 어디로 갔는지 눈치챘다. 그들은 화장터로 시체를 가지고 들어가, 태우는 대신 이 아래로 던져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아, 이럴 수가! 사악한 거래였다! 그들은 은을 받고 구울에게 시체를 팔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충격적인 진실에 전율했다.

묘지기는 모두 고인을 능멸한 죄인이었다. 그들이 공유하는 죄의 무게가, 그들을 기괴한 유대감으로 이어준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이 방이 비어 있다는 것은....

"여긴 볼일이 없으니 빨리 가지."

내 재촉에 노엘은 미련을 떨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눈치챈 사실을 노엘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그에게는 너무 벅찬 상황이었다. 그 모든 진실을 깨닫는다면 그는 정말로 미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내 다짐은 별 의미가 없었다.

최초의 터널 입구 이후, 길에는 계속해서 터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그 안에서 대량의 인골과 마주쳤다. 방은 카타콤이었다. 이 지하 동굴은 작은 카타콤이 모여 있는 거대한 묘지였던 것이다.

참 기묘한 일이 아닌가. 무덤 아래에 카타콤이 숨겨져 있다니, 웨스트 노우드 묘지의 지하 카타콤은 그저 파리의 것을 본딴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나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이것이 아주 오래된 유적임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런던에 도시가 세워지기 이전부터 존재했을 지도 몰랐다. 심지어 전시된 검은 해골은 만지기만 해도 가루가 될 지경으로 노후했다.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파리의 카타콤 역시, 프랑크 민족이 파리에 정착하기 이전에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용도조차 알 수 없는 거대한 지하 건축물을 매장지로 사용했을 뿐이었다.

프랑스의 카타콤, 런던의 카타콤... 두 거대한 지하 구조물이 어떤 연관성으로 묶여있음은 분명했다.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노엘 역시 이것이 인공적인 건축물이란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터널이 끝이 없이... 누가 지었을까요? 대체 누가 지하에 이런 건물을 지었을까요?"

이제는 내가 아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 나는 진실을 고했다.

"...구울이네."

여기까지 온 이상, 구울의 존재는 과한 망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로 구울과 마주하는 것보다는 지금 미리 말해주는 것이 나았다. 미지야말로 진정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이니.

"구울이요?"

노엘은 그 허무맹랑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도굴꾼을 말하는 건가요?"

그리고, 그는 어떻게든 모든 상황을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표현하고자 했다. 구울에는 분명 그런 은어가 존재하긴 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문자 그대로 이해하게. 그들은 구울이네."

"그 염병할 구울이 대체 뭡니까!"

노엘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그 사실에 놀란 것처럼 보였다.

"구울... 개의 머리와, 사람의 몸을 가진 또 다른 종족이네. 지능은 인간에 준하고... 어쩌면 이 정도 문명을 이룩하고도 남을 여력을 지닌 그런 지하 종족이지."

나는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그 모든 러브크래프트의 저서를 이토록 문자화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정신 나간 예언자였다.

"구울... 진짜로 구울이라니, 젠장 할...."

내 욕지거리에 노엘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걸었다. 그는 정보를 소화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니까... 사람이 아닌 종족이...."

"그래. 그렇다네."

"그런데, 대체 왜 묘지 아래에...."

그제야 나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누락시켰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인육을 먹거든. 시체도 넓은 범주 안에서는 그들에게 식사라네."

마지막 설명에 노엘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가 지금껏 봐온 충격적인 지하 세계의 광경과, 웨스트 노우드 공동묘지를 둘러싼 불온한 소문에서 연관성을 찾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노엘은 토했다. 토사물은 바닥에 튀어 내 바지에 들러붙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신경 쓰지 말게. 지금은 여기서 나가는 일에만 집중하게."

노엘은 구울에 대해 들은 이후, 마치 살기를 포기한 자처럼 굴었다.

"길이 있을까요?"

"구울은... 지하에서만 사는 존재가 아니네. 애초에 이런 지하에서 먹을 걸 어떻게 찾겠나?"

"하지만, 그... 시체가...."

"시체가 사라지기 시작한 건 고작 한 달 전 일이네. 이게 한 달 만에 만들 수 있는 구조물이라 생각하나?"

나는 도저히 말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고했다.

"...그들은, 이전부터 런던에 계속해 올라왔을 거야. 그렇지 않고선 말이 안 돼... 분명히 길이 있을 걸세."

설령 우리가 이곳을 무사히 벗어난다고 해도, 런던을 떠나지 않는 한, 그들은 우리의 발아래 있을 것이다. 나와 노엘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 말없이 걸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또 다른 터널이었다. 이제는 몇 번째인지 세는 것이 무의미할 지경이었다.

내부는 지금까지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리 넓지 않은 방은 여러 층의 선반이 놓여 있었고, 검은 해골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구조물은 직전에 봤던 터널보다 낡았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쩝쩝.

다른 것은, 중앙에 있는 흉측한 생물 하나뿐이었다. 그것은 묘지기 중 한 명으로 보이는 자의 시체에 얼굴을 묻은 채 파먹고 있었다.

나와 노엘은 단어로만 알고 있었을 뿐, 실제로 구울을 목격했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나였다. 시체와 피, 그런 식인... 같은 광경에 익숙한 탓이었다. 나는 곧바로 평정을 되찾고, 이성적으로 판단했다. 애초에 저것을 내가 죽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구울이란 결국 생물에 불과했고, 그것이 글로는 어떻게 묘사되었건, 내가 보기엔 아주 작고 왜소한 생물이었다. 나는 그 창백한 피부를 가진 생물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노엘은 겁에 질려 걷기를 거부했고, 나도 그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나는 노엘을 밀치며, 그 반동으로 앞으로 걸어가, 식인 중인 그것을 단순에 덮쳤다. 두껍지 않은 두개골이 으깨지며 구울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

"하아... 하아...."

"...죽었나요?"

"그래."

노엘은 천천히 내 곁에 다가왔다. 나는 바닥에 엎드린 채, 시체에 고개를 파묻은 구울의 주검을 뒤집었다.

그리고... 그리고...

그것은... 구울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이었다.

아주 왜소하고 창백한, 그렇지만 분명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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