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프랑켄슈타인 박사
내가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보고받은 충격에 관해 서술하자면 끝이 없었다.
우선 그의 기이한 행색부터 시작해보자.
프랑켄슈타인은 내가 여태껏 만나본 사람 중에 가장 마른 사람이었다. 오목하게 파고든 볼 사이로는 치열마저 드러나 보였으며, 광대는 안구의 형태를 역력히 비추고 있었다. 그는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쇠약하게 보였지만, 눈에는 냉철한 이성과 지성이 깃들어 있었다.
그래, 눈! 나는 인간의 눈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본질을 알 수 있다는 말을 신봉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가 분명했다. 그의 깊은 눈 안에는 공포가 머물러 있었다. 그는 잠시도 멈추지 못하고 눈을 시계추처럼 움직였는데,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자 같았다.
그의 손에는 마대가 쥐어져 있었는데, 그 안에는 얼핏 보아도 고형물이 가득 차 있었다. 마대의 밑바닥은 쓸리고 찢어진 흔적이 역력했는데, 반대로 비 오는 날임에도 진흙은 묻어있지 않았다. 기묘한 일이었다.
"아, 프랑켄슈타인 박사!"
그가 내려오는 것을 진작 알고 있었음에도, 아서는 새삼 처음 눈치챘다는 듯이 시늉했다. 그리고는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향해 다가가다, 자신이 실내복 차림임을 눈치채고 새삼 부끄러워했다.
"격 없는 복장으로 소개하는 걸 용서하게. 내가 이 순간을 워낙 오랫동안 고대해와서 그러네."
프랑켄슈타인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서는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굳이 답할 필요는 없었다.
"필레몬, 이쪽은 우리 프랑크 학술회의 자랑스러운 화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라네. 독일 제국에서 왔지."
"사실, 제네바입니다."
아서는 프랑켄슈타인을 멀뚱히 쳐다봤다.
"대학을 바이에른에 있는 잉골슈타트 대학을 나왔습니다...."
"과학의 시대에 출생지가 뭐 그리 대수롭겠나? 기관차의 발명 이후 세상은 그토록 작아졌는데."
나는 굳이 아서의 실수를 지적하지 않기로 했다. 자존심 강한 그가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는 일을 지적하는 건, 말할 것도 없이 아주 어리석은 행동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오늘 실험의 가장 큰 기여자라네. 사실 그가 없었다면 나는 자네에게 그녀를 되살릴 방법이 있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을 거야."
"영광입니다. 사실 조금 더 도움을 받고 싶었지만...."
"어쩌겠나, 다른 회원들이 연락이 안 되는 걸."
상술했듯이, 나는 이 시점에서도 프랑켄슈타인이란 인물에 대해 새로운 충격을 받고 있었다.
그는 겉보기와 달리 아주 감미로운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고작 목소리로 상대의 본성을 평가할 수는 없다지만, 나는 그의 안에서 섬세한 영혼을 느꼈다. 그 프랑켄슈타인 박사임에도 말이다! 그의 대략적인 이력을 알고 있었기에 충격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지킬 박사의 일례를 알고 있는 나였기에, 그를 평가하는데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지킬 박사, 그는 내가 사전에 알고 있었던 인물과 극적으로 다른 인물이었다. 심지어 가장 유력한 정체성인 하이드는 분리되지도 않은 채 미치지 않았던가.
프랑켄슈타인 박사라고 다를 건 없었다.
"그리고 이쪽은 나의 자랑스러운 벗, 필레몬 허버트라네. 영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지. 들어본 적 있나?"
"...알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지하에 내려온 이후 처음으로 나를 쳐다봤다.
여기서 나는 세 번째로 충격받았다. 그는 나를 사람이라 여기지도 않는 듯했다. 나는 그가 악수를 위해 손을 내밀었을 때, 무심코 그가 내 얼굴 가죽을 잡아 뜯으려 하는 게 아닌가 착각하고 뒷걸음질쳤다.
그는 노골적으로 느껴질 만큼 타인에 적개심을 뿌려댔다. 나는 아서가 어떻게 그에게 친한 척할 수 있는지, 그 담력이 마냥 놀라웠다. 나는 그와 손을 맞대는 동안에도 괜히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괜한 노파심이었던 듯싶습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입니다."
"필레몬 허버트. 올드코트에서 교수를 하고 있네."
사실 나는 그 직위가 유지될지 긴가민가했으나,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 직함은 이것뿐이었기에 염치불구하고 조심스럽게 자칭했다.
"나는 두 사람이 아주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네. 적지 않은 일을 같이 해야 할 테니 말이야."
아서는 넉살 좋게 우리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저번부터 그랬지만, 아서는 학술회와 나를 어떤 식으로 연결지으려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심지어 내가 거부할 것에 대해서는 염두조차 하지 않고 말이다.
사실, 그의 계획에 대해 흥미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기 적절한 순간은 아니었다. 프랑켄슈타인 역시 그 이야기에는 별 흥미를 보이지 않고 종종걸음으로 나를 지나쳤다.
"오늘의 피험체는 이것입니까?"
"셜리 마리. 그녀의 이름이네."
프랑켄슈타인은 마리의 머리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눈꺼풀을 뒤집고, 목의 단면을 살피고, 입을 열어 혀를 잡아 당겨보는 등, 익숙한 동작으로 시체의 상태를 점검했다.
"조심하게."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저는 시체 취급에 아주 익숙합니다. 걱정은 안 하셔도 될 듯합니다."
"걱정 말게. 그는 2년이나 교회 묘지 근처에서 삽을 끼고 산 괴짜라네."
아서는 낄낄 웃으며 말했다. 나는 종종 그의 이단적인 발언에 철렁하곤 하는데, 지금 같은 때가 그러했다. 프랑켄슈타인은 한참이나 더 마리의 피부를 긁었다, 덜렁거리는 목뼈를 건드렸다 하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피험체는 언제 죽었습니까?"
"한 달... 그쯤 되었지."
"그럴 리가 없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뜩이나 기이한 외모인 그가 그런 표정을 지으니 나마저 섬뜩할 지경이었다. 인간의 머리를 든 광인의 고뇌, 그야말로 정신병자의 악몽에서나 볼법한 모습이었다.
"시체에서 가장 먼저 부패한 부위를 찾는 법을 압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언제 죽었는지는 대략 구분할 줄 알지만, 그 정도로 세세하게 알진 못했다.
"파리가 알을 깐 부분입니다. 주로 사망 후 열을 제일 많이 받은 부분이 됩니다. 구더기가 썩은 것밖에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파리는 오직 부패한 부위에만 알을 깝니다. 그들 나름의 모정인 셈이죠."
프랑켄슈타인은 마리의 머리를 한 바퀴 돌리며 살폈다.
"반대로 말해서, 아직 파리가 알을 까지 않았다면 시체는 부패하지도 않은 셈입니다. ...그리고 피험체에는 구더기 한 마리 지나간 흔적이 보이지 않는군요. 혹시 방부 처리했습니까?"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 같은 무연고자의 시체를 정성 들여 방부 처리해줄 이가 있을 리가 없었다. 프랑켄슈타인은 마리의 코 사이로 긴 나무 막대를 찔러 넣었다.
"이봐!"
"그것도 아닌 거 같군요... 뇌를 제거하지 않고 방부 처리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프랑켄슈타인은 나무 막대를 뽑아냈다. 그리고 품 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내, 나무 막대 끝에 살짝 뿌렸다. 바닥에 떨어진 액체에서는 알코올 냄새가 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분명 그녀의 머리는 아주 싱싱합니다. 한 달은커녕, 단두대에 막 건져 올린 머리조차 이만큼 신선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그는 마리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다시 내려놨다. 일순 엿보였던 광기는 차분하게 가라앉고, 그의 얼굴에는 오로지 짙은 피로감만이 묻어났다.
"영국에 온 뒤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뿐이군요. 시술은 안쪽에서 합니까?"
"그래, 부탁했던 것은 1년 전부터 준비해뒀네."
"그 정도로 오래 두면 안 되는데...."
아서와 프랑켄슈타인은 사전에 언질 해뒀는지, 자신들만이 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나는 문득 불안해져 아서를 향해 물었다.
"방으로 들어가야 하나?"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지하실에 있는 문은 무엇하나 열고 싶지 않았다.
"증기기관 때문에, 이곳은 습도가 너무 높습니다. 인체란 섬세하기에 필요 이상의 수분은 이물질밖에 되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말게. 나도 *저 문*을 열 생각은 없으니까. 우리가 들어갈 것은 맞은 편이야."
"맞은 편이라고?"
아서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고 앞장서 걸었다. 언제나처럼 말이다. 나는 마리의 머리를 들어 품에 끼고는 허겁지겁 뒤따랐다. 프랑켄슈타인은 다시 마대를 잡고 낑낑대며 바닥에 끌었는데, 아서는 그의 고생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여기도 문이 있을 줄은 몰랐겠지?"
그는 벽 앞에 멈춰 섰다. 아니, 문이었다. 오라클로 가려진 사각에는 정말로 문이 있었다. 아서는 장난스러운 얼굴로 히죽거렸다.
"세상에, 이 지하실은 대체 얼마나 넓은 건가?"
"글쎄, 재어 본 적이 없어서. 그래도 지난 1년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동안, 가끔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부족하진 않더군."
아서는 능청스럽게 대답하며 문을 열었다. 나는 손잡이도 없는 문을 어떻게 열었는지 미처 보지 못했는데, 아마도 여기에도 무언가 장치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대체 그가 어떻게 이 모든 장치를 찾아냈는지 의문스러울 따름이었다.
드러난 실내는 예상보다 더 넓었다. 나는 방 안의 정경을 보고 놀랐는데, 가장 놀라운 부분은 또 다른 문이 안쪽에 보였다는 부분이었다. 이 지경이 되니, 아서가 직전에 했던 말도 그냥 농담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럴싸하지 않나? 왕실 학회도 이 정도 환경은 준비해주지 못할걸?"
그건 맞는 말이었다. 왕실 학회는 이런 환경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우선, 그들은 용도조차 알 수 없는 이 모든 기기에 예산을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그것은 현대의 연구실이라기보다는, 외려 중세 연금술사의 공방을 본떠 옮긴 모양새였다.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과학적 퇴보가 심각했다. 책상 위에 놓인 플라스크는 하나같이 기하학적인 형태라,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무슨 형태인지도 알 수 없었다.
벽면에는 통 단위로 액체가 쌓여 있었는데, 그 대부분은 어떤 영어 단어로 말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색이었다. 나는 가까스로 간색이라는 낡은 표현을 떠올렸다. 예술과 문학에 소양이 있는 자라면 어렵사리 설명하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겠지.
방의 정중앙에는 철제 실험대가 놓여 있었는데, 바닥에 파인 홈이 모두 실험대 방향으로 향하는 것과 무관해 보이진 않았다. 실험대 위에는 비단이 깔려 있었는데, 이는 이 시대 갖출 수 있는 가장 위생적인 환경임이 분명했다.
그 바로 옆에는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이어진 철침이 박혀 있었는데, 나는 그 중앙에 이음새를 발견했다. 아마도 분리가 가능한 것 같았는데, 그 용도만큼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만약 조금만 화학에 정통했더라면...."
"응?"
아서는 나를 돌아봤다.
"나는 자신 있게 이걸 난장판이라 불렀을 거야. 그러지 못하는 게 참 아쉽군."
문제는 이 모든 것을 준비한 사람이 아서라는 점이었다. 그는 직접 이 방의 기재들을 준비한 것이 분명한데, 그토록 재능 많은 그는 정리정돈에 한해서는 심각한 둔재였다.
"저도... 마음 같아서는 한번 정리하고 싶습니다만."
뒤늦게 방 안으로 들어온 프랑켄슈타인은 이 모든 참상을 둘러보며 숨을 거칠게 헐떡였다. 바닥에 끌린 자국을 보아선, 마대 안에 든 것이 가벼워 보이지는 않았다. 특히나 그는 별로 근력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뇌가 신선할 때 끝내고 싶으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비단을 치워주시겠습니까."
아서는 드물게도 순순히 말을 따랐다. 그가 얼마나 이 일을 기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는 드러난 철판 위로 조심스럽게 마리의 머리를 올려놨다. 그러자 프랑켄슈타인은 마대 주둥이를 열고는 안에 있는 내용물을 차근차근 정렬하기 시작했다.
"그건 혹시...."'
"재료입니다. 처음부터 부패한 시체를 쓸 생각은 없었습니다."
"인체를 만든다는 건가?"
나는 그의 능력을 의심할 셈은 아니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이 시대에 가장 신에 근접한 업적을 이룬 과학자였다. 개인의 힘으로 무에서 생명을 창조한 그의 업적을 아는 나로서는, 인체를 만든다는 그의 말도 허언처럼 들리진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재료였다. 그가 나열하고 있는 것들은 아무리 봐도 인체를 연상할 수 없는 것들뿐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은 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눈치챈 듯이, 다분히 시선을 의식한 설명을 시작했다.
"살갗에는 밀랍을 쓸 겁니다."
"밀랍이라고!"
"네, 필요한 양을 모으는 게 쉽지 않더군요. 온 런던을 뒤져서 모아왔습니다."
실제로, 프랑켄슈타인은 시체나 짜깁는 괴짜가 아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나조차도 차라리 토막 난 시체가 튀어나오길 기대했다. 그의 제안은 그만큼 터무니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고명하신 여러분은 아시겠지만... 최근 과학의 발전으로 인체가 고작 몇 가지 화학 성분들로 이뤄진 것이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저는 완벽한 인체 구성 성분을 파악하기 위해, 프랑크 학술회가 닫힌 동안...."
아서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무덤을 뒤졌군!"
"변질하지 않은 인체를 구할 장소는 많지 않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억울하다는 듯이 변명을 읊었다. 그 순간, 나는 누군가 머리를 강타한 듯이 충격받았다.
"자네가 바로 묘지의 연금술사였어!"
그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의외의 사실, 아니, 어찌 생각하면 너무 정당한 사실에 경악했다. 하기야 노엘보다는 프랑켄슈타인이 수상한 외국인의 걸맞은 모습이었다. 그는 영국인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수상한 도굴꾼의 전형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여하튼, 저는 건강한 시체와 건강하지 못한 시체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발견했습니다... 그건, 지방의 양입니다. 다윈의 주장이 옳다면, 지방이 많을 수록 열과 수분을 보존하는 게 살아남는데 유리했던 거겠죠... 거기에, 지방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밀랍은 인공 핏줄을 만들어 수혈하지 않아도 부패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로 밀랍은 가장 훌륭한 인체의 대체재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옆에 놓인 철제 통을 꺼내 밀랍을 넣고는 열을 가해 녹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 사이에 뼈대를 준비하죠. 편견과 달리, 피가 돌지 않는 뼈는 썩기 쉬우니... 납을 사용할 겁니다."
"납이라고!"
무슨 말을 해도 놀라지 않을 생각이었으나, 나는 다시 한 번 기겁하고 말았다.
"네. 물론, 어느 정도 독성이 있긴 합니다만, 뼈는 몸 아래 덮여있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습니다. 밀랍으로 만든 피부는 납의 독성을 잘 차단해줄 겁니다. 다른 재료라면 몰라도, 밀랍이기 때문에 가능한 셈이죠."
나는 이것을 비단 21세기와 19세기간의 인식 차이라고 여길 수 없었다. 그는 납의 독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에도 굳이 납을 뼈대로 삼은 것이다.
"변형이 쉬운 납 안에는 신경을 넣는 것이 용이합니다. 그리고... 뼈대 특유의 견고함과 연성을 동시에 잡아주는 재질은 많지 않습니다. 근육은 제가 조제한 단백질 접착제를 사용하고, 구리와 고무를 사용합니다. 약한 전기 반응에도 수축하며 굳으니, 부위마다 전기 흐름을 완전히 차단하면 근육을 모방하는 수준은 될 겁니다. 눈은 섬세한 부위입니다. 그러니 수은을 섞은 아주 얇은 유리구슬을 사용하고, 그 안을 닭 뼈에서 추출한 콜라젠으로 채울 겁니다. 이것도 본래는 접착제로 사용하려고 만들었지만, 접착 성분은 약하더군요. 신경에는 구리를 이용한 미세사를 사용하고, 뇌와 연결된 척수 신경은 금으로 만들 겁니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결국 전기 신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전기는 고작 전구나 밝히는 데 쓰는 것이 아닙니다."
프랑켄슈타인은 광기 어린 말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짓고 있는 모든 문장은 내가 알고 있는 기초 과학을 거슬렀다.
헛소리다. 실험은 취소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말하려 했다.
아서가 선수쳐서 말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랬을 것이다. 아서의 입가에는 음흉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마치 전에도 해본 적이 있는 것 같군."
나는 보았다. 잠깐이지만, 프랑켄슈타인의 얼굴에 드러난 그 비밀스럽고 수줍은 공포를 말이다! 그는 내가 알지 못하는 영역에서 비밀을 갖고 있었다. 금단의 영역에 침범한 대가로, 인류를 족히 위협하고도 남을 거대한 비밀을 눈 안에 숨기고 있었다!
멈춰 세울 수 없었다. 오늘, 셜리 마리는 부활한다. 나는 영혼 깊숙이 이해했다.
"인간을 만들기 위해선 완벽한 신체를 만들 필요조차 없습니다. 결국 생명이란 조잡한 인형에 불과합니다. 전기의 시대에 인간은 인간을 만들 겁니다."
그리고, 실험이 시작되었다.
놀랍게도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내뱉은 헛소리를 모두 실현했다. 그는... 인간을 만들고 있었다! 그 인체를 조금도 닮지 않은 재료로 말이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진실로 광인이었다!
그가 직접 준비해 온, 그리고 실험실 내에서 조제한 화학 물질 중에 내가 자신 있게 이름을 댈 수 있는 것은 무엇하나 없었다. 그의 손은 이형의 생물의 것 같았다. 그 손이 닿은 뒤에는 내가 알던 무엇도 미지의 것이 되었다. 생명과 생식의 비밀조차도 그의 손 위에서는 하나의 물질에 불과했다.
그의 얼굴에 담긴 열정은 비정상적이었고, 그는 자신의 모든 업적을 극도로 혐오하며 경멸했다. 그러면서도 손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눈은 매 순간 진동하며 두려워했으나, 작업을 이어가는 손은 한 번도 경련을 일으키지 않았다.
마지막 단계는 마리의 뇌를 옮기는 작업이었다.
두개골은 절제되었고, 안에서 꺼낸 싱싱한 뇌가 새로운 몸으로 옮겨졌다. 그 안에는 뇌수 대신 검은 액체가 출렁이고 있었다. 머리가 봉합되는 그 모습이 나는 현실처럼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수 시간? 수십 시간?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인간의 순결함은 매 순간 모욕당했고, 신의 업적은 진흙 위로 떨어졌다. 그 충격적인 광경을 나는 몇 시간이고 홀린 듯이 지켜봤다. 귓가에는 악마의 흉소가 들렸다. 아니, 저건 빗소리인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아서는 즐거운 목소리로 흥얼거렸다.
"번개가 치는 날 잉태한 아이는 제우스의 자식이라고 말하곤 했지. 그렇다면 그녀는 신의 사생아인가? 아니면 2천 년도 전부터, 생명의 신비라고 지껄이는 것들이 모두 전기가 만들어낸 착각이란 걸 알았던 걸까?"
프랑켄슈타인은 바닥에 꽂힌 철침을 뽑아들었다.
"이건, 피뢰침입니다."
그는 담담히 설명하며 완성된 마리의 몸에 그것을 꽂아 넣었다.
─────쿠르릉! 쿠릉!
번개가 내리친다. 나는 이 순간, 신조차도 두렵지 않았다.
새하얀 섬광이 셜리 마리의 새로운 몸을 관통하며 내리쳤다. 철판 위로 새하얀 전깃불이 튀며, 누워있는 마리의 나신이 쉴 새 없이 경련했다.
그리고, 그리고 내가 정말 두려운 것은....
아아, 신이시여!
신이시여! 그녀가 움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