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흰긴수염고래의 꿈
그날 이후, 나는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모든 갈등은 극적으로 해소되었다. 나는 저 파우스트보다도 격정적인 결말에 이른 것이다. 이것이 소설이라고 친다면, 이보다 유치한 결말은 있을 수 없었다.
"오후 차를 준비해 드릴까요?"
"부탁하네."
창문 너머로 찬 겨울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창문을 닫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창밖에 서 있던 신문팔이가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창가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여행 다녀오셨나요?"
나는 그 순진무구한 질문에 뭐라 대답할지 고민하다 어쩌지도 못하고 되물었다.
"혹시 신문은 안 읽니?"
"네, 저는 글을 읽을 줄 몰라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문 사시겠어요?"
"오늘은 어떤 게 있지?"
소년은 신문 가방을 뒤적거렸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 데일리 메일, 그리고 더 스케치가 있어요."
"더 스케치,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 한 부씩 주렴."
나는 실링 동전 2닢을 소년의 손 위에 올려주었다. 실링 동전 하나로도 두 신문을 사고도 1펜스를 거슬러 받았을 테니, 팁으로만 상품값의 두 배를 지불한 셈이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소년은 활짝 웃고는 돌아갔다. 나는 창문을 닫고 자리로 돌아왔다. 찬 공기가 잔류한 실내는 여전히 추웠고, 나는 라디에이터를 틀었다. 도리아 양식의 예술 작품처럼 보이는 원통형 라디에이터가 기름 냄새를 풍기며 천천히 열을 받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대 라디에이터가 달궈지기를 한참 기다리고, 정상적으로 온도가 오르는 걸 확인하고 난 뒤에야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의자는 16세기 양식을 충실히 재현한 오스 아 무통이었다. 다락방을 나오며 마련한 가구 중 하나인데, 나는 그 사실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
남작이라는 작위가 부끄럽게도, 내 예술적 안목은 두 형과 달리 처참했다. 나는 서툴게 상류층 흉내를 내는 부르주아처럼 주변의 복고 유행에 급하게 합류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의자였다. 16세기 가구라는 이름답게, 실제로 이 의자는 인체 공학적 이해가 처절하게 부족했다.
내 다리가 나날이 휘어가는 것도 의자와 완전히 무관하진 않을 터였다.
그 때문에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 위에서 보내곤 했는데, 마리로부터 몇 번이나 게을러 보인다는 핀잔을 듣고 난 뒤에야 다시 의자에 앉는 버릇을 들일 수 있었다.
나는 무릎 위에 올린 신문을 차례대로 펼쳤다.
신형 복고풍이라는 난해한 조합이 유행하는 탓에, 상품 광고 카달로그는 고전적인 문장으로 가득했다. 나는 신문을 읽는 사람 중 이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궁금했다. 그 외에도 예술계의 추문을 담은 기사가 몇 가지 지나갔는데, 대부분 내 관심을 끌기엔 부족했다.
런던의 근황에 관한 기사는 마지막에나 실려 있었다. 나는 그 내용을 건성으로 확인했는데,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도로 한복판에 나타난 거대한 싱크홀, 누가 배상해야 하나?』
이 기사는 최근 있었던 런던 지진과 관련된 기사였다. 그 여파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런던 거리 중심에 싱크홀이 뚫렸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지진에 대해 설명할 필요는 전혀 없었으나, 나는 이것이 지면을 늘리기 위한 술수라는 것을 꿰뚫어 봤다.
다행히도 싱크홀이 뚫린 시간은 새벽이라, 기적적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또 다른 기사는 이러했다.
『웨스트 노우드 공동묘지 폐쇄! 죽은 자는 런던에서 추방된다!』
그 과장된 제목과 달리, 내용은 위 기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지진으로 카타콤이 무너지고, 그 때문에 묘지가 잠정 폐쇄되었다는 것으로, 언젠가 안전성만 확인되면 다시 가동될 것이다. 이것 역시 전형적인 기자들의 호들갑이었다.
나는 현기증을 느끼며 신문을 덮었다.
모든 것이 이토록 마냥 평화롭다. 런던의 일상은 흔들리지 않는다.
라디에이터로 데워진 공기가 방 안을 순화했다. 딱 좋을 정도의 온도가 안락함을 선사했다. 템스 강의 악취는 이전보다도 덜했고, 런던의 어두운 하늘도 때로는 오늘처럼 푸르렀다. 흰 구름 사이로 다섯 대의 복엽기가 횡대 비행하고 있었다.
뭐?
────쨍그랑!
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리?"
닫힌 문 너머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편두통 때문에 머리가 욱신거렸다. 관자놀이가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나는 신문을 다시 펼쳤다. 그리고 앞서 본 기사들을 모두 잊을 만큼 집중해 그것을 읽었다.
『도로 한복판에 나타난 거대한 싱크홀, 누가 배상해야 하나?』
기사는 런던 지진에 관한 서술로 시작했다. 최근 런던에는 두 번 지진이 일어났다. 한 달 전, 웨스트 노우드 공동묘지의 카타콤과 론디니움을 이어줬던 작은 지진, 그리고 나와 어거스틴 부자가 지하로 떨어진 날 있었던 그보다 큰 지진.
두 번째 지진이 있고 그 다음 날 새벽, 런던 중심가에 사는 시민들은 땅이 무너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거리로 나온 그들은 도로 한가운데에 뚫린 거대한 구멍을 목격한다. 무려 직경 10m가량의 거대 공동이었다.
아침부터 런던을 대표하는 9개 보험 회사와 런던 시청, 수도관리청, 토지측량국, 보편사무국, 런던 소방대를 비롯해 3개 정부 부서가 정황 파악에 나섰다.
싱크홀의 깊이를 측량하려는 모든 시도는 무마되었다. 그들이 가진 가장 긴 줄자와, 그다음으로 긴 줄자를 덧대어도 구멍의 깊이는 잴 수 없었고, 떨어진 모든 물건은 사라진 것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며 낙하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그 뒤로는 지리멸렬한 논점 흐리기가 이어졌다. 누구도 이 건에 대해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았고, 현장에서부터 진흙탕 싸움이 시작되었다. 결국, 법정으로 향하기 직전에 보편사무국이 이 건에 대해 책임지기로 했다.
그들은 공동 위를 철근 콘크리트로 덮고, 그 주변을 벽으로 두르기로 하면서 이 사건이 끝이 났다.
『웨스트 노우드 공동묘지 폐쇄! 죽은 자는 런던에서 추방된다!』
이 기사는 제목만큼 자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지진으로 카타콤이 무너지며, 11명의 묘지기가 지하로 떨어져 사망했다는 내용이 그것이었다. 시체는 수습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보편사무국은 지반 불안정을 이유로 묘지를 잠정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루벤 어거스틴과 광부들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카타콤은 지진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나는 알았다.
모두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했다. 런던은 이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천 년간 이어져 온 공사가 끝났을 때, 단숨에 지하로 추락할 것이다. 지하에 있는 그것이 허기를 느끼는 이상, 결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었다. 런던 추락이 머지않았다.
전날 밤도 그러했다.
나는 잠들기 위해 침대에 눕고는, 밤새도록 깡! 깡! 하는 채굴 소리에 시달렸다. 지하에서 그들은 지금도 땅을 파고 있다. 2천년 동안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마리? 마리!"
나는 신문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외쳤다. 그녀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실내는 괴로울 정도로 인기척이 부족했다. 나는 신문을 내팽개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시로 쓰고 있는 얇은 지팡이가 부르르 떨렸다.
전날, 셜리 마리는 부활했다.
잃어버린 생명이 밀랍 덩어리 속에서 돌아온 것이다. 그녀는, 그녀는 허우적거렸다. 처음에는 나는 그녀가 감전되어 인공 근육이 멋대로 경련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곧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물속에 가라앉은 사람처럼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사실... 이게 처음은 아닙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음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그에게 물으려 했으나, 그 전에 마리가 눈을 떴다. 그리고,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고, 입을 연 뒤에,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고통스럽다는 듯이 비명을!
"누구나 같습니다. 동물이건, 사람이건, 되살아난 자는 모두 저렇게 비명을 지릅니다."
그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죽음의 너머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과 공포가 존재하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우리 인간은 죽어서는 안 됩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리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멈추게."
"무엇을 말입니까?"
"뭐가 됐건, 하지 말게!"
"피험자를 위한 겁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셜리 마리는 비명을 멈췄다. 다시 깨어난 마리는 나를 보고 말했다.
"주인님, 저는 시계를 훔치지 않았어요."
그 이후로, 나는 그녀를 사람이라 생각할 수 없었다.
"자네, 괜찮나?"
셜리 마리는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발치에는 찻잔 파편이 어질러져 있었다.
"주, 주인님, 저는...."
"가만히 있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지팡이를 벽면에 세워놓고, 간신히 바닥에 네 발로 엎드렸다. 도자기 파편이 사방에 떨어져 있었고, 나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모았다. 마리는 자신의 손가락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다쳐요...?"
그녀의 손가락을 보았다. 밀랍 피부 위로는 날카로운 파편 하나가 꽂혀 있었지만,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아마 통증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손가락에서 도자기 파편을 뽑아냈다. 파편이 박혀 있던 위치에는 그로테스크한 작은 구멍 하나만이 남았다.
"저는 뭘...."
마리는 느리게 물었다.
───찌르르.
초인종 소리에 마리가 고개를 꺾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현관 쪽으로 나섰다.
"제가, 제가 나가볼게요!"
"이봐."
그녀는 내 말을 듣기도 전에 문을 열었다.
"마리 잘 지냈나? 몸은 괜찮고?"
"앗, 프랑크 백작님."
현관문 쪽에서는 그리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필레몬은 안에 있나? 물론 그렇겠지. 그 친구가 그 다리로 어딜 가겠어."
"네, 그렇지만... 지금은...."
"자고 있나? 괜찮아, 내가 왔다고 말하고 깨우면 될 거야."
나는 도자기 파편을 한곳에 모아놓고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벽면에 세워놓은 지팡이를 붙잡고, 휘청거리며 현관에 도착했다. 아서 프랑크, 그는 나를 알아보고 경박하게 웃었다.
"괜찮네, 들여보내게."
"아, 필레몬, 저번이랑 입장이 반대군그래."
아서는 마리가 아직 물러나기도 전에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마리, 그 불쌍한 여인은 당황하며 뒷걸음질치다 벽면에 딱 달라붙었다. 아예 걸을 줄 모르는 사람처럼 말이다.
"아직 완전하진 못하군."
그런 그녀의 모습을 흘겨보며 아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리의 유리구슬로 된 눈이 떨렸다. 그녀의 얼굴이 밀랍으로 교체된 이후로, 그녀는 이런 식으로밖에 제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 표정 풍부하던 여인은 항상 같은 표정밖에 지을 수 없었다.
그녀는 뇌가 담긴 인형이었다.
"응접실로 가지."
"저, 차는..."
"고맙지만, 가져다주지 않아도 괜찮네. 이제 가서 좀 쉬게."
나는 그녀가 움직이는 걸 보고 있기가 괴로웠다. 그녀가 겪는 괴로움은 순전히 내 이기심의 발로였다. 고작 죄악감을 털어내기 위해, 내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했단 말인가.
애써 모든 것을 외면하며, 나는 응접실로 향했다.
덜컥, 하고 문이 열리자, 방 중앙에서 작당하여 주방 습격을 꾸미던 생쥐 무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며칠 전보다 그 수는 늘었는데, 살은 더 말라 있었다. 그 광경을 어깨너머로 지켜본 아서는 능청을 떨었다.
"동거인이 더 있는 줄 몰랐는데?"
"내가 자네 저택의 모난 부분을 언급하지 않는 건, 순전히 내가 예의 바른 신사이기 때문이란 걸 기억하게."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아서는 잽싸게 먼저 착석하고는, 내 엉덩이가 쿠션에 닿자마자 본론을 꺼냈다.
"어제 제안의 대답을 들으러 왔어."
"시간을 준다 하지 않았나?"
"그래서 하룻밤이나 시간을 줬지. 이봐, 필로. 나는 뭔가 가지는데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아. 너에게만 특혜를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어?"
나는 그의 뻔뻔함에 말문이 막혔다. 아서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말을 꺼냈다.
"오늘 아침 일찍, 웨스트 노우드 공동묘지에 다녀왔어. 도중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새도 열기구도 아닌 것이 날고 있더군. 얼마 전부터 런던 상공에 종종 그것들이 보였지. 나는 다른 사람들이 왜 그 얘기를 안 하는지 도통 모르겠어. 그냥 턱만 살짝 치켜들면 볼 수 있을 텐데."
그 특유의 장광설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그가 뭘 말하고 싶은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서의 이야기가 점점 이어질수록, 그 의도가 드러날수록, 나는 옛 친구가 어떤 말을 할지 불안해졌다.
"그리고 묘지에 도착해보니 이미 폐쇄되었더군. 평소에 저 돼지같이 뚱뚱한 시장이 얼마나 게으른지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일 처리 속도 아닌가. 심지어, 경비원까지 지키고 있더군.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물어보니, 자신이 보편사무국의 국원이라 하지 뭔가. 그리고 묘지는 왕실령으로 폐쇄되었고, 누군가 위험 구역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 안전 관리 차 국원이 배치되었다는 거야. 세상에, 언제부터 런던이 그렇게 인명을 신경 썼다고 그러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말을, 그는 기어코 입에 담았다.
"설마 자네, 지금 여왕 폐하를 의심하는 건가?"
나는 아서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아마, 그의 멱살이라도 잡을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다리가 제대로 움직여 줬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몰랐다.
대신에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여왕 폐하 당신께서 런던 전체를 지하에 사는 괴물한테 팔았다고 말할 텐가!"
"런던에서 무슨 일인들 못 일어날까."
내 격정을 오롯이 받으며, 아서는 눈을 반쯤 감았다.
"필로, 내 친구. 나는 오랫동안 런던에 대해 생각해왔네. 그 시간이 자네보다 짧다고 말할 순 없을 거야. 그리고 한 가지 정답을 얻었지."
그는 이야기의 핵심을 눈앞에 두고 따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그는 신부였다. 죽음을 고하는 신부가 즐겁게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서는 엄숙한 목소리로 고했다.
"런던은 이미 죽었고, 우리는 그 시체 위에 살고 있어.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자네는 보이지 않나?"
그의 말이 끝나자, 나의 머릿속에서 무수한 색채가 스쳐 지났다.
그렇다, 나는 그간 봐온 것이다. 교외의 저택 지하에 구속된, 런던의 수도관에서 헤엄치는, 뒷골목의 어둠 속에 숨어 사는, 런던의 지하에 잠들어 있는!
"아니야... 이건 아니야."
과연, 인류는 이미 멸망했다! 아직 누구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
"대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몰라서 묻는 것도 아니잖아. 그런 평범한 말을 할거면 아예 입을 벌리지 마."
아서는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그의 성량이 점점 커졌다.
"오라클이 계산하는 건 런던의 운명, 아니, 인류의 미래라네! 고작 숫자 몇 개를 나열해 놓는 것으로 인류의 존망을 논하는 거야! 괘씸하기 짝에 없게! 신을 자처하는 저들이 얼마나 쉽게 운명을 결정하는지 보라고!"
아서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어찌나 힘이 들어갔는지, 그의 손 가죽이 벗겨져 핏자국이 묻어났다. 그는 책상을 내려다보며 한참이나 숨을 골랐다.
"나는, 가두기로 했어...."
"저들을? 그건 불가능해!"
"저들이 아니야. 우리를 가둘 거야."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젓고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저 모든 가짜 신이 대체 어디서 왔겠어?"
나는 고개를 들었다. 위에는 페인트 위로 곰팡이가 낀 나무 천장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시 고개를 내리고, 아서의 눈을 봤다. 그의 안구 속에는 무한한 흑색 공간을 배경으로 한 별과 성운의 색채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눈 깊숙한 곳에는 심우주가 있었다. 별빛조차 닿지 못하는 저 깊고 어두운 우주의 심연 속에 그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나는 우주를 닫겠어. 프랑크 학술회는 그걸 위해 존재해."
아서 프랑크는 미치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