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29화 (29/232)

§29.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한참 뒤, 나는 평정을 되찾았다.

내가 겪었던 불가사의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캠퍼스는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가로등 위에 앉은 울새 한 쌍이 속 편하게 지저귀고, 학생들은 소란스럽게 잔디밭 위를 가로지르며 젊음을 과시하고 있었다.

오직 나만이 여기 어울리지 못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처럼 목을 집어넣고 사방을 노려보며 걸었다.

도리어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는 내가 겪은 사건 위에 덧칠되어 더욱 그로테스크하게 보였다. 제이콥 섬이나 웨스트 노우드 공동묘지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앞선 두 사건은 런던 시민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사람을 죽이지 못해 안달 난 괴물 같은 존재들의 위협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하지만 올드코트는 엄연히 런던 한복판이었고, 수백 명의 학생이 태연하게 오가는 대학이었다. 그들은 내게 적대적이지도 않았고, 이단적인 신을 숭배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중얼거리지도 않았다.

뿌연 안갯속을 걷는 느낌이었다. 런던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지만, 언제나 불쾌함을 선사했다.

"아, 허버트 교수님."

등 뒤에서 누군가 내게 아는 체하며 말을 걸었다. 나는 지팡이로 상대를 구타할 준비를 마치고 고개를 돌렸다.

"칼라스 학장 대리님."

"오늘은 교수라고 불러주시죠. 학장님께서 와계신 날이니까요."

나타난 것은 칼라스였다. 그 노교수는 2주 전에 학장실에서 만났을 때보다 홀가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표정조차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지금 그가 나타나는 것은 너무나도 작위적이지 않나.

"첫 수업은 어땠습니까?"

"쉽지 않았습니다."

나는 일부러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칼라스는 태연히 대답했다.

"처음부터 쉬운 일은 그만큼 가치 없는 법이죠."

"학생들이 이상했습니다."

내가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명목상 학장 대리, 실제로는 칼리지 사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었다. 나조차 하루 만에 마주친 이상 현상을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칼라스는 내 말이 끝나자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나는 준비했던 지팡이를 슬쩍 들어 올렸다.

"이해합니다. 다른 대학 강연과는 아주 많이 다르죠. 여기 올드코트에서는 모두가 지혜를 추구하고, 지혜와 지식은 흔히 혼용되지만 오히려 상극에 놓인 관계니까요. 지식이 많은 자는 편협해지기 십상이고, 지혜로운 자는 새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니 학생들은 이렇게 저항하는 겁니다."

그는 움켜쥔 주먹을 권투 선수처럼 허공에 휘둘렀다. 형편없는 쉐도우 복싱이었다.

"그들은 맞서 싸우려 합니다. 학자들이 수천 년에 걸쳐 쌓아온 지성의 권위에 도전하는 거죠. 죽은 지식을 달달 외우고 있을 뿐인 실력 없는 교수는 다 여기서 떨어져 나갑니다. 심지어 교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자기네가 뭘 잘못 했는지도 모르고 말이죠."

그는 주먹으로 내 어깨를 툭 쳤다. 지중해 출신다운 스킨십이었다. 런던에서는 조금 부담스러운 감이 있었다.

"하지만 쉽지 않다고 하니, 교수님께서는 분명 그들에게 뭔가 가르친 겁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군요."

칼라스는 즐거운 목소리로 노래하듯 말했다. 호의를 보이는데 유독 인색한 런던이기에, 나는 이 친절한 노교수가 광기 어린 대학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좀처럼 믿을 수 없었다. 차라리 그는 피해자 쪽에 서는 쪽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이미 믿을 수 없는 경험을 한 직후였다.

올드코트 학생이라는 것 외에는 어떤 공통점도 없는 평범한 학생 수십 명이 일제히 광기에 빠지는 그 장면을 본 직후란 말이다. 광기 앞에 인간은 그토록 평등했다.

우리는 나란히 걸었다. 나는 의식하지 않았지만, 칼라스가 보폭을 맞춰준 덕이었다. 나는 슬슬 이 노교수가 정말로 내 안부를 묻기 위해 왔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우리의 머리 위로 깃대에 꽂힌 대학 깃발이 펄럭이며 지나갔다. 불길하기 짝에 없는 대학 문양이 새겨진 깃발이었다. 한때 이곳에 수도원이 있었다는 사실은 불경함을 부각하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참 신비롭지 않습니까? 저토록 작은 깃발 안에도 세상 만물의 이치가 담겨 있습니다."

나는 칼라스의 옆모습을 돌아봤다. 그의 눈에는 방울진 경외심이 어렸다.

"문양 말입니까?"

"저 문양을 그린 것은 ■■■ ■■ ■■■ 학장님이십니다. 육혜 시계와 마찬가지로, 지혜로운 자일수록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죠. 그것은 일종의 예지에 가깝습니다."

다시금 그 이름이 거론되자 편두통이 일어났다.

그들이 학장에게 광신적이란 것은 알았지만, 그 이야기는 신화처럼 허구적이었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지적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올드코트 수도원이 올드코트 대학이 된 지 150년이 넘은 걸로 압니다만."

"아, 물론입니다. 제가 말하는 건 초대 학장님입니다."

내 질문에 칼라스는 호쾌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러면 역대 학장이 전부 ■■■ ■■ ■■■라도 된단 말입니까?"

"글쎄요."

비꼬려고 한 소리에 칼라스는 의문으로 답을 내놓았다.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이번 학장님이 설립 몇 대째인지, 언제 취임하셨는지, 어떤 기준으로 차기 학장이 내정되는지, 알려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모든 학장님을 ■■■ ■■ ■■■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죠."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합니까!"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그분의 지혜를 따르고 배우는 한, 우리 역시 ■■■ ■■ ■■■의 일부라 볼 수 있는데. 올드코트 전체가 또 다른 ■■■ ■■ ■■■를 만드는 양식장 같은 겁니다."

나는 칼라스가 갑작스럽게 보이는 광신적인 믿음이 마냥 두려웠다. 그는 여왕 폐하에게도,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에게도 충성하지 않는다. 오로지 대학 학장이 베푸는 지혜만을 갈구했다.

"진리를 사되, 팔지는 말지어다. 지혜와 가르침, 깨달음에도 그리하라."

나는 고개를 돌렸다.

"솔로몬 왕의 잠언입니다. 역설적이지 않습니까? 지식과 지혜, 가르침, 깨달음, 모두 좋은 것인데 어째서 팔지 말라고 하는 걸까요? 솔로몬은 진정 어리석은 왕입니다. 지혜란 것은 한데 고여 있어서는 썩는 것임을 몰랐기에 그토록 볼품없는 최후를 장식했죠. 반면 우리는 남을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는 교수입니다. 이 어리석은 왕의 졸문을 따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칼라스는 지혜의 왕에 대한 과감한 해석을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

"올드코트에서 지혜란 남과 나누는 것을 제일의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칼리지 사이에 세워진 높은 석벽을 보았다. 그가 말하는 나눔은 벽 한 겹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이해가 안 됩니다."

"Déan staidéar san eagna, agus sábhálfar tú."

칼라스는 그의 말을 빌리자면, 신비로운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당신은 지혜로운 자이니 언젠가 알게 될 겁니다."

프랑크 저택에 도착하고, 나는 곧바로 아서를 찾아갔다.

그는 마침 식당에 과할 정도로 커다란 식탁 앞에 홀로 앉아 있었는데, 나는 아서에 관한 몇 가지 호기심 중 하나를 풀 수 있었다. 가정부도 없는 그가 평소에 뭘 먹고 사는지 말이다.

아서의 앞에는 설탕 결정에 파묻힌 고기 절임이 놓여 있었다. 소스, 그렇게 불러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크렘브륄레의 표면처럼 반쯤 탄 것처럼 보였다. 그는 그것을 스푼과 나이프로 잘라 입에 쑤셔 넣고 있었다.

보는 내가 속이 매스꺼워질 지경이었다. 아서의 얼굴도 아주 창백했는데, 그 맛을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좀 들겠어?"

"아니, 사양하지. 자네와 달리 나는 설탕을 줄일 나이거든."

그는 식기를 던지듯이 내려놓고 입가를 닦았다. 어찌나 단 냄새가 풍겼는지, 아서의 손이 멈추기가 무섭게 파리 떼가 접시에 달라붙었다. 나는 식탁 앞에서 그토록 역겨운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식성도 그런가?"

"뭐?"

"자네는 절반은, 아무래도, 그렇잖나. 식성도 혹시 그런 건가?"

내 질문에 아서는 인상을 팍 썼다.

"근래 들은 것 중 가장 멍청한 질문이야, 필로."

그는 닦아도 닦아도 입술이 끈적한지 식탁 위로 침을 몇 차례 뱉었다. 신사라면 여덟 살배기도 저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올드코트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네."

나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자네는 입을 열자마자 날 실망하게 하는군. 나는 저번에 하던 얘기를 마치러 온 줄 알았는데. 학술회에 관한 그런 것들 있잖아."

"그 부분에 관해선 자네가 옳았어. 런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더는 좌시할 수 없네. 내가 런던에 살기로 한 이상, 자네의 학술회에 협력하겠어. 그러니 내 말이나 좀 듣게. 어쩌면 무고한 청년 수백 명이 위기에 빠졌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네."

"그래? 그러면 들어볼 가치가 있겠어. 뭐라고 했지?"

아서는 접시를 옆으로 밀고는 양팔을 식탁 위에 올렸다. 접시에서 파리 떼가 잔영처럼 흩어졌다.

"내가 올드코트 대학에 교수로 취임한 사실은 알고 있겠지?"

"뭐? 말한 적 없어."

그는 놀란 목소리로 외치고는, 홀로 중얼거리다 목소리를 높였다.

"■■■ ■■ ■■■. 올드코트 학장. 그자가 있는 곳이군!"

"알고 있나?"

내 질문에 아서는 준비했다는 듯이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언젠가 이런 순간을 위해 대사를 적어놓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름의 조사를 했지. 그 정도면 학술회에 초청할만한 인물이라 생각했거든. 이름뿐인 어중이떠중이들과 달리 그는 진짜 학자야. 겉으로 드러나진 않아도 근래 런던에서 나오는 모든 신문에 자기 이름을 싣고 있지. 이런 게 가능한 사람은 왕립 학회 회장하고 ■■ ■■■ 그자밖에 없을 거야. 심지어 학계에서는 논문을 발표하기 전에 올드코트로 보내는 게 관례가 되었다더군. 믿어지나? 그 오만불손한 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 거야. 그러면서도 그는 왕립 학회 명단에 이름도 올리지 않았어."

달변 끝에 아서는 눈을 살짝 찡그렸다.

"그에게 초청장을 보내고, 계속 조사를 하던 와중에 이상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지. 그가 도무지 실체가 없다는 거야. 유명한 학자라면 으레 족적을 남기기 마련이지. 굵직한 회의의 참가 명단 끝자락에 제 이름을 적는다든가, 학술지에 길고 따분한 항의 편지를 보낸다든가, 자신의 지성을 과시하지 못해 안달이 나기 마련이라고. 그런데 그 작자는 철저하게 올드코트 대학 내부에서만 활동하더군. 저 런던 북부에 있는 폐쇄적이고 음산한 요새 말이야. 시대는 벌써 현대지만 하는 짓은 꼭 중세 사람 같지. 심지어 나는 그의 얼굴을 봤다는 사람 한 명 보지 못했어."

아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반쯤 숙인 채, 좌우로 어지럽게 왕복했다.

"편지를 보낸 건 실수였어. 그자가 실존하는 인물인지를 제쳐두더라도 너무 위험해. 학술회가 어디까지 간파되었을지 짐작이 안 돼. 회원 명단이 들켰을까? 아니, 그러진 않겠지. 프랑크의 바보들은 일종의 위장 전술이야. 거기 이름이 실린 얼치기들 뒤를 아무리 파봐야 뭐가 나올 리가 없지."

나는 간신히 정신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아서의 반응을 이해했다.

아서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 ■■ ■■■ 학장은 그에게도 불가해한 존재였다.

"좀 진정하게. 세상에, 나까지 정신이 없군."

"확실한 건, 그자가 왕립 학회와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이야. 그러지 않고선 그자가 런던에서 요새를 꾸리고 봉건 귀족 놀이를 하게 내버려 뒀을 리가 없지. 뭐가 그 고고한 학자의 구미를 당기게 했을까? 그 대가로 뭘 제공하고 있을까?"

"필로, 지금은 런던에 흩어진 회원들을 다시 모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야. 학술회가 만전이라 해도, 그 ■■ ■■■라는 아일랜드 서생과 충돌하고 싶지 않아. 하물며 지금은 더더욱 시기상조지."

아서는 발을 멈췄다. 그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화하더니, 이를 보이며 사악하게 웃었다. 앨리스 동화집의 체셔 고양이 삽화처럼 말이다. 그는 다시 의자에 앉고는 영악하게 웃었다.

"하지만 우리 쪽에 예상치 못한 무기가 들어왔군. 그가 아무리 눈치 빠르다고 해도, 나도 모르던 계획을 알아낼 턱이 있나."

"알트, 설마 자네 지금...."

"필로, 나는 그 ■■ ■■■라는 아일랜드 서생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 그자가 올드코트 성벽 너머에서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그리고 학회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런 것들 말이야."

그는 다짜고짜 말했다.

"청년 수백 명의 목숨이 걸린 일이야, 진지하게 임하게!"

"그래, 그게 무슨 일이건 아무것도 모르는 나보다는 직접 보고 겪은 자네가 많이 알지 않겠어?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조사해주면 고맙겠군. 대처는 나중에 생각해보지."

아서가 낯짝을 두껍게 깔자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정말로 할 말이 없었다! 그의 말이 옳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분을 식혀야 했다.

"하나만 묻지."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물었다.

"Déan staidéar san eagna, agus sábhálfar tú. 혹시 무슨 뜻인지 아나?"

"게일어군."

아서는 즉시 답했다.

"지혜롭게 배우라, 그리하면 구원받을지니. 조악한 말장난이야. 사도행전 16장 31절,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가정이 구원받을지니. 여기서 앞 문장만 바꾼 거잖아. 요즘 대학생들도 그러고 노나?"

나는 입을 쩍 벌렸다. 아서는 눈웃음쳤다.

"왜? 내가 게일어를 할 줄 아는 게 그렇게 의외인가?"

"당연히 놀랍지! 자네는 프랑스어 수업에서도 낙제했는데, 이제 와서 게일어를 한다고?"

"인생은 짧고, 기술(Art)은 길다. 고작 20살 먹고 무슨 학문적 성취를 이루겠나."

나는 그의 뻔뻔함에 질색했다. 그가 처음부터 수업에 결석하고 한량처럼 놀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내가 아니다.

"그래서, 언제 아일랜드를 갔다 왔나? 아니면 스코틀랜드인가?"

"올드코트."

나는 고개를 저었다.

"■■ ■■■ 학장을 신봉하는 자가 있네. 아마도 학장의 어록이겠지."

"그래? 정말로 아일랜드 사람이었군. 놀라워, 그런 불모지에서도 인재가 나올 줄이야."

아서는 태연하게 편견 어린 말을 내뱉었다. 나는 그 사실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 시대 아일랜드인에 대한 차별은 영국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아서의 말은 특별히 경멸 어린 것이 아닌, 이 시대의 상식을 대표하는 발언이었다.

"알트, 그런 말투는 신사답지 못하군."

"아, 그래, 저명한 민족주의자 앞에서 내가 말을 너무 막했군."

다만, 이번 비아냥만큼은 확실히 그의 나쁜 성격을 따른 것이다. 그는 내가 불쾌한 표정을 짓건 말건, 턱 끝을 쓸며 골똘히 생각했다.

"왕립 학회가 명망 높은 아일랜드 학자를 제 손에 움켜쥘 방법이라. 예컨대, 아일랜드의 독립을 보장했다던가."

"그들은 그저 왕가의 지원을 받는 학회에 불과한데, 그런 약속을 할 수 있겠나?"

아서의 혼잣말을 들은 나는 참지 못하고 참견했다.

"여왕조차 믿을 수 없는 판국에 의회라고 믿을 수 있겠어?"

그는 내가 굉장히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는 듯이 핀잔을 줬다. 그것마저 맞는 말이라, 나는 말없이 식탁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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