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34화 (34/232)

§34. 우주의 아래에서

나는 사냥칼을 집어넣으며, 학생에게 손을 내밀었다.

"돌려주게."

"제가 들고 있을게요. 교수님은 다리도 불편하고, 안에 든 내용물도 아니까 뭘 달라고 하면 제가 바로 찾아줄게요. 그쪽이 빠르지 않을까요?"

불순한 의도가 뻔히 드러나 보였다. 그녀는 한 번 열어보고 내 가방 안에 있는 위험한 물건들에 푹 빠진 것 같았다. 나는 이 시점에서 그녀의 많은 부분을 파악했다. 그녀는 아서 프랑크와 제법 비슷했다. 다른 점이라면 정신 연령인데, 그녀 쪽이 조금 더 높았다.

"그러면 내가 부탁할 때를 제외하곤, 절대로 열어보지 말게."

나는 그녀에게 당부했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도움이 필요한 건 맞았다. 방금도 그랬지만, 소총과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 벅찬데, 위급 상황에 빠르게 가방을 뒤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나는 그녀의 수작에 넘어가고 말았다. 아마 그런 계산을 하고 고집부린 거겠지.

기분이 좋아진 듯한 그녀는 바닥에서 무언가 주웠다. 눈알이었다. 끝 부분에는 피가 좀 묻어 있었지만, 그 모양은 거의 온전했다. 그녀가 그걸 코트 주머니에 넣으려 하길래, 나는 질색하며 구박했다.

"대체 뭣 하러 그런 걸 챙기나? 버리게."

그녀는 책망을 듣고 아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모처럼 예쁜 색깔인데. 저 사람은 왜 버렸을까요?"

"버렸다고?"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이었다. 핏물은 남자의 팔뚝까지 묻어 있었다. 당연히 누군가 눈을 뽑은 거로 생각했는데, 그 흔적은 스스로 뽑고 피가 묻었다고 보는 게 맞았다.

관찰력이 뛰어나다고 해야 할지, 비위가 좋다고 해야 할지 애매했다.

그리고 애초에 버렸다는 말은 대체 뭔가. 그녀가 쓰는 표현은 아주 이상하고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아까 전부터 최소한의 가식조차 챙기지 않았는데, 그 사실은 도리어 부자연스러웠다.

그녀가 정말로 아서 프랑크가 아니고서야, 사람을 대할 때는 예의란 걸 갖추기 마련이다. 그녀처럼 상류계급 아가씨라면 행동거지에 배어 있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니, 그녀의 엉뚱하고 비상식적인 면은 차라리 연기에 가까워 보였다.

어떤 의도로 그녀가 말괄량이를 연기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 어른스럽고 의젓한 모습 역시 연기였던 건 분명했다. 그녀의 몇몇 페르소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었으니, 유감스러울 따름이었다.

우리는 방에 존재하는 유일한 통로 앞으로 다가갔다. 검고 악취 나는 어두운 복도였다.

나는 무심코 욕설을 내뱉었다.

악취 때문이었다. 나는 여러 악취에 익숙해져 있는 편이었음에도, 그 냄새는 유독 끔찍했다. 런던에서 나온 대변으로 가득 찬 오물통에서 이런 냄새가 나곤 했다.

전구 불빛이 닿음에도 복도는 유독 어둡게 보였는데, 그건 벽면에 칠해진 검은 오물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냄새에 대해서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담배 냄새였다.

그렇다고 해도, 종이에 담뱃잎과 말린 가지, 그리고 종이 부스러기를 감싸 넣은 19세기 지궐련 특유의 단 냄새를 말하는 건 아니었다. 그것은 수십 가지 석유 화학 물질이 첨가된 21세기식 담배 노폐물 악취였다. 즉, 타르의 냄새였다.

물리와 화학이 완전히 구분되지도 않고, 정유 공장조차 원시적인 휘발유를 생산해낼 뿐인 이 시대에 그와 같은 화학 물질을 대량으로 생산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우웩...."

내 옆에 다가온 학생은 그 냄새를 맡고 헛구역질했다. 조금 전에 제 머리를 자르던 남자의 눈알을 주머니에 넣으려던 처녀의 반응이 아니었다.

어떻게 이와 같은 석유 화합물 특유의 악취를 재현했는지 몰라도, 독성 역시 그에 못지 않을 터다. 나같은 자가 아니고서야, 해충조차 이 위를 지나갈 리 없으니 여기는 단절된 길이나 다름없었다.

"지날걸세."

"네...."

그녀는 우울한 듯이 대답했다. 말하진 않았지만, 둘 다 이 길을 지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의 턱을 잡아 뽑는 투명한 괴물을 마주하는 것보다도 오물이 신발에 묻는 게 싫은 사람처럼 굴었다.

길 위에 오르자, 질퍽한 감촉이 신발 밑창 너머로 전달되었다. 이 구두는 돌아가면 곧장 버릴 생각이었다. 아마 입고 있는 옷 전부 그렇게 하겠지. 나는 오랜 피부병이 재발할까 걱정이었다. 그녀는 걷는 내내 천장에서 그것이 옷에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울상이었다.

우리는 1분 정도 걸은 끝에 막다른 길에 도착했다.

"여기도 장치가 있을까요?"

그렇지 않고는 만들어둘 이유가 없었다. 나는 벽에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건너편에서 공기가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걸 봐서는, 바로 이 뒤에 공간이 있었다.

"찾고 있을 시간이 없네."

내 흉내를 내듯이 벽 쪽에 다가온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차마 몸을 붙이진 못하고 있던 그녀는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리고 가방에서 한 물건을 꺼내주었다. 아서가 준비해준 것이었다.

그 미치광이가 준비한 것은 다이너마이트였다.

"위험하니까 멀리 떨어져 있게."

"네!"

나는 다이너마이트를 바닥에 쌓고는, 멀리서 심지에 붙을 붙였다. 한 가지 걱정이라면, 이 타르 가스가 불이 붙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는데 보는 그대로 타르 같은 것이었는지 그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도망치듯이 빠져나와 방으로 돌아왔다. 내가 귀를 막자, 그녀도 따라 막았다. 뭔가 말하는 듯했는데, 입 모양으로는 뭐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쿠르릉!

귀를 막고 있어도 얼얼해지는 산사태와 같은 굉음이 귀청을 때렸다. 방 안에 흙먼지가 날아 들어오며, 타르 악취가 끔찍할 정도로 풍겨왔다.

"... ... ...!"

귀가 멍해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그녀는 어딘가를 바라보며, 다급한 얼굴로 외쳐대고 있었다.

급한 사태. 방향. 벽면.

"... ... ...!"

나는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바라본 벽면 쪽으로 발포했다.

────탕!

보이지도 않았지만, 무언가를 맞췄다는 느낌만큼은 강하게 남았다. 나는 약실에서 달아오른 탄피를 꺼내 바닥에 버리고, 새 총알을 집어넣었다.

"맞았나?"

이제 조금 소리가 돌아오고 있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원래 포화 속에서는 목소리로 대화하지 않거든. 표정으로 눈치껏 알아내야지."

내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어떤 방향을 조심스러운 얼굴로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맞추셨는걸요."

"자네가 말했잖나. 뇌가 없는 사람이 벽에 붙어 다닌다고."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콧방귀 뀌며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그녀가 없었다면 시도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저번에 소리를 낸 것을 기억하곤, 다가오는 소리를 저격하려 한 것인데 설마 귀가 안 들리는 상황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정말로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다시 타르 복도 위에 올랐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시체를 피해 내게 바짝 달라붙었다.

무너진 돌벽 너머로는 그슬린 철문이 있었는데, 나는 먼저 그 위에 손을 얹었다. 폭발 때 발생한 열이 조금 남아 있긴 했지만, 손을 다칠 정도는 아니었다.

"제가 열게요."

우리는 빠르게 역할을 나눴다.

내 시선을 이해했는지, 그녀는 눈치 빠르게 철문을 밀었다. 나는 소총을 언제라도 발사할 수 있는 자세로 경계했다. 문이 열리고, 어두운 복도로 전구 빛이 쏟아져 내렸다.

안에 나타난 것은, 수술실이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없었다. 대리석을 깔아놓은 하얀 벽면과 청결한 환경, 수술대로밖에 보이지 않는 철판 등이 놓인 그 방은 누가 봐도 수술실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그런 생각이 들게 한 것은, 사람이었다.

수술할 때조차 양복을 벗지 않는 19세기 의사와 달리, 피를 확인하기 쉽게 청록색 현대식 수술복을 입은 의사들 말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어렸는데, 내 옆에 있는 여학생이 그들보다 나이가 적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문 너머에서 나타난 우리를 괴물이라도 보는 듯이 겁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양손으로 눈을 가리고, 바닥에 무릎 꿇으며 고개를 처박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안 보입니다. 안 보입니다."

그녀는 이 영문 모를 상황에 무심코 나를 쳐다봤다. 내가 어떤 답을 주리라 기대한 것이다.

"안 보입니다. 안 보입니다."

실제로 나는 어떤 것에 대해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추측은 점점 생명력을 얻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어투, 동작, 그 모든 것이 강렬한 확신으로 이어졌다. 이해할수록 심장이 거세게 맥동하기 시작했다.

"안 보입니다. 안 보입니다."

시늉이다. 그들은 혼잣말 시늉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들은... 그들은 못 본 척하고 있었다!

"보세요."

그녀가 내 손을 잡아당기며, 벽에 걸린 태피스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색 태피스트리 위에 그려진 것은 낯익은 문양이었다. 그것은 올드코트 대학 문양에 그려진 태양과 같은 것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림 위에 덧대어진 악의적인 낙서였다.

태양의 입과 눈에서 피가 흐르는 것처럼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올드코트 대학 문양에서 태양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아세요?"

그녀는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제임스 타운 칼리지에요. 여기는 제임스 타운 칼리지에요."

우리는 수술실, 어쩌면 해부실일지도 모르는 그곳을 중앙을 거닐었다. 아마도 제임스 타운 칼리지 학생일 그들은 여전히 눈과 귀를 틀어막은 채 혼잣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한 수술대 위에는 사람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내가 쫓아온 졸업생이었다.

그의 코 윗부분부터 정수리까지 절개된 탓에, 그의 얼굴은 1/4 정도가 잘려나간 모양이었는데, 뇌가 들어 있어야 할 두개골 안쪽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이걸 설명하기 위한 마땅한 단어를 알지 못했다. 굳이 말하자면 이 시대에는 태동하지 않은 초현실주의,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같았다.

"이 사람이었나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졸업생이라고요? 이 사람이요? 그렇지만, 똑같이 생겼는데...."

"누구랑 말인가?"

"괴물이요."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괴물, 그 괴물은 전부 졸업생이었어요. 성 헨리 8세 칼리지의 졸업생이요, 맙소사!"

누워 있던 시체가 벌떡 상반신을 일으켰다.

─────탕!

소총 탄환이 곧바로 졸업생의 심장에 쑤셔박혔다.

나는 성찰했다.

올드코트에 도착한 이래, 나는 항상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처음 도서관에 들렀던 순간부터, 학장실에서 서명할 때도, 수업을 하거나 올드코트의 세실 로드를 배회할 때도, 그리고 마침내 이곳에서 쏴죽인 것도 모두 이렇게 생겼다.

나는 그들을 줄곧 봐온 것이다.

마침내 알게 되었다! 뇌가 이해하고 만 것이다! 지혜! 내 뇌에 불현듯 지혜가 내리꽂힌 것이다!

우리는 왔던 길을 돌아왔다.

제임스 타운 칼리지 학생을 상대로 한 심문은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았고, 무엇도 알아낼 수 없었다. 억지로라도 입을 열게 하니, 고막을 파버리려 드는 탓에 더 물을 수도 없었다.

나는 돌아가는 길에 당부했다.

"밖에 돌아가면, 누구에게도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말하지 말고 곧장 대학을 떠나 집으로 가게. 가능하다면 믿을 수 있는 군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누구를 믿을지 모르겠다면 에드먼드 허버트를 찾게. 내 소개로 왔다고 하면 분명 도움을 줄 거야."

"싫어요."

긴 설득이 보람 없게, 그녀는 한 마디로 일축했다.

"여기서 돌아갈 순 없어요. 마침내 찾았는데...."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마치 뒷내용이 더 이어질 것 같았지만, 결국 무엇도 말하지 않았다.

나는 나대로, 도대체 뭔지 모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이 처녀를 어떻게 집에 돌려보낼지 고민하느라 누구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합의되지 않은 기묘한 정적이 갑작스럽게 둘 사이에 흘렀다.

나는 눈과 혀를 잃은 채, 바닥을 애벌레처럼 기어 자해하던 남자를 어깨에 짊어지고 복도로 나왔다. 그는 제풀에 지친 듯이 아주 얌전했다. 큰 복도로 나올 무렵, 체감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지났는지, 하늘은 이미 거뭇거뭇한 것이 완연한 밤이었다.

복도에는 지나가는 학생 한 명 보이지 않았다. 대신, 졸업생만큼은 넘치도록 있었다. 그들은 벽에 딱 붙여 줄지어 걷고 있었는데, 그녀가 말한 대로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니 알아보지 못한 건지 쫓아오지 않았다.

나는 학생을 다시 한 번 설득했지만, 그녀는 완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우리는 남자를 빈 교실에 눕혀놓고, 함께 아일랜드 성인의 탑에 올랐다. 번잡한 계단이 머리를 차분하게 식힐 시간을 줬다. 대학동만큼은 아니지만, 이곳에도 졸업생은 간간이 보였다.

학장실 안쪽에서는 늦은 시간 임에도 전구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본래는 ■■■ ■■ ■■■를 위해 만들어진 그 방에 지금 누가 있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노크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소총을 앞세우고 문을 거세게 열고는 안으로 돌입했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죠. 다이너마이트였습니까? 진동이 여기까지 오더군요."

"칼라스 학장 대리, 지금부터 전부 설명해 줘야겠네. 내가 자네를 쏘지 않게 하려면, 꽤 열심히 설득해야 할 거야."

그는 소총을 보고도 태연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그 질문도 이미 예상했습니다. 대답도 이미 준비해뒀죠."

"그놈의 지혜로 말인가? 사람을 죽여서 짜내는 빌어먹을 뇌 기름으로?"

"아니요, 그냥 간단한 논리입니다. 그런 참상을 보고도 아무것도 묻지 않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오히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제가 더 무섭겠군요. 그리고, 지금까지 올드코트 대학의 비밀을 파헤치려 한 사람이 당신뿐이라 생각하진 않겠죠? 아무래도 그건 너무 자신감 넘치는 생각 아닙니까?"

칼라스는 사람 좋은 미소로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했지? 입막음이라도 했나?"

그러자 그는 호쾌하게 웃어 재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때는 호감을 품었던 시원한 웃음이었지만, 이제는 사나운 예언자의 광소 같이만 들렸다.

"멀리도 아니고 바로 당신 눈앞에 있지 않습니까? 저도 당신처럼 이 대학의 비밀에 도착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학장실 창문 너머로 보랏빛 밤하늘이 칠해졌다. 밝은 별과 달이 그 위에 수놓아졌다.

"입막음은 당치도 않은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지혜를 숭상하고, 그런 억압된 방식은 자유로운 사고를 막죠. 지혜의 정상을 더디게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걸 믿으라고 하는 말인가? 내가 지혜롭지 못하다고 장님이나 백치인 줄 아나?"

나는 칼라스의 움직임에 맞춰 총구를 따라 움직였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방아쇠를 당기고 싶었다.

"성급하게 굴지 마시죠. 지금부터 설명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정말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그들의 눈을 뜨이게 해줄 뿐이니까요. 진정 지혜로워진 학생은 누구나 깨닫고, 앞다퉈 뇌를 바치려 들 테니까요."

칼라스의 등 뒤로 떠오른 건 우주다. 우주를 등진 그의 얼굴이 황홀경에 젖었다.

"위대한 ■■■ ■■ ■■■를 위하여."

나는 그 표정을 아주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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