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35화 (35/232)

§35. 나의 이름 YLTH을 두려워 할지어다

"우리는 학문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칼라스는 말했다.

"대신에 지혜를 얻을 수 있게 돕죠. 육혜 시계를 비롯해, 칼리지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상징물이 지혜의 성장을 돕습니다. 보이지 않는 위협에 무고한 자들이 희생되게 내버려두지 않게 하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하진 않으시겠죠."

그는 내가 할 말을 예측이라도 하듯이 차단하였다. 그리고 내 옆에 선 학생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곧바로 말을 지어낸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니, 그녀에게 묻겠습니다. 그녀는 올드코트 재학생으로 제 수업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갑자기 언급된 그녀는 깜짝 놀라며 어깨를 움츠렸다. 둘이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면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게만 괴짜 같이 굴었던 것이겠지만.

"학생, 지혜의 본질이 무엇이라 배웠지?"

"지혜의 본질은, 어...."

그녀는 눈치 보듯이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나는 그녀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대신 말했다.

"지혜의 본질은 불가시의 적. 그녀에게 들었지."

"좋습니다."

칼라스는 기분 좋게 웃었다.

"아마 수상하게 들리시겠지만, 불가시란 단어의 유래는 꽤 깊습니다. 결코, 올드코트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죠. 때는 1645년, 영국의 과학자들은 모두 공통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기존의 과학 법칙과 완전히 상이한 요소를 여럿 발견했죠. 그리고 편지와 편지, 입과 입으로 그에 대해 떠들다 모두가 같은 문제에 봉착했다는 걸 알게 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회합을 했습니다."

"지금 1645년이라고 했나?"

나는 익숙한 연도가 언급되자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칼라스는 영특한 학생의 날카로운 질문에 기뻐하는 교수처럼 손뼉 쳤다.

"맞습니다. 1645년, 왕립 학회의 전신으로도 여겨지는 보이지 않는 대학이 처음 회합한 기념비적인 연도입니다."

왕립 학회. 여기서도 그 이름이 나왔다.

■■■ ■■ ■■■ 학장, 왕립 학회, 나는 두 존재를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었지만, 칼라스는 전혀 그런 낌새가 없었다. 그는 진심으로 학장 개인을 숭배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정작 왕립 학회에 대해서는 무덤덤한 반응뿐이었다.

"로버트 보일은 그 연구에 가장 앞섰습니다. 그는 불가시학(Invisibology)을 제창했습니다. 아마 처음 듣는 이름이겠죠, 아이작 뉴턴 사후로 150년 가까이 비밀리에 숨겨온 이름이니까요. 오로지 왕립 학회의 일부 학자와 올드코트 내부에서만 입으로 전해진 학문이기도 합니다."

그는 창문을 열었다.

"지혜의 본질은 불가시의 적. 아이작 뉴턴은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서늘한 밤 공기가 실내로 흘러들어왔다. 바람이 불 때마다 별빛이 보이지 않는 흐름을 타고 코끝을 스쳤다.

"■■■ ■■ ■■■ 학장님께서는 인간으로 또 다른 생물을 만들어 스스로 미래에 통찰할 정도로 지혜롭지 않은 자는 보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이것은 온전히 그의 업적입니다."

그는 경외를 담아 학장의 이름을 불렀다.

"그게 학장의 목적인가? 보이지 않는 살인 괴물을 만드는 것?"

"그럴 리가 있습니까? 이건 단계에 불과합니다. 그분의 원대한 계획에서 고작 하나의 단에 불과하단 뜻입니다."

내가 비꼬는 걸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지혜롭지 못한* 것도 아닐 텐데, 그는 도리어 그것을 업적이라 부르며 칭송하였다.

"미래를 알게 된 학생... 편의상 졸업 예정자라고 부르죠. 졸업 예정자는 둘 중 하나로 나뉩니다. 미치거나, 이성적이거나. 미친 자는 위험합니다. 그는 지혜가 무르익지 않은 학우들에게 우주의 비밀을 떠들려고 하니까요. 그러니 불가시한 존재로 거듭난 졸업자가 그의 턱을 뽑아 말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그를 잠깐 잡아둡니다. 졸업할 정도로 지혜로운 자라면 더 조치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나는 턱이 뜯어져 나가고, 몸조차 자유롭게 가누지 못하던 그 불쌍한 학생을 떠올렸다.

"이성적인 자는 한결 낫죠. 그는 자신이 어디에 필요한지 압니다. 그러니까, 있어야 할 곳으로 스스로 가죠. 그렇다고 해도, 완전히 온전할 수는 없는지 말할 수 없도록 스스로 혀를 뽑고, 미래를 보지 않도록 두 눈을 파는 겁니다. 결국, 지혜는 뇌에서 오는 것인데, 눈을 파버릴 만큼 절박하다는 거겠죠. 어리석은 행동이지만 이해합니다."

이번에는 그 남학생이었다. 스스로 자신의 두개골을 가르던 학생 말이다.

"■■■ ■■ ■■■ 학장님께서는 지혜로 학생에게 미래를 보여주는 것을 모든 일의 시작으로 하였습니다. 결국, 모두 마지막에는 깨닫는 겁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뇌를 내놓고, 뇌를 잃은 채로도 학장님을 위해 봉사하는 겁니다.

칼라스 학장 대리의 머리 뒤에 달이 내려앉았다. 달빛은 해일로처럼 그를 축복하였다.

"그렇습니다. 미래를 아는 자는 결국 ■■■ ■■ ■■■의 이름에 복종할 수밖에 없습니다."

■■■ ■■ ■■■ 학장의 참된 제자.

산채로 시성 받은 그의 이름은 성 아폴로 그레고리오스 칼라스이다.

"미친놈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욕설을 토해냈다.

"자네의 그 대단하다는 학장은 결국 세뇌 기술을 가진 미친 새끼에, 이 대학은 순 살인 소굴에 불과하네! 불쌍한 청년을 죽여, 뇌를 꺼내는 성벽을 가진 변태 하나가 있을 뿐이네! 자네들은 하나같이 섬망을 앓고 있을 뿐인 정신병자고!"

칼라스의 표정이 극적으로 일그러졌다.

"■■■ ■■ ■■■ 학장님은 처음부터 당신이 지혜로운 자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올드코트를 멋대로 쑤시고 다녀도 내버려 둔 것인데, 지금껏 겪은 무수한 사건이 이 순간을 이해하기 위한 것임을 모르겠습니까?"

"그 잘난 학장의 예언이 하나 깨진 모양이군. 난 이 자리에서 자네를 죽이고 이 대학을 박살 낼 생각이네."

그는 나를 *이성적으로* 설득하려 했다.

"우리는 그들이 원하지 않는 건 그 무엇도 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뇌를 꺼내고 싶어한다고 믿게 하는 것 말인가? 듣던 중 가장 설득력 있는 말이었네."

그리고, 내가 무슨 일을 할지 예언이라도 했다는 듯이 초연한 얼굴로 말했다.

"당신이 절 죽이는 건 상관없습니다. 대신 머리는 빗겨 쏘길 바랍니다. 제 뇌는 저의 것이 아닌 인류의 자산입니다."

"미쳤어. 자넨 미쳤어."

──────탕!

나는 칼라스의 머리를 쐈다. 그리고, 급하게 약실을 비우고 또 다른 총알을 장전했다.

──────탕!

그리고 등 뒤에 지척까지 다가온 졸업생을 쏴죽였다. 손이 벌벌 떨렸다. 사람을 처음 죽인 것도 아닐 터인데, 내 마음속에는 공포가 응어리 쳤다.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야 했다.

"미안하네. 내가 자네는 말려들게 했군."

나는 서둘러 학장실을 빠져나오며 그녀에게 사과했다.

"괜찮아요, 모험의 결말로 아주 기깔찼어요. 교수님도 욕을 하네요?"

"자네라면 알겠지만, 나는 해군 출신이거든."

"해군이라고 전부 욕하는 건 아니던데요?"

그녀는 나를 무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하죠?"

"...템스 강."

"강이요?"

"다 생각이 있네. 강에만 도착하면...."

계단을 내려가던 우리는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아래쪽에서 수십에 달하는 걸음 소리가 일제히 일어나고 있었다.

"다른 계단은 모르나?"

"학장실로 이어진 계단은 하나뿐이에요."

나는 아래쪽에 올라오는 일련의 졸업생 무리를 확인했다. 안면이 스푼에 파인 것 같은 기괴한 형상이 수십씩이나 되니, 잠깐 그들을 본 것만으로 코피가 흘러나왔다.

나는 거칠게 숨 쉬며 물었다.

"유서는 변호사에게 맡겼나? 법적 효력이 없을 수도 있네."

"아이참, 벌써 무슨 말이에요. 해볼 때까진 해봐야죠."

그녀의 목소리에는 도리어 생기가 돌았다. 말도 없이 내 골프 가방을 뒤지던 그녀는 사냥칼을 멋대로 꺼냈다.

"이봐, 조심하게."

"지금 상황에요? 역설적이네요, 저는 그런 이야기를 좋아해요."

나는 그녀가 비꼬는 건지,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칼을 뽑은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와, 두탑네요... 생각한 것보다 무겁고."

우리는 학장실로 돌아왔다. 머리가 터진 칼라스 학장 대리의 뇌수가 바닥에 어질러져 있었다. 그것들은 당장 문 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멀리서 몇을 쏴죽이긴 했는데, 기별도 가지 않을 정도였다.

"이럴 때, 살카로운 검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녀의 의아한 혼잣말을 무시하며, 나는 결정해야 할 순간이 왔음을 알았다.

"가방에 책을 주게."

"네? 네!"

그녀는 당황하면서도 묵묵히 내 말을 따랐다. 나는 책 표지에 적힌 문자를 읽었다. 그 문자를 읽는 것만으로 심장이 무겁게 가라앉고, 물에 가라앉은 것처럼 숨쉬기 힘들었다.

「흑천복음」

나는 그녀에게 소총을 건넸다. 그녀는 당황하며 사냥칼을 놓치고 총을 잡았다.

"쏘는 법은 아나?"

"방아쇠만 당기면 되죠? 하지만 이걸 왜 저한테...."

나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 진지하게 당부했다.

"내가 미치는 것 같거든, 주저 없이 쏴버리게."

속삭임. 속삭임. 속삭임이 들려왔다. 나는 급하게 페이지를 넘겼다. 강도 바다도 없는 이곳에서, 어떤 쓸모가 있을지 몰라도 손 놓고 죽는 것보단 나았다.

"귀를 막게."

나는 기도문을 외기 시작했다. 나의 신을 모욕하여 진창에 처박고, 사악한 바다를 숭배하는 저주를 읊었다.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칼라스의 몸에서 쏟아진 피는 썩어 문드러진 진흙이 되었고, 그 내장에서는 소금물이 뿜어져 흉하게 부풀어 터졌다. 내 입에서 갯지렁이 수백 마리가 우수수 쏟아졌다.

그것들은 꾸물거리며 칼라스의 시체를 파고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갈증을 느꼈다. 바다가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바다가 없다. 나는 우주를 올려다보며 원망했다. 뭍 위로 올라온 최초의 어류가 그러했듯이, 마른 눈으로 강하게 산소를 원망하였다.

.

..

...

.....

.........

내 의식은 광활한 우주에 버려졌다. 나는 우주에 버려진 쓰레기 라이카다.

.........

.....

...

..

.

내 정신은 수십억 년 뒤에 도착했다.

나는 개미 무더기 위에서 깨어났다. 아니, 그 표현은 애매했다.

무더기라는 표현에는 일말의 과장도 없었지만, 나는 순전히 그것들의 위에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탓이었다. 무수한 개미가 살갗 사이로 발톱을 끼워 넣으며 줄지어 등반하고 내려가고 하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가, 개미에게는 위턱과 아래턱이 있다. 단단한 위턱으로 먹이를 찢고, 잦고 오밀조밀한 아래턱 이빨로 씹어서 소화하는 것이다. 나는 몰랐다. 그것이 내 눈을 파먹으려 들 때까지는 개미의 턱 구조 같은 건 평생 신경도 써본 적 없었다.

여하튼, 그것은 기어코 내 눈을 파먹었고, 내 왼눈은 완전히 실명되고 말았다.

─────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개미떼 일부는 그때 떨어졌고, 마지막까지 달라붙어 있던 것들은 잡고 있던 살갗이 뜯어져 나갈 때 떨어졌다. 내 전신은 이빨과 발톱에 뜯겨, 작은 상처로 가득했는데 이것은 혐오스러운 점묘화였다.

나는 도망치듯이 걷기 시작했다. 잠깐이라도 멈춰서는 그것들이 다시 발목을 타고 오르려 드는 탓이다. 그렇다고 해도 발만은 지킬 수 없고, 내 다리는 살갗이 벗겨지고, 근육이 벗겨지고, 결국 거무튀튀한 발뼈만이 남았다. 나는 사람의 뼈라는 것이 그리 검을 줄 몰랐다.

개미는 서로 먹고, 교미하는 것 외엔 하지 않는다. 한때는 언어와 비슷한 기능을 했던 페로몬은 자신의 꽁무니를 드러내, 또 다른 개미에게 먹히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나신으로 쫓기며 걷던 나는 머지않아 내가 서 있는 장소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곳은 지구였다.

지구는 우주에 묻혀 있었다. 인류는 멸망했다. 무한에 이른 것은 개미였다. 미칠 수 없을 정도로 우둔하며 동족의 살을 뜯는 데 거부감이 없는 그들만이 진정 존속할 수 있었다. 이곳엔 더는 생명이 태어날 여지가 없었고, 공간에는 개미와 닮은 꿈틀거리는 어둠만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처참한 인류의 미래를 엿보고 비참해진 마음에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렸다. 암스트롱, 영원하리라 여겨졌던 그의 발자취마저 우주에 매장되었다. 달도, 태양도 뜨지 않았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이곳은 영원한 정체의 공간이다.

나는 계속해서 걸었다. 잠시라도 멈추면 남은 살갗마저 파먹기 위해 개미들이 기어올랐다.

시간을 구분할 천체도 없었으며, 잠조차 자지 못하고 계속 걸으니, 정신은 매 순간 피폐해지며 영원한 시간 속을 떠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이곳을 수 시간 걸었는지, 수십 일 걸었는지, 혹은 수년을 걸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자살을 시도한 횟수도 두 번이었는데, 내 양손을 완전히 물어뜯어도 죽지 않는다는 사실만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손도 없는 장애자였다.

그러던 도중, 나는 하나의 계시를 발견하였다.

그것은 검은 불빛이었다. 나는 몇 날 며칠을 미친 듯이 달려, 그곳에 이르렀다. 그것은 빛이었다. 지구, 아니, 우주 최후의 빛이었다. 경건한 마음에 마른 눈에서는 눈물이 한없이 쏟아졌다.

별의 자취 위에 열 개의 등불은 홀연히 빛나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그가 인류의 새 주인이 되실 분임을 알아보고 모시기로 했다. 나는 그 앞에 무릎 꿇었다. 개미가 몸을 타고 올라 살점을 파먹는 것 따위 중요치 않았다.

내 옆에는 이미 4명의 선객이 공손히 그를 섬기고 있었다. 나는 그중 한 명을 알아봤다. 얼굴조차 본 적 없었으나,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 ■■ ■■■, 그자였다.

(1:1)하느님께서 빛이 있으라 하시매 열 개의 등불이 켜졌다

(1:2)주께서 이 모든 말씀을 빠짐없이 이르시되

(1:3)나는 너의 주 너에게 기름 부음을 내리는 자이매 나의 이름 YLTH을 두려워 할지어다

(1:4)너 필레몬아 나의 계명을 따라 다음 천 년을 다스릴 나의 왕국을 준비하거라

(1:5)너는 나 이외에 다른 신을 남기지 말지어다

(1:6)너는 나의 이름을 경망되게 부르지 말지어다

(1:7)너는 나의 이름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는 자를 죄 없다 하지 말지어다

(1:8)너는 자식을 낳지 말되 남의 자식을 간음하며 불경을 가르칠지어다

(1:9)너는 나를 위한 신당을 짓되 인간 아닌 다른 가축을 바치지 말지어다

(1:10)너는 길이는 삼백 규빗 깊이는 오십 규빗 높이는 삼십 규빗의 방주를 지어 언제든 내가 거할 수 있도록 할지어다

(1:11)나는 성막 뒤에 거하는 자요 앞선 여러 천 년의 주인이요 마지막 천 년의 주인일지어다

(1:12)나는 그리되게 하겠다 맹세하였다

(1:13)주께서 이르시되 처음 기름 부음 받은 자는 제 사지와 두 눈과 혓바닥과 안식을 내놓았는데 너도 그리할 수 있느냐 물으시매 나는 아니라 하였다

(1:14)또 이르시되 다음 기름 부음 받은 자는 자신과 그의 자식과 그들이 낳은 자손과 그 자손까지 대대로 절반씩 내놓기로 하고 왕성히 성교하였는데 너도 그리할 수 있느냐 물으시매 나는 아니라 하였다

(1:15)또 이르시되 다음다음 기름 부음 받은 자는 그들의 아버지가 모신 신과 그를 모시는 자를 모두 내놓았으며 이제는 그들이 사는 땅까지 내놓기로 하였는데 너도 그리할 수 있느냐 물으시매 나는 아니라 하였다

(1:16)또 이르시되 다음다음다음 기름 부음 받은 자는 해가 지고 뜨기 전까지 정결한 자 다섯에 그러하지 못한 자 다섯을 피 뽑아 고운 금가루를 한 소쿠리 뿌려 잘게 빻아

(1:17)길이는 댓 규빗에 깊이는 넋 규빗 비취 상자에 담아 반 힌의 기름과 그해에 자란 가장 질 좋은 포도로 빚은 반 힌의 포도주를 섞어 공양하기로 하였는데 너도 그리할 수 있느냐 물으시매 나는 아니라 하였다

(1:18)또 이르시되 다음다음다음다음 기름 부음 받은 자는 나의 일에 평생과 다음 평생을 바치겠노라 맹세했는데 너도 그리할 수 있느냐 물으시매 나는 아니라 하였다

(1:19)그러하며 대관절 무엇을 내놓을 수 있느냐 물으시매

(1:20)온전한 정신이요 뭇 수백 명도 가지지 못한 것이며 그런 것이 수백은 더 있노라 고하니

(1:21)주께서 홍소하며 말씀하시되

(1:22)너는 전에도 그리 말하였다

나는 그대로 절했다. 팔을 타고 오른 개미는 줄지어 귓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개미의 숨소리, 울음, 비명에 고막이 찢어질 것처럼 아파졌다.

열 개뿐이던 등불 하나가 꺼졌다.

그러자, 옆에 무릎 꿇은 네 명과 여섯 개의 눈이 일제히 원망을 담아 나를 노려봤다.

"교수님, 보세요! 보세요!"

나의 정신은 수십억 년을 거꾸러져 뭍으로 돌아왔다.

한참이나 나는 내 옆에 서 있는 학생을 알아보지 못했는데, 영혼보다 정신이 느리게 도착한 탓이었다. 그녀의 눈가에는 북해의 오로라를 발견한 것처럼 하늘에 대한 경외가 서려 있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보랏빛으로 빛나는 밤하늘의 결이 진 비늘이 넘실거리며 파도쳤다. 출렁이는 우주 속에서 부표처럼 떠 있던 별들이 소용돌이에 표류하고 있었다.

얼굴이 없는 졸업생들은 어둠 속을 헤엄치며, 하늘로 오르고 있었다. 연못 속의 잉어처럼 양팔을 크게 뻗었다 굽혔다 반복하며 느긋한 상승이었다.

그들은 결국 하늘에 맞닿았고, 표면에 파장이 일었다. 그리고 그들은 짐승의 주둥에 삼켜지는 것처럼, 늪 속에 빠진 벌레처럼 하늘에 빠졌다.

그걸로 끝이었다.

수십은 되어 보이던 졸업생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교수님, 어떻게 하신 거예요!"

"하늘을... 하늘을 바다로 만들었어. 그들은 바다로 돌아간 거야."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가요."

그녀는 말을 더듬었다.

"그나저나 그 총으로 내 머리를 쏴줄 수 있겠나?"

"네?"

"빨리... 제발 부탁하네."

방금 그걸로 내 정신은 완전히 망가졌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지언정, 나는 광인인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애원했다. 죽여줄 것을 빌며, 그녀의 새하얗고 얇은 목에 마지 못해 손을 올렸다. 그녀의 목을 조르는 것도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내 동작을 멈춘 것은 다른 것도 아닌 빛이었다. 하늘을 본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처럼 나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공포에 질렸다.

광증이 잠깐 멎었다.

물결치던 우주가 갑자기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밤하늘에 태양이 뜬 것이다. 어찌 된 일인가 하고 자세히 지켜보니, 그것은 태양처럼 생겼지만 태양은 아니었다. 하얗고 둥근 원이었는데, 모든 빛은 거기서 나오고 있었다.

그것이 뜬 이래로, 밤은 더는 밤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쏟아질 것처럼 반짝이던 우주의 별들은 그 존재 앞에 도망치듯 모습을 감췄다.

한참을 지켜보던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사람이었다. 얼굴로 천을 가리고 있되, 그것은 분명한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둥근 원은 그의 머리 뒤에 떠 있었다. 신성한 빛, 성인의 해일로였다.

족히 수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는 그자의 목소리는 우리에게까지 똑똑히 와 닿았다.

그자가 말하길,

"나의 이름은 케이시 오' 제럴드."

나는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그녀가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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