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45화 (45/232)

§40. 메피스토펠레스의 약속

우리는 시간에 갇혔다.

영원의 틈새에서 방황하는 지금, 객차의 소란은 진정될 기미가 없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광기와 싸웠고, 모두 패배했다.

열차는 분주히 광기를 날랐다.

가장 먼저 노신사가 외쳤다.

"뒤쪽 객차를 떼어내야 해!"

한때, 이성과 논리로 사물을 구분하던 두 눈은 총기를 잃었다. 대신에 그 자리를 공포와 불안이 번갈아 차지했다. 수없이 배신당한 노인은 세상을 불신했고, 그것을 공격성으로 분출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뒷칸놈들은 언제라도 우리를 공격할 수 있어! 그러고도 남을 작자들이야!"

"맞아요!"

목장주의 아들이 일어나며 답했다.

"저들은 전부 미쳤어요! 이곳에서 나가려면 삼등석 승객을 전부 죽여야 한다고 믿고 있는데, 그다음이 어디겠어요?"

그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공포 속에서 소문은 빠르게 도는 법이다.

사람들은 각자 알고 있는 사실을 하나씩 말했다. 6번 칸 승객들이 출처를 알 수 없는 사악한 주문을 외우는 모습을 봤다든지, 삼등석 승객을 열차 밖으로 던지고 있다든지 그런 얘기 말이다.

6번 칸에서는 객차를 떼어 버린다는 협박으로 삼등석 승객들에게 산 제물을 요구했는데, 거기 저항할 수단이 없는 불쌍한 삼등석 승객들은 번갈아 산 제물로 내몰렸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런 극한의 상황 속에서 약자는 무고한 폭력의 대상이 되기 일수였다.

한참 떠들던 사람들은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그들보다 앞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감상이었다.

"그래, 우리까지 당하기 전에 죽이는 게 낫겠어."

"맞아요!"

부부가 금실 좋게 동참했다.

"아니, 우리는 앞으로 가야 합니다!"

다른 의견을 내놓은 것은 목장주였다.

"우린 4번 칸과 힘을 합쳐서 가증스러운 일등석 놈들을 방 밖으로 끄집어내야 합니다! 그자들은 방 안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데, 우리만 이 리스크를 짊어지는 건 불공평합니다! 저들도 우리와 같은 상황에 있어야 합니다!"

목장주의 일장 연설에 작은 호응이 뒤따랐다.

나는 그 말에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지금 상황과 일등석 승객은 아무 관계도 없었다. 그저 이들은 불행의 원인을 상류 계층에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아무 의미 없는 논쟁이 격화되고 있었다.

"4번 칸놈들은 전부 살인자예요. 어떻게 그들과 어울리겠어요, 언제 미쳐서 우리를 공격할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그들을 믿지 않고 어떻게 일등석에 숨은 작자들을 끌어내리겠습니까!"

비생산적이고 폭력적인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누구도 그것이 이상하다 지적하지 않았다. 열광에 빠진 군중은 늘 그렇듯이 잘잘못을 말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 마리는 홀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녀의 표정을 알 방법은 없었지만, 무심코 내 팔에 올린 그녀의 손이 많은 감정을 내포했다.

"사람들이 이상해요."

"마리, 자네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나?"

거즈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눈이 깜빡였다.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나?"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는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그녀만 같은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그녀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것 같아, 그녀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무거운 죄책감이 살을 파고들었다.

"내가 전부 해결하겠네."

"주인님은 평소에도 이런 위험한 일을 하고 다니셨군요."

내가 책임감을 느끼고 꺼낸 말에, 마리는 예상치도 못한 대답을 돌려줬다.

"자네에게 들려주지 못한 멋진 활약상이 많지."

나는 일부러 말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가 무어라 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다들 정숙! 정숙하시오! 진정하고 이야기를 나눕시다!"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겁니까, 뒤를 막을 겁니까? 아니면 앞으로 갈 겁니까?"

"둘 다 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성내듯이 대답했다.

"지금 상황이 누굴 해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열차는 결국 이어져 있고, 함께 달리는 것인데 적을 늘려서 어쩌겠다는 겁니까!"

나의 호소에 사방에서 불평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정도야 어쨌건 다들 미쳐 있었고, 폭력적이고 직관적인 해답에 굶주려 있었다. 그러지 않고는 정말로 미칠 테니까.

나는 그런 자를 전장에서 아주 많이 봤다.

"좋아, 그러면 묻지. 자네는 어떻게 하면 좋겠나?"

노신사가 물었다.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원인을 찾고, 해결해야 합니다."

"역시 일등석 칸놈들이 문제군!"

"아니, 아닙니다! 제발, 승객끼리 다툴 상황이 아니란 말입니다!"

서서히 소란이 가라앉았다.

─────덜컹 덜컹.

열차 흔들리는 소리와 사람들의 거친 호흡 소리만 들릴 무렵에, 나는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열차의 앞뒤를 시계추처럼 왕복했습니다. 그때마다 매번 그 끝에서 같은 걸 발견했습니다."

"비석 말이군요."

누군가 말했다.

"8이 새겨진 비석 말이야."

"어째서 8이죠?"

"비석이 앞뒤로 두 개 있는 게 어떤 의미라도 있을까?"

"아, 그래, 녹색이야! 자네가 그 비석을 갖고 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달라 붙은 거야!"

그들은 간절한 만큼 순수했다.

모든 사태의 배후에 어떤 개인이 있으며, 그자를 열차 밖으로 집어 던지면 모든 불행이 사라질 거라 주저하지 않고 믿었다. 그걸 어리석다고 탓할 순 없었다.

다시금 소란스러워질 무렵, 남들보다 곱절로 시끄러운 뚱뚱한 남자는 구석에서 홀로 중얼거렸다.

"팔... 팔...."

그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가며 골똘히 생각하는듯싶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아페이론(Άπειρον)!"

그는 자신이 대단한 비밀이라도 말했다는 듯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자신의 입을 막았는데, 나는 그토록 뻔하고 작위적인 동작을 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

"뭔가 알아냈군. 아페이론, 그게 뭔가?"

"저는, 저는 잘 모릅니다. 이게 지금 상황이랑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도...."

"제발 질문에나 답하게! 이 판국에 와서 숨길 게 뭐가 있다는 말인가!"

나는 그의 멱살이라도 붙잡을 기세로 앞으로 성큼 걸었는데, 남자는 지방을 부르르 떨면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날렵한 동작으로 도망쳤다.

"말할게요, 말하겠습니다! 제발 때리지 마세요!"

심지어 그는 나를 아주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다.

누군가는 내 무고함을 알아줄 거라 기대했지만, 사람들은 다시금 나를 배신했다. 노신사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달래는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그래, 자네는 좀... 손이 빨리 나가. 이야기를 좀 들어보지."

아주 억울한 평가였지만, 내가 평소보다 과격하게 굴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나도 이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난폭하다는 평가를 받을 리 만무했다.

나는 모두가 알다시피 훌륭한 신사이니.

"알겠네, 알겠어. 자네가 얼마나 답답하게 굴어도 뭐라 하지 않을 테니, 빨리 이야기나 해보게."

뚱뚱한 남자는 쭈뼛거리며 객실 중앙으로 돌아왔다.

용기가 없는 것에 비해 남들 가운데에 서는 것은 참 좋아하는 자였다. 그는 여전히 나를 경계하면서 차츰 말을 늘어놓았다.

"아페이론, 그건 '무한'입니다."

"무한?"

"고대 그리스 자연 철학이죠. 그리스 철학자들은 무한을 하나의 속성으로 여겼고, 아페이론이란 속성을 가진 원소가 자연계에 존재하는지 사유했습니다."

그게 사실인지 당장 확인해볼 방법은 없었지만, 그가 아주 자랑스럽게 설명하는 걸 보니 없는 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리고?"

"끝입니다."

"뭐?"

"아페이론에 대해 제가 아는 건 이것뿐입니다. 저는 실무자지 철학자가 아니니까요."

나는 아까 그의 목을 조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우리가 자네 멍청한 지식 자랑에 시간 낭비해야겠나!"

결국, 부부 중 남편이 참지 못하고 버럭 외쳤다.

"잠깐, 잠깐만요! 아직 끝이 아닙니다! 이건 그냥 철학서 한구석에 있는 쾌쾌한 문구가 아니라,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말입니다! SMR, 노란 외벽 회사, 런던 소방대와 관리 위원회! 그리고 아페이론!"

그는 허겁지겁 단어를 쏟아냈다.

"알다시피, 우리가 타고 있는 열차, 서던&미들랜드 철도(SMR)의 전신은 북 미들랜드 철도(NMR)였습니다. NMR의 창립자 겸 최대 주주는 철도왕 조지 허드슨이었죠. 바로 SMR의 대표 이사 허드슨 주니어의 부친 말입니다."

그는 마침내 문장으로 말하는 법을 배웠는지, 눈치를 살피면서 제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철도왕은 천재였습니다! 그는 열차 시대를 이끈 발명가인 동시에 미래를 보는 사업가였죠. 한 인간이 가졌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재능이 넘쳤습니다. 그가 건드리는 사업은 전부 성공했고, NMR은 미들랜드 자치주 철도(MCR), 버밍행&더비 십자 철도(BDJR)를 합병하며 영국 굴지의 철도 회사가 됐죠. 그리고 철도왕의 사후에는 허드슨 주니어가 사업을 물려받아, 아버지만큼 사업 수완은 없었어도 기업 규모를 이용해 브루넬이 없는 그레이드 웨스턴 철도(GWR)와 얼마 전에는 런던 및 북서 철도(LNWR)마저 합병을...."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말을 끊었다.

"제발 본론만 말하게!"

"알겠, 알겠습니다! 결론을 말하면 SMR이 영국 철도 사업을 장악하는 데 걸린 시간이 고작 반세기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노란 외벽 회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서둘러 결론을 말했다. 아주 뜸들이거나, 아주 서두르거나, 도무지 중간이란 게 없는 작자였다.

"흔한 음모론 아닌가?"

"아니요, 노란 외벽 회사는 실체를 가진 집단입니다! 언제부터인진 몰라도,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협업했습니다. 10명, 아니, 이제는 9명의 대표 이사가 모인 관리 위원회라는 기관이 기업의 모든 사업을 조율합니다. 중세 길드 문화를 따르는 그 비밀 위원회가, 현대 영국의 주요 산업을 각자 하나씩 독점하고 있는 겁니다!"

뚱뚱한 남자는 한참을 뜸들였다.

"오직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그리고 또다시 뜸들였다.

말주변이 없으나, 욕심은 많았다. 아서와 같은 카리스마도, 언변도 없는 그가 변사 흉내를 내자니, 아주 답답하고 짜증만 났다.

"빨리 좀 말해요!"

"아페, 아페이론! 알려진 것은 그것뿐입니다! 무한! 그들은 무한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성질 난 여인의 호통을 듣고 난 뒤에야, 남자는 어설프게 말을 마쳤다.

"무한이 뭔가?"

"아무도 모릅니다. 그들은 아주 비밀스럽고 조심스러우니까요."

허풍 같은 이야기였지만, 그가 거짓말할 이유는 없었다. 애초에 우리는 더한 불가사의 한가운데에 있었고, 그의 설명은 그 일부를 설명하는데 도움을 줬다.

"무한, 우리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군."

목장주가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열차 양 끝에 놓인 비석도 무관하진 않겠군."

"8이 아니라 ∞이었을 겁니다."

"왜 그걸 진작 말 안 했나?"

"저도 방금 떠올랐습니다!"

뚱뚱한 남자는 억울하다는 듯이 호소했다.

"그리고 SMR은 노란 외벽 회사 중 가장 오래된 회원 중 하나입니다. 그들이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열차를 만들었을 리가 없습니다."

나는 허드슨 주니어의 넓은 이마를 떠올렸다.

그자는 결코 새 열차의 발차 따위를 보고자 나온 것이 아니었다. SMR 웰스호는 분명한 목적을 가졌고, 그는 그걸 확인하러 왔을 뿐이었다.

"우리는 말 그대로 무한 사이에 갇힌 겁니다!"

뚱뚱한 남자는 비탄에 빠진 목소리로 외쳤다. 혹은 돼지 멱따는 소리로.

불 위에 기름을 부은 듯이 혼란이 번져나갔다. 사람들은 탄식하거나, 절망하거나, 아무 의미도 없는 문장을 내뱉거나, 아니면 그 전부를 했다.

나는 다시금 혼란이 불붙기 전에 외쳤다.

"잠깐! 정숙! 정숙! 나갈 방법은 있습니다!"

"어떤 방법 말입니까?"

"열차를 멈추면 됩니다."

동시에 몇 명씩 질문을 던졌다. 대화라기보단 일방적인 아우성이었다.

"아이작 뉴턴의, 아이작, 조용! 제발 말부터 끝까지 듣게!"

"고맙네."

나는 그들이 아예 말을 멈춘 뒤에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작 뉴턴의 말대로라면, 모든 물체는 시속 88마일이 넘으면 다른 성분을 가지게 된다고 했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 아닌가. 물체가 떨어지다가 사라지는 걸 본 사람이 있나? 당연히 없겠지. 내 생각은 이러네. 모든 물체는 시속 88마일을 넘기는 순간, 우리와 같은 공간에 방치되는 거야. 그리고 순식간에 다시 돌아가는 거지. 나는 이렇게 생각하네. 그 조건이 뭐겠나? 젠장, 뭔 놈의 말이 이렇게 어렵지."

한참 말하던 나는 무심코 욕설을 내뱉었다.

사람들은 한참이나 내 말을 곱씹는 듯이 침묵했다. 물론, 나는 언변으로 먹고 사는 대학교수이기에 내 설명을 이해한 사람은 금방 나왔다.

"즉, 물체는 여기 떨어져서 멈추고, 다시 돌아갔다. 이런 말씀입니까?"

"그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였네! 그리고 열차는 우리가 이 공간에 들어온 이후로, 단 한 번도 시속 88마일보다 느려진 적이 없지."

실은 처음부터 이에 대한 논의는 있었다. 그때마다 격한 반대를 마주했을 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건 알겠네."

노신사가 느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달리는 열차를 어떻게 멈출 셈인가? 앞 객차와 이어진 연결기를 떼어내기라도 할 셈인가?"

"그것도 방법의 하나입니다."

"위험하네. 완전히 여기 고립될 수도 있어."

"압니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열차에서 분리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 나은 방법이 있습니다. 열차의 석탄 공급을 멈추는 겁니다."

"불가능합니다!"

목장주가 내 말을 끊고 외쳤다.

"열차 1번 칸과 운전실 사이에는 석탄고와 물탱크가 있습니다. 그 말은, 객차 사이를 건너는 것처럼 지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알고 있네."

"그러면 객차 위에 오르거나, 아니면 벽을 타듯이 건너야 하는데, 당신도 아시다시피 그 거대한 식인 새가 있지 않습니까. 열차 밖으로 몸을 내미는 순간, 한입 식사가 되고 말 겁니다!"

그는 눈앞에서 삼켜진 사람들의 모습을 다시 떠올렸는지 벌벌 떨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잖나. 더 좋은 제안이라도 있나?"

"저는 그 방법이 허무맹랑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누가 그런 자살 같은 일을 하겠습니까!"

"내가 하지."

나는 태연히 말했다.

승객들의 시선이 한 방향으로 쏠렸다. 그들은 말할 것도 없이, 내 왼손에 들린 지팡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히 내가 주장했으니, 내가 책임지는 게 옳겠지. 그게 놀라운 일은 아니잖나?"

"다른 방법을 강구하죠. 다리를 저는 분을 보낼 순 없습니다."

결국, 나는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당신들이야말로 시간에 갇혀 있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뭘 바꾸겠다고 하는 겁니까!"

나는 객차 앞으로 걸어갔다.

"저 혼자 가겠습니다!"

그 순간, 뚱뚱한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저, 저도 가겠습니다!"

그는 곧장 내 뒤로 달려왔는데, 나는 놀람과 의구심을 반씩 섞어 그를 쳐다봤다.

"자네가?"

"안될, 안될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자의 긴장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는 도통 그 저의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대답이 어렵지는 않았다.

"아니, 조금 놀란 것뿐이야. 함께 가지."

그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안도와 불안이 함께 섞인 기묘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가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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