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1896년 1월 26일, 옥스퍼드의 평화로운 하루
옥스퍼드 방문 2일 차.
나와 마리는 아침 일찍부터 시내로 나왔다. 해가 다 뜰 무렵에, 우리는 이미 수백 미터는 족히 걸은 뒤였다. 마침 맑은 날이었다. 런던에서는 보기 힘든 화사한 햇살이 지면에 내리쬐고 있었다.
전날 밤까지 세차게 불던 바람은 잦아들고, 겨울치고는 온화한 날씨가 아침부터 이어졌다. 거리에는 들꽃 씨앗을 묻힌 참새 무리가 총총 뛰어다녔는데, 교외의 들판에서 날아온 모양이었다. 런던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이 거리에서 우리는 눈에 띄는 이방객이었지만, 거리가 한산한 오전부터 우리를 수상히 볼 행인은 없었다.
내 품 안에는 여전히 앨리스의 소개장이 있었지만, 오늘은 그것을 처리할 생각이 없었다. 헨리 리들 경과 만나는 것은 옥스퍼드 방문 목적 중 2순위에 불과했다.
우리의 짧은 오전 산책은 크라이스트 처치 대성당에 도착하며 끝났다.
나는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닐 생각이 있었지만, 마리가 성당에 도착한 후에 아주 경건해진 것이다. 원래도 숨소리를 내지 않는 그녀지만,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낌새만은 잘 전해졌다.
밝은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며 오색찬란한 빛무리로 변해 마리의 몸 위로 쏟아졌다. 그녀는 경건히 양손을 모아 답했다.
말 없이 기도하는 그녀를 재촉할 수 없었기에, 나는 성당 장의자에 앉았다. 그렇기에 우리 오전 일정은 거기서 끊긴 것이다.
마리가 그토록 신실한 신자인 줄은 미처 몰랐다.
아니, 나라도 그렇다.
기도하는 마리의 어깨 위로는 검은 베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에는 배덕적인 미학이 깊게 묻혀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광경을 눈앞에 둔다면, 니체라도 신과 악마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
반면, 나와 아서,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은 오만한 루시퍼의 사생아다. 우리는 신을 업신여기며 그의 권능을 재현하길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의 손에 되살아난 마리는 신상도, 십자가도 아닌 고작 유리창에 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얼마나 겸손하고도 모독적인지, 그리고 또 신께서는 얼마나 자애로운지.
나는 신학자도 아니건만, 온갖 사색을 다하고 있었다. 그 말은 즉, 잠들기 직전이란 뜻일 터다.
그 생각을 끝으로, 나는 고개를 꾸벅꾸벅 흔들며 잠들고 말았다.
"주인님?"
나는 마리의 목소리에 곧바로 눈을 떴다. 군 시절 생긴 불편한 습관으로, 깊게 자지 못하는 탓이었다.
"깨 있네. 용무는 다 끝났나?"
"네, 죄송해요."
그녀가 사과하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어떻게 되었지?"
"곧 정오예요."
"그렇다면, 조금 이르지만 점심이라도 하지."
우리는 성당을 나왔다. 그리고 강가 쪽으로 걸었다.
강폭이 좁은 강 위로는 작은 나룻배 한 척이 말뚝에 묶인 채로, 느긋이 물살을 맞아 흔들거렸다. 배를 묶은 작은 말뚝 위로는 기어코 담쟁이덩굴이 타고 올라 있었다.
우리가 들어간 식당은 실외에 테이블이 둘밖에 없는 아담한 비스트로였다. 과연, 가게 이름부터 비스트로라 내걸 정도이니, 주방장이 내놓은 메뉴판 역시 프랑스어로 적혀 있었다.
"이건 돼지인가요?"
"그래."
마리는 그나마 영어와 비슷한 단어 하나를 어렵사리 읽어냈지만, 그다음부터는 전혀 읽지 못했다. 사실, 그녀의 분투는 별 의미가 없었다.
이건 메뉴판을 가장한 와인 리스트였다.
식사에 관한 내용이라고는 새와 돼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새라니? 그런 애매한 표현이 어디 있단 말인가. 돼지와 소를 가축이라 묶어 부르는 것과 같지 않은가. 나는 호기심을 못 이겨서, 그리고 마리는 날 따라 하는지 새를 골랐다.
"전채입니다."
그러자 주방장은 갑자기 감자 포타주 한 그릇을 내놓았다. 비스트로에서 전채라는 것도 우습고, 그것이 고작 포타주라는 것도 우스웠다. 나는 조용히 메인에 대한 기대를 접어두었다.
그릇을 반쯤 비우고 난 뒤에, 나는 강가를 돌아봤다.
식당에 맞닿은 강가에서는 겨울 강 특유의 불쾌하지 않은 냉랭한 물 냄새가 났는데, 런던에 살면서 오래 잊고 있었던 청량한 향이었다. 마음속으로 궐련 한 대 피울 시간이 지나고 나니, 주방장이 메인 요리를 들고 나왔다.
마침내 궁금해했던 '새'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페리구르뎅 소스를 바른 뿔닭 살미입니다."
나는 구운 참새나 삶은 오리쯤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거창한 소개문이었다. 맛에 관해 서술하자면, 당연히 제대로 된 물건이 아니었다.
이 가게는 이름부터 메뉴까지 프랑스물을 잔뜩 먹었는데, 정작 요리에서 이르러서는 의문의 애국심이 고취되었는지 완전히 엇나가 있었다. 한때 프랑스 요리였을 그것은 이미 어엿한 영국 요리가 되어 있었다.
다른 표현을 쓰자면, 한 입 먹을 때마다 물을 한 모금 마셔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는 그리 크기도 않은 살 한 점을 다 먹는데 물을 연거푸 석 잔을 마시고, 레드 와인 한 잔까지 마시고 말았다.
"어떠세요?"
"달아."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 맛을 느끼지 못하는 마리는 태연하게 입에 음식을 담았다.
"자네는 맛을 못 느껴서 좋겠군."
전혀 악의없는 한 마디였지만, 나는 성난 그녀를 달래기 위해 감자 포타주 한 그릇을 더 시켜야만 했다. 과연, 19세기는 과식의 시대라 할만했다.
여하튼, 식사는 엉망진창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비스트로보다 레스토랑이 어울렸고, 그 와중에 프랑스식보다는 영국식에 가까운 음식이었으니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식사를 끝마칠 무렵, 나는 꽤 좋은 한끼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혈관에는 딱 기분 좋을 정도로 알코올이 돌았고, 오래간만에 맑은 강물을 보니 기분도 청량했다. 풍경과 날씨도 좋았고, 바람이 선선한 와중에 햇빛이 피부를 데워줘서 춥지도 않았다.
인간의 마음이란 참 속이기 쉬운 것이다. 식당 주인은 괘씸한 사기꾼이었지만, 나는 기꺼이 속아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접시를 가지러 온 주방장이 다가오자 물었다.
"혹시 이 강은 이름이 뭔가?"
"멀리서 오셨습니까?"
주방장은 대답 대신 뜬 소리를 내놓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런던에서 왔네. 옥스퍼드는 처음이지."
"아, 그러면 어르신께서 아주 잘 아실 겁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여긴 템스 강 상류입니다."
그제야 나는 한밤중 찾아온 불청객의 정체를 눈치챘다.
런던 하수구에 사는 역겨운 종자들은 템스 강을 타고 올라와, 여기 옥스퍼드에까지 이른 것이다. 내가 단순히 런던의 위기라 여긴 것은 이미 영국 전역의 문제로 변한 지 오래였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나는 전날 밤의 일이 새삼 더욱 끔찍하게 느껴졌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아무것도... 템스 강의 상류가 이렇게 깨끗할 줄 몰라서 그랬네."
"아, 그게 말입니다, 원래 이 정도로 맑진 않았는데 작년부터 강이 점점 깨끗해지더군요. 신기한 일 아닙니까? 매일 아침마다 강이 되살아나는 것 같이요."
분명 그렇겠지.
그 불쾌한 종자들은 제 입맛에 맞게 강을 맑고 정결한 것으로 바꾸어갔다. 하지만 너무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살 수 없는 법이다. 언젠가 어떤 생명도 살 수 없게 물이 맑아진 뒤에는, 강류에는 오로지 사람을 닮은 그림자만이 헤엄치고 다닐 것이다.
나는 불길한 암시를 떨쳐내고, 마지막으로 꼭 물어야 하는 중요한 질문을 입에 담았다.
"하나만 더 물어도 되나? 소스를 만들 때, 설탕을 얼마나 넣었나? 내가 아는 것과 조금 맛이 다른 것 같아서 말이네."
"아, 눈치채셨군요."
눈치 없는 주방장은 미소 지으며 당당히 대답했다.
"설탕 대신 사카린을 넣어봤습니다. 소스에서 단맛이 더 강하지 않습니까?"
나는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찬란한 영국인의 개척 정신이여. 그들은 상식과 타협하는 일이 없었다. 종국에는 결국 전통을 타파하고 언제나 선두를 앞서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은 그들이 옛것을 따르는 법을 배우길 바랐다. 예를 들어, 하다못해 요리만은 프랑스 것이 좀 더 낫다고 인정하는 그런 자세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결국 가게에서 나올 때까지, 나는 사카린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과연, 19세기는 괴식의 시대라 할만했다.
우리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해가 질 때까지 거리를 천천히 둘러봤다.
귀부인들은 양산과 티 바구니를 챙겨 들고, 으슬으슬 몸을 떨며 기어코 나룻배를 타고 추운 겨울 강을 거슬러 올랐다. 바쁜 런던에서는 보기 힘든 귀족적인 허영심이 이제는 도리어 반가웠다.
반면, 고개를 돌리면 좁은 길 한복판에 두 무리 인파가 서로 마주 보며 대치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는데 그게 어찌된 일인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아, 멀리서 오셨습니까? 저 학생들은 뉴먼 학회 소속입니다. 그리고 맞은 편 지긋하신 수도사분들은 퓨지 하우스의 사서죠. 옥스퍼드 운동이 벌써 반세기가 지났건만, 종교는 여전히 옥스퍼드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저 학생들이 뉴먼 학회를 자칭하고 나선 이후, 10년 동안 악감정이 쌓이고 쌓여 지금은 저런 꼴이 되고 말았죠."
그런 아리송한 대답이 돌아왔다.
옥스퍼드 운동도, 뉴먼 학회도, 퓨지 하우스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19세기에 두 신학자 무리가 도시 한복판에서 서로 노려보는 모습은 달리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것이다. 적어도 런던에서는 다시 보지 못할 광경이니, 나는 그 풍자적인 순간을 눈에 잘 담아두기로 했다.
이렇게 옥스퍼드는 걷고만 있어도 질리지 않는 도시였다.
어디선가는 18세기 이전의 전통적인 문화가 재현되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근 20세기에 이른 미래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마리의 모습을 살폈다.
그녀는 표정을 바꾸지도 못하고, 얼굴마저 거즈로 둘러싼 통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실은 이번 여행의 주된 목적은 그녀에 관한 것이었다.
만약 아서가 권하지 않았더라도, 나는 그녀를 데리고 어딘가 멀리 다녀올 생각이 있었다. 아서의 제안은 그 목적지를 옥스퍼드로 바꿔놨을 뿐이다.
당초 내 계획은 마리에게 보상하는 것이었다. 자유롭게 나다닐 수 없는 그녀에게 이렇게라도 즐거운 시간을 선사하는 것 말이다.
물론 그 망할 놈의 열차 때문에 계획이 약간 틀어지기는 했다만, 내 생각은 여전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깨달은 것이지만, 이번 여행은 내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절박함으로 점철된 인생을 산 탓에, 이렇게 런던 밖으로 나와 아무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는 일은 처음이었다.
결국, 마지막에는 나도 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둘 다 여행의 초보였고, 누군가 보기에 아쉬운 여행일 수도 있었다. 옥스퍼드에서 봐야할 많은 것을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길을 선택한 이상, 그것을 일일이 후회하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았다. 나는 내 선택의 대가를 스스로 치르기로 했다.
저녁 식사는 주점에서 해결했다.
나는 조금 더 근사한 식당에 그녀를 데려갈 계획이 있었지만, 지역 사회에 녹아들지 못한 나와 마리는 식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마리의 독특하고도 불길한 의상과 생리적 혐오감이 드는 분위기 등이 그 이유였을 것이다.
"저치들이 대체 날 뭐로 보고, 나는 런던 르 호튼에도 얼굴만 보여주고 들어갈 수 있단 말이야!"
나는 마리를 위로할 셈으로 들으라고 성질 냈는데, 그녀는 도리어 부끄러워하며 내 옷깃을 잡고 만류했다.
여하튼, 우리는 내 기대보다 한참 못 치는 초라한 동네 주점에 들어와 있었다.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기 좋은 기름진 음식과 뜨거운 고기가 있는 그런 식당이었다.
마리가 먹는 모습은 여럿에게 보일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구석 자리에 앉았다. 마리는 아예 벽에 붙었고, 그걸 내 등으로 다시 가리는 모양새였다.
종일 걸은 통에 몸이 피곤하여, 식사는 전과 같이 조용하게 진행되었다. 그녀의 식사 장면도 세 번째쯤 보니 슬슬 적응되어 아주 못 볼 것은 아니었다.
저녁 식사 후, 마리는 나지막하게 고백했다.
"제가 다시 밖을 걸을 수 있을 줄 몰랐어요."
"꼭 이번이 마지막처럼 말하는군."
그리 말하자, 그녀는 살짝 고개 숙이고 말했다.
"고마워요."
그 수줍은 감사의 말에, 나는 더없이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내게 감사할 이유가 없었다!
내 모든 행동은 속죄였다. 내가 그녀에게 저지른 죄악은 결코 다 청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그녀에게 어떤 형태로건 보답하고자 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이 선하고 순박한 처녀는 감사를 말했다.
그러고보면 오늘도 그랬다. 마리는 내 옆을 따라다닐 뿐이었던 것이다. 나는 내 길을 스스로 선택했다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마리를 끌고다닌 격이었다.
나는 그녀의 육체와 자유를 빼앗았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길로 그녀를 강제로 끌고 온 것에 불과한데, 그걸 보답이라 말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어리석고 제멋대로인가.
나는 런던에 돌아간 후에, 그자를 다시 한 번 만나기로 각오를 다졌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생식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그라면, 분명 나보다 나은 방법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이전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녀가 누려야 할 삶을 조금이라도 돌려줄 방법 말이다.
그날 밤,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헤어졌다.
그리고 간만에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은 고요한 밤이 흘렀다.
이튿날, 나는 옥스퍼드 개인 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
일정에 대해서 오전 일찍 전해둔 덕에, 간신히 점심 무렵에 초청받을 수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였기에 잘된 일이었다. 화요일 오전 수업에 맞추기 위해서는, 늦어도 오늘 밤에는 런던에 돌아가야 했으니까.
────똑똑.
나는 정중하게 손목만을 움직여 문을 두드렸다. 문에는 호두나무 무늬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는데, 좋은 원목을 사용하고 오랫동안 깨끗이 관리한 흔적이었다.
"들어오시게."
안에서 대답이 들리자, 나는 연식 있는 6 패널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깔끔하게 정돈된 방 안에는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는 기품 넘치는 신사였는데, 노쇠한 인상에도 곧고 뻣뻣한 기세를 담고 있었다.
"이렇게 갑자기 찾아뵈어 죄송합니다."
"아니, 멀리서 온 손님은 언제나 반갑지."
그는 성의가 없는 듯, 혹은 살가운 듯, 아주 절제된 감정만 보이며 말로 환대했다. 나는 이 남자에게서 내가 아는 어떤 자의 모습을 보았다.
은랑백, 필 에식스 백작 말이다.
비록 그만큼은 아니더라, 눈앞의 노인은 저 나이 든 문처럼 원숙한 강인함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놀랍군. 설마 런던에 공부하러 간 딸아이가 직접 쓴 소개장을 들고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줄은."
그는 눈꼬리를 움찔거리며, 내 쪽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래서 어떤 일이신가?"
헨리 조지 리들.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학장으로 부임한 이 엄숙한 신학자는 어린 딸과 내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내 본질을 꿰뚫어 보듯이 날카로운 눈으로 날 쏘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