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53화 (53/232)

§53. 잃어버린 7실링

이스트 엔드 오브 런던. 혹은 줄여서 이스트 엔드.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 명확한 경계선이 그어진 것은 아니지만, 철새가 남과 북을 구분하듯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햇빛이 옅어지는 그곳이 이스트 엔드라는 것을 알았다.

런던 시민은 누구나 이스트 엔드에 관한 편견 어린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인분과 마분이 섞여 나뒹구는 길바닥. 슬픈 표정을 한 깡마른 고아. 골목마다 도사린 직업 없는 청년들. 매춘부가 뿌려댄 스컹크 항문 냄새나는 싸구려 향수. 공장 굴뚝에서 나온 매연으로 뒤덮인 검은 하늘. 용골이 부서져 강변에 방치되어 이끼에 뒤덮인 소형 선박. 사람도 겁내지 않고 벼룩을 옮기고 다니는 쥐떼. 비가 오면 똥물이 넘쳐 흐르는 하수구. 피었다가 곧바로 시들어 거리에 갈색을 더하는 잡초. 아편 특유의 매캐한 단 냄새.

그런 것들 말이다.

놀랍게도, 이곳은 그 모든 기대에 부응했다. 이스트 엔드는 그들이 상상하는 모든 추잡하고 토악질 나오는 환상이 응집한 원더랜드였다.

하지만 이곳도 항상 이렇지는 않았다.

비록 지금은 지하에 묻혀 있으나 찬란했던 로마의 도시, 론디니움은 이곳을 중심으로 뻗쳐 나갔다. 어디 그뿐인가, 중세 시대까지 이곳은 융성한 런던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지금은 음산한 소문뿐이 돌지 않지만, 런던탑은 한때 왕가의 침실이기도 했다.

이토록 유서 깊은 런던의 동단이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몰락한 것은 당연한 순리였다.

자연의 흐름이다. 런던에서는 바람도, 강물도 동쪽으로만 흐른다. 런던같이 추한 도시라면, 흐르는 오물도 많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모두 동쪽에 쌓인 것은 섭리인 셈이다.

결국 이스트 엔드는 런던의 모든 원죄를 껴안고 장렬히 순교했다. 주 예수 그리스도가 기름과 향유가 부어진 것처럼, 거름과 오수를 부어 장례한 것이다.

다른 점은 냄새뿐이었다.

그 결정적인 차이로 한쪽은 영생을 얻었지만, 다른 한쪽은 멸시와 모욕 속에 버려졌다.

런던 동쪽의 이 광대한 불모지는 나와도 깊은 악연으로 묶여 있었다

지금은 템스 강 밑바닥에 가라 앉았으나, 런던 최악의 오물섬이라 불렸던 제이콥 섬.

런던 모든 창부가 모인 세계 최대의 사창가이자 골목마다 짐승이 숨어 사는 거리, 화이트 채플.

내 인생을 흔들어놓은 두 사건의 무대가 바로 이곳이었다.

이렇듯이 이름만 대어도 알 법한 런던의 흉물은 모두 여기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하수구를 떠나지 못하는 쥐새끼마냥 악취 나는 거리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이스트 엔드의 펜처치가(街)는 한산했다.

왕래하는 통행자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복작거리는 정오의 런던 시내와 비교한다면 비어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이곳은 낮보다 밤에 사람이 많은 거리였다.

하지만 인기척 자체는 사방에 있었다. 건물 틈새마다 사람 한 명 간신히 지날 법한 좁은 골목이 뚫려 있었는데, 모든 골목에는 직업이 불분명한 걸인 여럿이 작당해 있었다.

그들은 무언가 열심히 떠들어 댔는데, 토박이 사투리가 너무 심하고 비속어와 은어가 많아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는 말이 통하지 않은 외국에 나온 기분이었다. 집에서 300km 떨어진 프랑스에서도 능히 대화할 줄 알았건만, 고작 1km 떨어진 이곳에서는 벙어리에 귀머거리가 되고 말았다.

아무래도 오래 있기 좋은 거리는 아니었다. 그렇게 서두르던 나는 발을 멈췄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아니었다. 내 앞에 나타난 아이는 길을 막은 채로,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봤다. 내게 어떤 용건이 있어 보였다.

"무슨 일이니?"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편, 나는 뒤쪽에서 살금살금 다가오는 몇몇 인기척을 느끼고,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곧바로 눈치챘다. 나는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을 쥐고, 역수로 쑤시듯이 뒤를 찔렀다.

"윽!"

"얻어맞고 싶지 않으면 썩 꺼져!"

지팡이 끝에 얻어맞은 아이 한 명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내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은 코트를 향해 손을 뻗어왔다.

그래봤자 애들인지라 내가 당할 턱이 없었다. 나는 다가오는 손을 하나씩 지팡이로 툭툭 때려쳐 냈다.

"아야!"

"이 작은 악마 놈들! 혼쭐나기 싫으면 당장 꺼져!"

그제야 내가 만만한 노인이 아니란 걸 깨달았는지, 아이들은 눈치를 살피며 슬금슬금 도망쳤다. 나는 콧방귀 뀌며 몸을 돌렸다.

처음 내 앞에 나타난 어리바리한 아이는 여전히 겁먹은 채로 서 있었다. 정말 요령 없는 아이였다. 앞으로 도망친 다음에 나중에 합류해도 될 텐데.

이런 일이 익숙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요, 용서해주세요, 어르신...."

"썩 꺼지란 말 못 들었나? 빨리!"

내가 지팡이로 땅을 찍으며 성내자, 아이는 그제야 날 지나쳐 제 못된 친구들 뒤를 쫓았다.

"말세야, 말세."

이렇게 아이들만으로 이뤄진 소년 강도는 이제 런던의 흔한 풍경이 되었다. 나는 이런 현실에 진절머리를 내며 걸음을 재촉했다.

"아침에 태어난 불쌍한 톰, 저녁에는 땅에 묻히지~"

건물 명패를 살피며 걷던 나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상한 일이지만, 그건 정말로 이 거리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아이의 목소리였는데 찬송가처럼 경건한 느낌은 없었고, 동요 같이 경박한 운율의 노래였다.

"아침에 태어난 불쌍한 제니, 저녁에는 고아가 되지~"

앞으로 걸을수록 소리는 더 가까워졌다.

따라갈 생각은 없었는데, 마치 노랫소리가 목적지를 가리키는 이정표처럼 구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우연에 의아해하면서, 노래가 들리는 골목을 돌았다.

"불쌍한 톰, 불쌍한 제니, 둘이 어디 갔는지 물으면,"

거기 서 있는 것은 꾀죄죄한 소년 한 명이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입을 꾹 다물고 모른 척했는데, 달리 그말고 노래 부를 아이는 주변에 없었다.

정말 기이한 분위기의 소년이었다.

그는 아이답지 않게 무언가 결핍된 사람처럼 보였다. 무엇을 잃었는지는 몰라도, 신 나게 동요를 부르는 모습만은 잘 연상되지 않았다.

나는 그가 왠지 신경 쓰여서, 무심코 필요 없는 질문을 하고 말았다.

"애야, 혹시 펜처치 소년의 집이 어딘지 아니?"

소년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손가락을 뻗어 정면을 가리켰다. 나는 정면 건물의 명패를 읽었다.

「펜처치 소년의 집」

맹인처럼 목적지 바로 앞에서 물어본 셈이었다.

"고맙구나."

나는 부끄러움을 애써 숨기며, 일부러 급한 척하며 건물 쪽으로 다가갔다.

고아원이라 부르기에는 음험한 기운이 감도는 건물이었다.

모든 창문은 판자로 꼼꼼히 막혀 있었고, 뾰족한 철창으로 막힌 좁은 마당은 누군가 다치기 딱 좋았다. 좁은 마당은 쌓인 눈을 제대로 치우지 않아 축축이 젖어 있었고, 진흙 사이로는 낙엽 부스러기가 박혀 있었다. 적어도 작년 가을부터 한 번도 빗질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나는 손때가 덕지덕지 묻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천사가 데려갔다고 하겠지~"

뒤쪽에서는 아이가 부르는 노래의 마지막 구절이 메아리치듯 들려왔다.

───덜컥.

실내는 적막했다.

수십 명은 되는 아이가 사는 곳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고요함이었다. 심지어 실내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는데, 성당이나 작업장 같은 엄숙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누구세요?"

나를 맞은 것은 가정부였다. 그녀는 빗자루 끝으로 성의 없이 바닥을 긁어대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긴장한 표정으로 내 쪽을 응시했다.

"아이를 한 명 찾으러 왔는데."

"아이를 구하러 오셨다고요?"

말이 헛돌았다.

"아니, 여기 있는 아이 한 명을 만나러 왔네."

그러자 가정부의 동공이 보신주의적으로 데굴 굴렀다.

"아이가 사고라도 쳤나요?"

"몇 번이나 더 말하게 할 셈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아이 한 명을 찾으러 왔을 뿐일세. 신문을 파는 소년인데 혹시 모르나?"

내가 거듭 부정하자, 마침내 그녀는 내가 위험한 인물이 아니란 확신이 들었는지 긴장을 풀었다. 그녀는 이상할 정도로 긴장해 있었는데, 내게는 그것이 불길한 미래를 암시하는 부표처럼 느껴졌다.

"키는 이쯤 오고, 머리카락은...."

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소년의 특징에 관해 묘사했다. 그러나, 나는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저는 애들에 대해 몰라요. 영 어르신께 물어보세요."

말을 끊은 여인은 나무 자루 끝을 기울여 계단을 가리켰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녀는 내가 해를 끼칠 인물이 아니란 걸 알자마자, 곧바로 내게서 모든 관심을 꺼버렸으니 말이다.

그녀의 처진 두 눈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깃들어 있었다.

무관심! 왜 미처 몰랐을까!

나는 애써 기분 나쁜 티를 내지 않고, 모자를 기울이며 "고맙네." 하고 인사했다. 그녀는 내 인사도 성의 없이 받았다.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체감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계단을 올랐다.

계단 위에는 척 보아도 좋아 보이는 문 하나가 있었다.

내가 문 앞까지 다가가자, 안쪽에서 남자 둘이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무심코 귀를 기울여 엿들었다.

"...제가 왜 그래야 하겠습니까?"

가래 낀 목소리.

"...두당 5파운드, 이게 뭔지 아십니까?"

젊은 목소리.

"...오히려 저는 피해자입니다! 도둑 맞았다고요!"

다시 가래 낀 목소리.

그들은 나를 눈치챈 기색이 없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얼핏 들어도 돈 문제가 걸린 흉흉한 대화였기에, 나는 여기서 내가 노크하는 게 맞는지 망설였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화를 기다릴 수도 없었기에, 결국은 문을 두드렸다.

───똑똑.

목소리가 갑자기 멎었다. 얇은 문 한 장 너머로 어색한 긴장이 감돌았다.

"다시 오겠습니다."

"몇 번을 찾아오셔도 해줄 말이 없습니다."

젊은 목소리가 문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끼릭끼릭, 건너편에서 손잡이가 꺾여 돌리고 문이 열렸다.

"선생님?"

문 너머로 나타난 젊은 남자는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나를 잘 아는 눈치였다. 그런데 나는 그가 누군지 도통 기억나질 않았다.

내가 뜸들이는 사이에, 상대는 여러 감정이 혼탁하게 뒤섞인 표정으로 어렵게 말을 꺼냈다.

"출소 축하드립니다."

"내 생각에, 그건 그리 공공연하게 축하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여하튼, 고맙네."

그 경직된 인사말에 그제야 나는 상대를 알아봤다. 그리곤 상대 못지 않게 떨떠름한 어투로, 흔한 안부사를 꺼냈다.

"못 본 사이에 아주 의젓해졌군, 윌슨 형사."

대답할 가치도 없는 상투적인 인사에, 윌슨은 그저 쓴웃음 짓고 말았다.

피터 윌슨.

정의감 하나로 위험한 제이콥 섬에 뛰어드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고지식한 순경은, 이제는 제법 유들거리는 표정까지 지었다.

"먼저 내려가 있겠습니다."

"그래, 조금 뒤에 보지."

그러지 않아도 그런 말을 할 참이었는데, 윌슨은 눈치 빠르게 선수 쳤다.

그는 나와 옷깃도 스치지 않고 지나쳐서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잠깐 지켜보다가, 문을 닫고 완전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넓은 사무실 안에는 노인 한 명만 앉아 있었다.

"당신도 실종 사건 때문에 왔습니까?"

그는 나보다 얼추 10살 정도 많아 보였는데, 워낙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는 탓에 그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나는 그가 연기하고 있다는 걸 곧바로 눈치챘다.

"말할 수 있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전부 말했습니다. 저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릅니다."

"무슨 실종 사건 말입니까?"

"모르십니까? 실종 건으로 오신 게 아닙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질 않길 바라고 있습니다."

내 대답에 노인은 지친 표정을 풀고, 굽어 있던 어깨를 바르게 폈다. 그는 떳떳하게 등허리를 세운 채, 날 불청객 보는 눈으로 가는 눈으로 쳐다봤다.

"그러면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저는 바쁩니다."

노인의 당당한 목소리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주인이고, 사용인이고, 여간 뻔뻔한 것이 아니었다.

"당신이 고아원의 책임자, 영 원장입니까?"

"맞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관리자는 맞지만, 책임자는 아닙니다. 그에 관해서는 고아원 운영 방식에 대해 아셔야 하는데, 이게 설명하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영은 말을 마쳤다. 당연히 그는 설명할 의무가 없다는 태도였다.

"그거면 됐습니다. 저는 한 아이를 찾고 있습니다."

"고아원 아이가 무슨 사고를 쳤습니까?"

내가 받은 인상과 다르지 않게, 이 영이란 작자는 세상 만사 어떤 일도 떠맡고 싶지 않아 했다. 그는 내가 요구하면 하면 당장 아이를 법정에 출두시킬 기세였다.

"그냥 찾고 있을 뿐입니다. 전에 아이가 여기 산다고 말했는데."

"이름은 압니까?"

"모릅니다."

"그러면 찾을 수 없습니다. 이 고아원에 아이가 대체 몇 명인지 아십니까?"

"생김새는 압니다. 키는 이쯤이고, 머리색은 노란 금발입니다. 늘 감색 플랫캡을 썼고...."

영은 멀뚱히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 소년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말하는 정보로는 그를 특정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지금 당장 거리로 나가, 아무 소년이나 잡고 인상착의를 묘사한대도 이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터였다.

"최근에 앞니가 빠졌는데."

"그걸로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다른 정보는 없습니까?"

"신문팔이 일을 했죠. 여기서 시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자, 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고에서 두꺼운 책 한 권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안경을 고쳐 쓰며, 손가락에 침을 발라가며 책장을 넘겼다.

시설의 아이들이 적힌 인명록이었다. 영은 종이를 넘기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그 아이는 왜 찾으십니까?"

"늘 신문을 팔아주던 아이가 없어져서, 신경 쓰일 뿐입니다."

그는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듯이 눈을 깜빡였다.

"그게 답니까?"

"네."

"아... 독특하시군요."

딱히 부정할 말이 없었다.

"여깄습니다, 신문팔이."

영은 손가락으로 이름 몇 개를 집었다. 인명록에는 이름과 간단한 인적사항이 같이 적혀 있었는데, 어떤 기준인지 신문팔이가 줄지어 있었다.

"이름순으로 일을 시켰거든요. 그러니 신문팔이는 여기 페이지에 있는 게 전부입니다."

그는 묻지도 않은 질문에 대답했다. 그는 건조한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쓸면서 중얼거렸다.

"이 아이는 안 되고, 이 아이도 안 되고...."

"안된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영은 이름 옆에 작게 그어진 'X' 표시를 가리켰다.

"이 아이들은 지금 우리 고아원에 없습니다."

"퇴소했습니까?"

그는 고개 저었다.

"아이 도둑에게 도둑맞았습니다. 신문팔이 7명 모두."

이 노인은 내가 방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진솔한 감정을 보였다.

"조금 전에 왔던 형사는 제가 아메리카 노예상한테 아이를 팔았다고 하는데 제가 왜 그러겠습니까?"

그건 난처함이었다.

"아이는 한 명당 주간 5실링 지원금이 나오고, 일을 보내면 꼬박꼬박 2실링씩 벌어옵니다. 고작 넉 달만 살려두면 5파운드를 벌어다 주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아이를 대체 왜 팔겠습니까? 당신은 형사와 잘 아는 사람 같은데, 그 사람을 좀 설득해 주세요."

그는 자신의 정당한 억울함을 그리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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