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다섯 꽃잎을 가진 하얀 꽃
새삼스럽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는 템스 강이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다.
오죽하면 고요한 밤에는 강물 흐르는 소리마저 들을 수 있었다. 어쩌면 하수도 흐르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그리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니 그저 강물 소리라 혼자 결정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소리마저 들을 수 있는 밤은 별로 없었다.
강은 얼마나 추하게 변모했건 생명을 품었다. 그리하여, 런던의 모든 해충은 템스 강이라는 대모를 가졌다. 그녀의 역겨운 자식들은 온갖 불쾌한 소음과 악취로 온종일 우리를 괴롭혔다.
그러니 강물 소리에 잠드는 평온한 밤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템스 강 유역에 산다는 건, 언제나 해충과 사투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나는 그중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그것은 밤마다 템스 강의 오수에서 기어 나와, 등불이 켜진 모든 창문에 덕지덕지 달라 붙었다. 템스 강물이 뚝뚝 떨어지는 몸이 닿는 곳마다 자취가 남았고, 그것이 주기적으로 토해내는 위액은 유리창 곳곳에 칠해졌다.
그 역겨운 지옥의 종자들이 언제 침범할지 모르니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어쩌다 고개를 돌려 창 너머를 보게 되면 유리창에 붙어 있는 그것들의 주름진 겹눈과 자글거리는 주둥이를 보게 되었다.
조경을 감상하긴커녕 병이나 옮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가장 끔찍한 점은 이들은 템스 강 유역은 물론, 런던 어디에 가나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생활 수준에 신경 쓰는 런던 시민은 누구나 이들을 쫓아낼 방법에 대해 토론하길 꺼리지 않았다. 온갖 민간 요법이 나돌았지만 통하는 것은 무엇도 없었다. 그들을 창조해낸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이쯤 되면, 신께서 실수로 지옥 문을 열어 놓았을 때, 그 사이로 기어나온 게 아닐까 하는 그 추악한 피조물이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다.
그 해충은 나방파리였다.
원래는 아주 더러운 물가에서만 나고 자라며, 그나마도 여름과 늦가을까지만 보이는 해충이었다. 하지만 오백 만명 런던 시민이 일제히 공장과 생활 폐수를 하수도에 쏟아부으니, 템스 강 온도가 오르고 1년 내내 런던 전 지역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밤마다 창문에 그려지는 점묘화는 런던 시민의 불쾌한 자화상인 셈이다.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런던이 이런 해충의 낙원이 된 것은 백 년이 채 되지 않았다.
유독 나방파리가 극성인 해에는 런던 소방대가 직접 나서, 하수도에 불을 지르고 다니는 식으로 해결했지만 그렇다고 그 수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상한 기름을 창문에 바르거나, 촛불을 바깥 창틀에 올려놓는 식으로 여러 수단을 강구했지만 무엇도 도움되진 않았다.
나 역시 나방파리에게는 오래도록 시달려왔다.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다보니 태양이 떠 있을 때는 좀처럼 일에 집중할 수 없는 성격이 되어, 지구의 자전이 만들어준 신비로운 밤 장막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던 탓이다.
내 방은 늦은 시간까지 등불이 켜져 있는 일이 잦았고, 전기가 고장나는 날에는 촛불을 켜서라도 밤일을 했다. 그러니 내가 겪은 고난은 말하지 않아도 알 법한 것일 터다.
또, 아침이 되면 까마귀따위가 창문에 붙어 잠든 나방파리를 쪼아 먹었는데, 새 부리가 창문을 때리는 소음은 내 아침잠을 방해하기 충분했다.
이렇게 평생 날 괴롭히는 창 너머 해충은 나방파리뿐일 거라 생각했는데, 최근에 또 다른 해충이 창밖에서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반대로 불이 꺼지면 움직이는 것이었으니 나방파리와는 반대였다. 하지만 소음은 더했고, 유해함은 비할 바가 못 됐다.
그 해충은 어린아이였다.
그들은 내가 잠드는 척하면 다가와서 창문을 열려고 했고, 눈이 마주치면 웃으면서 물러났다. 놀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속여서 몇 번 잡거나 쫓아내려 시도는 해봤지만 결과는 늘 신통찮았다.
덕분에 나는 잠들면 안된다는 편집적인 망상으로 심각한 불면증을 앓았다. 고작 며칠 만에 건강은 급격히 상했으며, 스트레스로 폭식하니 위 건강도 해치고 말았다.
사실 아주 이상한 일이었다.
그들은 분명 어린아이였는데, 나는 어느샌가 그들을 사람보다는 해충처럼 여기고 있었다.
사람이 해충 개체를 구분하지 않듯이, 어린아이라고 하나 그것들은 이렇다 할 구분법이 없었다. 생긴 것은 대부분 비슷했고, 수는 아주 많았으며, 하나를 쫓아도 다른 하나가 나타났다.
아침 해가 밝으면 마침내 해방이었다.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완전히 종적을 감췄는데, 창문에 붙어 잠드는 나방파리와 비교하여 유일하게 나은 부분이었다.
하지만 해충답게 그들도 자취를 남겼는데, 매번 지우고 지워도 밤이 지나면 나타나는 낙서였다.
바닥에 그려진 것은 다섯 꽃잎을 가진 하얀 꽃이었다. 그 미국인이 습격당했던 장소에 있는 것과 닮았으면서도 같지는 않은 낙서였다.
우연일까, 아니면 어떤 메세지일까.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담긴 낙서가 지금은 불길하게만 느껴졌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고작 하나뿐이었다.
나는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 고작 어린아이에게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피곤한 몸을 이끌고라도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나는 이런 일의 전문가를 많이 알지 못했다.
"그래서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
"차라리 고대 유적을 탐사하고, 미지의 괴수를 사냥하는 일이라면 상담할 사람이 더 많을 텐데, 정작 열 살도 안되는 아이들에게 목숨 위협을 받는 일은 말할 상대가 없더군."
윌슨은 내 이야기를 듣고,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진지한 성격이 이럴 때는 고마웠다.
"더 일찍 찾아오셔도 됐을 텐데요."
"내가 그럴 처지가 아니란 건 알잖나. 모르면 알아두게. 나는 그럴 처지가 아니라네."
스코틀랜드 야드, 런던 치안의 중심 건물.
화이트홀 4번지와 그레이트 스코틀랜드 야드 사이에 놓인 이 하얀 건물은 내게 거북하기 짝에 없는 장소였다. 내가 전과자라는 사실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입지가 안 좋았다.
중세 이후로 이 거리는 언제나 런던 행정의 심장부였다. 내 무수한 정적이 이곳을 드나들며 공무를 보았고, 그뿐만 아니라 프랑크 학술회의 적이 런던 정부 깊숙히 침투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론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런던 광역경찰은 물론, 윌슨이 속한 범죄수사국 역시 안전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 때문에 윌슨을 따로 건물 밖으로 불러내어, 눈이 닿지 않는 골목 외벽에 붙어 소근소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자네에게 설명한 건, 일개 시민으로 공무를 맡기고자 함이 아닐세. 오히려 친분이 있는 자네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하는 쪽에 가깝지. 혹시 도와줄 수 있겠나?"
사실,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윌슨의 고지식한 성격은 물론, 나와 그의 친분은 위험을 무릅쓸 정도로 깊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제 힘이 닿는 한 돕겠습니다."
그러나 윌슨은 즉답했다. 나는 놀라며 되물었다.
"괜찮겠나? 위험할 수도 있네."
"지난 반년동안, 제가 형사 일을 하면서 포기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가?"
"자연사입니다."
나는 젊은 형사의 당돌한 고백에 말문이 막혔다.
"그걸 포기하니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더군요."
"내가 보기엔 저울질을 조금 잘못한 것 같은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게. 하지만 나라고 호의를 마다할 만큼 여유있지는 않으니, 도움은 감사히 받지."
이유야 어쨌건, 그가 선뜻 나서준 것은 아주 감사한 일이었다.
"한 가지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지금이라면 금고 번호말고 전부 대답해주지."
나는 잠깐 뜸들이다 덧붙였다.
"우리 집에는 금고가 없거든."
"그렇군요. 그나저나 어째서 절 찾아오신 겁니까? 선생님께서는 전직 군인이시니 저보다 거친 일에 어울리는 사람을 많이 아시지 않습니까?"
난 웃으라고 한 말인데, 윌슨은 무안할 정도로 건조하게 반응하며 제 질문을 던졌다.
"이유로 말하자면, 내가 '전직' 군인이기 때문이지. 몸쓸 줄 아는 젊은이들과 친분은 고사하고, 전우라 부를 만한 늙은이들과도 연락하지 않은지 한세월이네. 그리고 그치들도 나름 대령입네, 함장입네 하는 자들인데, 열살배기 악동들을 쫓아다닐 나이는 아니지 않나."
그나마 스콧이라면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 같은 유명인이 이런 일에 발벗고 나서줄 것 같진 않았다.
"그러면 가족분은 어떻습니까? 따로 조사해볼 생각은 없었는데, 선생님의 형제분께서 원채 유명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첫째 형님이신 배즐 허버트 남작님께서도 귀국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분은 저보다 이런 일에 능숙하지 않습니까?"
"이런 일을 부탁할 만큼 친하진 않네."
설마 윌슨 입에서 나오리라 생각하지 못한 이름이 나온 탓에, 나는 무심코 눈살을 찌푸리며 일축했다.
물론, 큰 형님이라면 아주 도움이 안 되진 않겠지만, 그에게 도움을 부탁하는 것과 그냥 죽는 것을 비교해 봤을 때, 역시 그냥 죽는 게 나았다.
"그렇군요."
윌슨은 담담히 수긍했다. 내게는 어쩐지 이 모든 상황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도무지 그의 입에서 나올 것 같지 않은 질문들이었던 탓이다. 질문 하나 없이 침몰 직전 제이콥 섬에 뛰어들었던 그였다. 어째서 이 시점에 내 인간 관계 같은 사소한 것을 물을 필요가 있었을까.
"알겠습니다. 그러면 정말로 저밖에 없는 거군요. 낮에는 근무 때문에 어렵지만, 저녁부터 돕겠습니다."
나는 끝내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문득, 으슥한 구석 바닥에 그러젼 낙서를 발견하고 눈을 돌렸다.
보통 시선 줄 일이 없는 구석이란 것만 제외하면, 아주 눈에 잘 띄는 그림이었다. 이전에 본 것들과는 조금 모양이 달랐지만, 굳이 묘사하자면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었다.
다섯 꽃잎을 가진 하얀 꽃.
"왜 그러십니까?"
"저 낙서, 언제부터 있었나?"
윌슨은 고개를 돌려서, 바닥을 쳐다봤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누가 이런 곳에 낙서를...."
그는 경찰 건물 앞에 당돌히 그려진 낙서가 그저 불쾌한지 미간을 좁혔다. 나는 어떤 가능성을 떠올리고 곧바로 윌슨에게 전했다.
"자네의 관할 구역이 이스트 엔드라고 했나?"
"정확히 말하면, 웨스트 햄입니다. 이스트 엔드 템스 강 북부 쪽이죠."
"그래도 상관없네. 오늘 하루 순찰을 돌게 된다면 이런 낙서가 더 있는지 확인해주게."
"야간 순찰 말씀입니까? 그렇다면 오늘은 돕기 어렵습니다."
"이걸 확인하는 게 돕는 거라 생각하게."
내 말이 끝나자, 윌슨은 입을 다문 채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조금 뒤, 물었다.
"제게 말씀해주지 않은 부분이 있군요. 아이들과 이 낙서가 관계가 있습니까?"
"자네도 이런 사건이 퍽 익숙해진 모양이군그래. 고작 이런 낙서가 전대미문의 살인 미수 사건과 연관되었다고 생각하는 게 말이야."
그는 고소를 머금었다.
"아직은 추측이지만, 어쩌면 내게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 어떤 거대한 재앙으로 이어지는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네. 그리고 이 낙서는 몇몇 사건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될지도 모르고."
────딩 동 댕 동....
고작 200m 남짓 떨어진 빅 벤에서 4시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고개를 돌려 시계탑을 올려다보고는, 짠 것처럼 동시에 고개를 돌려 다시 마주 봤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최근 이스트 엔드에서 불온한 기류가 흐릅니다."
"자네도 몸조심하게."
나는 그와 헤어져 곧장 귀가했다.
그리고 귀갓길에 거리를 지나는 아이 수를 세어 봤는데, 평소보다도 턱없이 적게만 느껴졌다.
내가 아파트에 도착할 무렵, 어느덧 석양은 저기 성 마틴 러제이트 성당 첨탑에 꼬챙이처럼 걸려 있었다.
"오늘 일찍 돌아오셨네요."
현관까지 마중 나온 마리에게 코트와 모자를 건넸다. 그리고 그녀의 부축을 받으며 안쪽으로 느린 걸음을 옮겼다.
"내일도 해가 뜨면 바로 나갈 테니 준비해두게."
"요즘따라 부지런하시네요."
신경에 거슬리는 말투였다.
마치 내가 전에는 그러지 않았다는 듯한 말투 아닌가. 나는 불평 한 마디를 늘어놓을까 망설이다가, 사람이 좋은 탓에 뭐라 하지 못하고 더 중요한 것을 물었다.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 없었나?"
"주인님 방을 치웠는데."
"그런 것 말고 누가 찾아왔다거나,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 일어나거나 하지 않았나?"
마리는 잠깐 생각하는지 정면을 쳐다보다가, 다시 내 쪽으로 고개 돌려 답했다.
"아니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러면 됐고."
"또 무슨 일이 있으셨군요."
"그래, 어쩌면...."
────쨍그랑!
나는 끝까지 말하지 못했다. 유리 깨지며 실내외 공기가 섞이는 파공음이 우리 둘 사이를 갈랐다.
어디서 들려온 소리인지는 자명했다. 나는 마리의 부축을 받은 채로, 서둘러 내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덜컥!
거세게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그림자 하나가 화들짝 놀라며 허겁지겁 창으로 뛰었다. 그리고 창 너머로 건너 뛰려다가 옷이 걸려 낑낑거렸다.
"멈춰!"
나는 지팡이를 집어 던져 그것의 몸을 때렸다.
"악!"
변성기가 오지 않고도 쉬어 버린 목소리가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걸린 주머니가 부욱 찢어지면서, 그 아이의 몸이 창밖으로 고꾸라졌다.
나는 뒤늦게 창틀에 도착했지만, 아이는 이미 거리 저 멀리 달려가고 있어 쫓을 여지도 없었다.
"저 개자식!"
나는 외마디 욕설을 내뱉으며 방 안을 둘러봤다.
바닥에는 흩어진 유리 파편과 함께 벽돌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 아이가 어떻게 창문을 깼는지, 백치가 아니고서야 틀릴 일이 없었다.
나는 창문 아래에서 지팡이를 주으며, 은 시계 하나를 발견했다. 아이의 주머니가 찢어질 때 떨어진 모양이었다.
조형 자체는 투박하지만 비싸 보이는 물건이다. 그런 추레한 아이가 갖고 있을 물건 같지 않았다. 시계의 뒷면에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윌리 N. 존스」.
"그 아이의 시계는 아니겠지. 장물인가?"
내 혼잣말에 마리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쳤다.
"제가 아니예요!"
"당연하지! 멍청한 소리 그만하고, 이거나 갖다 버리게."
이 화제를 이어가는 건 둘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았다. 나는 바닥에 놓인 벽돌을 주워, 그녀에게 건네며 억지로 화제를 돌렸다.
마리가 유리 파편을 치우기 위해서 빗자루를 가지러 간 사이에, 나는 한 가지 의문을 품으며 방 안을 어슬렁거렸다.
아이들은 날 죽이려 하지 않았던가?
그런 것치고, 방금 전에 들어온 아이는 빈집털이나 다름 없어 보였다. 도망치면서도 보여준 허술한 모습도, 다른 아이들이 보여준 비인간적인 순수함과 닮지 않았다.
나는 그 아이가 서 있던 자리로 발을 옮겼다. 그리고 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 아이가 보고 있었던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는 대체 여기서 뭘 찾고 있었을까.
잠깐 고개를 위아래로 왕복하면서 훑어보던 나는 한 가지 변화를 발견하고 눈을 부릅 떴다. 그건 낡고 작은 궤짝이었다.
잠긴 자물쇠는 멀쩡했지만, 분명 누군가 열기 위해 잡아 당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아이가 알았을까?
그렇다고 한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한 것이 되었다. 나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조차 난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바로 마도서 「흑천복음」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