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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하고 보니 크툴루-63화 (6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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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감히 전투라 부를 수도 없는 것이었다. 머릿수만 보자면 아이들이 군인보다 십수 배는 많아 보였지만, 포화 속에 그들은 사형대로 진군하는 모범수 행렬이나 다름없었다.

공교롭게도 이곳은 그레이트 타워 힐 비교구非敎區. 수많은 공개 처형이 빈번히 행해지던 피 묻은 땅. 붉은 피가 개울을 만들고 흘러도, 살점이 흙과 섞여 검붉은 진흙으로 변해도, 신조차 돌보지 않는 이 땅에 구원은 없다.

다시 포탄이 떨어졌다.

이번에는 지면이 아니라 아이의 머리통이 맞았다. 바닥에 쓰러진 아이는 머리가 떨어진 메뚜기처럼 몸을 파르르 떨었다. 직후, 화약이 터지며 주변의 아이 수십 명이 비산했다.

혈향과 화약내가 절묘하게 경합했다. 어느 한 악취가 우세해지는 일 없이 서로 밀어내며 선의의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한 번의 발포에 약속한 것처럼 헤모글로빈 수억이 바닥에 쏟아졌다

대열이 무너졌다.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병사들이 어수선한 표정으로 장교의 명령을 기다렸다. 이 순간, 그는 세상을 더 나은 형태로 만드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흥분한 장교는 핏발 선 눈으로 외치고 말았다.

"돌격!"

수천 년간 쌓아올린 인륜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난해한 도덕적 고찰 끝에 결국 사고능력을 포기한 병사들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단세포처럼 장교의 신호에 따라 쏘고, 베고, 짓밟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학살을 이어나갔다.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이 전쟁이라면 전쟁사에 남을 졸전이었다.

그런 의미로 지휘 장교는 작금의 사태가 교전이라 불릴 가치도 없다는데 감사해야 했다. 양 대열이 완전히 무너지고, 병사들을 도망치는 아이들을 쫓아 사방으로 흩어졌다.

터무니 없는 촌극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 나는 광장을 바라보며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지금껏 본 숱한 지옥이 우습게 여겨질 정도로 끔찍한 광경에 내 섬세한 영혼은 수천 갈래로 찢겨 흩어졌다.

나는 론디니움의 로마인들을 이해했다.

그들은 퇴폐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벌하려 했다. 그 결과, 지하에 도사리는 가장 추악한 존재에게 도시 전체를 갖다 바치고자 맹세한 것이다. 내게 그것은 이제 우행이 아닌 순교처럼 느껴졌다.

인간은 죄 많은 동물이다.

눈먼 총알이 내 몸 주변까지 날아왔다. 그리고는 팝콘처럼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맞았다면 죽거나 다쳤겠지만, 이상하게 두렵지 않았다.

그러고 있자니, 뭔가 억센 힘으로 내 몸을 잡고 골목 안으로 끌어당겼다.

"미쳤어요? 그러다 죽어요!"

"자네는...."

나는 여인의 품에 반쯤 안기다시피 한 채로 그녀의 분칠한 얼굴을 바라봤다.

"윌슨이랑 같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 형사요? 말도 마세요. 나중에 이야기 할 테니까 우선 여길 빠져나가죠."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도 나부터 살아야죠. 혹시 민담 속 기사 흉내라도 낼 생각인가요? 영감님 어릴 적이 어땠는지도 몰라도, 요즘 세상에 그런 건 없거든요? 그냥 따라와요."

여인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쏟아냈다.

나는 차마 뭐라 하지도 못하며, 그녀의 손아귀에 끌려가는 모양새로 따라갔다.

"뭔가 할 말 있어요?"

그녀는 내 불만스러운 표정을 눈치챘는지 눈치 빠르게 물었다.

나는 꾹 다문 입을 열고 꼭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기사가 맞긴 하네만."

"지금 농담할 때예요?"

여인은 내가 시답잖은 농담이라도 한다는 듯이 쏘아봤다. 일말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었기에 억울했지만, 곧바로 뭐라 응수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우리는 한참 뛰었다.

정확히 말하면, 여인은 나를 부축한 채 한참 뛰었다. 그 끝에 도착한 골목은 다른 곳보다 총성이 낮게 들리는 곳이었다. 물론 나와는 인연이 없는 이스트 엔드의 깊은 뒷골목이었다.

위치로 치면 아마도 펜처치가街 근처 어딘가일 것이다.

"군인들도 여기까지 오진 않을 거예요."

"그럴 것 같군."

우리는 그제야 각자 벽에 기대앉고는 숨을 골랐다.

"자네, 이름은 뭔가?"

"제니요. 성은 없어요."

나는 제니를 가만히 쳐다봤다.

"왜요?"

"아니, 어디서 들은 이름이랑 비슷해서."

"드문 이름은 아니니까요. 고아원 출신 여자 중 반은 제니일걸요?"

그녀는 우스갯소리를 하듯이 말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감님은요? 언제까지 영감님이라 부를 순 없잖아요."

"필레몬 허버트. 공식 석상에서는 경이라 불리지만,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게."

그녀는 낮게 웃었다. 아까 *농담*의 연장선이라 여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허버트씨는 형사가 아니죠?"

"그래."

나는 순순히 실토했다. 상대가 눈치챘다면 더 숨길 필요는 없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떻게 알았지?"

"절름발이시잖아요. 절름발이 형사가 있었으면 꽤 유명했을걸요."

그 말에 기분이 나빠진 나는 인상 쓰며 답했다.

"비록 내가 지금 이런 모습이기는 하지만, 나는 해군 출신 참전 장교라네. 걷고 달리는 건 서투를지 몰라도, 다른 것은 젊은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네만."

"아, 그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었어요. 제 말은, 절름발이 형사가 있었다면 걷는 소리로 형사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으니 유명했을 거란 말이었어요."

제니는 내 말에 놀라며 급하게 수습했다.

"미안해요. 늘 말이 짧아서 오해받더라고요."

그녀가 변명하려고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았다. 나는 기분을 고치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아까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하지. 윌슨은 어딨지?"

"사라졌어요."

"더 자세하게 말해보게."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처음부터 허버트씨를 두고 가려 한 건 아니에요. 보셨는지 몰라도 엄청 많은 사람이 밀고 지나가니 제자리에 서서 기다릴 수 없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짐작하고 있던 바였다.

"그때 흩어졌나?"

"아니요. 형사님이 도와준 덕분에 모두 인파 속에서 무사히 빠져나왔어요. 흩어진 건 그다음이죠. 다들 집이 멀쩡한지 확인해야겠다고 돌아갔거든요."

거기까지 들은 나는 인상을 팍 썼다.

"도시가 이런 상태인데 그 와중에 제집을 지키러 갔다는 말인가?"

"당연하죠. 사람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제 것이 가장 소중한 법 아니겠어요? 저도 무일푼으로 거리를 떠도는 신세만 아니었다면 당장 돌아갔을걸요? 제가 남은 이유도 형사님이랑 같이 다니는 게 제일 안전할 것 같아서 그랬던 거고요."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는 자네들 책임도 있네. 응당 책임을 져야지!"

"그걸 왜 저한테 말하세요? 저는 여기 남았잖아요."

제니의 뻔뻔한 말을 듣고, 나는 일장연설을 쏟아낼 준비를 했으나 결국엔 하지 못했다. 난 내가 현실주의자라고 생각했는데, 젊은 세대와 비교하니 지독한 이상주의자가 따로 없었다.

나는 분개하며 콧등을 쓸었다.

"그래, 계속하게."

"형사님은 허버트씨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거리는 폭도로 가득했으니 골목 안에 숨어 있었죠.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형사님이 바닥에 그려진 애들 낙서를 보더니... 아, 그래요, 이런 거였는데."

제니는 내 발치에 있는 낙서를 가리켰다. 나는 고개 숙여 확인했다.

다섯 갈래의 흰 꽃잎.

모를 리가 없었다. 우리가 지금껏 추적해온 낙서였으니까.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골목에는 불탈 것이 많지 않아 보였는데도 벽면이 검게 그슬려 있었다. 아마 이곳도 발화점이었을 것이다. 역시 예상대로 이 낙서는 불을 집힐 지점을 가리키는 암호 같은 것이었던 모양이다.

"이걸 보더니 심각한 얼굴로 혼잣말했어요. 정확하진 않은데 하양, 빨강, 다섯 꽃잎, 두 곂, 뭐, 이런 내용이었어요."

그녀의 입에서 나온 문구는 바닥의 낙서와는 달랐다. 나는 그것이 뭔지 바로 눈치챘다.

"하수도 벽면에 그려져 있던 그림이군."

"그 말을 하려고 했어요."

제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형사님은 말 그대로 떠났어요. 위험하다고 저한테는 아까 그 사람, 허버트씨를 찾아 보호받으라고 말하면서요. 그리고 또 이런 말을 전해달라고 했어요."

나는 제니의 눈을 마주 봤다. 그녀는 윌슨의 어투를 흉내 내는 것처럼 딱딱한 어투로 말했다.

"배후를 알아냈다. 벽에 그려진 건 플랜태저넷 장미."

잠깐 침묵이 흘렀다.

나는 그녀가 더 말하길 기다렸지만, 전언은 거기까지였다. 그녀는 내 반응을 긴장한 눈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운을 떼었다.

"정말로 그렇게 말했나?"

"어떤 부분이요?"

"정말로 날 그 사람이라고 불렀나? 이름조차 부르지 않고?"

내 질문에 제니는 인상을 팍 썼다.

"지금 말투 갖고 왈가불가할 때예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는 제 아버지뻘에 귀족이라고."

제니는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하류층 여인 특유의 노성을 내었다.

"농담은 거기까지만 하죠. 아세요? 그거 진짜 재미없어요."

"농담이 아니지만... 하나만 더 묻지. 배후, 플랜태저넷, 정확한가? 잘못 듣진 않았겠지?"

"혹시 그게 뭔지 아세요?"

"알다마다. 튜더 이전에 있었던 영국 왕가가 아닌가."

제니는 무지를 숨기지 않고 쉽게 감탄했다.

"플랜태저넷이 그런 의미인 줄은 처음 알았어요. 저는 플랜태저넷 장미만 알았거든요. 그러고 보면 지하에 그려진 꽃은 그런 모양이었죠. 색이 반대긴 하지만."

그녀의 당당한 태도에 도리어 난처해진 것은 내 쪽이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네."

"정말요? 그럴 리가."

"아니, 정말이야. 오히려 자네 말을 듣고 나니 그게 뭔지 정확히 기억났네. 벽에 그려진 건, 튜더 장미였어. 장미 전쟁에서 승리한 랭커스터 가문의 홍장미는 크게, 그리고 흡수당한 요크 가문의 백장미는 작게. 왜 미처 몰랐을까."

나는 내 착상에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튜더 장미라니, 난생처음 들어요. 혹시 뭔가 착각하고 계시지 않나요?"

"착각이라면?"

"그렇잖아요. 플랜태저넷 장미랑 색깔이 정반대인 그림이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꽤 유명했을 거라고요. 하지만 저는 그런 이름도, 그런 배색도 본 적이 없어요."

그녀는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그 주장은 정반대로 설득력 있었다. 튜더 장미를 뒤집어 놨다면, 나 역시 알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애초에 튜더가 뭔가요?"

"플랜태저넷이랑 똑같네. 왕조의 이름이지."

"어느 왕조요?"

"헨리 8세, 블러디 메리, 앨리자베스 1세, 들어본 적 없다고는 못하겠지."

내 장담에 제니는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그게 누구죠?"

이 여자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것은 불쾌한 가능성이었다.

내 눈앞에 모네의 연작과도 같은 주마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그건 나의 일대기였다. 시간은 오로지 앞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현실을 초월한 정신 속에서는 역행하기도 했다.

아, 그렇다. 나는 주마등을 보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나의 통찰은 죽음에 준하는 충격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41년 평생 쌓아올린 거대한 착각과 마주하고 있었다.

나, 필레몬 허버트는 어리석은 자다.

내 안에는 지식과 무지가 공존하고 있었다.

나는 막연한 인생을 향해 물었다.

"엘리자베스 1세가 누구지?"

모른다.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통치자를 떠올리고자 숱한 노력을 했으나, 내가 깨우친 바는 철저한 무지뿐이었다. 그것은 참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그녀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나는 역사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평생 바쁘게 살아오며 인문학에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식이란 게 이토록 편향될 수 있는 것인가.

내 결론은 이러했다.

나는 평생토록 앨리자베스 여왕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헨리 7세, 헨리 8세, 메리 1세... 튜더, 영국에서 가장 화려했던 왕조가 내 인생에서 뜯겨나간 페이지치럼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지식이란 게 이토록 편향될 수 있는 것인가? 아니,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나는 알고 있다.

장미 전쟁의 승리자, 헨리 7세.

수장령을 선포한 헨리 8세.

불운한 학살자, 메리 1세.

처녀 여왕, 엘리자베스 1세.

내가 상식이라 숭배해온 이 지식의 출처는 어디인가.

물을 것도 없이, 내 전생이다. 아프리카를 아프리카라고 부르는 21세기의 미래 말이다. 필레몬 허버트라 불리기 이전의 삶 말이다.

즉, 나는 현생에 튜더 왕조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 결국, 나는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튜 더 왕 조 는 실 재 하 지 않 다

나는 얻어맞은 사람처럼 제자리에서 휘청거렸다.

"잠깐만요, 괜찮으세요?"

제니는 쓰러지려는 내 몸을 깜짝 놀라며 부축했다. 나는 여전히 상념에 빠진 채 홀로 속삭였다.

"왜 몰랐을까?"

"네?"

"속았어.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속이지 않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내 잘못된 지식은 어디선가 정정됐어야만 해. 내 책 「민족과 운명」과 「반지성의 시대」처럼 말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나는 두 권의 저서에 대해 떠올렸다.

전생과 현생의 괴리 때문에 내가 쓴 두 학술서는 세간으로부터 잘못된 평가를 받았고, 나는 상류사회에서 완전히 추방되고 말았다.

이런 식이다. 전생에 쌓인 오해는 이런 식으로 어디선가 늘 해소되었다.

그러니 이번 건은 교묘한 속임수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지 않고는 어떻게 41년 평생 튜더 왕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겠는가!

사실, 나는 그 이유를 알았다.

현실과 괴리는 절묘한 타협을 통해 날 속여온 것이었다. 이곳 런던에서는 역사상 존재하지 않은 이름들이 너무나도 뻔뻔스럽게 통용되고 있었다.

왕립학회의 튜더 학회장, 올드코트의 성 헨리 8세 칼리지... 이상하지 않은가? 정말로 튜더 왕조가 성립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어떻게 이 이름을 알고 있지?

나는 전율했다.

이 세계는 잘못되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나 혼자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점을 4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아챘다는 것이다!

내 잘못된 역사관이 만든 작은 실수들을 누군가는 알아봤을 것이다.

어디까지 들통 났을까?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어쩌면, 나는 학회나 학장으로부터 처음부터 주목받고 있었던 게 아닌가?

몸이 거미줄에 잡힌 벌레 새끼처럼 떨려왔다.

"괜찮으세요?"

"그래, 괜찮아."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얼굴이 아주 파래요."

"숨을 쉬기가 힘들어서 그래. 여기는 정말 답답하군, 빨리 움직이지."

제니가 내 변명을 믿은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은 잘 전해진 모양이었다.

"움직이자고요? 여기가 안전해요."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구해야지."

그러자 그녀는 굉장히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왜요?"

"왜라니."

"다들 고아에 범죄자잖아요. 대체 그런 아이들을 구해줘서 어떻게 하시려고요? 허버트씨는 이상해요. 선한 사람이 되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나는 입을 달싹거렸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해 뭔가 말하려 한 순간이었다.

"어르신?"

골목 끝에서 들려온 것은 낮고 쉰 아이 목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출처를 확인했다.

"어르신 맞으시죠?"

내 시선 끝에 서 있는 아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그를 알았다. 심지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아이였다.

기적이 일어난 것일까?

아니다. 사실 나도 내가 하찮게 여긴 모든 사람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아이조차 다른 고아와 구분하지 못했다. 이토록 나는 선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다.

그 아이, 신문팔이 소년은 울면서 말했다.

"도와주세요. 친구들이 위험해요."

"그래."

나는 벽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험해요!"

제니는 손을 뻗어 날 만류했다.

"왜 말리지?"

"이대로 보냈다가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잠자리가 뒤숭숭하니까요."

내 질문에 그녀는 입을 삐쭉 내밀며 변명하듯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같네. 그러니까 갈 수밖에 없지."

그녀는 결국 따라오지 않았다. 나와 신문팔이 소년은 골목을 빠져나와 불타는 거리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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