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86화 (86/232)

§86.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1/3)

화재는 곧 소동으로 번졌다.

자욱한 연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되자 구경꾼이 모여들었다. 인근 주민은 우물물을 퍼다 나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멀찍이서 불구경할 뿐이었다.

뒤늦게 상황을 알게 된 거주민들은 맨몸으로 불 속에 뛰어들어, 각자 소중한 전리품을 챙겨오거나 아니면 부나방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좁은 길목은 불구경 통에 멈춘 마차 때문에 지날 틈이 없었다. 일부러 불난 곳으로 가달라는 승객도 빈번할 지경이었다. 이러니 뒤늦게 소방대가 도착해도 건물에 도착하는 것만 한세월이었다.

그나마 도착한 소방대의 장비도 조잡하기 짝에 없었다. 노란 외벽 회사라는 커다란 자금원을 둔 런던 소방대가 얼마나 큰 규모로 운용되는지, 기껏해야 물수레 하나를 가까스로 동원한 파리 소방대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득이 되는 혼란이었다. 나와 르블랑은 기자들을 떨쳐내고 인파에 섞여 빠져나왔다. 시장을 놓친 것을 안 기자들은 빠르게 포기하고, 빈센트 흐라발의 최후를 사진기에 담기 위해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렇게 불타는 아파트에서 두세 블록 떨어진 뒤에도 거리는 소란스러웠다. 이곳은 불구경보다는 대체로 길이 막힌 탓에 분노한 마부와 승객으로 시끄러웠다.

우리의 비밀 이야기엔 이런 소음이 딱 좋았다.

르블랑은 상황이 안정되자마자 황급히 물었다.

"어찌 된 일입니까? 저 불은 또 뭐고, 흐라발은 또 어디로 갔고, 빈센트의 그림은 또 어디 뒀고...."

"저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나는 그에게 몇 가지 진실을 제외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10년 전, 두 빈센트를 시험한 소년과 그 정체에 대해서까지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모든 참극에 대한 설명을 들은 르블랑은 의외랄 것 없다는 듯이 태연했다.

"아마도 환각 증상이었을 겁니다. 약에 취해 있었겠죠. 흐라발의 주소지로 매주 대량의 아편이 도착하는 건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약물 중독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지만, 나는 굳이 그런 의문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가 적당히 납득하는 편이 형편에 좋았기 때문이다.

르블랑은 갑자기 분위기를 고쳤다. 그는 히죽거리며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그래서 실제로 보니 어땠습니까?"

"'그' 말입니까?"

"'그것' 말이요. 그림을 실물로 보셨을 텐데, 아직도 마음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잠시간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여전히 진상을 밝힐 생각이 없습니까? 선생께서 명예 회복할 기회입니다."

나는 그가 아직도 르블랑의 표절작을 밝히는 것에 집착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놀랐다. 동시에 그가 얼마나 세상의 비극에 무관심한지 알고 탓하듯이 쏘았다.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게 별 대수입니까? 그래서 그림은 별로 감흥이 없었다는 말입니까?"

르블랑은 내 지적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내 반응에만 실망한 눈치였다.

거기까지 이르자, 나는 파리에 오는 동안 그가 보여준 여유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내가 흉하게 모욕당한 그림을 보고 자신처럼 흐라발을 증오하게 될 것이라 믿은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었다. 나와 주변인을 모욕한 그림을 전 프랑스에 뿌린 르블랑을 원망하고, 기자들 앞에서 그의 거짓된 경력을 고발할 수도 있었다.

그 불쌍한 화가가 눈앞에서 불타 죽는 꼴만 보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하지만 르블랑은 달랐다.

"다른 분들은 어떻습니까? 같이 그림에 나온 분들은 분명 아시는 분들이겠죠. 그렇다면 그분들께도 여쭤봐야 하는 게 도리 아니겠습니까?"

죽음조차 그의 유치한 복수를 멈추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원수가 불구덩이에서 화한 뒤에도 끊임없이 원념을 부풀리고 있었다. 두려운 점은 르블랑이 조금도 미친 기색이 없다는 부분이었다.

통찰은 공포를 불렀다.

본래 나는 사람을 미칠 광狂이 있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만 구분하였다. 이 세상에 미치지 않은 자는 빛날 수 없다고 믿었기에, 그가 파리 시장직을 맡았다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기도 했다.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오래 연마한 악惡은 광狂에 못지않다.

르블랑은 살아남기 위해 오랫동안 악의를 키워왔다. 그렇기에 그는 이 거친 시대에서 미치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었다.

"선생? 듣고 있습니까?"

"아니요, 아니요. 그에 관해서는 시장님이 신경 쓸 것이 아닙니다."

"혹시 모르잖습니까. 그 사람들 생각은 다를지도."

그는 끈질기게 계속 물었다. 그의 실체를 알게 된 탓에, 나는 그를 상대하는 게 쉽지 않아졌다. 한시라도 빨리 이 끔찍한 인간과 떨어지기 위해, 나는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변명을 만들었다.

"그림에서 여성은 작년에 죽었고, 남성은 한 달 전쯤 죽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은 저뿐입니다."

어느 쪽도 거짓말은 아니었다. 르블랑이 따로 조사해본다 한들 두 사람의 부고밖에 찾을 수 없을 터였다. 그제야 르블랑은 아쉬운 듯이 혀를 날름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것참 유감입니다. 그러면 런던에 돌아가시기 전에 제가 파리를 안내해 드릴까 하는데."

"아니요. 괜찮습니다!"

나는 빠르게 거절했다.

"만날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참 유감입니다."

그는 두 번 같은 말을 했지만, 앞의 것보다 뒤쪽이 진심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에게 이별을 고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파리 소르본 대학.

600년 전에 개교한 대학은 파리 중심가에 자리 잡은 탓에 도시와 운명을 함께했다. 원래 파리의 가난한 학생을 받아들이던 수도원은 전성기엔 파리 최고의 대학 중 하나로 꼽히며 유럽 굴지의 학문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혁명은 이 대학의 운명을 크게 뒤틀어놨다.

분노한 학생들은 대학을 점거하고 전통적인 이사진과 우수한 교수진을 모두 끌고 가 단두대에서 처형했다. 수백 년간 축적된 지식은 모두 잿더미로 화했고, 최신 기자재는 모두 압류되어 혁명이 끝나고도 반납되지 않았다.

대학이 무너지자 건물을 이용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오랜 노력 끝에 소르본 대학은 10년 전에 겨우 재단장하며 다시 개교했다.

하지만 이 불운한 대학의 고난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학에 돌아온 교수들은 모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사진은 미숙하여 투자할 방향을 찾지 못했고, 수백 년간 쌓아올린 체계는 무너져서 제대로 된 커리큘럼을 짤 수 있는 자도 없었다.

혁명으로 엘리트층을 숙청한 여파로 여전히 인력난을 시달리는 프랑스에 소르본 같은 신축 대학에 찾아올 기성 교수는 적었고, 해외 교수 초빙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표류하던 대학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곳에 정박했다.

까마득한 무지는 도리어 평등으로 이어졌다. 교수가 학생에게 권위를 세우지 못하고, 학생이 교수에게 배우지 못하니, 도리어 프랑스 혁명 정신을 이어받아 그들은 완전한 수평 관계를 이뤘다.

교수가 학생과 함께 연구하며 지식을 추구하는 관습은 금방 소르본 대학의 전통이 되었다. 그들은 전통 학계의 헤게모니를 따르지 않고, 전 세계의 학생을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받아 학위를 발부했다.

덕분에 10년 만에 소르본은 자유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게 된 것이다.

나 역시 이 대학에 수혜를 입은 학생 한 명을 알았다.

그녀는 성별 때문에 고향에서 취득하지 못한 학위를 이 대학에서 받았다. 그리고 지지기반 없이 할 수 없는 실험을 대학교수의 도움을 받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내가 르블랑에게 했던 선약은 결코 그 자리를 벗어나고자 짜낸 거짓말이 아니었다. 나는 파리행을 결정한 순간부터 그와 만날 것을 예정하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진 저녁이었다.

낮 시간 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연구실 문이 열렸다. 그 안에서 걸어 나온 장년 남성은 지친 표정을 터덜터덜 걸었다. 그가 바로 내가 찾던 인물이란 확신이 들자, 나는 그 앞으로 걸어가 길을 막았다.

"실례지만?"

남자는 날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절 아십니까?"

"자네는 분명 피에르 퀴리겠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아내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서 왔네."

"마리 말입니까? 그녀를 아십니까?"

피에르 퀴리는 반색하며 물었다. 나는 어금니에 힘을 주며 말을 씹듯이 내뱉었다.

"조금... 그런 편이지. 그녀와 나는 같은 학술회에 속해 있으니까."

"그녀의 손님은 제 손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 아내는 잘 지냅니까? 폐를 끼치진 않았겠죠? 물론 아니겠죠, 저는 마리처럼 지혜롭고 배려 깊은 사람을 모릅니다. 이런, 제정신을 보세요. 런던에서 오셨을 테니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셨을 텐데,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죠."

직전까지 피로에 젖어 있던 퀴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밝은 모습으로 연구실 문을 열었다.

나는 죄인처럼 그 안으로 호송되었다.

실내는 난리 통이었다.

"미안합니다, 정리해놓질 못해서."

"아니, 괜찮네."

퀴리는 사과하고 한참 자리를 만들기 위해 쌓인 책을 옮겼다. 나는 끈기있게 기다린 끝에 간신히 작은 의자 하나에 앉을 수 있었다.

나는 피에르 퀴리의 소우주에서 그가 세운 법칙을 하나라도 어그러트리지 않으려 애썼지만, 바닥에도 책과 종이가 굴러다니는 이곳에선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내가 대학과 학술회에서 얻은 편견을 고스란히 따르는 학자처럼 보였다. 정리정돈이 가지는 사전적인 의미가 통하지 않는 그런 인물상 말이다.

대신 그들은 필요한 모든 것을 혼돈 속에 던져넣었다. 그리고 나중에 하나라도 제 기억과 다른 곳에 있다면, 괜한 히스테리를 부리며 소리를 빽빽 지르는 행위를 *정리정돈*이라고 믿었다.

물론 퀴리가 당장 내게 화를 낼 것 같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그럴 일이 있을 것 같으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영국인은 차를 좋아하죠? 연구실에는 커피밖에 없는데."

"아니, 나는 괜찮네."

솔직히 나는 퀴리의 친절이 부담스러웠다. 그는 갈수록 내가 용건을 말하기 어렵게 만들었는데, 차라리 그가 날 홀대했다면 마음의 부담도 적었을 것이었다.

퀴리는 자신의 음료도 따르지 않고 맞은 편에 앉았다. 우리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나는 아무 의미 없는 질문을 던졌다.

"여기선 혼자 일하나?"

"아니요, 베크렐 교수님과 아내가 도와주고 있었고, 아내가 런던에 일하러 간 뒤에는 쭉 둘입니다."

"베크렐 교수께선?"

"연구에만 시간을 쓸 수 있는 저와 달리 그분은 교수이시니...."

"아, 그렇군."

내가 아는 사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적은 우리의 서먹한 관계를 눈치채고 교활하게 다시 빈자리를 채웠다. 이번에 침묵을 깬 것은 퀴리였다. 그는 나이에 비해 눈에 띄게 차분하지 못한 모습으로 물었다.

"실례지만 아내와는 어떤 관계십니까?"

"같은 학술회 회원이지. 그녀에게는... 아주 큰 도움을 받았지. 다 갚을 방법이 없을 정도로."

"그녀가 잘하고 있다니까 마음이 놓이는군요."

"그 이상이었지."

내 말을 과장된 칭찬이라고 여겼는지 퀴리는 의심 없이 안도했다. 나는 이 솔직한 사내가 받을 상처를 가늠해보았지만, 어떤 수를 써도 그에게 상처 주지 않고 말하는 법은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내 말주변이 턱없이 부족했다. 나는 남을 상처 주지 않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마리는 지금 뭘 하고 있습니까?"

"어떤 대답을 원하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네도 아마 짐작했겠지만,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이 런던에서 파리까지 찾아오진 않는 법이네."

퀴리의 얼굴이 점차 굳어갔다. 그는 아주 영리한 사람이니 이 정도 말만 가지고도 그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어렴풋이 예상할 수 있었다. 그것이 내 의도이기도 했다.

"나는 어렵게 돌려 말하는 법을 잘 몰라. 그렇다고 무턱대고 짐을 강요하고 싶은 마음도 없네. 때로는 진실보다는 거짓이 위안이 되지 않던가. 우리는 전장에서 죽은 군인은 모두 용맹히 전사했다고 유가족에게 알리지만, 실상 그렇지 않은 줄은 누구나 알지 않나."

"저는, 저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퀴리의 눈동자가 맹렬히 떨리는 것을 보았다.

"내가 준비한 대답은 두 가지이네. 하나는 거짓말이지만, 결국 우리 모두에게 찾아오는 일이니 자네도 언젠가 받아들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다른 대답은 자네를 평생 망설이고 고통받게 할 거야. 재능은 모두 퇴색하고, 자네가 이뤘어야 할 미래의 성취를 모두 잃고 말 수도 있겠지."

"그만 하세요. 이야기는 됐습니다, 돌아가 주세요! 지금 당장!"

피에르 퀴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이렇게 들어서 좋을 것 하나 없지만, 단 하나 들을 이유가 있다면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이네."

그는 아예 문을 열고 축객령을 내렸지만, 나는 여전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그를 올려다봤다.

"내 소개가 늦었네. 내 이름은 필레몬 허버트. 런던의 올드코트 대학교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으며, 퀴리 부인에게 목숨을 빚진 덕에 여기 있네. 그리고 그녀의 유산을 가지고 여기 왔지."

나는 가져온 두 권의 노트를 꺼냈다.

「마리 퀴리」

그녀의 서명이 겉면에 적힌 연구 노트, 그리고 그것의 영역 필사본이었다. 피에르 퀴리는 그녀의 필적을 알아봤는지 애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어찌 됐습니까?"

"죽었네."

퀴리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실없이 웃었다.

"그게 거짓말이군요."

"그래. 너무 서툴렀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알겠습니다. 마리가 정말 죽었다면 저는 체념밖에 하지 못했겠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상처가 여물면 상실을 받아들이기도 할 겁니다. 그녀는 살아있군요, 아닙니까? 적어도 죽었다고 할 수는 없는 상태겠죠."

퀴리는 괴로워하면서 스스로 원치 않는 대답을 차곡차곡 도출해 나갔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지성의 대가로 저주의 일종이었다.

"말해주십시오. 마리, 그녀에게 일어난 일을 전부."

"자네는 들을 자격이 있지. 그토록 뛰어난 여인을 아내로 뒀으니, 자격이라면 차고 넘치지."

나는 그녀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감정 없이 서술했다.

프랑크 학술회의 실체부터 시작하여, 나와 그녀의 짧은 인연, 그리고 실종과 마지막 남은 유산까지. 내가 말하지 않더라도 그는 그녀의 남은 끔찍한 운명을 짐작한 눈치였다.

"제가 그 말을 믿으란 말입니까?"

피에르 퀴리는 혼란스러워하며 따졌다.

"런던에 사는 괴물이나... 가라앉은 섬... 외계의 신.... 그런 것을 진정 믿을 줄 알고 하는 말입니까?"

"자네가 내 말을 믿을 이유는 없네. 누구도 그걸 강요할 수는 없지."

나는 그의 지당한 분노를 감당하며, 노트를 펼쳐 마지막 문장을 그에게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말마저 외면하지 말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부탁이네."

「적색 광선을 마리아선, 녹색 광선을 피에르선이라 명명한다.」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이 두 이름을 명명했을지는 모른다. 그것은 내가 아닌 그가 잘 알고 있을 터였다. 피에르 퀴리는 문장을 곱씹고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새신랑은 해가 지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나는 두 권의 노트만 남겨둔 채, 그 자리를 떠났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일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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