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런던묵시록
"신부님, 제 죄를 들어주세요."
"말하게."
"제 이름은 베데스다입니다. 런던에서 나고 자란 베데스다입니다. 형제가 다섯 있는데 성년이 될 때까지 산 것은 저뿐입니다. 모시는 어머니가 재작년에 돌아가신 후로는 쭉 혼자였습니다. 저는 평생 하느님을 믿으면서 신실하게 살았는데, 마지막에 지은 죄로 천국에 가지 못할까 봐 무섭습니다. 하지만 맹세하건대 죄를 지을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제 의무를 다하려 했을 뿐입니다. 신부님께 고해성사하면 제 죄가 덜어질까요?"
"말하게."
"저는 여왕폐하와 왕가를 지키는 제 1 근위 보병 연대 소속 군인으로 평생 한 번도 그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웰링턴 병영에 걸린 여왕폐하의 초상화를 지날 때마다 어찌나 큰 자부심을 느끼는지 모르실 겁니다. 그래서 저는 병영에서 숙식하고, 매일 고된 훈련을 받는 생활도 견딜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저번 악몽의 밤, 런던이 불탄 밤에, 제 믿음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이를 죽였습니다. 제 손으로 몇 명을 죽였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연대가 몇 명을 죽였는지는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동기로 입대했던 동료들이 병영을 떠났습니다. 절반은 제 발로 걸어서 나갔고, 다른 절반은 정신병동에 입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해서라도 런던이 더 불타는 걸 막았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제 자부심입니다. 이것은 죄가 될까요? 죄가 된다면 천국에 가지 못할 만큼 큰 죄가 될까요? 사실 더 있습니다. 제가 지은 죄는 더 있습니다."
"말하게."
"어제, 아니, 어쩌면 그저께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소집령이 내려져서 부랴부랴 준비하니, 영문도 모른 채 그대로 버킹엄 궁전까지 행진하라는 것 아닙니까? 저희는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결단코 무고한 시민들을 쏘고 죽이려고 따른 명령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나와 보니 하늘 위에 난생처음 보는 것이 있었습니다. 우주선이었습니다. 그렇게 커다란 비행선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는데, 비행선보다는 날아다니는 성 같았습니다. 연대 전부가 타고도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았고, 우리는 왕가를 피난시키며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했습니다. 잠깐이었지만 얼마나 긴장했는지 해가 뜨기가 한세월 같았습니다.
일찍부터 출동한 탓에 아침도, 점심도 먹지 못하고 줄곧 긴장했던 탓에 배가 고파서 어지러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맡은 소임을 게을리하지는 않았습니다. 건성으로 서 있지도 않았고, 눈이 부셔도 비행선에서 눈을 떼어 놓은 적이 없습니다. 제발 믿어주세요."
"말하게."
"이른 점심쯤이었습니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트리팔가 광장에서 소란이 들렸습니다. 웬일인지 그곳에는 성난 표정을 한 사람이 잔뜩 모여 있는 것 아닙니까.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았지만, 당시엔 무슨 일인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장교님은 말을 타고 연대를 가로지르며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 절대 발포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그 사람들을 쏠 생각이 없었습니다. 대치는 잠깐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누군가 알았다고 한들 막을 수 있었을까요? 불가항력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입니다. 비행선이 성 쪽에서 모여 있는 사람들 쪽으로 움직이더니, 세상에, 거기서 검은 폭탄을 떨어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우리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결코, 제 잘못도 아니었습니다."
"말하게."
"도시는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을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저녁까지 비행선은 런던 전체를 돌아다니며, 도망치는 시위대를 쫓아서 폭탄을 떨어트렸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큰 피해는 아니었을 겁니다.정말 죽고 다친 사람은 수십 명쯤밖에 되지 않고, 대부분 폭탄은 건물을 일부 부수는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어디선가 우리가 우주인과 손을 잡아서 시민을 공격했다는 헛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다시 분노한 민중이 들이닥칠지 모르고, 버킹엄 궁전에는 여전히 여왕폐하와 그분의 손자 윌리엄 왕손께서도 피난하지 않고 계셨기 때문에, 우리는 궁전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끼도 먹지 못했는데 워낙 많은 일을 겪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를 정도로 배가 고팠습니다. 저는 그렇게 노력했습니다."
"말하게."
"비행선은 사라지고 시위대는 완전히 해산되어 보였습니다. 우리는 야간까지 경계 상태를 유지하다가, 순서대로 병영에 복귀하기로 했습니다. 제 3 연대가 먼저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소리, 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포 소리가, 곧이어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총성이 들려왔습니다. 명령받지 않은 우리는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건 누구나 알았습니다. 잠시 후, 창백한 얼굴로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5분 만에 뛰어온 것입니다. 그는 숨도 고르지 않고 말했습니다.
'웰링턴 병영이 점령당했습니다.' 장교님이 물었습니다. '뭐?' 전령이 말했습니다. '시위대가 병영을 점령하고, 군용 장비로 무장했습니다. 그리고 여기로 오고 있습니다!' 혼란이 퍼졌습니다. 듣기론 몇 명이 이때 탈영했다고 합니다. 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제 의무라고 믿고, 열성을 다한 것입니다."
"말하게."
"장교님들이 그렇게 다급한 건 처음 봤습니다. 모여서 한참 회의를 하던 장교님이 돌아와서 이곳을 사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런던 대화재 당시처럼 런던 밖에서 기차를 타고 응원군이 도착하면 쉽게 진압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그 말을 믿고 우직하게 대기했습니다. 곧 시위대가 당도했고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우주선, 그 비행선이 다시 나타나서 시위대를 향해 폭탄을 떨어트렸습니다. 우리 중에서도 진짜 저것이 여왕님의 군대인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번엔 시위대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오합지졸이던 때와 달리, 이번에는 제대로 된 지휘자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빈 병영을 점령하는 것이나 무기를 다루는 법을 전수한 것도 그들이라고 들었습니다. 황색파라고 하는 사회주의자들이요.
누굴 믿어야 하고, 누구와 싸우는지도 모른 채 계속 싸웠습니다. 제가 시민들을 쏜 것은 명령받은 일이고, 저들도 절 쏘려고 했으니 불가항력이었습니다. 그게 죄가 될까요? 아니요, 아닐 겁니다."
"말하게."
"새벽녘이 밝아왔지만 약속했던 원군은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들었습니다. 한 병사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장교님께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철로가 끊겼습니다. 원군은 오지 않습니다. 사령부에서 후퇴를 지시했습니다.' 장교님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병사가 재촉했습니다. '지금 물러나야 합니다.' 아무 지시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도망쳤습니다. 제 의무를 등지고, 총과 군모를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거기 있었다면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죽었을 겁니다. 장교님이 제때 후퇴 명령만 내렸더라도, 저는 탈영하지 않았을 거란 말입니다."
"말하게."
"듣기론 여왕폐하는 런던을 탈출했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 윌리엄 왕손을 잃어버렸다고 들었습니다. 어린 왕손께서 길 잃고 다치셨을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그것도 제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도움을 구하고 다녔지만, 군복을 입은 절 누구도 숨겨주지 않았습니다. 축객령은 양반이었고, 돌을 던지거나 몽둥이를 들고 쫓아오기도 했습니다. 하루 전까지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었던 저는 런던의 공적이 된 것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폭격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비행선은 몇 대나 있는지, 더 늘어나서 하루종일 런던에 폭탄을 떨어트렸습니다. 폭발 소리를 계속 듣다 보니 귀가 얼얼해져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됐지만, 저는 차라리 기뻤습니다. 정말로 우주인이 우리 편이길 바랐습니다. 사다리를 내려서 절 이런 지옥에서 꺼내주길 바랐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골목을 숨어다니면서 절 쫓아오는 시위대로부터 도망 다녔습니다. 도시가 이상해졌다는 건 알았지만, 저 혼자 어떻게 그들 전부를 상대하겠습니까?"
"말하게."
"저는 잘 피해 다녔는데, 운이 따른 것도 오늘까지였습니다. 비행선에서 떨어진 폭탄이 제 눈앞에 떨어졌고, 그 빛에 눈이 멀고 말았습니다. 귀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잘 보이지 않지만, 제가 그리 오래 살 수 없다는 건 알 것 같습니다.
저는 기억을 더듬어서 이곳 성당에 왔습니다. 이렇게 작고, 신을 모시는 성당이라면 시위대도 총칼을 들고 들어오진 않을 테니까요.
저를 병원에 보내지 말아 주세요. 그곳에는 탈영병을 잡으려는 시위대가 상주한다고 들었습니다. 대신 저를 천국에 보내주세요. 저는 이렇게 평생 죄를 지은 적이 없고, 잘못된 선택을 몇 번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상황에 놓이면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그러니 부디 절 용서해주세요. 저를 구해주세요."
"말하게."
"추워요, 아파...."
"말하게."
"... ... ...."
나는 쓰러진 병사를 바닥에 눕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옆에는 신부의 시체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병사가 눈이 멀었던 것은 그의 인생에 마지막 있었던 행운이었을지도 몰랐다.
"죽었나?"
등 뒤에서 들려오는 겁먹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확인해 보지 않아도 되겠나?"
"그렇습니다, 왕자."
어린 윌리엄 왕자는 조금 전까지 그렇게 열성적으로 말하던 병사가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이 창백한 얼굴로 벌벌 떨었다.
지난 이틀 동안 런던은 완전히 다른 도시로 변했다. 시민들은 황색파를 지지할 것인지, 아니면 침묵할 것인지만을 강요받았다. 국회의사당은 점거되었고, 미처 피하지 못한 귀족원 위원들은 모두 화를 당하고 말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내가 이 약하고 어린 왕자를 보호하고, 흑천복음이 적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한 것만 해도 하늘이 돕지 않고선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알 수 없었다.
"미안하다. 나 때문에... 여기서 살아나간다면 반드시 이 은혜는 갚겠다."
왕자는 나이에 비해 제법 의젓하게 말했다.
만약 시대를 조금만 더 타고 났더라도, 그는 대단한 인물이 되었을지 몰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닙니다. 저들은 저도 쫓고 있을 겁니다."
"경을? 어째서?"
지금 런던에서 벌어지는 소동은 우연히 벌어진 사건이 아니었다.
나는 그 인과가 쌓이는 과정을 줄곧 좇아왔기에, 이 자작극을 벌이는 배후가 어떤 존재인지 해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런 존재를 부르는 표현은 하나뿐이 없었다.
"제가 그들의 적이기 때문입니다."
"시위대를 말하는가?"
"아니요, 그보다 위입니다. 그들은 한 세기에 걸쳐 영국 산업을 지배하기 위해 협업했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항공 기술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신문으로 우주인에 관한 소문을 퍼트려 시민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군대를 불신하게 할 수도 있고, 퇴역 군인 위주로 이뤄진 행동 조직으로 청년들의 신망을 얻고 있기도 합니다."
영국 정재계 사정이 밝지 않은 어린 왕자는 내 말을 다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는 이해했는지 아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어째서 아무도 그들을 막지 못했지?"
대답은 분명했다.
"그들이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왕자."
우리는 성당을 떠났다.
노을진 저녁 시간이었지만, 거리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우리 계획은 이 피난 행렬에 섞여, 몰래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도시를 나가는 길은 모두 감시가 붙었다고 하지만, 이 넓은 런던 전체를 감쌀 순 없을 테니 말이다. 도시만 나가면 런던을 포위한 왕립군에게 왕자를 넘길 수 있을 터였다.
한편, 비행선은 여전히 폭격하고 있었다.
공중에서 오는 공격을 상정한 적 없는 군용 무기로는 막을 수 없는 일방적인 폭격이었다. 황색파는 그 무력감과 공포를 이용하여 세를 불려 나갔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뒤따랐다.
이 자작극을 벌이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그들이라면, 대체 여기서 무슨 이득을 취하려 하는가. 그들은 런던을 전쟁터로 만들고, 폭탄으로 부수고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힘없이 걸으면서도 폭탄이 터질 때마다 몸을 떨었다. 비행선에서 주기적으로 떨어지는 폭탄은 피해를 늘리기보다는 공포를 상기시키는 역할만 했다.
"경."
"왜 그러십니까?"
"들리지 않나?"
나는 그를 돌아봤다.
"시끄러운 소리...."
"런던 거리는 원래 소란스럽습니다."
"아니, 아니야. 달라! 내가 말하는 소리는, 하늘에서 들린단 말이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그 직후, 보았다.
비행선에서 들은 적 없는 우렁찬 굉음이 들리고, 거대한 불덩어리로 화하며 하늘에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엄한 광경에, 사람들은 모두 멈춰선 채 그것을 바라봤다.
하늘을 나는 요새 같던 비행선이 느리게 떨어지며 파편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바람을 타고 날리며 그것들은 불의 비가 되어 런던에 내렸다.
지상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죄많은 사람들은 머리를 감싼 채 불의 비를 피해 뛰어다녔고, 울음과 비명이 사방에서 울렸다. 누구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다.
비행선 안에 실려 있던 화약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대량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연기는 흑운이 되어 런던 상공에 낮게 깔려, 도시를 어둠에 빠트렸다.
"멸망이다! 멸망이 찾아왔다!"
겁먹은 선동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낭설을 내뱉으며 뛰어다녔다. 유독 간절한 신자들은 두 손 모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그들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의심스러웠는데, 곧 어떤 징조를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나팔을 부는 천사나 재림 예수 같은 것 말이다.
"경!"
왕자는 내 옷을 잡고, 손가락으로 어느 지점을 가리켰다. 나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왕자가 말했던 소음이 무엇인지 알 정도로 점점 크게 들렸다.
그것은 먹구름을 가르고 나타났다. 비록 손에 나팔을 들고 있지도 않았고, 날개를 달고 날지도 않았지만, 내게는 그것이야말로 천사처럼 보였다. 세계의 멸망을 알리러 온 천사 말이다.
그것은 기관총을 단 복엽기 편대였다.
시민들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조종수의 손에 들린 작은 깃발에는 런던 소방대 문양이 그려진 채 나풀거리고 있었다. 비행기들은 낮게 날아 시민들 머리 위를 당당히 개선했다.
"만세! 만세!"
이제 어떻게 된 것인지 알게 된 사람들은 두 손을 들어 환호했다.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확신을 가졌다. 내가 품고 있던 너무나도 커다란 오해에 대한 해답을 마침내 얻은 것이다.
"경, 이게 어찌 된 건가? 경?"
왕자는 당황하여 대답을 재촉했다. 상황은 너무나도 명백하여, 그런 그에게 해줄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우리는 졌습니다."
나는 또박또박 말했다.
"우리가 지고, 저들이 이겼습니다."
죄인이라 한들 사람을 죽이는 것이 어떻게 신의 뜻이겠는가. 런던, 종말의 날이 도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