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125화 (125/232)

§125. 두 가지 사연

런던의 한적한 남부 도시 베케넘에는 낡은 건물이 하나 있다.

그 주변에는 면적으로만 400평방미터에 달하는 넓은 잔디밭이 시들어서는 담황빛으로 물들어 보였으며, 길이로만 1300미터, 높이는 4.3미터나 되는 쇠창살 벽이 둘려 있었다.

어느 때나 조용한 이 부지를 지나는 통행객은 관례처럼 모자를 기게 눌러써서 얼굴을 가리고, 아무것도 쓰고 있지 않을 때면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누구도 여기서는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육백 년 남짓한 건물 부지에는 을씨년스러운 정적만이 감돌았다. 구름조차 빠르게 흐른다.

허나 해가 지고, 푸른 불꽃이 무덤에서 피어나는 밤이 오면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쇠사슬을 팽팽히 당기며 맹견들은 당장에라도 뛰쳐나올 듯이 성나게 짖어댔고, 건물의 작은 철창 틈새로는 비참한 신음과, 광인의 비명이 아우성쳤다.

달밤에 은은히 비치는 기념비 적힌 이곳의 이름은 이렇다.

「왕립 베스렘 정신병원」

채도조차 낮은 수상한 밤에 두 인영이 병원 부지 인근을 어슬렁거렸다. 바로 나, 필레몬 허버트이다. 내가 여기 있는 데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

사연은 2개월 전, 내 앞으로 도착한 부고 편지에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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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8월 28일

J.D의 후원인, 필레몬 허버트 남작님께

알려드립니다.

당 병원에 대한 귀하의 후원에 언제나 감사합니다.

보호 중인 환자가 전날 새벽 사망했습니다.

이 사실에는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시신은 바른 절차를 통해 화장되었으며, 보호자의 희망에 따라 이전합니다.

금월 이후로 입원 비용은 청구되지 않습니다.

여왕 폐하의 충실한 신하에게 건강한 정신이 깃들길.

왕립 베스렘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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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그 어설픈 가명이 누구의 것이었는지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는 작년 스스로 학장에게 뇌를 바치려 했던 성 헨리 8세 칼리지의 마지막 졸업생이었다. 가까스로 자해는 저지했으나, 그 뒤로도 학장의 저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그는 정신병원에 의탁할 수밖에 없었다.

런던 외곽의 왕립 베스렘 정신병원 말이다. 한때는 군 병원이기도 했고, 나 역시 퇴역 후에 신세 졌던 적이 있는 만큼 절차는 용이했다.

다만, 그곳에 어떤 불길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평범했던 건물 구조는 새하얀 크레타의 미궁처럼 바뀌어 환자를 구속했고, 바쁘게 일하는 의료진의 눈에는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이 모든 변화가 어디서 왔는지는 명백했다.

뇌수술동.

굳게 자물쇠 건 지하 시설에 어떤 비밀이 있는 건 분명하다.

나는 이름 모를 학생의 죽음에 크게 안타까워하며, 동시에 병원의 허술한 일 처리에 분개했다. 학생이 뇌수술동에 옮겨진 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던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증거 인멸이라도 하듯, 어떤 동의도 받지 않고 멋대로 화장 처리를 해놓고는 뼛가루만 가져가라고 연락하는 태도도 터무니없었다.

그 일로 분통을 식히지 못하고, 장문의 항의 편지를 작성한 나는 부치기 직전에 가까스로 멈췄다. 내게 오고 가는 편지가 모두 일반우체국의 감시를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뿐만 아니었다.

5월, 에드워드의 공격을 받았던 당시, 이미 꿈이 되었다고 한들 분명 현실을 비춘 그 런던에서 엿본 뇌수술동 풍경이 떠올랐다. 여러 형사가 죽어나갈 정도로 끔찍한 비밀을 품은 그 건물에는, 그뿐만 아니라 올드코트 대학의 상징물 중 하나인 태양 무늬가 새겨진 종이도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이 올드코트와 어떤 제휴를 맺고 있다면, 이런 식으로 이목을 끄는 행동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결국, 나는 다 쓴 편지를 난로에 태웠다. 그리고 주말에 분골함을 받아와서, 어떻게 처분하지도 못하고 방구석에 숨겨두게 된 것이다.

이걸로 끝은 아니었다.

학생을 병원에 입원시켜둔 것과, 말 그대로 죽어 사라진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으니 말이다. 나는 이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한 학생을 찾았다.

"괜찮아요."

앨리스는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말했다.

"학생 한 명이 사라졌는데도 말인가?"

"졸업생 소식이 끊기는 거야 어제오늘 일도 아니잖아요."

내가 그녀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물론 그녀는 내가 아는 앨리스와 다르고, 또 학술회나 대학의 비밀에 관한 것을 모두 잊었기에 남이나 다름 없었지만, 나는 여전히 필요에 따라 그녀를 찾곤 했다.

학장의 영역에서 다른 교수와 학생은 믿을 수가 없었고, 이 당시에는 뉴먼 의장의 정체도 알아내지 못했으니, 상담할 상대라곤 그녀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은 그것도 이상하지. 그들도 고향에 가족이 있을 텐데."

학장이 대학을 본뜬 도살장에서 인간을 도축한 것이 200년을 넘었다. 그는 대체 어떤 마법을 부려서 지금껏 산 제물을 모아온 것인가.

나는 그 말을 하려다가 삼켰다. 가까스로 벗어난 앨리스를 다시 어둠 속으로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두 달이 흘렀고, 놀랍게도 그녀 말대로였다.

세상은 사라진 학생의 부재를 느끼지 못했다. 나조차도 그를 잊어서, 가까스로 옷더미 사이에 파묻힌 J.D의 분골함을 볼 때만 그런 자가 있었거니 기억하게 된 것이다.

8일 전까지는.

10월 22일의 오후.

프랑크 저택에서 돌아온 다음 날이었다. 이틀 전의 밤샘 피로 때문인지, 유난히 몽롱한 기운에 사로잡혀 하루를 꼴딱 침대 위에서 보내고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날이었다.

오전에 든 늦잠 때문에, 해가 중천에 뜰 때쯤에야 눈을 떴다. 문밖에서는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1층이었다.

금방 끝나리라 생각했던 실랑이는 한참 동안 이어졌다. 나는 그 당찬 브라운 여사가 끝내지 못할 말다툼이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오늘 부부가 외출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와 동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쌍한 어린 여급의 모습이 같이 그려졌다. 나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잠깐이면 좋아요. 제발 허버트 박사님을 불러주세요!"

"하지만 어르신께서는 손님을 안 받으신다고...."

하필이면 내 이름까지 들리고 있었으니, 도무지 외면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코트만 걸쳐 입고는 어슬렁어슬렁 문밖으로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에는 빗자루를 보물처럼 꽉 쥔 여급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내가 내려오는 소리를 눈치챈 소녀는 애타는 시선을 보내왔다. 아이라고는 해도, 여인의 뜨거운 시선이다. 모른 척해서야 신사 된 도리가 아니다.

"무슨 일인가?"

나는 모르는 척, 정색하며 물었다. 열린 문 너머 서 있는 여인이 소녀의 어깨너머로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내가 허버트네. 박사는 아니지만."

마른 여인이었다.

이렇게만 말하면 전통적인 미녀를 상상하기 쉬우나, 그녀는 정말로 말라서 내가 본 어떤 사람보다도 수척했다. 꼭 나쁜 병에 걸리기라도 한듯했다.

옷감과 디자인을 보아, 제법 형편이 좋아 보였는데, 몸 상태가 저래서야 의미가 없었다. 어쩐지 여급이 한사코 못 들어오게 한 이유도 알 것만은 같았다.

"아, 선생님께서!"

"어떤 용무인가?"

"사건을 맡아주신다고 들었습니다."

"경찰서를 잘못 찾은 게 아니고?"

"아들이 죽었어요."

나는 멈칫했으나 이어 말했다.

"그거 유감이네. 관이라면 목수를 찾아야지. 저기 건물에도 하나 사는 줄 아네."

"아니요, 제 아들은 죽지 않았어요."

사람이 죽었다 살아나기라도 했단 말인가. 조금 더 곰곰이 생각한 나는 이렇게 답했다.

"성당이라면 세 블록 건너편이네."

"얘기만이라도, 잠깐 얘기만이라도 한 번 들어주세요!"

여인의 간절한 외침에 차마 내치지 못하고, 나는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달그락.

찻잔을 받침 위에 내려놨다. 안에는 아직 김이 오르는 밀크티가 담겨 있었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쫓겨난다고 생각해서."

여인은 눈앞에 놓인 찻잔에 손도 대지 않은 채로 사과했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내 질문에 그녀는 말없이 도자기 하나를 탁자 위에 올려놨다. 그녀가 가지고 온 것이었다.

"그건?"

"제 아들입니다."

말뜻을 이해하려고 애쓰던 나는 깜짝 놀라서 상반신을 들썩였다. 책상을 무릎으로 걷어찬 탓에, 기껏 여급이 따라준 밀크티가 흘러넘쳤다.

"아!"

"제가 닦을게요!"

"아니, 손님에게 그런 걸 시킬 순 없지."

나는 여급을 불러서 행주로 책상을 훔치게 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떠나고 응접실에는 다시 우리 셋만 남았다.

"이건 무슨 장난인가?"

"장난이 아닙니다. 이건 제 아들, 정확히는 제 아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보내온 분골함입니다."

"누가?"

"병원이요. 하지만 저는 인정하지 않아요. 이런 게 제 아들이라뇨. 시체조차 보지 못했는데 누가 건강하던 아들이 하루아침에 죽었다고 믿겠어요."

정리하자면, 여인의 아들이 병원에서 죽었고, 시체를 보이는 일도 없이 화장했다는 뜻이 되었다. 최근 들어본 이야기였다.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제 아들은 군인이었습니다. 왕립 육군이요."

"아, 과연. 아드님이 꽤 자랑스러우시겠군."

그러자 시종일관 악령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여인은 처음으로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맞아요. 정말 자랑스러운 아들이에요...."

"그래서, 지금 아드님은 어디에?"

내가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넌지시 묻자, 다시금 여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혹시 기억하시나요? 올해 초, 런던에서 큰불이 났었잖아요. 제 아들은 거기 있었어요. 군인 신분으로 있었죠. 그리고 불을 지르고 다니는 그 작은 악마들을 쏴죽였죠. 그건 훌륭한 일이에요, 안 그래요?"

마지막에 붙인 질문은 꽤 강박적으로 들렸다.

군인이라고 한들 결국 사람이다. 그런 일을 겪고 나면 누구나 앓고, 안 좋은 소문이 꼬리 붙기 마련이었다. 여인도 여러 일을 겪었을 테고, 이런 자기방어 기재를 갖추게 된 것이겠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코트 주머니 속의 동전을 세었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제 아들은 멀쩡했어요. 그런데 그 아이의 상관이 이런 말을 했다더군요. 병원에 가야 한다고... 제 아들을 미친 사람 취급한 거죠. 저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어요. 그때 제대로 말렸어야 했는데."

"하지만 갔을 테지. 군인이니까."

"맞아요."

딱히 군인이기에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나는 여인이 입을 열게 하려고 동조하며 말했다. 나의 빼어난 화술 덕분에 여인은 술술 설명을 이어나갔다.

"처음에는 통원이었어요. 제 아들은 정상인이니까, 미친 사람들처럼 갇혀 있을 이유가 없었죠. 오히려 병원이 병을 만들었다면 모를까."

"병을 만들었다는 건?"

"그게...."

여인은 머뭇거렸다.

"부인?"

"사실 조금 이상한 이야기여서요."

"결코 일을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니네만, 왠지 날 찾아온 사람들은 다 그렇게 말하더군."

그럼에도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여인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찻잔 손잡이만 문질러댔다. 그렇게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 피어오르던 김이 완전히 사라지고 난 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맹세해주세요. 제 아들을 미친 사람으로 여기지 않겠다고요."

"그러지. 맹세하겠네."

침묵의 원인은 이것이었다.

수많은 광인과 어울리는 나 같은 자에게는 새삼스럽고도 건실한 이유였다. 하지만 여인의 간절함도 사실이었기에, 맹세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실은 병원에는 제 아들만 있던 게 아닙니다. 듣기로는 많은 병사가 그 일로 병원에 다니고 있다더군요. 그중에 제 아들의 동기는 입원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고 해요."

그녀는 비밀 얘기를 하는 것처럼 계속 속삭였다.

"그러다가 하루는 내원하고 돌아온 아들이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마치 비밀 얘기를 하는 것처럼요."

나는 순간 그녀가 내 속내를 꿰뚫어 본 것 같아서 괜히 찔렸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숨을 고르며 말했다.

"동기가 사라졌다고요."

"실제로는?"

"저야 모르죠. 하지만 제 아들은 그게 사실이라고 굳게 믿었어요. 그때부터 저 몰래 뭔가 위험한 일에 가담하기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알 수 있었죠. 하루가 멀다 하고 얼굴이 수척해가고, 혼잣말하는 경우가 늘었어요. 이웃에게서는 제 아들이 수상한 사람과 어울려 다닌다는 소문이 들려왔고, 심지어는 업무 중에 근무지를 이탈해서 상사가 찾아오는 일도 있었죠."

확실히 수상한 일이었다. 내가 맹세를 하지 않았다면 그를 미쳤다고 말했겠지만, 나는 맹세를 한몸이기에 속으로만 미쳤군, 하고 생각하고 말았다.

"혼잣말 내용 중에 기억나는 건 있나?"

여인은 고개를 저었다. 티 나는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입원한 건가."

"맞아요. 아들은 스스로 입원했어요. 제가 한 마디 상의도 하지 않고요."

"그 뒷얘기는 나도 알 것 같군. 그는 뇌수술동에 옮겨졌고, 갑작스러운 부고가 날아오더니, 분골함을 가져가라고 했겠지."

"어떻게 아셨어요?"

"최근 비슷한 일을 겪었지."

"아, 유감이네요."

"친한 사람은 아니었으니 괜찮네."

나는 그녀가 뭔가 더 묻기 전에 화제를 돌렸다.

"그 사이에 면회하거나, 편지를 받거나 한 것은 없나?"

여인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문제는 이거야. 아들이 죽지 않았다는 것은 어떻게 확신하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고...."

"그래, 맹세하겠네. 이 일은 비밀로 품겠네."

그녀는 품에서 자루를 꺼냈다. 마치 가루약을 담는 봉지 같았지만, 그보다는 훨씬 크고 양도 많아서 꼭 흙을 담은 토낭 같았다.

"그건?"

"제 아들은 6피트* 정도 장신입니다."

(*약 180cm)

동문서답이었다.

"그런데?"

"6피트 남성의 뼛가루는 2파운드* 정도입니다."

(*약 900g)

"그걸 어떻게...."

나는 물으면서 모든 정황을 눈치채곤 소리 질렀다. 초인적인 절제력을 발휘한 덕에 이번에는 책상을 차지 않았다.

"부인!"

"이럴 수밖에 없었어요! 이상하잖아요, 죽었다면 왜 시체를 보여주지 않고 뼛가루만 보내느냔 말이에요!"

"하지만 어떻게 다른 이의 유골을 훔칠 생각을!"

그녀의 대담한 범죄에는 등골이 서늘했다.

"확실한가? 그러니까 내 말은, 부인이 훔친 그 뼛가루가 6피트 남성의 평균인지 확신하느냐는 거네."

"여기 가져온 것 말고도 둘 더 있습니다. 오차는 적어요."

그 대답에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제 아들의 분골은 2파운드 정도 무게가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보내온 것은 겨우 1.5파운드밖에 안 되고요. 팔이라도 어디 두고 온 게 아니고서는 말이 안 되잖아요!"

그리고 여인은 다시 말했다.

"이건 다른 사람이에요. 제 아들은 죽지 않았어요."

그 단정 짓는 어조 속에는 숱한 불안과 자기부정이 가득했다.

"그래서 내게 부탁하는 건 뭔가?"

"제 아들은 살아있어요. 그 뇌수술동, 지하실 아래요. 그런데 왜 저들이 죽었다고 가짜 뼛가루를 보내겠어요? 제 아들이 뭔가 비밀을 알아내서 가둬놓고 있는 거예요! 애초에 이상하잖아요! 뇌수술동이 어딨는지 아세요? 지하예요! 제 눈으로 봤어요, 녹슨 자물쇠를 걸어놓는 모습을요! 그런 게 수술동이라니 말도 안 되잖아요!"

여인은 한참 소리 지르더니, 흐느끼지도 않고, 성내지도 않고, 그저 철벽 같은 얼굴로 다시 부탁했다.

"제 아들을 구해주세요."

나는 잠깐 망설였다.

뇌수술동의 비밀도 언젠가는 접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이 그 시기를 조금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확인은 해보겠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게."

이렇게 미덥지 않은 대답에도 여인의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었네."

"뭐죠?"

"자네 아들의 이름 말이야."

그러자 여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레오 브레이버리입니다."

나는 다시 한 번 무릎으로 책상을 찼고, 또 다시 밀크티가 쏟아져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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