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148화 (148/232)

§148. 피와 금

이상하게도 내게는 봄이 끝날 때가 한 해의 고비로 여겨졌다.

나는 이게 유별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얼마 전, 이런 생각을 무심결에 마리에게 내비쳤더니 그녀가 의아해하는 걸 보고는 문득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차근차근 따지면 이는 참 특이한 일이었다.

보통은, 내가 말하는 보통이라면 스스로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대입해서 생각하기로선, 12월 31일이나 조금 이르게 성탄절 때 그 해를 정리하게 되었다. 혹은 더 목가적인 집안에서 자랐다면 추수감사절을 연말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봄에 한 해를 마무리한단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어쩌다 이런 엇나간 상식을 가지게 되었는지 도통 알 도리가 없었다.

여하튼, 이런 성찰을 뒤로하고, 나는 이쯤이면 양복을 꺼내서 직접 옷 정리를 하기도 하고, 금방 외출할 일이 있는 것처럼 수염 정리도 하기도 했다.

그런 계절이니, 그런 특이한 손님이 방문하는 것도 이맘때인 게 당연했다. 시간은 정오가 되기 조금 이른 때였다.

"아저씨."

줄리엣이 방문을 두드리며 날 불렀다.

"손님 왔어요."

그 말을 듣고 방을 나가보니, 줄리엣은 휑하니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그게 얼마나 예의 없는 행동인지 추후 훈육하기로 마음먹고는 현관으로 향했다.

달리 굼뜨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문앞에 도착할 무렵에는 다시 한 번 재촉하는 노크가 들리고 있었다.

"지금 나갑니다."

나는 그리 말하며, 문고리를 밀었다.

"다행히 집에 계셨네요. 아무도 없는 줄 알았어요."

문앞에 서 있는 건 여인이었다. 그보다는 부인이란 표현이 더 바람직했다. 그녀는 일반 주택가에서 보기 드문 화사한 옷을 입고, 가는 목이 위태롭게 느껴질 만큼 머리를 쌓아 올리고 있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어쩐 일인지."

"댓바람이요?"

여인은 하늘을 슬쩍 올려다봤다. 웬일로 화창한 런던 하늘 높이 해가 떠 있었다.

"그래서, 어쩐 일이신지."

나는 말을 돌리며 물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물을 필요가 없었다. 여인의 이름이라면 알고 있었다.

이러면 말에 어폐가 있는 것이 오히려 그녀 이름을 모르고서야 진정 런던 사교계에 발을 들였다고 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여인이 고귀한 신분이거나, 대중적인 유명인이거나 함은 결코 아니었다.

그녀는 흔히 말하는 정부情婦였다.

내가 짧은 사교계 생활을 지내던 중, 나 역시 혼기를 놓친 남성이었고, 한참 왕성하던 그녀의 음탕하고도 매력적인 제안은 내게도 수차례 닿았다. 허나, 그때마다 나는 모든 제안을 거절했고, 그제야 사람들은 쉬쉬하며 그녀 주변의 문란한 소문을 내게 일러주었다.

이렇게 말하면 여인이 꼭 자신의 여성만을 담보로 부귀를 누린 운 좋은 촌부 같겠지만, 설령 그랬다면 젊음이 시들고, 눈가에 첫 주름이 접히는 순간 그녀의 이름은 잊혀야 했다.

하지만 외려 그녀에게서 숨 막힐 정도로 고혹한 향수내 대신 은은한 분 냄새가 나고, 피보다 짙은 눈화장 대신 투명한 화장수의 광택이 보이고서야, 그녀 이름은 더욱 자주 들리게 되었다.

물론 그게 신문 따위 대중의 시선 앞에 나타난다는 말은 아니었다.

여인은 오직 소문으로만 존재했고, 누군가의 소개로만 알게 되는 그런 인물이었다. 그 이름을 아는 것마저 해묵고 폐쇄적인 상류계급의 관문으로 여겨졌고, 어느 졸부가 가까스로 처음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게 되었다면, 마침내 그 이름을 듣게 되는 것이다.

그때마다 그녀는 자신을 소피라고 소개했다.

본명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지만, 그조차 그녀를 둘러싼 무수한 소문과 비밀 사이에서 가장 사소한 축에 속했다.

모로 보아도 나 같은 부류와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녀가 껄끄러웠다. 비단 나와 그녀 사이에 거부만이 오갔던 과거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식 들었어요. 경찰에게 빚을 지우셨다면서요. 여전히 혈기왕성하시네요."

바로 이 점이었다. 내가 그날 화이트 채플에 있었다는 건, 오직 경찰청과 수사국에서만 아는 비밀이었을 텐데, 그녀는 큰 소문이라도 난 것처럼 태연히 언급해왔다.

정부 각처 고관들과 엉킨 거미줄 같은 연줄은 무질서한 정보가 범람하는 런던에서 가장 값비싸고 은밀한 것만을 걸러내어 그녀에게 가져다주었다.

"용건만 부탁합니다."

"그렇게 차갑게 굴 것까지는 없잖아요. 우리 사이에."

대체 어떤 사이인지 물으려던 나는 애써 말을 삼켰다.

"아무 이유도 없이 들르실 만큼 한가하지 않은 걸로 압니다."

"숙녀를 대하시는 방식도 여전하시네요."

소피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투덜댔다.

"그러면 거두절미하고, 이번 방문은 한 가지 요청을 위해서입니다."

"요청이라면?"

"결투 참관인 자격을 맡아주시겠어요?"

나는 곧장 되물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데, 내가 무슨 착각을 하는 겁니까, 아니면 정말 말 그대로...."

"예, 우려하시는 대로 전통적인 방식의 결투를 말합니다."

런던에서 나만큼 여러 제안을 받아본 사람도 드물겠지만, 이것은 그런 내게도 상상 이상의 아득한 제안이었다.

"어쩌다 날 찾아왔는지는 몰라도, 분명히 밝혀두건대 그런 일에는 일절 관심 없습니다."

"그런가요? 기뻐하실 줄 알았는데."

소피는 의외란 듯이 말했다.

"무슨 뜻입니까?"

"누군가 피 흘리는 일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지 않으시던가요?"

나는 무심결에 미간을 찌푸렸다.

"큰 오산입니다. 나는 한 번도 타인의 불행을 즐긴 적이 없어요."

"그런가요? 무례했네요."

그걸로 나는 소피가 물러가길 내심 바랐지만, 이 정도 거절은 그녀에게는 가벼운 담소나 다름없어 보였다. 그녀는 조금도 자기 뜻을 굽히는 기색이 없이 말했다.

"이만하면 보통 저도 돌아가서 거절 의사를 알리겠지만, 이번만큼은 빈손으로 물러가진 못합니다. 제게도 사정이 있거든요."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그쪽 사정에 관심 없습니다."

나는 딱 잘라 거절했다.

그러자 소피는 예상했다는 듯이 눈꺼풀을 깜빡였다. 그때마다 연지색 눈화장에 광택이 돌아서 반짝였다.

"이번 제안의 주선자가 국서國壻라고 해도 말인가요?"

"앨버트 공께서?"

그녀는 화사한 미소로 대답했다. 나는 순간 망설였으나, 처음부터 내게는 선택권이 없었다는 걸 깨닫고 말았다.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금방 외출 준비하죠."

"저는 안에서도 괜찮아요."

소피는 그렇게 말하며 집안에 들어오려 했다. 나는 놀라서 그녀의 행로를 막았다.

"아뇨, 집안은 제가 조금."

"여자라도 숨겨뒀나 보죠?"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면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하는데, 그녀는 외려 히죽거리며 한술 더 떴다.

"그냥 한 말인데, 사실인가 보네요?"

"제가 집에 들이는 여자는 가정부뿐입니다!"

내가 발끈해서 외치자, 소피는 어느 모임에서도 용납되지 않을 만큼 경박하게 깔깔 웃었다.

"그냥 농담이니까 화내지 마요. 늘 단순하신 분."

"놀리는 겁니까?"

"너무 분하게 생각하진 마요. 싫은 사람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러 왔는데, 제게도 이 정도 보상은 있어야죠. 숙녀를 너무 세워두지 말아줘요."

그러고 그녀는 태도를 정반대로 바꿔, 문앞에서 기다리겠다는 자세로 꼿꼿이 섰다. 나는 정말 내가 그녀에게 어떤 잘못을 저지른 줄 알았다.

하지만 떠오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봉변이었다. 그렇지만 그녀처럼 능수능란한 귀재를 상대할 만큼 말재주는 없었기에, 나는 묵묵히 이 모든 불합리를 견뎌냈다.

"그나저나 누구하고 누구입니까?"

"네?"

집안에 돌아서다, 나는 문득 떠오른 걸 물었다. 그러자 소피는 드물게도 바로 알아듣지 못하고 되물었다.

"그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시대착오적인 얼간이들 말이요."

"여전히 사나운 독설을 달고 다니시네요. 언젠가 그 입이 화근이 되실 거예요."

그러면서 정작 그녀는 즐거워하는 기색이었다.

"한쪽은 알리시아 소메로예요."

"여자입니까?"

"아, 아니요. 특이한 이름이지만, 분명 신사분이시죠. 최근 유리를 팔아서 큰돈을 만진 사업가인데, 남작님께서 아실 만큼 저명한 인물은 아니에요."

그녀의 안목은 정확했다. 나는 재차 물었다.

"다른 하나는요."

"은랑백이요."

무신경하게 옷걸이에서 모자를 챙기던 나는 놀라 뒤돌아봤다.

"뭐?"

"알아요, 소피도 정말 놀랐으니까요. 필 에식스 공께서 재작년 타계하시고, 은랑이란 이름도 비참하게 영락했죠. 하지만 이런 유치한 소동을 벌여야 할 만큼 몰릴 줄은 몰랐어요."

나는 소피의 설명을 들으며 놀란 마음을 달래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지금 은랑백은 필 에식스 백작의...."

"장남 롤랜드 공입니다. 모르시는 것도 당연해요. 얼마 전까지 벨기에에 살았으니까요."

어쩐지 벌써 조짐이 좋지 않았다. 그 이름은 나로 하여금 가장 음울하고 끔찍하던 시기를 떠올리게 했다. 동시에 가족이 화목하던 과거의 향수도 함께 불러일으켰다.

나는 그런 모순된 감정 속에서 애써 현실로 돌아왔다.

"그래도 조금 서두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어째서죠?"

"조금 뒤에 말씀드리려 했지만, 결투 시간이 머지않았거든요."

"그 말은 꼭 그게 오늘인 것처럼 들립니다."

소피는 대답 없이 회중시계를 꺼내 읽었다. 지나치게 화려하진 않지만, 끝이 금으로 되어 결코 저렴하지는 않은, 여러모로 그녀다운 시계였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8시간 27분 후네요."

"뭐가요."

"뭐겠어요?"

나는 잠깐 그녀의 눈웃음을 감상하다, 세차게 문을 닫았다. 그리고 안으로 서둘러 들어가며 외쳤다.

"마리, 내 코트!"

잠시 후, 우리는 거리를 거닐었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선을 느꼈는데, 이는 소피를 향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만 빛나는 대신 옆에 있는 사람도 덩달아 띄우는 기묘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그러면."

나는 운을 뗐다.

"날이 이렇게 좋은데, 남작님은 일 얘기만 하고 싶어하시는군요."

소피는 칭얼대었다.

"내가 조금 그런 편이죠. 특히 당장 눈앞의 과제가 8시간 뒤라면 더더욱 그런 편이고요."

"늘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나요?"

"어디 보자, 아마 10년 전에도 이랬을 겁니다. 그리고 20년 전에도, 어쩌면 30년 전에도 그랬는지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늘 그랬다고 해도 되겠죠."

내 대답에 소피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백작님처럼 대단하신 분이 왜 여자를 만나지 못하는지 잘 알겠어요."

"왜 사람들은 나만 보면 그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기분이 상해서 답했다.

"그래도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으시니 결혼은 하는 게 좋아요. 아무리 여자가 싫다고 해도요. 소개할 사람은 많으니, 언제든 소피에게 말해요."

애써 나는 말을 돌렸다.

"그래서 아까 하던 얘기의 계속인데, 앨버트 공께서 주선하셨다는 말은 뭡니까."

내 질문에 소피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세한 부분은 저도 몰라요. 하지만 언젠가 윌리엄 왕자께 잘 보인 적이 있지 않나요?"

하지만 그 내용은 그녀의 태도에 비해 훨씬 깊은 내용을 담은 것이었다. 나는 그 대답에 두 가지 의미로 놀랐다.

우선 윌리엄 왕자가 날 기억한다는 점에서 그랬다. 지금은 꿈이 된 불타는 런던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그 나머지도 대체로 그저 춘몽이라 여기며 잊어 넘겼다. 그럼에도 왕자는 날 기억하고, 또 진지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바로 소피의 한계를 알 수 없는 정보망이었다. 대체 그녀는 어떻게 앨버트 공의 주선에 왕자가 관여했다는 걸 알았을까. 나는 점차 그녀와 함께 걷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사실대로 말하면, 왕자의 참견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 왕자에게 그 정도 구분을 바라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남작님은 국가의 부름을 거절하지 않는 분으로 알아요."

"보통은 그렇죠."

나는 말했다.

"하지만 이번 건은 궤가 다릅니다."

"당사자들이 원하는 일인데도요?"

"누군가 원한다고 자살을 돕지는 않죠."

"왜요?"

소피는 순진한 어투로 물었다.

"피에 가치를 매기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어요. 이만한 기회는 흔치 않아요. 하물며 자해처럼 하잘것없는 것과는 비교하시다뇨."

그녀가 진지하게 따지고 들자, 도리어 나는 뭐라 해야 할 지 모르게 되었다. 속으로 반박하려는 말도 몇 번 궁리했지만 명쾌하게 떠오르는 말은 없었다.

내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피를 봤던가, 무수한, 무수한 피를 봤다. 그중 진정 가치 있게 흘린 피가 얼마나 있었던가. 애초에 출혈에 어떤 가치가 맺히는 게 가능한 일이기는 한가.

그녀와 대화는 정말 피곤한 일이었다. 나는 다시금 말을 돌렸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당사자들을 만나보기라도 했을 텐데."

"그러지 그래요?"

소피는 쉬운 일이란 듯이 말했자.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요. 대신 두 개만 약속해줘요. 두 사람을 만나보고 거절할 이유가 없다면, 참관인을 맡아주신다고요."

나는 잠깐 망설이다 물었다.

"다른 하나는 뭐죠?"

"이건 조금 더 사소해요. 실은 이번 결투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을 쓰려고 해요."

"장검이라도 쥐여줍니까?"

나는 비꼬듯 물었으나, 소피는 도리어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보다 오래 되었죠. 앨라 2세가 바이킹 왕 라그나르를 참살할 때와 그 본인이 처형당한 방식을 구舊새럼의 이단자들이 재해석한 내용이니까요. 누군가는 반드시 피 흘려야 할 때, 암암리에 영국 귀족들 사이에서 통용되던 결투법이죠."

소피는 잘 알 거란 식으로 말했지만, 역사에도 소양이 없고, 더욱이 영국 귀족들의 어두운 역사 따위는 알 리가 없는 나로선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게 다였다.

"그걸 위해서는 피가 필요해요."

"불길한 표현이군요."

"아니요. 정말 말 그대로 피가 필요해요."

그러면서 소피는 가방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보였다. 빼곡히 채워진 계약서에는 알아보기 어려운 알파벳 문자가 빼곡히 채워져 있어, 꼭 글이 아닌 불길한 그림처럼 보였다. 어쩌면 정말 그런지도 몰랐다. 모든 문단은 저마다 규칙성을 가져, 멀리서 보면 마치 여러 도형이 겹친 선처럼도 보였다.

그 끝에는 이미 세 사람의 손가락 혈판이 찍혀 있었다. 각기 두 결투자와, 여성의 작은 손, 아마 소피의 것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단 한 방울이면 충분해요. 피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함께 소피는 바늘을 손에 쥐어 내밀었다.

"만나보고 난 다음에 결정하는 게 아니었습니까?"

"원하지 않는다면 실효가 없는 문서이니 괜찮아요."

그렇게 간편한 계약서가 어디 있나 싶으면서도, 실제로도 내가 하지 않겠다면 이깟 계약서로는 강요할 방법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

"도와드릴까요?"

"내가 직접 하죠."

그럼에도 어째 미심쩍은 서류와 방식이었기에, 나는 서류를 받고도 한참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게 날 속이기 위한 함정이라면 너무 미숙한 방법이란 건 분명했다.

결국, 나는 바늘을 엄지 깊숙이 찔러 넣었다. 핏방울이 송골 맺히더니, 곧 줄기가 되어 흘러내렸다. 나는 그 손가락을 종이에 힘껏 눌러 날인했다.

"그러면 우리는 공범이에요."

소피는 해맑게 웃었다. 어디선가 피비린내가 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