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174화 (174/232)

§174. 홈즈의 추리

홈즈는 생각한다.

그 남자를 서술하는데 이보다 정확한 동사는 없었다. 그의 태도는 빈말로라도 좋지 않았다. 어떨 때는 눈을 마주치며 경청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손을 꼼지락대거나, 먼 곳을 보며 딴청 피웠다.

그런 모습으로 사람들은 으레 그가 주의산만하고, 대화 자체에 관심이 없다고 여기기에 십상이었다. 절반쯤은 사실이었다. 홈즈는 일반인이 가질 법한 관심사 전반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다만, 그가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해였다. 그는 모든 개별적인 순간에 생각했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갑작스럽게' 사건의 진실을 깨우쳤다는 식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다섯 명의 일화는 제각기 거센 도전이었다.

산발적으로 몰아치는 폭풍우와 같았다. 무절제하고, 통제되지 않았다. 범인이라면 각각이 품고 있는 감정과 고충에 압도되었겠지만, 홈즈는 냉정히 그 안에서 경향성을 찾아냈다.

"잘 알았습니다."

장고 끝에 홈즈는 눈을 뜨며 말했다.

"무엇 말입니까?"

"전말이요."

의심의 시선이 보내지는 동안, 줄리엣이 순진무구한 질문을 던졌다.

"아저씨가 있는 장소요?"

"그거야말로 점쟁이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죠. 다만, 그분께서 지금 런던항이나 템스 강 유역에 있으리란 사실밖에요."

"저기, 그럼, 그러면 교수님께서 기억을 잃은 원인은?"

"그걸 네가 물을 줄은 몰랐네, 리들. 설마 자신에게 벌어진 일마저 까먹었다고 하진 않겠지."

"제 아버지이신 오스카 피츠헨리 박사를 살해한 범인도 말입니까?"

"튜더 회장이죠.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단시간에 쏟아진 질문 세례에도 홈즈는 대단할 것 없단 듯이 모두 답했다. 누구나 홈즈와 처음 대화하면 같은 반응을 보였다.

멀뚱히 쳐다보기.

"어떻게요?"

"되묻자면, 왜 모릅니까?"

홈즈는 되물었다.

"저는 단지 여기 앉아서 들었을 뿐인데도, 사건의 윤곽이 속속들이 들여다보였습니다.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예상했단 듯이 계속 말했다.

"인도 불교에는 이런 설화가 있습니다. 코끼리를 만난 맹인들이 그것을 만져보고, 왕의 앞에서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하죠."

"잠깐만요, 저 그 얘기 알아요."

제니는 반사적으로 외쳤다가, 부끄러워졌는지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서로 자신이 만진 부위가 전부인 줄 알고 싸우는 이야기잖아요. 하지만 그건 지금 상황이랑 좀 다르지 않나요? 코끼리는 하나의 생물이지만, 우리는 모두 겪은 일이 다르잖아요."

홈즈는 피곤하다는 듯이 눈썹을 위아래로 크게 들썩였다. 교양을 갖춘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비아냥이었다.

"사실, 그런 점 때문에 여러분을 맹인이라 부른 겁니다. 혹시 올라오면서 화단을 본 사람 있습니까?"

다시 한 번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누구도 답하지 못하는 와중에, 윌슨이 말했다.

"있는 건 봤습니다."

"어떤 꽃이 피어 있는지는?"

그는 고개 저었다.

"궁금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지금 중요한 부분입니까?"

"전혀요. 하지만 저는 궁금해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품종인지 알아봤죠. 어쩌다 거기서 자라게 되었는지도, 누가 관리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홈즈는 빙긋 웃었다.

"그리고, 전부 잊었습니다."

윌슨은 무심코 인상 쓰고 말았다.

"그건 어떤 비유입니까?"

"아니요, 말 그대로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화단에 심은 꽃 따윈 전혀 중요할 게 못 되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사실을 확인했던 기억만 남기고 모두 잊었습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방 청소는 대단히 신경 쓰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부분의 정리는 게을리합니다. 바로 뇌 말입니다. 대신 아무런 쓸모도 없는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두죠. 저는 그러지 않습니다. 필요한 정보 외에는 항상 용량을 비워두고 있고, 덕분에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사건에도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는 겁니다. 물론 현격한 지능 차이는 접어두고도 말입니다."

홈즈의 일장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제니는 인상 쓰며 이브에게 물었다.

"항상 저런 식으로 말해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좋은 사람이에요."

이브는 자신 없게 답했다.

"제 가설을 확정하기 전에, 하나만 확인하죠. 혹시 이 중에 교수님께서 따로 튜더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 모릅니까? 아마 아주 이상한 말을 했을 텐데."

제니는 놀라서 외쳤다.

"있었어요! 런던 대화재 당시요. 기억 안 나요?"

그녀는 윌슨을 보고 물었다가, 이내 고개저었다.

"아니요, 헤어진 뒤였네요. 미안해요. 그때 제게 혹시 튜더 장미를 아냐고 물었거든요. 저는 플랜태저넷 장미는 들었어도, 튜더는 처음 들었다고 대답했죠."

홈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확실해졌군요. 믿기 힘들지만, 역사는 한 번 바뀌었습니다."

"그거 혹시 수사적인... 아니, 바보 같은 질문이네."

"알아줘서 고마워."

앨리스는 진절머리 쳤다.

"짧게는 400년, 길게는 1000년에 걸친 서사입니다. 그 정보량이 방대하기도 하고, 진실에서 눈 돌리게 하는 곁가지가 많습니다. 그러니 시간순으로 중요한 사건만 정리하죠.

알다시피 현 영국 왕조, 플랜태저넷은 프랑스 앙주령에서 시작했습니다. 그 자체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혈통의 기원에 '악마 백작 부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감춰졌죠. 폐하의 충실한 신하로서는 불충한 발언이지만, 지금 여왕폐하께서는 악마의 자손인 셈입니다."

그 말을 듣고, 윌슨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자작원은 헨리 1세 집권 때 생겨난 귀족 가문이 형성한 비밀결사입니다. 그들은 천 년간 암약해오며 영국 왕실, 엄밀히는 헨리 1세의 핏줄을 섬기고자 했죠. 플랜태저넷이요. 이들이 영국사에 미친 영향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그들이었지만 400년 전, 두 번의 위기가 연달아 찾아옵니다."

"백년전쟁이었죠."

이브가 말했다.

"맞습니다. 자작원이 행사하던 영향력은 어디까지나 영국 국내에 한정했죠. 국제전에서 패배는 이들에게 엄청난 위기감을 심어줬을 겁니다. 결국, 자작원은 역사의 이면으로 은둔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 헨리 6세의 광증, 늑대 사냥 따위의 기록이 남았지만, 연관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지금껏 없었죠. 그다음 위기는 연달아 이어진 장미전쟁이었습니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으시면 아시겠지만, 그전까지 영국은 요크와 랭커스터, 두 가문이 번갈아 통치했습니다. 둘 모두 플랜태저넷의 방계였고, 자작원은 정치적인 수단으로 악마 혈통만이 왕위에 오를 수 있게 조율했습니다. 하지만 왕위를 두고 벌어진 장미전쟁은 통제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내전이었습니다."

홈즈는 말했다.

"결국, 그들에게는 최악의 결과가 발생하죠. 플랜태저넷 혈통이 아닌 튜더 가문의 헨리가 반란에 성공하고, 튜더 왕조가 시작된 것입니다."

앨리스는 입술을 삐쭉 내밀고 손들었다.

"리들?"

"내가 아는 역사와 달라. 실제로는 요크 가문의 리처드 3세가 반란을 진압하고, 플랜태저넷 왕조를 부활시켰잖아."

그녀의 질문에 홈즈는 차마 기쁨을 숨기지 못하는 얼굴을 했다.

"아주 시의적절하고 모범적인 지적이었어, 리들. 덕분에 내가 다음 사실의 중요성을 어떻게 강조해야할지 고민할 필요를 덜었어."

"지금 보조 취급...?"

그는 앨리스의 짧은 항의를 묵살하고 계속 말했다.

"이렇게 실제 역사와, 자작원의 기록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에식스 양의 추측대로, 저는 이 시점에서 자작원의 개입이 있었다고 봅니다. 악마 혈통에 '백작 부인'이 응답한 걸까요? 어쨌거나 일은 일어났고, 헨리 튜더가 승리한 역사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홈즈는 말했다.

"그리고, 제가 아는 한, 자작원을 제외하고 역사의 변곡점을 알던 사람은 셋입니다. 그리고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공격받았습니다."

"공격, 누구에게 말입니까?"

"왕립학회의 튜더 회장임이 명백하죠. 달리 누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녀가 셋 중 유일하게 공격받지 않은 한 명입니다. 두 번째는 물론 허버트 교수님이고요."

제니는 눈을 크게 떴다.

"지금 그 말은, 허버트 씨와, 피츠헨리 양의 아버지가...."

그녀는 말하다가 실수를 깨닫고는 이브의 눈치를 살폈다. 이브는 평정한 얼굴로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동기와 방식, 모두 만족하는 사람은 달리 없습니다. 지극히 한정된 인물만이 가능한 방법이기에 추리의 여지조차 없죠. 기억 소실이요."

"그건 불가능해요!"

앨리스는 히스테릭하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녀 자신도 놀랐는지, 반대로 속삭이듯이 낮게 웅얼거렸다.

"제 말은...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어요."

"내가 확신한 계기는 네게 있어, 리들. 너는 이미 기억을 빼앗긴 적이 있잖아."

"하지만, 그때는 교수님이...."

"교수님께서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도 가능하다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지. 또 누가 가능할까? 너는 모를 테지만, 여기 있는 대부분이 모를 테지만, 런던 시민 전원의 기억이 송두리째 뒤집힌 적이 한 번 있어."

윌슨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맞아, 한 번 있었지."

"저만 기억하는 게 아니군요. 좋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 제시하죠. 학장 말입니다. 리들, 한 번이라도 우리 칼리지 졸업생이 어딜 갔는지 의심해본 적 있어? 형태도, 방식도 다르지만, 기억을 조작한다는 점에서 맥락을 공유하지. 소수이지만, 런던에는 그런 기술을 가진 이들이 몇 있어. 튜더 회장은 그중 하나일 뿐이고."

제니는 눈치챘다는 듯이 물었다.

"뇌를 녹이는 열병 말이죠?"

"아니요. 조금 복잡해집니다만, 우연히 시기가 겹쳤을 뿐, 완벽한 별개 사건입니다. 그 때문에 상황이 더욱 혼란스럽게 되었죠. 다행히 이 부분은 피츠헨리 양께서 아버지의 시신을 해부하여 완벽히 증명해주셨습니다."

홈즈는 단호히 부정했다.

"하지만, 왜죠?"

제니의 질문에, 사람들은 동시에 그녀와 피츠헨리를 번갈아 봤다. 그녀는 자신의 말실수를 깨닫고 허겁지겁 보충했다.

"아뇨, 제 말은, 그 튜더라는 사람 말이에요. 동기가 있다고 했잖아요? 대체 무슨 동기로요?"

"저의 아버지이신 오스카 피츠헨리 박사께서는 왕립학회와 대학살의 연관을 증명할 증거를 수집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니까, 아일랜드 대기근과 런던 대화재요. 왕립학회의 회장인 튜더의 동기는 충분합니다."

이브는 침착한 어투로 담담히 설명했다.

"박사님의 조사가 정확하다면, 아일랜드 대기근 당시 100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대화재로는 무고한 고아 40만 명이 죽었죠."

"그건... 중요한가요?"

"제 추측이 맞는다면, 네. 어쩌면."

홈즈는 드물게도 자신 없는 태도로 답했다. 그건 자신을 의심하기보다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실에 불안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역사의 변곡점을 알던 세 번째 인물은 학장입니다. 이름은 실수로라도 발설하지 말아 주시죠. 여기는 그의 뜰이고, 호명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마침 뭔가 말하려던 앨리스가 몸을 흠칫하며, 제 입을 손으로 막았다.

"저는 항상 궁금했습니다. 뉴턴과 함께 왕립학회 창설에 기여한 '그 사람'이 어쩌다 영향력을 잃게 되었는지요. 하지만 이제 알겠습니다. 튜더 회장의 소행이었겠죠. 학장은 이러한 출몰을 위협으로 느꼈을 테고, 회장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조사했을 겁니다."

"도서관 구석에 있던 서고, 그게 학장이 준비해둔 거라고? 내가 진실을 눈치챌 수 있도록?"

앨리스는 기분 나쁘단 듯이 중얼거렸다.

"그 정도라면 학장은 왜 직접 손을 쓰지 않았죠?"

"확답은 못하겠군요. 다만, 그는 항상 자신이 관여할 수 있는 인물에게 계시를 내립니다."

윌슨이 곧바로 보충했다.

"대화재 당시, 허버트 선생님께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홀로 수식을 써내려가다 자신이 학장에게 편지 받았다고 하셨죠."

"맞습니다, 그런 방식입니다. 그런 일이 리들에게도 일어났을 뿐이죠. 둘 다 올드코트 관계자니까요."

제니는 고개를 저었다.

"잠깐, 그러면 이야기가 너무 어려워지는데요. 정리하자면, 원래는 영국 여왕이 다른 사람이어야 했다고요? 그리고 그 진실을 아는 사람은 모두 기억을 지우는 투명인간에게 공격받고요? 세상에, 제가 지금 영국 왕실과 투명인간 대해 떠들고 있나요?"

그녀는 충격받은 듯이 뇌까렸다.

"오스카 피츠헨리 박사님의 건뿐이라면, 왕립학회의 자기방어라 여겼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자작원이요. 사실 자작원과 왕립학회의 형태를 보면, 두 조직은 양립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둘 다 기득권 귀족 계층이고, 왕가에 종속했으니까요. 그런 이들이 하루아침에 궤멸했습니다. 계기는 불확실하나, 아멜리 에식스 양의 부친의 결투 당시, 허버트 교수님 앞에 자작원이 모습을 드러낸 게 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홈즈는 말했다.

"저는 거기서 생각을 전환했습니다. 튜더 회장의 관심사는 어쩌면 왕립학회의 존속이 아닐지도 모른다고요. 저는 셜리 마리 양이 들었다는 교수님의 마지막 말에 주목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마침 백년전쟁, 장미전쟁 이면의 비밀을 파헤치던 중이셨죠. 그때 여지없이 공격 받은 겁니다."

그는 계속 말했다.

"튜더 회장의 목적은 바로 역사의 수정을 은폐하는 것입니다. 어떤 방식인지 그녀는 모습을 감추고,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는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겠죠."

"학장... 처럼 말이네."

앨리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한편, 튜더 회장의 진의가 의심스러워집니다. 역사가 바뀐 사실을 은폐하려 하면서, 왕립학회는 대규모 학살이라는 눈에 띄는 작업에 역량을 쏟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런 식으로 꼬리를 잡혔죠.

표면상으로는 인구론을 내세웁니다. 오로지 기득권을 위해, 인구 통제 방식으로 대학살을 유도하는 것이죠. 아주 부자연스럽지만, 이건 실제로 과격파 귀족을 협력자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을 겁니다. 학살 대상 역시 아일랜드인, 고아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했죠."

거의 이해하지 못한 탓에, 시종 무관심한 표정을 하고 있던 줄리엣이 몸을 흠칫했다. 제니는 그녀의 어깨를 당겨서 제 옆으로 끌었다.

"문제는 학살 자체입니다. 왜 그래야 하죠? 인구론은 멍청한 주장입니다. 튜더 회장이 진심으로 감화되어 따른다고 보긴 어렵죠."

홈즈는 말했다.

"역사를 바꾸기 위해 자작원이 수행한 세 가지 맹세를 다시 확인하죠. 악마 혈통의 수호, 이건 자작원의 비원일 뿐입니다. 넘어가죠."

"기독교 신앙을 뿌리 뽑는 것, 그리고 그 신자를 바치는 것."

"단순한 계산으로, 역사를 다시 바꿔놓는 데 필요한 조건이 동일하다 칩시다. 장미전쟁 당시, 브리튼 제도에는 300만 명쯤 살았을 거라더군요. 그리고 이 모든 비밀을 추적하던 사람이 남긴 자료가 있습니다."

이브는 낮게 중얼거렸다.

"제... 아버지."

"피츠헨리 박사는 아일랜드 대기근을 피해 영국으로 왔죠. 그래서 그 원인을 조사하던 중, 왕립학회가 관여한 학살들을 발견했습니다. 대기근, 두 번의 대화재, 런던 대악취, 프린세스 앨리스 호 침몰 사건, 지킬 박사...."

그는 누구나 들어봤을 여러 비극적인 사건을 더 언급했다.

"조금 전에 말했지만, 앞선 두 재앙으로 총 140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그 외에도 왕립학회가 관여한 재난으로 60만 명 정도가 더 죽었고요. 만약 제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앞으로 100만 명이 더 죽을 거야."

윌슨 형사의 동공이 떨렸다.

"그리고, 우리가 알던 역사는 모두 사라지겠죠. 그 뒤의 세계는? 감히 고백하건대 저라도 알기 어렵습니다."

홈즈는 담담히 고백했다.

"자, 이제 두 가지 질문만 남았군요. 튜더 회장의 정체는 무엇이며, 또 허버트 교수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방 안을 천천히 돌았다.

"전말을 깨우치고 나서, 저는 한참이나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역사가 바뀐 것은 장미전쟁, 그러니까 400년 전입니다. 뭔가 바뀌었다 한들 눈치채기 힘들 만큼 먼 과거죠. 회장 자신조차 바뀌지 않은 세계가 어떤지 알까 의심스러울 만큼요. 그런데 그녀는 어째서 이 모든 걸 되돌리고자 하는 걸까요.

거기서 저는 하나의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녀가 자신이 뭘 빼앗겼는지 이미 공표하고 있다고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튜더는 회장의 본명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굳이 그 이름을 내건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녀가 역사에서 무얼 빼앗겼겠느냔 말입니다. 참고로 회장의 본명은 이렇습니다."

홈즈는 발을 멈췄다.

"알렉산드리나 빅토리아. 역사가 바뀌지 않았다면, 어쩌면 여왕이었을 여인. 그게 바로 튜더 회장의 정체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