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183화 (183/232)

§183. 살인자의 꿈

보통은 맑은 날의 꿈을 꿨다.

그날에는 밤에는 비도 왔고, 낯선 방문객도 찾아왔다. 드문 일이었다.

꿈이란 어쩜 이 시대의 유일한 영상물이었는데, 하필이면 감독의 상상력이 처참한 탓에 매일 밤 과거 있던 일을 되풀이해서 상영했다. 그 시기도 몰려 있어서, 전쟁, 그리고 서아프리카의 수목에 관해서는 나만 한 전문가가 없었다.

밤마다 나는 굽이치는 세네갈 강바닥의 자갈 알알마저 칠할 만큼 선명히 기억했다가, 깨어나고는 그런 꿈을 꿨단 사실마저 모두 잊었다. 그리고, 다음 밤이면 다시금 그리운 해안에 정박했다.

생 루이의 정겨운 모기 날갯짓 소리부터, 사르데냐 숲 언덕에서 심어진 8,833개의 다리까지... 꿈속의 일이라면 하룻밤도 모르는 것이 없었다.

빗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중에, 정겨운 방에는 낯선 방문객이 찾아왔다. 그게 어찌나 생소하였는지, 나는 창가에 서성이는 척하며 그자를 힐끗힐끗 살폈다.

생김새는 온후했지만, 표정만큼은 풍파에 닳아서는 꼭 석고상처럼 다부졌다. 부릅 튀어나온 입술은 삐뚤어져 조소한다고도, 고집스럽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토록 유약함과는 거리가 있는 신사였지만, 몸에 쌓인 피로만은 얼굴로 숨길 수 없었다. 먼저 늙은 손 가죽에는 깊은 주름이 뼈 사이로 깊게 접혀 있었다.

소매에는 물과 비누로는 빠지지 않는 세월이 고스란히 묻었고, 바지는 닳아서 번들거렸다. 주머니에는 뭘 넣고 다니는 습관이 없는지, 실밥이 헐거워진 와중에도 반듯했다.

이렇게 자세하게 기억하는데, 어째선지 그의 얼굴만은 보이질 않았다. 어쩌면 보고도 잊었는지 몰랐다.

누군지 모를 방문객은 아무 거리낌 없이 내 의자를 차지하고 있었다. 창밖에는 이미 멸종한 영국 늑대가 지나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지금 꿈꾼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기에 몸을 떨며 모포를 끌었다. 흐릿한 의식 속에 깨어나, 졸면서 나는 그가 아버지란 사실을 깨달았다.

잠에서 완전히 깨었을 때, 나는 무심코 창밖을 살폈다.

이슬 맺힌 창가에는 낙엽이 꽂혀 있었다.

11월의 찬 공기에는 달빛과 닮은 점이 많다.

우선 잔털이 꼿꼿하게 솟을 만치 서늘하였고, 약간 푸른 색이었으며, 청량한 향이 나며, 연인을 품에 끌어안거나, 모포와 사랑에 빠지게 하였다.

이른 아침, 나는 방 밖에서 들리는 뜀박질 소리에 몸을 뒤척였다.

최근 영악한 어린 악마들은 아침부터 앞다퉈 내 방에 찾아왔다. 평소 서먹한 거리감을 생각하면, 사심 없이 그런다고 볼 순 없었다.

방문이 열리고, 소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당연히 마리는 아니었고, 도로시였다. 그녀는 마리를 흉내 내는지 비슷한 투로 말했다.

"주인님, 신문이요."

"그래, 어디 볼까."

나는 아이가 건넨 신문을 받아서는 제목을 읽었다.

"더 런던이구나. 다른 건 없었니?"

"요즘은 이거 말고는 구할 수가 없어요."

도로시는 또박또박 답했다. 뭘 알고는 하는 말인지 의문스러웠지만, 그녀 말대로 요즘에는 더 런던 말고 다른 신문을 본지가 꽤 되었다.

"신문을 독점하게 두다니. 도대체가 이 나라 의회에서는 뭘 하는지를 모르겠어."

"그러게요."

시답잖은 푸념 소리에, 도로시는 익히 안다는 듯이 당돌하게 말했다. 나는 조금 당황해서 뭐라 하려다가, 결국에는 아무 말없이 용돈을 손에 들려 보냈다. 아이는 한 푼 동전을 쥐고는 신 나서 달려나갔다.

"도로시? 왜 그렇게... 주인님!"

복도에서 마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신문을 이불 아래 감췄다. 이윽고 나타난 마리는 방에 들어오지 않고 문턱 너머에서 물었다.

"또 애들한테 용돈을 주신 건가요?"

"아니, 뭐."

"자꾸 그러시니까 애들 버릇이 나빠지는 거에요."

"내 딴에는 뭐라도 해주려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시면 평소에 한 번 놀아주기라도 하세요."

나는 그녀 말에 반박하려 했지만, 무슨 말을 해도 시원찮은 변명 같았다.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마리는 갑자기 방안으로 들어오더니 물었다.

"오늘 외출하세요?"

"아니, 그럴 예정은 없지만. 왜 그런 걸 묻나?"

마리는 눈으로 손거울을 가리켰다. 나는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일부러 침대 옆 탁자에 무심한 척하며 올려놨다.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

"눈썹이요?"

"아니,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하나?"

"한동안 꽤 신경 쓰셨잖아요."

그러기는 했다만, 설마 알고 있으리란 생각은 못했다.

"별거 아니니까, 신경 끄게."

"또 그렇게 말씀하시네요."

"정말로 대단한 게 아니라 그래."

마리는 별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아이였다.

그렇지만, 지금에는 과묵하게 있으면 나조차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게 되었다. 그녀는 잠깐 더 입다물고 버티다가 뒤로 물러섰다.

"그러시면 됐어요."

목소리 높낮이 변화는 없었지만, 말투는 냉랭했다. 나는 그녀를 달래야 하나 꽤나 망설였는데, 마리는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평상시처럼 물었다.

"식사는 지금 차려드릴까요?"

"속이 쓰리니까 차만 한 잔 따라주게."

"제대로 안 챙겨 드시니까 속이 상하는 거에요."

그러고는 끝끝내 잔소리하고는 방을 나섰다.

나는 그녀가 떠난 걸 마지막까지 확인하고, 다시 거울을 손끝으로 밀었다.

향년 46세, 멀었던 나이가 목전이었다. 이리 보니 참 젊은 나이였다. 나도 올해로 42세가 되었으니 이쯤이면 티가 날 법도 했는데, 아무래도 닮은 점이 없었다.

이제는 후벼도 아프지 않은 흉터였지만, 아무래도 간지러웠다. 도무지 웃을 상황이 아닌데도 자꾸만 입가가 씰룩거렸다. 왠지 모를 유쾌함에 죄책감을 느끼며 애써 정신을 돌렸다.

억지로 읽기 시작한 신문에는 여러 흥미로운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신문이야 보통 믿을 것이 못 되지만, 기자의 사견과 편향된 정보를 제쳐놓고도 내가 줄곧 궁금했던 몇몇 사건의 후일담이 여기저기 숨어 있었다.

예를 들어, 빅토리아 타워에서 발생한 소음 사건 따위가 그랬다. 탑은 명실상부한 런던 최고층 건물이었고, 와중에 이번 올여름처럼 해충이 적은 해에 벌레 소음이 기사화된 것은 사정을 아는 내게 퍽 의아한 일이었다.

나는 그리니치 천문대를 떠난 그것들이 부모 품으로 돌아가기 전, 어디를 새 보금자리로 삼았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보르조이 호텔의 일도 작게나마 실려 있었다. 뜻밖에도 이번 일의 특이성에도 사건 자체는 별반 주목받지 못했는데, 금전 원한으로 벌어진 다툼에서 생긴 사고사 정도로만 알려진 탓이었다.

여하튼, 경찰에서는 메리안를 의심하고 조사했으나, 장시간 호텔을 폐쇄하고도 이렇다 할 결과물은 내놓지 못했다. 기자는 이에 대해 잠정적인 무고를 인정했으리란 다소 불명확한 정보를 아주 확고한 문장으로 적어뒀다.

하지만 그 무엇도 내가 마지막에 발견한 사실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이는 단언컨대 신문에서 쓸모없는 면, 물론 이 종이의 가치야 폐지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개중에서 월등하게 무가치한 부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제 일면, 그러니까 광고 말이다.

평소라면 보지 않는 부분마저 굳이 엿본 건, 그저 변덕스러운 호기심 때문이었다. 사카린이 연 단맛 경쟁에서 난립한 기업은 대개 비슷한 시기에 사라졌다. 그들의 운명은, 우리만큼은 아니라도 분명 비참하여 들춰볼 가치는 없을 터였다.

점차 그 승자가 선명해져 가는 와중, 나는 그 외에서 어떤 경향성을 발견했다.

광고에는 유독 특정 제품군이 중복하여 보였고, 조미료 외에도 치열한 경쟁이 다방면에서 벌어져 있었음을 깨달은 것이었다. 안료, 섬유 등 일상에 밀접한 것이 주류였고,

또 나는 이들 사이의 공통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그렇다고 해도 절묘했다. 나 말고 이러한 경향을 눈치챌 사람이 또 있을까. 있다 한들 나만큼 쉽게 찾아내진 못할 게 분명했다. 이유는 이랬다.

이들은 모두 한때 자연물에서 추출했으나, 추후에는 합성물로 대체될 자원이었다.

화학의 진화란 필연이었다. 다만, 기술과 사업 기반이 원시적인 지금에는 요원한 일이었을 터인데, 지금은 모든 게 부자연스럽게 빨랐다. 그뿐만 아니라, 동시다발적이었다. 경쟁은 우리가 겪었던 일 못지않게 치열하게 보였다.

도대체가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허나 알다시피 런던에는 우연한 일은 없다.

이는 명백히 승패를 가리기 위한 경합이었으며, 선별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큰 자본을 운용하며, 더없이 수상한 일을 작정하는 집단에 대해, 나는 달리 아는 자가 더 없었다.

9개의 보험 회사로 구성된 노란 외벽 회사, 그리고 관리 위원회.

이걸 안 이상, 발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이번 일의 단서를 쥐고 있을 인물을 하나 알았다. 그리고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었다.

크리스토퍼 제임스.

그날, 나는 보르조이 호텔을 재방문했다. 사건으로부터 닷새째였다.

건물 앞에는 낯선 경찰 두 명이 서 있었다. 한 명은 엄중한 표정이었고 허리춤에 등불을 차고 있었으며, 다른 한 명은 그보다는 여유 있어 보였다.

그런고로 나는 두 번째 경찰에게 다가갔다.

"좋은 날입니다, 선생님. 어쩐 일이십니까?"

"여기 주인과 약속을 잡았는데."

"숙박 목적입니까?"

"아니, 방문이야."

그러자, 지켜서던 경찰은 길을 열어줬다. 기사에서도 어렴풋이 느낀 바이지만, 이미 통제는 유명무실한 것으로 숙박 이외에는 모든 걸 허락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들렀던 호텔 로비지만, 주로 세피아로 칠해진 기억과 달리 유채색으로 반짝였다. 무엇이 그리 별난가 했더니 닫혀 있곤 하던 입구가 열린 틈새로 들어오는 햇빛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메리안 여사는 변하지 않았다.

늘상 있던 그 자리에서 그녀는 매번 같은 모습으로 맞이했다. 나는 한 걸음 앞으로 걷고 난 뒤에야 바닥에 깔린 융단이 치워졌으며, 지하 창고 입구는 못질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홀은 닫았군요."

"벌레가 꼬이더군요."

나는 굳게 닫힌 홀에 시선을 힐끗 던지며 말했다.

"아무리 닦아도, 닦아내도, 검붉은 자국에는 언제나... 그야, 달 테죠. 멧새를 살찌우고, 단 술에 절인대도, 사람에 비하면야, 깊은 산미, 골수에 스며든 쓰디쓴 향, 인고 끝에 찾아오는 달콤함...."

메리안은 회상하듯이 읊었다. 나는 기분 나빠져서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에게 다가섰다. 그녀는 딱 맞춰 말을 끊고는 다시 속삭였다.

"여기는, 짐승으로 치면은 남은 고기조각이죠. 허기진 들개 정도가 아니고서 구태여 들출 필요가 없을 테니... 내게 용건이 있을 테죠."

나는 눈썹을 들썩였다.

그리곤 그녀가 앉은 걸상 앞에 한쪽 팔만 올려두며 물었다.

"전에 말한 본질이라도 봤습니까?"

"아, 그럼요. 당신은 모든 현상에 그리 이론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또 비꼬아야 하죠."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런던 표준이죠."

"그래서 런던 남자들이 사랑받지 못하는 거죠."

메리안 여사는 큰 소리로 웃었다.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쉽지는 않을 겁니다."

"누굴 말하는지 아십니까?"

"당신이 저라면 몰랐겠어요?"

메리안의 질문에, 나는 잠시 생각하고 고개 저었다.

"멍청한 질문이었군요."

"아쉽게 되었죠. 저는 그자도 가능성이 있다고 봤거든요. 기술은 몰라도, 열망만큼은 차고 넘치게 있었으니까요."

"가능성, 무엇의 가능성 말입니까?"

그녀는 답하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제임스, 그는 여기 없습니다. 하지만 런던 어딘가에는 있죠."

"어떻게 확신합니까?"

"아, 간단하죠. 그가 떠나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요. 하지만 찾기가 수월하진 않을 겁니다. 영리한 남자이고, 교묘하게 숨어 있으니까요."

"무엇으로부터요?"

이번에도 대답은 오지 않았다.

먼저 밑바닥을 드러낸 건, 피치 못하게 내 쪽이 되었다. 나는 곧장 권총을 꺼내, 경찰에게 등져 보이지 않게 하며 그녀를 겨눴다.

"아, 젊음과 야만의 공존이란, 숙녀에게 물을 때는 교양이 있지 않나요, 런던."

"경고하지만, 저는 이걸 위협으로만 쓰지 않습니다."

"그야 잘 알지요. 튜더 회장 때도 그랬을 테니까요."

나는 이마를 접었다.

"조바심을 내는군요. 알아요, 그녀를 아는 자는 드물죠. 그 죽음에 대해 아는 건 더욱...."

"그러면."

"어떻게 아느냐고요? 그야 알다마다요. 누군가 그녀를 죽인다면, 셋 중 하나인데, 그중 당신이 가장 유력했거든요."

그녀는 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설명을 시작했다.

"1869년, 지금으로부터 22년 전까지, 호텔은 지금과 달랐습니다. 더욱 한적했고, 아는 자도 적었죠. 올드 런던, 그렇게 불렸습니다. 그리고, 소음의 도시에선 침묵마저 값어치 매겨지더군요. 네 명의 신사가 찾아왔습니다. 첫 방문 후에도 이들은 수차례 찾아와 깊은 비원을 속삭였지요. 정말 귀하고, 어두운... 소란스런 경첩도 그날이면 조용했습니다. 하늘도, 땅도, 신령과 그림자, 산 자, 죽은 자, 모두가 그들에게 귀 기울였습니다. 마지막 날, 신사들이 다신 찾아오지 않을 거라 직감한 그날, 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 규칙을 어겼습니다."

메리안은 깊은 한숨과 함께 내뱉었다.

"저는 엿들었습니다."

조금, 호텔이 어두워진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지금껏 누구도 제가 엿들은 사실을 모릅니다. 심지어는 그들 모두 죽은 지금까지 저는 살아있죠. 하지만 이 비밀을 간직한 게, 저만은 아니란 걸 압니다."

나는 떠오른 의문을 곧장 물었다.

"하지만 그토록 오래 간직한 비밀을 제게는 말했군요. 어째서죠?"

"당신이 튜더를 죽였기 때문에요."

메리안은 쉽게 답했다.

"튜더는 완벽했습니다. 이성과 합리의 화신이었죠. 그래서, 저는 그녀의 승리를 점쳤죠. 당신에게 살해당하기 전까지는요."

입구의 경찰이 우리를 살짝 엿봤다. 내가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정면을 바라봤다.

"섬세하지 않은 폭력일 뿐이었다면, 그토록 위대한 존재를 당해냈을 리가 없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당신은 피와 포화의 열기로 벼려낸 칼날입니다. 예리한 첨단이며, 우습게도 이토록 잔혹한 음지에서도 그건 누구도 갖지 못한 것이죠."

메리안은 낮게 말했다.

"살인의 적성이요. 저는 그저 당신이 그들을 죽이길 바랍니다."

나는 불쾌감을 억누르고 물었다.

"누구요?"

"그렇게 물을 줄 알았어요."

메리안은 히죽 웃었다. 입술 사이로 깨진 어금니 틈새가 보였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그들이 떠나고서 간판을 바꿔 걸었습니다. 그래야 한다고 믿었죠. 실은 그들을 위한 일이었거든요. 이 호텔이 꽤 안락한 공간이었는지, 그들은 회합소 이름을 따서 자기네 비밀스러운 모임에 명명했죠."

나는 한쪽 눈을 감고 중얼였다.

"올드 런던... 올드 런던의, 네 명의 신사."

"당신이라면, 모를 리가 없죠."

강한 기시감이 들었다.

무엇보다, 떠오르는 문장이 있었다. 외우기 쉬운 문구였던 탓에, 나는 한 단어씩 끊어 읊었다.

"우리의 규칙을 따르라."

(Obey our order.)

보르조이 호텔에는 오랜 비밀이 있다.

"사등분된 유산은 분명 당신에게도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안다.

오래 전, 프랑크 남작은 세 명의 벗과 비밀스러운 회합을 가졌다. 그들 중 하나가 남긴 유산은 바다를 떠돌다가, 런던에 이르러서 후대 프랑크 남작, 아서가 나를 호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셋의 이름은 데이비드 리빙스턴, 찰스 배비지, 그리고 조지 허드슨. 시대를 초월한 과학 기술이 기록된 영란은행의 프랑크 가문 금고, 그 여벌 열쇠를 나눠 가진 이들이었다.

"프랑크 올드 패밀리."

리빙스턴 박사는 생전 왕립 지리학회에 소속했다. 찰스 배비지는 왕립 학회 회원이었으며, 철도왕 조지 허드슨, 그의 아들 조지 허드슨 주니어는 노란 외벽 회사 서던&미들랜드 철도의 대표이다.

알다시피 런던에는 우연한 일은 없다.

훗날, 나는 다시 호텔을 찾았다.

건물에는 다른 간판이 걸려 있었고, 나는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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