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 무지에도 죄가 있는가
나는 그 대답을 몸소 체험했다.
세상에는 내가 쩔쩔매는 얼굴이 둘 있는데, 하나는 웰링턴 장군이었다. 언제나 그의 동상 앞을 지날 때마다 불편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었다.
다른 하나는 그 동상 바로 뒤에 있는 영란은행에서 근속하는 나의 둘째 형님, 에드먼드 허버트였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도 그를 못 알아보는 일은 없었다.
피차 마찬가지였는지, 물 빠진 양복을 입은 중년은 계단에서 내려오고 곧장 내게 직진해 왔다.
"네 얼굴 보는 일이 드물구나."
"누군가 첫 인사부터 잔소리를 늘어놓기 때문이겠죠."
평소 내 화법대로면 이건 비아냥대는 축에도 못 들었다. 허나, 엄숙한 에드먼드에겐 그리 들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주 섭섭하게 말하는구나, 레몬. 너를 위해 근무 중에 시간을 내서 만나러 나온 형에게 쓰는 말씨가 그게 최선이니? 아니면 네 교육자가 그리 가르쳤던가?"
당연히 여기서 교육자란 형님 본인이었다.
어느 쪽이건 완곡한 정도만 다를 뿐, 명확하게 내 말버릇을 지적하고 있었다. 이런 때 유효한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그걸로 훈계는 끝이었다. 형님은 더 따지지도, 묻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말 잠깐이면 됩니다. 이 문제에 형님께서 명쾌한 해답을 가졌으리란 보장도 없고요. 그저 제가 아는 한, 가장 유식한 사람을 찾았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맞게 찾아왔구나."
"그렇습니까?"
나는 무심코 되물었다. 형님께서 스스로 띄우는 말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그다음 질문은 조금 더 의도된 말씨였다.
"형님께서도 스스로 똑똑하다 여기시는군요."
평소답지 않게, 나의 독한 농담에도 에드먼드는 대답 없이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마치, 긴장한 사람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는 속지 않았다. 둘째 형님은 어릴 적에 배즐이 말로 사람을 치고 온 날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나는 네 형이란다."
언제나 그렇듯이 말은 짧았고, 함축은 길었다. 나는 진의를 파악하고자 애썼지만, 이번에는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
"모르겠다면 되었다. 그래서, 말해보렴."
이번에도 나는 멈칫했다. 종종 그가 고작 한두 단어로 화제를 전환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었다.
어쨌거나, 나는 겨우 하고 싶은 질문을 꺼냈다.
"엘리시안 허버트요."
그러자 에드먼드는 이번에야말로 정말 눈을 크게 떴다. 이는 조금 문학적 과장을 보탰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눈꺼풀을 살짝 더 올린 건 사실이었다.
"네가 그 이름을 꺼낼 줄은 몰랐구나."
"알고 계십니까?"
아주 의외란 듯이 말이다.
"모르고 물은 거니?"
"누구냐고 물으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에드먼드의 시선이 안경 너머에서 날카롭게 쏘았다.
"형님?"
"대답은 어렵지 않지. 네 누나란다."
나는 아리송해서 다시 물었다.
"제 누나요?"
그러자 그는 자포자기한 것처럼 한숨 쉬었다. 이것 또한 본 적 없는, 그렇게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역시나 드문 모습이었다.
"우리 형제 누구도 본 적 없는 누나 말이다."
그러고 보면, 있었다. 멀지도 않고, 집 근처의 공동묘지에는 간간이 찾아가는 작은 묘비가 하나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녀가 나의 가족이며, 누나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존재라는 사실은 한 번도 인지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 꿈에서 보았던 일도 이해가 되었다. 다만, 한 가지 의구심은 남아 있었다. 나는 기탄없이 물었다.
"그런데, 엘리시안이 제 누나라면, 어째서 바로 답하지 않은 겁니까?"
에드먼드는 이번에도 바로 답하지 않았다.
다만, 차분하게 팔짱을 끼고, 자신의 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뜸을 들였다. 그게 일종의 불만 표시라는 건 오랜 세월 체득하고 있는 바였다.
"나는 네가 종군했을 때도, 외다리로 탐험한다며 뛰어갔다가 병에 걸려 왔을 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런지 아니?"
나는 급하게 변명을 생각했다.
"필레몬."
"제가 성인이기 때문입니까?"
"그게 네 선택이었기 때문이야."
직전에 내뱉은 말이 곧바로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네가 가족에게 폐 끼치는 일을 할 만큼 어리석지도 않고, 설령 그런 일이 터져도 내 선에 수습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나저나, 네게는 여러 번 물을 기회를 줬으니, 나도 하나쯤 물어도 괜찮겠지."
내가 뭐라 답할 새도 없이, 에드먼드는 물었다.
"지금 네가 하는 모든 일, 그건 정말 네 선택이니? 나는 그것만 듣겠다."
갑작스러웠고, 통렬했다. 말에도 표적지가 있다면, 틀림없이 심장이었다. 나는 멍청하게 물었다.
"어째서, 갑자기?"
"둔감해졌구나. 아니면 익숙해진 건가? 너는 엘리시안이 누군지 모른다고 했지. 그러면 말이다, 생후 1년을 채우지 못해, 심지어 형제인 너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누이 이름을 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연유로 들었지?"
전부 그 말대로였다.
나는 이런 질문을 하면서도 그게 이상한 줄 몰랐다. 내가 엘리시안이 누나인지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말을 하기까지 한없이 경솔했던 것이다.
에드먼드의 말은 이번에도 핵심을 관통했다. 모든 이상 현상에, 나는 지나치게 익숙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버거운 질문을 한 모양이구나. 그러면 조금 더 답하기 쉬운 질문으로 바꿔보마."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 어떤 사건이 엘리시안과 관련되어 있다면, 나를 비롯해 형님, 그리고 어머님조차 이 일에 아주 무관하다 보기는 어렵겠구나. 그렇다면, 너는 아직도 내가 아무것도 몰라야 한다고 생각하니?"
투쟁조차 성립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도축되어, 해체되고 있을 뿐이었다. 공격당하는 기분이었다. 이번에도 예외 없이 에드먼드는 내가 가장 꺼려서, 심지어 스스로에게도 묻지 않는 질문을 서슴없이 건넸다.
"답하기 어렵습니다."
"필레몬."
호명된 것만으로 눈 주변이 경련했다.
"내가 만약 방금 네 발언과, 작년 4월 10일에 날 찾아와서 했던 변명을 연관 지으려 한다면, 그건 결코 맹목적으로 널 믿을 만큼 어리석은 탓이 아니란다. 이는 너보다는 나를 위한 거야. 무슨 뜻인지 알겠니?"
나는 다시 한 번 망설였다.
여기서 솔직하게 모든 사실을 고하고, 누구보다 현명한 둘째 형님의 조력을 받으며, 그의 영혼을 구원받을 수 없는 어둠 속에 처박는 일이 정당한지 말이다.
대답은 언제나 아니었다.
"그래도 말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는 그 시간을 줬다고 생각했지. 너는 짐작도 하지 못할 만큼 많은 시간 말이야. 이제는 점점 혼란스럽구나. 그 시간은 네게 필요한 거니, 아니면 내게 필요한 거니? 너는 답을 생각하는 거니, 아니면 내가 모두 잊기를 기다리는 거니? 어쩌면 내가 충분한 믿음을 주지 못한 모양이구나."
에드먼드의 자책성 발언이 꼭 나를 탓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름 아닌 둘째 형님의 말이었기에, 내가 느끼는 중압은 여느 때보다 무거웠고, 나는 묵고 묵은 악습관을 내비쳤다.
"그러는 형님께서도 제게 많은 걸 숨기시지 않습니까? 조금 전에, 제가 말뜻을 이해하지 못할 때처럼요."
그러자 에드먼드의 눈가에 당황이 스쳤다. 당시 내가 어째서 그걸 승기로 이해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스스로 변호하기 위해, 그 뜻을 알려주는 건 어렵지 않단다. 하지만, 필레몬. 내 말을 믿으렴. 시기가 좋지 않아. 분명 너를 상처입힐 거야."
"저와 똑같지 않습니까?"
이 시점에서 그는 멍청한 막내의 반항이 쉽게 꺼지지 않을 걸 이해한 듯했다. 그리고, 더없이 미안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렇게 말하려 했다."
그날, 나는 많은 일에 무지했다. 여기서 앞선 질문에 답하려 한다. 무지에도 죄가 있는가.
"나는 네 형이다. 어떤 경우에도 날 찾아오는 건, 틀리지 않은 행동이라고."
그리고, 나의 대답은 언제나 그렇다.
주말, 나는 두 번째로 성당을 찾았다.
최근 뭐든지 따라 하는 도로시가 제 언니, 오빠처럼 성당에 가고 싶다면 덜컥 조른 탓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토미와 월터까지 합세해서, 나는 팔자에도 없는 보모 노릇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주께선 언제나 물을 피하라 하셨습니다."
호프먼 신부는 힘 있게 설교했다.
그는 고성이 아닌 저만의 방법으로 목소리에 웅장함을 실었다. 비결은 연단에 있었다. 뛰어서도 올라갈 수 없는 설교대에서 뻗은 음성은 벽에 부딪히며 울림통 효과를 냈다.
"물론 하느님은 사람으로 하여금 이리하라, 저리하라 하시는 대신 고마우신 말씀으로 우리가 깨닫게 하시니, 그중에는 나 같은 목동이 되어 여러분께 내가 깨우친 바를 설법하는 의무도 함께 지우셨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서 천명하건대, 물에는 언제나 해악이 도사렸습니다.
하지만 모든 물이 악하다면, 어째서 호수에는 상처를 아물게 하는 힘이 깃들었으며, 어째서 강줄기 흐르는 땅은 비옥하여 젖과 꿀이 흐른다 하며, 어째서 우리는 날 때부터 세례를 받으며 죄를 씻었다며 주장하겠습니까? 우리 모두 하느님의 말씀에서 등 돌린 죄인이기 때문입니까? 정녕 주께서는 우리가 강 없는 척박한 황야에서 고통받길 원하시겠습니까?"
목소리만이 아니라 그가 연단에 섰을 때면 평소와 사뭇 다른 사람 같았다.
내 말은, 정말로 타인처럼 보였다.
진즉 황혼에 접어든 백발은 스테인드글라스의 창연한 빛에 반사될 때면 금빛으로 물결쳐서 족히 십 년은 더 젊어보였다.
"창세기 1장,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시매 세상에 무엇이 있었습니까? 빛입니까? 아니요, 그곳에는 둘 뿐이었습니다. 하나는 아레츠요, 아레츠가 무엇입니까, 우리가 밟고 선 땅이요, 세상이요, 지구 그 자체를 부르는 말입니다. 다른 하나는 무엇입니까? 바로 마임이요, 훗날 휘도르, 우리가 물이라 부르는 그것입니다. 주께서는 여기서 손을 더 보십니다. 처음에는 빛이 있게 하시고, 다음에는 낮과 밤, 시간이 있게 하십니다. 그다음에는 앞서 말한 마임, 물속에서 궁창을 찾으시고, 마임을 궁창 위의 마임과 궁창 아래의 마임으로 나눕니다. 그러기에 유대인은 결코 마임을 단수형으로 쓰지 않는 것입니다. 주께서 나누신 걸 인간이 말로 합할 수는 없기에 그렇습니다."
이처럼 나는 설교보다 신부의 이목구비에만 정신을 팔았다.
그렇다고 그가 하는 말이 흥미롭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렇게나 작은 성당에서 하는 것치곤 신학적이었고, 그러면서 특이하게도 미신적인 교훈이 담겨 있었다.
"궁창은 하늘이며, 하늘 아래 물이 모여 뭍이 드러나니 마침내 아레츠가 아닌 얍바솨가 세상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모인 마임, 물에는 주께서 바다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그것이 마임이 아닌 물, 얌이며 훗날 탈랏사로 부르는 것입니다."
호프먼 신부는 장렬하게 외쳤다.
"이제 형제 자매 여러분도 아셨을 겁니다. 우리가 물이라 읽고 부르는 것이 단수가 아님을, 아담의 자손들이 퇴폐했을 때, 하느님 당신께서는 무얼로 씻어내셨습니까? 요나가 말씀을 등지고 달아났을 때, 하느님 당신께서 무얼로 벌하고, 또 무엇으로부터 보호하셨습니까? 애굽의 병마가 이스라엘 민족을 쫓을 때, 하느님 당신께서 무얼로 길을 닫았습니까? 주 예수 그리스도 당신께서 가엾은 시몬과 안드레아를 어디서 건져내고 구하셨습니까?"
신부의 설교가 끝으로 치닫자, 예배석에서는 혼란스러운 곁눈질이 사방으로 오갔다. 광신과는 거리가 먼 열기가 감돌았다.
"바다의 해악을 경계하십시오. 모든 마귀를 물에 가둔 주께 감사하십시오. 그저 감사하고, 누리십시오. 주님의 은혜는 무한하며, 대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주께서 축복하고, 또 지키시길, 아멘!"
신부의 축도에 모두 "아멘!"으로 회답했다.
조금 전까지 모여 있던 열기가 일제히 흩어졌다. 각자 귀가를 준비하는 성당 풍경은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모든 게 내 착각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모르는 사이에 신비한 종교적 체험을 마친 듯한 감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끝났어요?"
도로시가 귓속말로 물었다.
"그래."
나는 대답했다. 그러다가, 연단에서 내려오는 신부와 눈이 마주치곤 바로 정정했다.
"아니, 내가 잠깐 신부님과 볼일이 있구나. 둘이 먼저 나가 있겠니?"
"알았어요, 가자."
아이들은 씩씩하게 대답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저만한 나이대가 다 저렇게 독립적인지, 아니면 불우한 성장 배경 덕분에 유독 의젓한 건지 궁금했다.
한편, 성당에는 나를 비롯해 몇몇 신도만이 남았다. 절실하거나, 경건하거나, 혹은 둘 다인 사람들이었다.
신부는 일일이 모두를 돌아본 뒤에, 마지막 한 사람까지 돌려보내고 내게 다가왔다. 북적이던 성당이 한적해지자, 나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전혀 다른 공간에 떨어진 듯한 울적한 감상을 느꼈다.
"이렇게 늦게까지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호프먼은 사과의 말로 화두를 떼었다.
"아닙니다. 이렇게 예배 끝까지 남아본 적이 없어서 재밌는 구경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쩐 일인지."
나는 괜히 그의 손을 보며 물었다. 신부임에도 울퉁불퉁한 손이었다. 펜대 외에도 여러가지 잡은 것이 많아 보였다. 그중에 내가 잘 아는 것도 하나 있었다.
"다시 나와주셨군요."
"아이들이 보채서 말입니다."
왠지 나는 변명처럼 말했다. 하지만 신부는 자애로운 미소로 화답했다.
"이유야 어쨌건, 몸은 주님의 집에 있지 않습니까?"
그러자 나는 이유 모를 수치심에 몸서리쳤다.
"제 눈을 못 보시는군요."
호프먼은 넌지시 말했다.
"연설 중이랑 다르게요."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아뇨,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궁금해서 말입니다. 어째서 저를 그렇게 경악한 눈으로 보았는지요."
알다시피 나는 올곧은 인간이 아니었다. 누군가 하지 않을 이유를 찾거든, 나는 해야할 이유를 찾았다. 나는 언제나 엄격한 심사관이었기에, 이번에도 신부의 질문에 답할 이유는 무엇 하나 찾지 못했다.
다만, 누군가 이유를 묻는다면, 어쩌면 난처한 침묵 끝에 이렇게 답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날 따라 유리창이 반짝여서, 공간이 적막해서, 아니면 짙게 밴 향 냄새가 그리워서 그랬다고.
믿을 수 없지만, 나는 정확하게 이렇게 말했다.
"실례인 말씀이지만, 돌아가신 제 아버지를 닮으셔서 그랬습니다."
내 말에 호프먼 신부는 지당한 반응을 보였다.
"대단한 우연이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니 알겠군요. 성격까지 닮지는 않았습니다."
"허버트 남작님이요."
"예, 예. 엄격하신 분이셨죠. 결코, 드러내는 분은 아니었습니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애정은 여러 형태로 표출되지요. 남작께서는 가장 어렵고 가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신 겁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는 잠깐 말없이 있었다. 나는 재차 변명처럼 말했다.
"이미 오래 전 일입니다."
그러자 호프먼은 신부복을 걷어 올렸다. 드러난 맨살에는 길고 선명한 분홍빛 흉터가 그어져 있었다.
"이십 년 전에 사고를 당했습니다. 뼈 옆에 철침을 열 개나 박아야 했죠. 덕분에 겨우 걷고는 다니지만, 지금도 흉터는 이렇게나 선명합니다."
"아니요, 제 말은, 정말로 괜찮습니다."
"상처 없이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새살로 덮어두고 지낼 뿐이죠. 하지만 어떤 밤에는 예고 없이 통증이 닥쳐오기도 합니다."
호프먼은 말했다.
"그래서, 저희 성당에는 열쇠가 없습니다."
이쯤 되면 나는 슬슬 궁금해졌다.
어째서 호프먼 신부는 총을 쥐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