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195화 (195/232)

§195. 앙카라의 세 편지

여기서 잠깐 시간을 앞당기도록 하자.

우리는 지금까지 튜더 회장의 죽음이 런던에 미친 영향을 여럿 확인했다. 그리고 그녀의 사망 직후, 가장 중요했던 골든 타임 동안 내가 병상에서 의식 없이 누워 있던 사실 또한 안다.

그 결과, 두 명의 인물이 세를 불려 가는 과정을 속수무책으로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는 에드워드,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내가 막 깨어났을 무렵의 일이었다.

올드코트 대학에서는 한 통의 공문을 보내왔다. 장시간 결석을 이유로 한 경질 공고였다.

그리고 늦가을쯤, 뜻밖의 손님이 집을 찾아왔다. 올드코트 대학 재학생이자, 토끼풀십자회 회원인 사무엘이었다.

"뉴먼 의장은, 이제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 했어요."

원래도 건강하다 보기 힘들었던 사무엘은 전보다 수척했다. 대신 전에 비해 한층 성숙해 있었다.

"토끼풀십자회는 존속하지만, 의장 없이는 아무것도 성립하지 않아요. 사실상 해체입니다."

그와 함께 다니던 회원 진이나 해리스는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해보게."

"뉴먼, 의장은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어요. 리들도요. 그날 밤부터 육혜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졸업도 재개되었죠. 모든 게 너무 빠릅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졸업이요."

사무엘은 명백히 공포에 질려 있었다.

"어쩌면, 다음 입학생이 들어오는 일보다, 모든 학생이 졸업하는 게 더 빠를 정도로요...."

하나 의외인 것은, 그가 졸업 자체를 두려워하는 점이었다.

학장의 수법으로, 그 예민한 앨리스조차 처음 만났을 때는 졸업에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 토끼풀십자회라는 결사 소속이라 해도, 일개 학생에 불과한 사무엘이 학장의 비법을 깼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모두 홈즈가 계몽한 결과인지, 아니면 학장의 행보가 눈속임으로 덮을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인 건지.

그래도 분명한 사실은, 그가 상황을 이해하고, 또 두려워하고 있는 점이었다.

"자네들은 어쩌고?"

"내부적으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우리는."

그는 말을 더듬었다.

"그러니까, 진과 해리스, 우리는 끝까지 싸우기로 했어요. 그 밖에도 여러 회에서 우리 뜻과 함께하고요."

나는 대답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뜸을 들였다.

"죽을 수도 있네."

사무엘은 딸꾹질했다. 모로 보아도, 그는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용기와 만용을 구분하게. 총알만 빗발치지 않을 뿐, 자네들은 전장에 있는 것과 같아. 물러날 때를 아는 게 수치스러운 것은 아니네."

나는 그에게 마음 정리할 시간을 주지 않고 몰아쳤다.

내 판단이 틀리지 않다면, 사무엘은 전통적인 군인 정신 따위와는 무관한 소시민이었다. 무상의 명예 따위로 현혹할 만큼 어리석은 인물도 아니었다.

"게다가 자네들은 학생이야. 누가 뭐라든 어른들 싸움에 목숨 걸 의리 따윈 없네. 오히려 싸움이 끝나고, 무너진 사회를 재건하는 게 자네들의 본분 아니겠나?"

강하게 압박하고, 또 살살 달래면서, 내 설득에 그는 분명 흔들리는 기색이었다.

"그래도... 그, 말로는 잘 못 하겠는데요. 아무것도 못 하기는 싫다고 해야 하나...."

조금만 밀어도 물러날 거란 예상과 달리, 비록 떠듬거리기는 했지만 그는 한 마디 한 마디 의지를 담아 주장했다.

"의장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건 알아요. 아마 별 성과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그래도, 그렇게 끝내버리면, 죽은 호레이쇼한테 면목이 없잖아요."

나는 사무엘의 눈을 봤다.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나는 컵을 들어 홀짝였다. 식은 차가 씁쓸했다.

"그것도 그렇군."

"하, 하지만 무작정 덤비는 건 아닙니다! 뉴먼 의장이 남겨둔 자료가 있거든요!"

사무엘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홈즈가?"

"홈즈...? 아, 네, 의장이요! 의장은 두 종류 계획을 안배해뒀거든요. 일단 철수 계획입니다.  이건 최대한 많은 학생이 안전하게 대학에서 도주하는 계획인데요. 이건 항쟁 반대파에서 수행할 겁니다. 그리고 우리... 그러니까, 저하고, 진, 해리스, 그리고 몇몇 동참자는 내부 항쟁을 선택했고요."

상반된 두 가지 계획을 미리 세워두고, 남겨진 자들이 선택하게 한다, 확실히 그다운 발상이었다.

"하루아침에 준비할 내용이 아니군."

"아마, 알았던 거겠죠. 언젠가 이렇게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고."

사무엘의 목소리에서는 은근한 원망이 끼어 있었다.

"내부 항쟁이라면?"

"사실, 이건 미완성된 계획인데요."

그는 우물쭈물했다.

"계획보다는, 자료에 가깝습니다. 학장의 전력을 분석한 내용으로, 이걸 기반으로 구체적인 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조만간 맞붙을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다름 아닌 홈즈가 대학 내부에서 장시간 분석한 학장이라니, 솔깃한 대목이었다.

"학장에게는 크게 두 가지 무기가 있습니다. 정신과 힘이요. 정신 부분에서 학장의 힘은 거의 무한합니다. 200년 가까이 런던 한가운데에서 학살을 자행하면서, 심지어 당사자와 유가족에게도 들키지 않고 있으니까요."

"아까부터 묻고 싶었던 참인데, 정작 자네는 학장의 세뇌가 통하지 않은 것 같은데."

사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저도 그랬지만, 토끼풀십자회에 들어와서 명상법을 익히고는 차차 저항하는 법을 알았습니다."

"명상법?"

"내면의 카발라를 단련해서, 개개인이 영혼 일부를 수호신으로 화해서 정신을 지키는 거죠."

나는 헛웃음 쳤다.

"마법 같은 얘기군."

"진짜 마법이니까요."

사무엘은 진지하게 답했다.

"황금십자회의 비법입니다. 의장이 전수해줬죠."

의아한 이야기였다.

아무리 홈즈라고 해도, 그가 영리한 것과 익히고 있는 기술은 별개의 것이었다. 여기 없는 그의 출신에 대해 생각해 봐도 의미는 없었기에, 나는 의문을 접었다.

"그리고, 학장의 두 번째 무기인 힘인데, 이 부분이 파고들 만한 약점입니다. 혹시, 한 번이라도 학장의 모습을 본 적 있습니까?"

사무엘은 흥분해서 새된 목소리로 물었다.

확실히, 초상화에 적힌 옛날 모습이나, 환각에 가까운 암시라면 몰라도, 학장의 본 모습은 본 기억이 없었다.

그나마 비슷한 것은, 처음 올드코트 대학에 부임했을 적에, 아일랜드 성인의 탑 옥상에서 천사처럼 날아다니던 모습이었지만, 지금에는 그게 실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바로 거깁니다!"

사무엘은 주먹을 꽉 쥐었다.

"학장은 2세기를 살아왔어요! 아무리 신에 가까운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사람인 이상 노화는 막을 수 없었을 거고, 학생들이 기억하는 학장의 모습은 벽을 통과하고, 날아다니는 심령 현상, 유체 이탈에 가까운 형태지, 본체는 아닐 겁니다! 분명 미라처럼 늙은 학장의 본체는 대학 어딘가에 있겠죠! 그러면...."

"그를 죽이겠다고."

내 말에, 사무엘은 흠칫했다.

나는 속내 한숨 쉬었다.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들이 해내리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렇게 내몰리고도, 상대를 죽일 계획을 세워두고도, 정작 살인에 대한 실감이 없는 것이었다.

"설령 그가 움직이지 못하는 노인이라 해도, 학장은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들을 조종하네."

"아,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학장의 약점이죠. 그것들이 없으면, 아무 물리력도 발휘하지 못하니까요."

역시나, 탁상공론에 가까운 결론이었다.

그는 눈으로 볼 수 없고, 개인의 수족처럼 움직이는 병사가 수백, 수천 명이나 있다는 사실의 무게를 몰랐다.

"우리는 다른 칼리지와 연계도 할 겁니다. 제임스 타운 칼리지는 물론, 최근에 하수 시설을 조사해서, 십이사도 칼리지의 입구도 발견했거든요. 의장의 조사대로라면, 아마도 십이사도 칼리지는 협력할 겁니다."

사무엘은 품에서 꼬질꼬질한 도면을 꺼내 건넸다.

"이건?"

"대학의 지도입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두 칼리지 입구는 기록되어 있으니...."

내용을 보니, 군데군데 비어 있는 게 확실히 미완성이었다.

이는 그들이 허술하다기보단, 올드코트 대학 자체가 미궁처럼 꼬여 있는 탓이었다. 평면상으로 보자니,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기하학적이었다. 어떤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지까진 알 수 없었다.

"고맙네, 참고하지."

나는 도면을 접었다.

"이제 어쩔 텐가?"

"돌아가야죠."

사무엘은 멋쩍게 웃었다. 선한 의지로, 죽음으로 행군하는 청년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래."

나는 잠깐 주저했지만, 이내 수긍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자리에서 일어나던 사무엘은 딱딱한 얼굴로 멈칫했다.

"그 어려운 말버릇은 언제 관뒀나?"

그는 대답하지 않고 실실 웃으면서 떠나갔다.

사무엘은 죽었다. 할렐루야.

한편, 나는 홈즈에게서 세 통의 편지를 받았다.

두 편지는 짧은 간격으로 연달아 도착했고, 세 번째 편지는 아주 늦게 도착했다. 그 내용은 순서대로 이랬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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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허버트 박사님께.

우선, 저는 기록을 남기는 데 공을 들이는 편이 아닌데도, 상당한 고생을 했다고 알려 드립니다. 저라도 총에 맞은 선생님께서 언제 깨어날지 알 도리가 없더군요.

그러니 언제 편지를 개봉했느냐에 따라 세 가지 내용을 남깁니다.

만약 박사님께서 곧바로 회복하시고, 맨정신으로 편지를 수신하셨다면, 아마 놀라셨을 겁니다.

박사님의 승리는 금방 알았습니다. 튜더 회장이 죽은 직후, 육혜 시계가 재가동했습니다. 침묵하던 불가시의 괴물이 다시 움직였고, 그 표적은 지당하게도 저와 리들 양이었습니다.

사무엘이 찾아올 겁니다. 저는 타인의 선택에 간섭하지 않는 편이지만, 가능하면 말려주십시오. 황금십자회의 비법은 불완전합니다. 고작 1, 2년의 수행으로 200년간 살아온 초인의 지혜와 맞설 수는 없습니다.

만약 박사님께서 사무엘과 만난 뒤라면, 제가 심어둔 토끼풀십자회가 그럭저럭 시간 벌이는 하고 있을 겁니다. 그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승산은 없습니다.

저도 외부에서 방법을 모색하겠지만, 이 시점에서 런던의 희망은 박사님뿐입니다. 회원들에게는 제 나름 분석한 결론을 내놨으니, 그걸 기반으로 풀어내길 바랍니다.

최악의 결과이지만, 박사님께서 이미 학장의 계획이 끝난 뒤에 깨어나셨다면, 그리고 여전히 가능하다면, 런던을 떠나십시오.

고집이 강하신 건 알지만, 이미 이길 방법이 없습니다. 남미의 수해에라도 몸을 숨기고, 뒷일을 도모하는 게 옳습니다.

우스운 말이지만, 무사를 빌진 않겠습니다. 박사님마저 무사하다면, 그때는 누구도 런던을 지키지 않았다는 뜻일 테니까요.

다만, 쾌유를 빕니다.

ps. 답장을 보내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아주 바쁘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리들의 아버지께서는 낭만적인 사랑의 도피를 하신 걸로 아니, 굳이 연락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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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내가 이 편지를 받아본 건, 사무엘을 만난 이후였다.

그간 나는 올드코트 대학과 관련되어 아무 대응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나 자신이 회복하자마자 너무 많은 일에 연루되었다는 핑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두려웠던 것이다.

이미 나는 학장에게 시달리고 있었고,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었다.

그런 상태로 대책 없이 언덕 위의 성채, 잿더미 위에 세워진 수도원, 해가 거꾸로 뜨는 저곳으로 기어들 기력이 생길 리가 없었다.

홈즈 역시 알았다.

그는 두 번째 편지에서도 대학에 관해 어떤 독촉도 하지 않았다. 물론 답장도 요구하지 않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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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허버트 박사님께.

박사님께서 깨어나셨다면, 이게 두 번째 편지가 될 겁니다.

이 편지를 받으실쯤에 저흰 오리엔트 특급을 타고 있거나, 앙카라에 도착한 후일 겁니다.

저번에는 경황이 없어 다짜고짜 결론만 내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안전을 느낍니다. 그러니 조금 더 상세한 내용을 적을까 합니다.

꽤 오래전부터 궁금하셨을 겁니다.

학장은 어째서 토끼풀십자회라는 종양을 이토록 오래 방치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저라는 천재가 사건의 핵심에 우연찮게 존재할 수 있었는지 말입니다.

그건 제 신원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전에도 가볍게 말했지만, 저는 어릴 적부터 독보적이었습니다. 자만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그랬던 제가 흥미 본위라고 해도, 신비 세계에 깊게 빠져든 것은 필연이었습니다.

저는 조사 중에 보르조이 호텔을 통해, 프로이센 왕국에 뿌리를 둔 유서 깊은 심령제국, 장미십자회와 접촉했습니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토끼풀십자회는 장미십자회의 하위 조직입니다. 제가 입회하고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은 제게 영국 지부 총괄권과 그에 맞는 비법을 제공한 겁니다. 고루한 전통을 중시하는 폐쇄적인 집단으로서는 파격적인 정책이었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때, 장미십자회는 영국에도 큰 지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옥스퍼드 운동으로 기독교 신앙이 흔들렸을 때, 지역에 뿌리내린 분파, 황금여명회가 반세기 동안 위세를 떨치고 있었죠. 여담으로 첫 만남 때는 우스갯소리 삼았지만, 뉴먼이란 직함입니다. 옥스퍼드 운동의 배신자 뉴먼에서 따온 것으로, 대대로 영국 지파장에는 뉴먼이란 이명이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십 년 전, 세간에는 뉴먼의 저주라고 알려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모든 결사원이 의문스러운 사고사를 당한 거죠. 본회에서는 그 배후에서 한 명의 인물만을 발견했습니다.

쉽게 말해, 장미십자회는 두려워했습니다.

그들은 영국에서 영향력을 회복하길 바랐고, 참사를 일으킨 개인을 견제하고자 했습니다. 그러기에 런던에서 가장 거대한 힘과 협력하기로 한 거죠.

그래서, 제가 올드코트 대학에 특사로 파견된 겁니다.

최초에는 토끼풀십자회와 학장은 동맹 관계였던 셈이죠.

그만한 힘을 지니고도, 학장은 어째선지 옥스퍼드 사태 주범이 대학에 침투하는 걸 아주 두려워했던 걸로 보입니다. 제 역할은 그를 막는 거였습니다.

에드워드요.

그후는 아시는 대로입니다. 대학에서 일어나는 참상을 알아챈 저는 암암리에 힘을 모아, 내부에서 학장과 대항하고 있었습니다. 일단은 황금여명회라는 뒷배와, 에드워드와 튜더 회장이라는 외적도 있었기에, 그는 함부로 제게 손대지 못했죠.

그리고, 전부 사라졌습니다.

튜더 회장은 박사님께 살해당했고, 장미십자회는 붕괴했습니다. 프로이센의 총본산 시설에는 이미 요새와 군수품 보관고가 세워졌더군요. 군국주의자들의 소행이죠.

하지만, 심령제국을 무너트린 건 그들이 아닙니다.

에드워드, 지금은 알레이스터 크로울리로 불리는 그는 영국을 떠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 각국을 돌며, 조금이라도 힘을 가진 오컬트 단체를 모두 파괴하고 있습니다.

고작 1년 만에 유럽의 신비학 정통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아무리 철저히 은신해도 그는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곧장 발견해냅니다. 오직 신대륙과 이슬람 세계로 피신한 일부만이 살아남았죠. 아직 그가 어떤 계획을 꾸리는지는 모릅니다.

한편, 여행 중에 재밌는 사실 하나를 알았습니다.

알프스 산맥에서는 조난당한 등산객의 시체를 지표 삼는데, 몽블랑 산 정상 부근, 오로라가 보이는 비경에 있는 쌍둥이 시체를 두고 사람들은 에드워드라고 부른답니다.

ps. 리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편지를 쓰는 지금 그녀는 벼락치기로 배운 오스만어로 회화해보고픈 충동과 낯가림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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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즈의 편지는 더 오지 않았다.

내가 그의 연락을 기다리길 단념했을 무렵, 세 번째 편지는 아주 긴 간격을 두고 도착했다. 그것은 훗날의 이야기이다.

그 편지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했다.

'아십니까? 악마는 런던 지하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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