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 십이사도 칼리지
...헤롯 왕 치세에 주께서 유대의 베들레헴에서 나시매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예루살렘까지 와서 여쭙되 "유대의 왕으로 나신 분께서는 어디 계시는가? 우린 그분의 별이 뜨는 걸 보고 그분을 경배하러 왔나니."... (마2:1-2)
1897년 12월 24일 새벽.
눈을 뜨자 궁이 소란스러웠다.
밤새 강풍이 불었는지 커튼이 뒤집혀 요이불에는 모래 먼지가 쌓여 있었다. 바깥 하늘에는 여전히 자색 베일에 알알이 금싸라기처럼 별이 박혀 있었다.
의복을 정돈하여 방 밖으로 나오니, 복도에 몇 사람의 시종이 쟁반 가득 과일과 황동 술잔, 그리고 기름을 담은 시종들이 분주했다.
"댓바람부터 뭔 소란인가?"
나는 그중 하나를 잡고 물었다.
"아, 제사장님. 못 들으셨나요?"
"지금 일어난 참이야."
내가 언짢게 답하자, 시종은 부랴부랴 말을 이었다.
"새벽에 멀리 동방에서 귀한 손님들이 찾아오셨어요."
"동방에서? 그분들은 어디 계시지?"
"지금 헤롯 왕을 알현하고... 어머머."
금칠한 궁실 문이 쩍하고 갈라지듯이 열리더니, 안에서는 드문 의복을 입은 외국인 여럿이 걸어나왔다. 연륜이나 태도를 보면 지혜로운 학자 같았다.
"저기, 포도주를."
시종이 쟁반을 들고 다가서자, 학자는 손으로 막았다.
"우리는 곧장 떠날 몸이니, 술은 받지 않겠네. 왕께서 약대 한 필을 빌려주기로 하셨어. 곧장 준비해주겠나?"
기품 있는 말씨였다.
나는 그들이 떠난 뒤에, 헤롯 왕이 거한 궁실에 다가갔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째서."
안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실내에는 헤롯 왕밖에 없을 텐데, 언제나 잔혹하리만치 위풍당당한 그의 목소리와는 반대로 낮고 병든 목소리였다.
나는 안 되는 줄 알면서, 호기심에 압도되어 벽에 귀를 갖다 대었다.
"어째서, 내가 아닌 게냐."
그는 울먹이며, 침통하게 중얼였다.
"왜, 내가 아니라, 예수란 말이냐."
나는 경악했다.
저자가, 당장에라도 죽을 듯이 비리비리한 노인이 진정 헤롯 왕이란 말인가? 솔로몬 이래 가장 위대한 성전의 건축자이자, 모래바람조차 숨죽이는 사막의 정복자가 저리도 여리고 겁 많은 자란 게냐?
나는 배덕하고, 또 두려운 마음에 몸을 휙 돌렸다.
돌담 사이로 뚫린 창문에는 자줏빛 은하수가 흘렀다.
별무리는 언제든 쏟아질 것처럼 출렁거리지만, 나처럼 지혜로운 신학자라면 주께서 두꺼운 궁창으로 나눠놓으신 사실을 안다. 또, 손이라도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인간이 도달하지 못하는 세계인 줄도 안다.
겨울에는 유독 하늘이 가까웠다.
혹자는 생명이 사하는 계절이니, 주께서 데려가기 쉽도록 하늘을 내린다고도 했다. 아니면, 하늘 위의 물마저 얼어서 궁창을 밀어내는 것이라고도 했다.
오랫동안 제사장 신분으로 지내며, 나는 그런 사사로운 해석을 멀리하려 애썼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 마음에도 미혹이 끼었다. 의심을 양분 삼아 싹튼 미혹은 어느덧 마음속 깊이, 은밀하게 뿌리내렸다.
만일 주께서 기계적인 존재가 아니라면, 만일 주께서 선한 존재가 아니라면, 지상이 죽음으로 만연할 때마다 닿지 못할 낙원을 보이면서...
분명, 비웃고 있겠지.
그중 가장 빛나는 별은 예루살렘 성전 위에 떠 있었다.
베들레헴 방향이었다.
나는 눈이 부셔서 잠에서 깨었다.
상반신을 일으키고 둘러보니, 여기는 예루살렘도 아니고, 나는 유대인 제사장도 아니었다. 어찌나 허황한 꿈이었는지 현실로 돌아오는 데만 시간이 한참 걸렸다.
평소라면 잡다한 공상으로 치부했겠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가벼이 넘기기 어려웠다. 나는 눈을 비비며 꿈을 해석하려 했다. 꿈이라곤 해도, 헤롯 왕의 목소리나 얼굴은 어쩐지 낯익은 것이었다.
좀처럼 생각이 응집하질 않았다.
이른 시간에 깨어 잠에 취하기도 했지만, 침대보 위의 불빛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거리의 가로등이라 보기에는 밝았고, 햇빛치고는 음산한 면이 있었다.
나는 기시감에 시계를 봤다.
오전 5시... 이 계절에는 도저히 해가 뜰 시간이 아니었다. 나는 침대에 걸쳐둔 지팡이를 붙잡고 일어나, 비틀대며 창가로 다가갔다.
반쯤 열린 커튼을 걷자, 꿈의 연장이 펼쳐졌다.
가장 빛나는 별은 메시아의 탄생을 기린다.
2천 년 전, 오직 동방 박사밖에 눈치채지 못한 계시였다. 그런 흐릿한 별 아래에서도 예수는 태어났다.
그렇다면, 만약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는, 태양처럼 밝은 샛별 아래에서는 대체 누가 태어날까.
샛별은 서쪽 언덕, 올드코트 대학 위에 떠 있었다.
12월 24일 내내 해가 지질 않았다.
도시 전역에서 소요가 있었고, 폭동으로 여러 명이 죽었지만, 자정 무렵에는 이내 장례식처럼 고요해졌다.
어느 골목에도 한 뼘 그림자가 남지 않게 되자, 모든 가정과 일터에서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며 공명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학장이 승리했다.
이건 그때까지의 경위이다.
그날, 나는 올드코트 대학에 있었다.
지금껏 나의 여정을 함께 해왔다면, 내가 샛별을 목격하고는 곧장 대학으로 향했다는 사실쯤은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믿는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새벽 거리는 백야 현상으로 소란스러웠다.
"심판의 날이 도래했도다! 천년왕국이 치세하리라!"
자칭 예언자가 무분별한 공포를 확산했고, 고조된 시민들은 작은 일로 반목하며 난투극을 벌였다. 전날까지 평화롭던 런던이 거짓말 같았다.
"늦기 전에 회개하라! 회개하라!"
위협적으로 횃불을 휘두르던 광인이 등불파 순경에게 제압되었지만, 이는 국지적인 진압에 불과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모든 소란을 외면하고 거리를 통과했다.
내가 향한 장소는 언덕에는 멀고, 강에는 가까운 장소였다. 큰 배수구가 있는 탓에 다른 장소보다 악취가 심했다. 불 꺼지지 않는 공장에서는 바깥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싱질 소리만 하염없이 이어졌다.
당연하게도, 공장이 최종 목적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관심사는 그 아래였다. 토끼풀십자회에서 이곳의 배수 시설이 올드코트 대학까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쪽도 불안하긴 매한가지였지만, 정면 침투에 한해서는 가능성이 없었다.
완전히 분리된 세 개의 칼리지는 입구 역시 제각기 달리했다. 많지 않은 진입로 중에서 십이사도 칼리지로 이어지는 입구는 하나뿐으로, 평소에는 아예 막혀 있는 외길 터널이었다.
한참 올드코트 대학을 조사하던 때에, 나는 대학으로 들어가는 식료품이나 생필품 따위의 경로를 추적하려 했지만, 십이사도 칼리지에는 유입도, 유출도 없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유일하게 통로가 열릴 때는, 아주 드문 주기로 입학생과 졸업생이 드나들 때뿐으로, 그나마 말이 통하는 제임스 타운 칼리지 졸업생과 달리 이쪽 칼리지에서는 무얼 물어도 함구하고, 때때로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기에 소득은 없었다.
지금까지 십이사도 칼리지 조사에서 아무 수확도 없던 데는 이런 사정이 있었다.
가뜩이나 폐쇄된 대학에서, 그곳은 마치 현실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유별나게 고립되어 있었다.
"하필이면 또 하수도라니."
나는 혼자 투정하며, 구정물이 흐르는 통로를 지났다.
홈즈의 발상이라 했다.
그는 도시 구획도를 조사하여, 거미줄처럼 펼쳐진 런던 하수도 중에 대학을 관통하는 하수도의 상류, 하류의 배설물 농도를 비교 조사했다.
여타 두 칼리지가 그러듯이 십이사도 칼리지에도 약 천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일 거란 그의 추리는 보란 듯이 증명되었다. 그렇게 그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며칠 만에 200년간 고립되었던 칼리지의 출입로를 발견해냈다.
물론, 그가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똥물을 개량하며 고생한 토끼풀십자회 회원들에게는 유감이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하수도는 너무 텅 비어 있었다.
미리 총까지 꺼내 들고 긴장하던 게 민망할 정도로, 나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았다. 사실상 십이사도 칼리지로 이어진 유이한 통로치고는 지나치게 무방비했다.
학장이 놓쳤다면, 지난 두 세기 동안 편집적으로 완벽함에 집착하던 그가 대미에 이르러서 실수한 것이다?
비록 수상하다 해도, 가지 않는 수는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방해받지 않은 건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너무나 손쉽게 대학 시설 안에 잠입했다.
헐겁게 빗장 걸린 하수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자 야외 부지였다. 하늘은 여전히 태양 없이 화창했다.
칼리지는 정적했다.
그건 굴곡 많은 내 인생에서도 손꼽게 기괴한 광경 중 하나였다.
부지 전체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목제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다. 잰듯한 간격이며, 기계로 찍어낸 것처럼 균일한 길이며, 흙이 축축한 게 근래 세워진 게 분명했다.
그중 일부는 부러졌거나, 바닥에 쓰러지기도 했는데, 인위적인 압력을 가한 흔적이 있었다.
그 사이로는 치우지 않은 낙엽이 수북이 쌓여 부식하고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흉물스럽게 시든 야생초가 부스러지며 풍향을 따라 그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러 하지 않던 가정이 떠올랐다.
어쩌면 내가 너무 늦은 게 아닐까.
홈즈는 장미십자회의 비법이 통하지 않는 상황을 우려했다. 인격 면에서는 몰라도, 그의 판단력만은 신뢰할 만했다.
이래저래 사무엘 방문으로부터 반 년이 흐른 지금까지 학생들이 버틸 수 있었을까?
공간 채로 박제된 듯한 여기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은 건물 옆으로 흘러가는 구름이었다.
부스럭, 부스럭.
사각에서 들려온 낙엽 밟는 소리에, 나는 곧장 총구를 옮겼다.
거기에는 초췌한 몰골의 여성이 떨리는 손으로 쓰러진 십자가를 세우는데 몰두하고 있었다. 잔상처 투성이인 손이며, 구정물이 흐르는 얼굴이며 정상처럼은 안 보였다.
비록 마른 볼살과, 푸석푸석해진 산발 머리 때문에 곧바로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진, 자네인가?"
토끼풀십자회의 로렌스 진은 깜짝 놀라서 이쪽을 돌아보더니,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아득한 얼굴로 물었다.
"교수, 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사이, 진이 다짜고짜 다가와서는 내 손을 붙들었다.
"서둘러요, 이쪽으로!"
손아귀 힘이 약해서 뿌리치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나는 순순히 그녀에게 끌려서 건물 쪽으로 달려갔다.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좀 전까지는 없었던 인기척이 사방에서 맹렬히 우리 쪽으로 향했다. 학장의 괴물들이었다.
우리는 가까스로 대학 건물 턱을 지났다.
정문은 철판으로 막혀서 들어갈 수 없었다. 나는 힘으로 밀어낼 셈이었지만, 진은 이제는 안전하다는 듯이 태평하게 말렸다.
"묻고 싶은 게 많겠지만, 일단 안에서 얘기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조악한 바리케이드를 두드렸다.
"나야, 열어줘."
"무슨 일 있었어? 발소리가 많던데."
"교수님이 왔어."
그렇게 말해서야 누가 알아들을까 싶었는데, 그들은 더 묻지도 않고 문을 열어주었다. 안에는 진과 비교해도 못지 않게 깡마른 학생 두 명이 서 있었다.
"진짜다."
"진짜 외다리다."
진과는 달리, 이번에는 진짜 모르는 학생들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날 아는 것처럼 지팡이와 얼굴을 번갈아 보며 자기들끼리 쑥덕거렸다.
"미안, 작업은 다 못했어."
"어쩔 수 없지... 일단 헉슬리한테 가봐."
"고마워. 교수님, 이쪽이에요."
좀 전에 했던 말과 달리, 진은 물을 시간도 주지 않고 척척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원래 이런 성격이었던가, 짧은 시간 사이에 바뀐 것은 외형만이 아닌 듯했다.
내부 상황은 예상처럼 나빴다.
대부분 학생에게선 생기란 느껴지지 않았고, 많은 수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복도 여기저기 웅크려만 있었다.
"심하죠?"
진은 걸으면서 물었다.
"얼마 전까진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무슨 일이 있었지?"
"딱히, 아무것도요."
그녀는 말했다.
"아, 허버트 교수님이다."
"필레몬 허버트다."
일부 학생들은 우리가 지날 때만 고개를 들었는데, 그러고 나면 꼭 내 이름이 들려왔다. 나로서는 그들도 면식 없었다.
"왠지 알아보는 사람이 많군."
나는 낮게 속삭였다.
"저쪽 칼리지에서 교수님은 알게 모르게 유명인이었으니까요."
"그걸로는 설명이 안 돼."
"그리고, 여기서도요."
"무슨 뜻이지?"
"보면 알겠지만, 여기는 고립되었어요. 죽지만 않을 뿐, 살아 있는 것도 아니죠. 희망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대강 짐작은 되었다.
고립된 환경, 개선될 여지가 없는 전황, 거기서 무언가 극적인 존재의 등장으로 모든 게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이 우상을 만들고... 아마 토끼풀십자회의 입김이 들어갔을 테지.
"하지만, 어째서 나였나?"
"뉴먼은 오지 않잖아요."
진은 정색하며 말했다.
"대항책을 모색 중이라더군."
"걔 성격이라면 알아요.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은 걸 보면, 무모한 시도라고 결론지었겠죠. 그러면 시도조차 하지 않을 테고요."
달리 부정할 말은 없었다.
홈즈와 연락 두절이 된 것도 벌써 반년이었다. 그가 어디선가 대책을 찾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하지 않지만, 반대로 찾아낼 때까지 오지 않으리란 것도 확신했다.
"그러니까."
진은 애매하게 문장을 끊었다. 그녀에겐 한때 내가 감탄했던 언변이 없었다. 대신 공허한 정적만 남았다.
나는 더 듣고 싶지 않았기에 말 돌렸다.
"여러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네."
"뭔데요?"
"우선, 여기 있는 학생의 수라든지."
"1054명이요. 예전에 집계하고, 아직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까 정확해요."
그녀는 쉽게 답했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예전이라면, 언제 말인가."
"시간으로는... 반년 전쯤이요."
내 안의 의문이 더더욱 커졌다.
"반년 동안 여기 갇혀 있는 동안, 아무도 죽지 않았다니. 그저 갇혀 있는 것도 아니고, 학장의 안뜰에서 농성하고 있던 게 아닌가?"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저희도 처음에는 의아하게 여겼어요. 하지만, 이 건물에는 학장의 괴물도 들어오지 못해요."
"어떻게 그러지?"
"십이사도 칼리지는 오랫동안 항전을 준비했어요. 식량도 자급자족하고, 빗물을 정수해서 쓰고, 재활용 체계로 불편하긴 하지만 생필품도 수급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에요. 약이라든지... 그런 경우가 아니고선요. 그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세뇌에 저항하는 명상법을 익힌 것처럼, 여기서는 학장의 힘을 쫓아내는 기술을 연구했죠."
얼핏 듣기에는 그럴싸했지만, 곱씹을수록 의아했다.
올드코트 대학은 이름 그대로 학장의 안뜰이다. 그가 가진 힘의 근원지에서, 그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장소가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수상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학장은 그런 속임수에 능통했다. 나는 그가 몇 달 동안 대책 없이 손 놓고 있었다기보다, 이미 여기 학생 전원이 세뇌되어 있다는 게 현실성 있다고 여겼다.
나는 각오를 다졌다. 여차하면 진을 쏠 준비까지 마쳤다.
"믿기 힘든 이야기죠."
진은 내 의심을 알아챈 것처럼 말했다.
"우선 헉슬리 씨를 만나주세요. 그러면 전부 이해할 거에요."
"아까도 들었지만, 헉슬리?"
내가 되묻자, 그녀는 안다는 듯이 낮게 웃었다.
"그 헉슬리 말고요."
"그러면?"
"십이사도 칼리지의 학장 대리, 데이비드 헉슬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