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200화 (200/232)

§200. 지혜

할렐루야, 할렐루야....

천장이 높다. 햇살에 비친 스테인드글라스가 황홀하게 빛났고, 석회암 바닥에는 금분이 흩뿌려진 듯이 반짝거렸다.

웅장한 기둥 사이로는 작은 인간만이 있었다. 좌우로 늘어진 고금의 성인들이 영원토록 변치 않을 냉정한 눈으로 나를 잣대질하고 있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이었다. 매일 밤 보았던 꿈의 계속이었다.

"하늘에 계신 나의 주."

저기 초라한 노인의 몰골을 보라. 그는 진정 섭리를 깨달은 자이다. 꽃은 피는 순간 저물어가는 것임을, 영원한 정오는 없다는 것을!

"나의 아버지."

멀찍이서 들리는 낮은 찬송가를 등진 그는 볼품없는 부랑자이기도 했고, 진리를 깨친 현자이기도 했다.

"하늘에 계신 나의 주."

노인은 영원처럼 느리게 걸었다.

"나의 아버지."

햇살이 그의 몸을 덥히며, 차게 식은 피가 다시 돌게끔 했다.

"나의 신이시여."

숱하게 들은 기도문이었다. 나는 이미 그 내용을 모두 알았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노인의 기도를 덮듯이 찬송가 소리가 점점 커졌다.

"키리에 엘레이손."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크리스테 엘레이손."

그리스도여, 불쌍히 여기소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키리에 엘레이손."

주여, 주여!

할 렐 루 야 할 렐 루 야

노인이 검은 묘비 위로 무릎 꿇었다. 둔탁한 충격음이 천장에 튕겨 몇 번이고 메아리쳤다.

거기에는 이리 적혀 있었다.

────────────────

HIC DEPOSITUM EST

QUOD MORTALE FUIT

ISSACI NEWTONI

여기 아이작 뉴턴이라는

인간이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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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거기 계시옵나이까?"

노인은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쭈글쭈글한 눈꺼풀이 힘겹게 안구를 덮었다. 눈을 감는 것조차 버거워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우리를 굽어살피며 가엾이 여기시옵나이까? 혹여 그리하시면 부디 여기 길 잃은 어린 양을 불쌍히 여겨 목자를 보내 주십소서. 그것이 어렵다면 한 줄기 계시라도 은혜주소서."

이 순간, 그는 신의 존재를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성당 바닥의 빛과 기둥이 만든 그림자, 지저귀는 새 소리와 돌에 묻은 내음, 모두 주님의 기적이다.

"부디, 부디, 내리소서."

노인은 흐느껴 울었다. 그저 두려워 떠는, 한없이 작은 인간이다.

"내리소서, 내리소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노인은 간절하게 눈을 떴다.

은혜로운 기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잠시나마 거룩했던 햇빛은 구름 장막에 가려졌다. 은총이라 믿은 광채, 향, 음성, 만물, 천체의 이동, 우주의 법칙, 만유인력은 일개 자연현상으로 화했다.

나지막이 들려오던 찬송가가 끊겼다. 음정 실수를 꾸짖는 성가대장의 고성이 낮게 울렸다.

노인은 고요하게 진리와 접했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울하게 축 늘어진 눈주름, 무기력에 사로잡혔던 두 눈에 원망이 깃들었다.

"주여, 만일 당신께서 거기 계시지 않다면."

두 천 년간 인류를 속여온 장대한 거짓말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이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그 하늘을 내놓아라."

두려웠기에.

그날 케이시 오' 제럴드는 승천을 다짐했다.

나는 바위틈에서 깨어났다.

시야가 흐리고, 머리가 몽롱했다. 몸이 들썩일 때마다 눈앞에 모래 줄기 같은 게 흘러내렸는데, 그게 실재하는지 아니면 환시인지 헷갈렸다.

"진? 해리스?"

대답은 없었다.

"제발."

속적없게도 나는 둘이 죽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설령 아직 목숨이 붙어 있대도, 이런 몸 상태로는 구하기도, 치료받을 장소까지 구출하기도 불가능했다.

다행히 나는 지인의 죽음에 익숙했다. 슬픔보다 앞서 움직이는 법도 알았고, 무기력에 짓눌리지 않는 법도 알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 재능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지랄, 염병...."

나는 몸을 짓누르고 있던 바위를 치워냈다. 내가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저들이 운 나빴는지, 파묻힌 건물에도 운신할 공간은 제법 있었다.

케이시 오' 제럴드는 승리했다.

하지만, 나는 그걸 되돌릴 방법을 알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면 된다.

나는 품 안의 권총이 무사한지 점검했다.

건물이 다시금 흔들렸다. 추락은 멈췄지만, 지반은 여전히 불안정했다. 서둘러 탈출하지 않으면 이번에야말로 생매장될지 몰랐다.

나는 반쯤 갈라진 천장 틈새로 비치는 하늘을 봤다. 샛별은 더욱 광채를 발해, 이제는 거의 태양에 비할 바 없는 광구가 되었다.

그리고, 바닥을 내려다봤다.

나는 휘청거리면서도 계단을 내려갔다.

헉슬리는 몇 가지 실수를 범했다.

그는 학장이 상승하리라 믿었다. 나도 비슷한 우를 범했었다. 처음 대학에 왔을 적에, 아일랜드 성인의 탑 옥상에서 천사처럼 창공을 비행하는 학장을 목격했다.

하지만, 그 반대였다.

비상에는 추락이 따른다. 소녀 앨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높이 날기 위해서는 깊은 추락이 필요했다.

런던이 불타고, 앨리스가 떨어진 그날, 추락하는 태양을 보았다. 하얀 깃털이 핏물에 젖어 흩날렸고, 갈고리로 뜯겨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육편으로 화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그게 케이시 오' 제럴드의 유해란 사실을 알았다.

노란 외벽 회사, 그리고 에드워드는 학장을 죽이기 위한 방법을 알았다. 그들은 천사를 쏴죽일 뿐만 아니라, 수십 발의 폭탄으로 탑을 무너트렸다.

무너진 아일랜드 성인의 탑 지하에는 인위적인 공동이 있었다. 거기가 학장 본신이 거해 있는 장소임이 분명했다.

학장은 언제나 가장 낮은 장소에 있었다.

나는 계속 하강했다.

헉슬리가 잘못 판단했을지언정, 지하로 파고든 것만은 올바른 행동이었다. 건물이 추락한 지금, 그 격차는 더욱 좁아졌다.

나는 어디엔가 아일랜드 성인의 탑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으리라 확신했다.

무엇보다, 바람이 통했다. 지하로 내려와도 산소 역시 부족하지 않았다. 분명 이 길이 어딘가 외부에 닿은 장소로 이어진 게 분명했다.

앞서 말했듯이 건물 기둥이나 벽이 붕괴를 막아준 덕에 공간 자체는 제법 넓었다. 다리가 부자유스러운 나조차 다닐 만했다.

하지만, 아무도 살아 있지 않았다.

마치 돌과 바위가 자기 의지로 사람을 덮친 것마냥, 건물의 모든 학생이 무참히 으깨진 채로 발견되었다. 나는 헛된 희망을 품고 하나씩 확인했지만, 살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 층에 이르렀을 때, 이미 속으로는 반쯤 체념했다.

그나마 건물 형체라도 분명했던 위쪽과는 달리 마지막 층은 아무 규칙성 없이 헤집어진 상태였다. 무너지는 순간까지 일하던 학생들이 있었는지, 여기서는 피 냄새가 진동했다.

거기서 내가 돌아가지 않은 건, 순전히 몸에 익은 버릇 덕분이었다.

나는 고민하면서도 무작정 걸었고, 어느 지점을 통과하자 강한 외풍이 얼굴에 닿았다. 바람이 불어온 방면 잔해를 치워내자, 길게 갈라진 균열이 나 있었다.

우연처럼 보이진 않았다.

잠깐 살펴보니, 안으로는 십이사도 칼리지 대학 건물과는 별도의 공간이 넓게 나 있었다. 나는 균열 너머로 기어들어 갔다.

길고 비탈진 복도였다.

나는 잠깐 둘러보고 곧장 구조를 이해했다. 전에도 이와 비슷한 장소를 두어 번 방문한 적 있었다. 론디니움, 그리고 뇌수술동 말이다.

런던에서는 모두 돌면서 하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밑에서 불빛을 발견했다.

등불과는 달리 푸르고 멀리 뻗는 빛이었다.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뒀던 나였지만, 역시나 광원의 실체를 목격하고는 당황을 감출 수 없었다.

창문, 그건 창문이었다.

어째서 이런 지하에 창을 냈는지, 그리고 어디서 저런 화창한 빛이 들어오는지 이해되질 않았다.

이 표현이 정확한지 모르지만, 나는 창가에 다가갔다.

창 너머에는 지중해풍의 온화한 날씨와 함께 파란 숲이 펼쳐져 있었다. 저 너머와 지하는 분명 별도의 세계였다. 꼭 꿈꾸는 듯했다.

어딘가 낯이 익어, 어느 장소인지 관찰하던 와중, 여러 인물이 나타났다. 그들은 구보로 거친 숲길을 뛰었다.

나는 그중 하나를 아주 잘 알았다.

나 말이다.

젊은 시절의 나는 한참 씻지 못해서 땟물 자국이 흥건했고, 사나운 눈에는 시퍼런 독기가 흘렀다. 상처 난 손으로는 소총을 손가락이 창백해질 정도로 꽉 쥐고 있었다.

나는 저곳을 알았다. 언제인지도 알았다. 그리고, 내 심장이 거칠게 뛰는 것도, 숨결이 거칠어짐도 알았다.

1880년 가을, 지중해, 사르데냐 섬.

"비바 이탈리아!"

기습이었다.

수풀에서 이탈리아 군복의 청년들이 뛰쳐나왔다. 이를 악 물은 청년들 눈에는 혼란과 공포가 가득했다. 일제 사격은 대부분 빗나갔으며, 반쯤 패닉 상태로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서로 총격은 처음 주고받은 것이 끝으로 지근거리였던 만큼 육탄전이 주가 되었다.

나는 이 전투를 기억했다.

1880년 여름을 견딘 우리는 잔인했고, 이탈리아군 역시 보복주의로 무장하여 포로나 항복의 개념은 없었다. 우리는 마주치는 즉시 치열하게 싸웠고, 사르데냐 섬은 그 어느 전선보다 사망률이 높아졌다. 그 시작을 알리는 전투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날 나의 소대원은 전멸했다.

나는 전투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세 명을 죽였고, 항복하려 한 마지막 적군까지 죽였다. 이후 나는 섬 곳곳에 흩어진 영국군 소대를 찾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싸워댔지만, 전쟁이 끝날 때까지 부질없이 살아남았다.

"비바 이탈리아! 비바 이탈리아!"

시끄럽게 떠들었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전황은 내 기억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눈먼 총에 맞은 안토니가 바닥에 쓰러졌다.

우리 중 아무도 그를 돌보지 않았다. 훈련받은 내용은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다들 그렇게 했다. 반면, 적은 미숙했다.

총검으로 견제도 하지 않고, 우직하게 노리쇠를 당기는 적을 군화로 차고 베었다. 나는 이걸로 적이 와해하길 바랐지만, 적군은 뒤늦게나마 사태 파악을 하고 총검으로 응수했다. 칼침을 맞은 쟝이 악 소리를 내며 피 뿜었다.

전부 잊은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다.

지금도 모두 기억했다. 바닥을 구르며 맛본 흙모래며, 울며 용서비는 아이를 때려죽인 것이며, 시체를 수습하려니 눈깔에 붙어서 산란하고 있던 검정파리까지 아직 생생했다.

그때, 창 안에서 내 기억과 다른 일이 일어났다.

이탈리아 병사 한 명이 엉엉 울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거친 숨을 쉬며 대치하던 우리 시선이 모두 한곳으로 쏠렸다.

놈들끼리 뭔가 시끄럽게 떠들었고, 그동안 우리는 지금 덮쳐야는지 어떤지 눈치만 봤다. 대치가 길어지자 병사들의 눈이 풀렸다. 흥분이 가시며 급격한 피로가 몰려오는 것이다.

서로 싸우기 싫다는 의사가 전해졌는지, 내 소대원들이 조심스럽게 쓰러진 쟝과 안토니를 수습했다. 저들도 똑같이 행동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기를 놓지 않은 어색한 소강상태였다.

창 안의 젊은 내가 그들에게 다가섰다. 그 광경을, 나는 빨려 들어갈듯이 지켜봤다. 어느샌가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누가 대장이지?"

나는 이탈리아군이 경계하자 아예 무기를 내려놓았다.

"캡틴, 캐피탄?"

"카피탄?"

"그래, 카피탄, 카피탄."

그러자 이탈리아 장교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지금 내 나이쯤 되어 보이는 중년이었다. 분명, 군인이 아니었겠지.

창문 속의 내가 양쪽 부상자를 가리키자, 상대는 성큼 끄덕였다.

"무슨 속셈이냐!"

나는 참지 못하고 창문에서 떨어졌다.

"헛된 환상을 보이는 것은 관둬라!"

주먹으로 창문을 내리치자, 유리창이 산산이 깨졌다. 파편이 장갑을 뚫고 피가 흘렀지만, 전혀 아프질 않았다.

"그때는 왜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요."

나는 깜짝 놀라서 뒤돌아봤다.

어둠 속에서 한 노인이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를 알았다. 다름 아닌 내가 직접 미간에 납탄을 꽂아넣은 작자이니까.

이름은 아폴로 그레고리오스 칼라스, 내 전임자이자 성 헨리 8세 칼리지의 학장 대리였다.

내가 뭐라 하기 전에, 그의 뒤로 무언가 하얀 형체가 벽과 벽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꼭 천사를 닮은 형상이었다.

"학장님이십니다."

칼라스는 보지도 않고 설명했다.

"그분께서 대의를 품었을 때, 남은 수명이 길지 않았기에... 그분께선 바깥 힘을 빌렸습니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는 별, 우주, 혹은 태평양이라 불린 힘입니다. 대가는 처참했습니다. 그분께서는 몸이 아닌 영혼으로 움직이는 방법부터 익혀야 했습니다. 그건 아주... 아주, 오래 걸렸죠. 소중한 뉴턴의 유산을 도둑맞을 만큼이나."

그의 미간에는 구멍 난 흉터가 있었다.

"너는 가짜로군."

"그렇다 한들 바뀌는 게 있습니까?"

나는 고민했지만, 그가 옳았다. 그가 진짜이건 아니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다시 돌아가, 사람은 어째서 살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가, 미워하기보다 용서하는데 더욱 큰 용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깨진 유리 파편을 밟자,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일찍이 주께서는 계명을 내리셨습니다. 사람은 모두 그걸 지키기만 하면 구원받음에도 누구도 지키지 않습니다. 어째서 그렇겠습니까?"

"하늘에 신이 없는 까닭이다."

나는 답했다.

"신의 말씀을 어겨도 벌 받는 사람이 없고, 지킨다고 복 받는 사람도 없다. 이렇듯이 선악이 가치 없는데, 수천 년 전의 낡은 계명으로 선악을 가리려는 시도 자체가 덧없다."

나는 짜증이 나서 외쳤다.

"망령된 소리로 날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네 무덤으로 썩 꺼져라!"

눈을 깜빡이자, 칼라스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더욱 하강했다.

그 사이에 열은 더욱 올랐다. 다친 몸으로 무리한 게 잘못된 건지, 아니면 상처가 감염되기라도 한 건지, 후자라면 최악이었다. 어쩌다 살아나간다 해도 이래서야 늦었을지 몰랐다.

몸이 아프니까, 사고도 점점 부정적이 되었다.

처음 우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그게 환청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곧 그게 현실이란 걸 알아차렸다. 아니면... 정교하게 꾸며진 환청이거나.

그는 구석에서 울고 있었다.

웅크린 모습이라도 그가 누군지 알아차리긴 쉬웠다. 그는 뇌수술동에서 보았던 제임스 타운 칼리지의 학장 대리, 범인류라 자칭한 자였다.

"나는 너무 슬프다. 인간은 결국 신을 부정하리라."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

"사람은 반성하지 않는다. 본질이 그런 탓이다. 뇌의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는 탓이다! 나는 인류의 진화를 꿈꿨다. 두피를 벗겨 내, 두개골에 구멍을 내고, 인위적인 수술로 직접적인 인류의 성장을 꾀했다. 그러지 않고는 극복하지 못할 한계란 말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내게 매달렸다. 분명 허상이라 생각하건만, 다리에는 묵직한 질량이 느껴졌다.

"이게 그 잘난 학장의 방위선인가? 유치한 인형 놀이로 시간 끌기?"

내 비아냥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울부짖었다.

"신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라, 도덕 없는 세계를 상상하라! 선에는 가치가 없고, 죄인이 부끄러움을 모르며 살아가는 혼돈, 무질서 팽배한 아비규환을 보아라!"

나는 그를 걷어차듯이 떨쳐냈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내게는 도덕이 있다. 권위에도 지지 않는 양심이 있다. 나는 신앙 없이도 죄짓지 않을 만큼 용감하며 현명하다! 그러니 꺼져라!"

범인류는 바닥을 뒹굴다가,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계속 나아갔다.

다음 인물에 대해선 이미 짐작했기에,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대신에 서로 말 못하도록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헉슬리."

"장군이라 불러주진 않겠지."

"결국, 꼼짝없이 당했군."

장군은 쑥스러움을 감추듯이 미소 지었다. 생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던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았네. 일생에 걸쳐, 나는 모든 가치가 측정 가능하다고 믿었지.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

"학장의 주특기야. 그는 번드르르한 말로 꼬드기지."

나는 그가 살았는지, 아니면 이미 죽었는지 혼란스러웠다. 학장이 연달아 보여주는 환상은 너무나도 현실 같아서 구분이 어려웠다.

그런 만큼, 나는 여차하면 쏠 준비를 했다.

"그러지 말고 들어주게. 선악이란 대체 뭔가? 양심적인 인물이 평생 악행을 멀리하고, 선행만 하며 살려 해도 그 기준은 무엇인가?"

헉슬리의 질문은 난해했다.

"가령 내가 악한 의도 없이 저지른 일로 누가 해를 당했다 치세. 그러면 그건 악행인가? 아니면 내 무구함을 핑계로 피해자가 있음에도 무죄한가? 반대로, 내가 명백한 악의로 행동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지 아무도 해 입지 않았다면 그건 악행이 아닌가? 아니면 아무도 피해도 없었음에도 내 악의를 이유로 악행이 되는가?"

세 번째가 되니 명확해졌다.

그는 내게 선악에 대한 오랜 철학적 난제를 던지고 있었다. 출제자도, 행위도 명백했지만, 도무지 이런 질문을 거듭하는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또, 의도 자체의 선악은 어찌 구분하는가. 선의는 무엇이고, 악의는 무엇인가. 제도화된 공동체 법이 기준이라면, 내가 프랑스 법을 어겼으나 그게 영국 법에 접촉되지 않으면, 나는 프랑스에서는 악인이고, 영국에서는 악인이 아닌가? 나 자신이 악하다고 확신하고 한 일이라도, 법망에만 걸리지 않으면 모두 무고한 일인가?"

나는 점점 이 상황이 마음 들지 않았다.

"아아, 이제는 모르겠다. 앎은 죄악이고, 고찰은 그보다 큰 죄요...."

헉슬리는 대답도 듣지 않고 홀로 고뇌하다가, 결국 사라졌다.

문답의 의도는 무엇인지, 헉슬리의 질문에 뭐라 답하는 게 옳았는지, 아무리 고민해도 해답이 나오지 않았기에, 나는 현실적으로 행동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계속 걸어 내려갔다.

마침내 복도 끝이 드러났다.

끝에는 문 없는 방이 있었다. 나는 내려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장전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맞게 왔다면, 저 안에 그가 있다. 18세기의 망령, 200년 망념의 집합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

초인, 케이시 오' 제럴드.

나는 천천히 내려갔다. 서서히 방의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실내는 살풍경할 정도로 공허했다. 오로지 연식을 알 수 없는 먼지만 쌓여 있었다.

방 가장자리에는 소박한 민무늬 태피스트리가 둘려 있었다. 그리 생각했는데, 천장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에도 지지 않게 높았기에, 태피스트리도 그만큼 길고 넓었다.

나는 실내로 들어가는 순간, 생물의 장기를 밟은듯한 감각을 느꼈다. 생리현상으로 발하는 열처럼 따뜻하면서 역한 온기가 느껴졌다.

유일한 가구는 방 중앙에 있었다.

불편하게 보이는 로코코 양식의 나무 의자가 바로 그것이었다. 실용적이다 못해 빈궁하게도 느껴지는 검소함이었다. 종교적 화려함을 무기 삼는 그와 같은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면모였다.

"가까이."

그는 거기 앉아 있었다.

"부디, 가까이 오게. 부끄럽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몸이라."

뜻밖에서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멀리서는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안면에는 올드코트 대학 앰블럼이 그려진 천이 덮였고, 그 외 부분은 두꺼운 백색 수도복으로 싸매고 있었다.

그래도 하나 알아낸 것이라면, 그의 체격이 작다는 것이었다. 그가 200년 전의 인물임을 감안해도 그랬다.

나는 그를 쐈다.

총성도 들렸고, 손에도 분명 감각이 있었지만, 그는 피 흘리거나 비명 지르지 않았다. 의복에서 착탄한 부위가 검게 그을리지만 않았더라도 빗맞혔다 생각했을 터였다.

분하게도, 에드워드가 맞았다. 튜더 회장 때처럼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그래, 이게 네 목적이었군."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진짜 신이 되는 것."

"사람은, 쉬이 살인하지 않는다."

케이시 오' 제럴드는 말했다.

"간음하지 않는다. 도둑질하지 않는다. 무엇이 그리하게 하는가? 실재하지 않은 내세와 구원의 약속을 따르는 이유는 뭔가?"

나는 그를 마주 보며 말했다.

"도덕이 있기 때문이다."

"도덕이란, 무엇이지?"

아까와 같은 질문이었다.

내가 대답을 주저하는 사이에, 그는 대신 답했다.

"도덕이란, 개인의 마음에 자리 잡은 신이다."

"불신자 아니셨나?"

"신은, 사회가 주입한 양심으로 존재한다. 양심은, 선악의 잣대로 사람을 선한 신자로 이끈다. 죄인은, 스스로 심판하여 천벌 받는다. 있지 않은 천국을 추구하고, 있지 않은 지옥을 두려워한다."

케이시 오' 제럴드는 말했다.

처음에는 자상하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더니, 끝내는 넓은 실내 전체를 우렁차게 진동했다. 그건 인간의 음성이 아니었다.

"그게, 신이다. 인간이 설계한 도덕률이다."

나는 반박했다.

"그러면 신자는 더 도덕적이고, 불신자는 덜 도덕적인가? 모든 인간에겐 신앙 아닌 양심이 있고, 명문화된 도덕 없이도 선악을 구분하는 능력이 있다."

"그러기에, 나는 인간을 믿기로 한 게야."

거세게 저항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케이시 오' 제럴드는 순순히 수긍했다.

"신의 부재에도 믿음이 선한 것이라면, 실재하는 신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

그는 단언했다.

"나는 인간의 도덕이 되겠다."

그리고, 선언했다.

"실재하는 인간 신으로 선행에는 상을, 악행에는 벌을 내리겠다. 그대들은 이제 판단하지 말라. 대신, 하거나 하지 말라. 순진의 시대가 막 내리고, 지상에는 누구도 무고하지 않으리라. 나는 인류의 방주요, 너는 나의 첫 번째 제자가 되어라. 너 이제 고뇌하지 말라."

선명한 후광이 머리 뒤로 떠올랐다.

"네 죄를 사하노라."

나는, 나는... 토할 것 같았다.

"고작 그깟 이유였나?"

"너는 현명한 자이다. 악한 정념으로 대답을 그르치지 말라. 너는 평생을 죄지은 일로 고뇌하며 살았다. 전쟁으로 살인하고, 악행을 방조하고, 병으로 가족을 물어 죽였으며, 욕심으로 되살려 고통받게 했다. 타인을 구하기 위해 저지른 살생만 몇이며, 큰 뜻으로 저지른 소악은 대체 몇인가. 그럼에도 여전히 총명하며, 고찰을 포기하지 않기에, 네게는 구원받을 자격이 있다."

케이시 오' 제럴드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는 착각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착각하고 있었다.

"이젠 누구도 너처럼 고통받지 않으리라. 너는 그저 내가 짊어진 십자가를 보며, 그저 감사하고 누릴 지어다."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케이시 오' 제럴드는 입맞춤을 기다리는 예수처럼 고조되어 침묵했다. 나는 그의 수도복을 잡아당겼다. 그의 육신이 바닥을 뒹굴었다.

드러난 천 아래에는 백골만이 남아 있었다. 짐작한 대로, 그의 육신은 오래전에 쓸모를 다했다. 이러니 총에 맞아도 무사한 게 당연했다.

"그만둬라."

나는 벽면으로 다가갔다. 역시 대기하고 있었는지, 여기저기서 불가시의 괴물이 나타나서 날 향해 달려왔다.

"의심하지 말라."

"이거다. 이게 너의 실체다."

나는 그들이 닿기 전에, 태피스트리를 힘껏 잡아당겼다.

장막이 걷히고, 그 뒤에 숨겨진 공간이 드러났다. 실내의 역겨운 열원이기도 했다. 길게 늘어진 선반에는 구리선으로 이어진 수백, 수천 개의 수조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수조 안에는 제각기 썩어가는 두뇌가 그만큼 둥둥 떠 있었다.

"누군가는 죄를 지어야 했다. 나는 스스로 희생하였다."

케이시 오' 제럴드는 변명처럼 되뇌었다.

"지혜에는 한도가 있다. 이는 부덕한 까닭 아닌 인류의 종적 한계이다. 승천을 위해서는 인간을 넘어야 했고, 거기에는 응분의 대가가 따랐다. 나는 그마저 최소화했다. 대학을 지어, 저들이 충분한 지혜를 기르도록 하였다. 그건 시성이었다."

그는 떳떳하게 말했다.

그건, 꽤 이상한 일이었다. 다름 아닌 케이시 오' 제럴드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이기 때문이다.

지혜는 불가시의 적이다.

별빛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직시하는 육감이기도 하며, 미래를 엿보는 통찰력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그는 절대...

확신은 없었으나,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나는 불가시의 괴물이 오기 전에 수조를 떨어트렸다. 뇌가 철퍽이며 쏟아졌다.

"너는 잘못 생각하고 있다.개인의 알량한 신념 따위로 인류를 망치려 들지 말아라."

"네 도덕론 또한 그렇지 않나!"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내게는 자격이 있다. 나는 개인이 아니다. 나는 이 순간에도 삼천 명의 지혜 이상의 존재이다. 또한, 인류 신이기도 하다. 대가와 감사를 바라고 한 일조차 아니다. 너라면 알 것이다. 누군가는 구해야만 한다."

결국, 때가 왔다.

불가시의 괴물은 날 붙잡았고, 한둘이면 몰라도 이들 전체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지금 순간에도 실내에는 계속해 하나씩 들어오고 있었고, 머지않아 홀 전체를 채울 기세였다.

"너에게는 이해를 바랐으나. ... ...이젠 되었다."

사실상 사형 선고였다.

"케이시 오' 제럴드, 네 모습을 봐라! 너는 그저 수천 명을 죽인 학살자다! 자기 죄조차 온전히 평가하지 못하는데, 그런 위선적인 네게는 도덕을 논할 자격이 없다! 더욱이 네가 추구하는 일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

나는 아무것도 당하지 않는 것으로 확신했다.

케이시 오' 제럴드는 논리의 괴물이다. 그는 몇 꺼풀이나 되는 이론으로 무장한 덕에 타인을 해치거나 강압하는 일에도 저항감이 없다.

달리 말하면, 그는 명확하고, 단순한 존재였다. 그에게는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보다는 기계 같았다.

"신이 있기에 도덕이 있다. 도덕이 있기에 질서가 있다."

"나는 사람의 양심을 믿는다."

"인간은 불완전하단 말이다!"

케이시 오' 제럴드는 비명처럼 소리 질렀다.

너무 갑작스러운 탓에, 나조차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음성에는 공간을 감싸던 신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덕은 완성되지 않는다! 특출난 개인이 있을지언정, 사회는 결코 각성하지 않는다! 뉴턴조차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나는 가능하다, 내가 바꾸겠다, 내가 너희를 구하겠다!"

"사람은 생각할 수 있다! 심사숙고하며, 자신을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다!"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

"내가 그러겠다!"

나는 외쳤다.

"나는 결코 내 행위에서 눈 돌리지 않겠다!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평가하며, 반성할 것이다! 오만하지 마라, 인간은 신 없이도 충분히 이성적이다! 누구도 감히 나의 도덕을 대신할 수 없다!"

케이시 오' 제럴드는 침묵했다.

그가 한참 뒤에 내놓은 말은 애원에 가까웠다.

"네가 죽는단 말이다... 그만해라. 지금이라면 사하겠다. 죄를 사하겠노라."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죽여 봐라!"

나는 외쳤다.

"이제야 너는 자기 죄악과 마주했다! 지금껏 네가 맹신해온 가치는 무상했고, 그를 위해 숭고하다고 여긴 희생은 무수한 죄악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같은 죄를 반복하겠다면, 너는 이미 도덕적인 존재마저 아니다! 너는 이미 신은커녕 사람조차 되지 못한 악령이다!"

케이시 오' 제럴드는 헛되게 되뇌었다.

"내가 해야 한다. 나 아니면 누가 한단 말이냐. 내가 너희를 구하겠다! 내가 인류를 구원해야 한단 말이다!"

지혜는 불가시의 적이다.

별빛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직시하는 육감이기도 하며, 미래를 엿보는 통찰력이기도 하다.

"선하고 늙은 신이여, 그대는 이제 필요 없다!"

그리고, 육안으로는 결코 볼 수 없는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힘이기도 하다. 지혜로운 자는 자신을 속이지 못하고, 케이시 오' 제럴드 역시 그렇다.

그는 너무 지혜롭기에, 자기 사상에 더없이 충실했다.

그에게는 초인으로서 200년간 자신이 저지른 죄악을 이해하며 양심에 눌려 압사하거나, 혹은 자신을 지탱해온 논리를 포기하고 미치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

끝이 다가왔다.

케이시 오' 제럴드는 무너졌다. 그릇된 방식으로 인류의 진보를 꿈꿨으며, 그중 누구도 닿지 못한 경지까지 오른 초인은 결코 회복하지 못하리라.

나는 구속에서 풀려났다.

"안 돼, 부수지 마."

그의 저항에는 의지가 담겨 있지 않았다.

"나는 누구보다 지혜로워야 한다. 우리의 꿈은...."

문득, 벽에서 하얀 형체가 나타났다.

좀 전에도 보았던 케이시 오' 제럴드의 영혼이었다. 이제 그것은 찬란하거나, 빛나지도 않았다. 대신 절박하게 부스러지며, 벽면으로 향했다.

그는 비단으로 감싼 용기에 다가가, 조심스레 풀어내고는 나타난 수조를 애틋한 손길로 매만졌다.

"모르겠어요, 제가 뭘 해야 할 지 알려줘요."

수조 안에 든 것은 균체였다. 부패가 심각해서 원형조차 알아볼 수 없었지만, 나는 가까스로 그게 한때 누군가의 뇌였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틀림없이 잘못된 판단이었다.

"뉴턴 씨, 도와줘요, 뉴턴 씨...."

그는 주저 없이 구리선을 이었다.

"아아! 아파, 어째서? 도와줘요, 뉴턴 씨!"

케이시 오' 제럴드는 비명 질렀다.

"뉴턴 씨, 도와줘, 무서워."

그는 아이처럼 흐느꼈다.

"당신 없이도 노력했어요. 힘냈어요. 용기 냈어요. 이제는 한계예요. 너무 어두워요. 당신이 필요해요. 뉴턴 씨, 제발 도와... 더는 아무것도 모르겠어."

2세기 전에 있어야 했던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누구보다 겁 많은 자가, 누구보다 많은 걸 알고 말았기에, 그는 이제 자기 시간조차 아닌 곳에서 길 잃어 죽어갔다.

"무서워, 무서워... 뉴턴 씨...."

나는 갑자기 오한이 들었다.

삼천 개의 뇌가 발하는 열기가 일제히 사라진 것만으로 지하에는 한기가 들어섰다. 케이시 오' 제럴드가 죽은 것이다.

안심할 시간은 없었다.

그가 죽자마자, 천장에서 굉음이 울리더니 벽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이런 형태의 구조물이 버틴 것부터가 부자연스러웠다. 필시 인위적인 힘으로 지탱하던 것이겠지.

때아닌 웃음이 자꾸만 새어 나왔다. 도무지가 우스워서 참기 힘들었다.

"이 봐, 건축에는 소질이 없댔지."

나는 수통을 찾다가, 진작 부어버린 걸 알고는 정색했다. 뭐가 그렇게 웃겼는지 잘 모르게 되었다.

간신히 버티던 벽이 끝내 갈라지며, 일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까는 운이 좋았지만, 이번에는 어려울 테고. 그리고,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빛이 꺼지고, 어둠이 침착했다.

깊고, 정겨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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