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207화 (207/232)

§207. 엽기! 런던에 살인 괴물 나타나다!

6월까지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졌다.

심신 모두 탈진했던 내게는 꼭 필요한 시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한가하게 허송세월했다는 뜻만은 아니었다.

우선 프랑크 저택에도 몇 차례 왕복했다.

주로 남극 탐험 건과, 올드코트 대학 잔해 처리반에 뒷돈을 찔러 얻어낸 '프린키피아 초고' 등을 전하는 일 때문이었다. 그러는 동안 아서는 내가 품은 의심에 대해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대신 그는 내게 요양할 시간을 주려 했고, 연락이 끊긴 사이에 나는 개인적인 뒷조사를 시작했다.

그중 가장 기이했던 사실은 '100년 전 운석 충돌 사건'과 관련되어 있었다.

나는 이 일에 마구스의 협력을 구했다. 미국에서 귀향할 적에 동행했던 이 성실한 천문학자 청년은 마땅치 않아 하면서도 상당한 도움을 줬다.

"그간 수집했던 자료입니다. 국내의 것은 없고, 주로 해외 관측 기록이죠."

"정말 거저 줘도 괜찮나?"

청년은 진절머리 쳤다.

"언젠가 처분하려 했습니다. 저것에 시달리는 일은 이제 족합니다. 이번 건은 제 안에서 끝입니다."

질색하는 모습을 보아 그에게는 도움을 바랄 수 없어 보였다. 이미 그를 끌어들이는 데에 죄책감을 느끼던 참이었기에, 나는 군말 없이 떠났다.

자료 해석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했고, 일은 은밀하게 치러져야만 했다. 그리니치 천문대 사건 이래 런던은 천문학 불모지로 변모했고, 나는 마땅한 조력자를 찾지 못했다.

한편, 내게 천문학 소양은 없어도, 아직 쓸만한 다리 한 짝이 있었다.

어설프게나마 운석 낙하점을 스무 군데가량으로 추려냈고, 그 뒤부터는 무작정 발로 뛰어서 수색했다.

탐문과 문헌 조사 양측을 병행하고 두 달 남짓한 시간이 지나, 나는 운석이 떨어진 마을이 있던 장소와 이름까지 알아냈다.

워켄드(Wikkend), 그 땅은 그렇게 불렸다.

숲 속 공터는 황량했다.

긴 공백기 동안 숲은 인간의 자리를 빠르게 메꿨다. 이제는 작은 풀밭 외에는 아무것도 여기 사람이 살았다고 증언하지 않았다.

처음 마구스에게 들었던 바와는 달리 운석 충돌로 생긴 웅덩이나, 뻘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있는 것이라곤 조용한 초목뿐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간신히 건물이 있던 장소를 하나 발견했다. 자세히 보지 않고는 알지 못할 정도로 깔끔하게 해체되어 있었다.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그 외 누군가 살았으리란 생활감 따윈 전혀 남아 있지도 않았다.

듣지 않았다면 운석 충돌 지점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의문이 점차 증폭했다.

이렇게 말끔하게 마을이 사라질 정도 충격이었다면, 고작 100년 만으로 풍화될 흔적이 아니었다. 반대로 운석 충돌로 마을이 온존했고, 그 후에 떠났을 뿐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폐건물 같은 흔적이 남아 있어야 했다.

어느 쪽이건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그럴 때면 언제나 그렇지만 인위성이 느껴졌다.

"18세기 말엽, 런던 근교에 운석이 충돌한 사건이 있었어."

누군가 내게 일렀다.

"초토화된 지역에는 4명의 신사가 방문했고, 마을과 운석은 모든 역사 기록에서 사라졌어."

이 사건을 기억해, 그녀는 내게 당부했다.

충동이 발작적으로 일어났다. 처음에는 수상한 정도로 여겼던 이번 사건이 모든 악몽의 시작점과 닿았으리란 망상이 꼬리 물었다.

그러고 나면, 주저 없이 행동했다.

우선 나는 주변 지역 유지들과 접선하여, 오래된 향토 기록, 마을의 역사 따위를 적은 책자들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시선이 매서워질 때쯤에 깔끔하게 물러나며 마을을 빠져나왔다.

마땅한 성과는 없었다. 그 이전까지 여기 마을과 교류했던 흔적은 여기저기 있었지만, 운석이 떨어진 전후의 기록만은 부자연스럽게 비어 있었다.

이런 과오를 몇 번 반복하고서는 접근법을 바꿨다.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은 모두 죽었지만, 위켄드 마을 출신의 2대, 3대 후손들은 영국 곳곳에 퍼져 있었다. 나는 그들을 수소문했다.

뜻밖에도 이 일은 어렵지 않았다. 동시에 또 다른 난관, 수수께끼와 마주치게 했다.

마을 해체 이후, 위켄드 출신은 뿔뿔이 흩어져서 저마다 지역에서 재력가로 안착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들 유산 계급은 수상쩍은 동향 집결체로 묶여 있었기에 하나를 찾아내면 곧 나머지도 다 알아낼 수 있었다.

이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한 마을에서 모두가 일제히 겹치지 않고 다른 고장으로 향해, 하나같이 부를 거머쥘 확률이 얼마나 있을까. 게다가 그들은 같은 고향 출신이란 이유만으로 몇 대도록 이어지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기까지 했다.

나는 숱한 경험을 통해 이런 질척한 단결심이 탄생하는 배경을 알았다. 그들은 공범이었다.

운석 충돌 이후 모든 사건이 인위적이었다.

나는 그들을 방문하는 대신에 탐문을 계속했다. 아무리 잘 꾸며놓아도, 사람의 일이라면 뜻하는 대로 통제할 수 없는 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위켄드 동향 헤게모니 바깥에서, 한때는 부유했으나 몰락하고만 위켄드 출신 2세들을 찾아냈다.

지역에서나, 동향 사회에서나, 그들은 진작 소외된 존재였다.

나는 이들에게 푼돈을 쥐여주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물었다. 나는 내 의중을 충분히 잘 숨기고 접근했는데, 어째선지 운석이나 위켄드 마을 화두를 꺼낼 쯤이면, 내가 이걸 물으러 왔다는 사실을 모두 알아채고 말았다. 대단한 경계심이었다.

정보는 불분명하고, 상충하는 점도 많았다. 워낙 오래된 일이고, 애초에 그들은 직접 겪은 세대 또한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여러 경험으로 이런 부류 작업에 익숙했다. 파편화된 정보에는 일종의 경향성이 있었고, 그들 얘기를 종합하면 공통적으로 수렴하는 사실이 있었다.

내가 알아낸 진실은 이랬다.

소문과 달리 운석으로 인한 직접 피해는 낡은 마구간 한 채에 불과했다 했다. 정말 그런지는 몰라도, 운석 충돌의 피해가 작었다는 증언만은 공통적이었다.

실제로 마을이 해체된 것은 그후 반세기 뒤였다. 수상한 방문자들이 마을에 빈번하게 찾아왔고, 그때마다 갑자기 부자가 된 주민이 마을을 떠났다.

거금을 내놓는 조건은 이랬다. 마을에서 떠나, 자신들이 말한 곳에서 살아갈 것, 그리고 위켄드 마을에서의 일과 이번 계약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

그게 전부라고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모든 주민이 마을을 떠났고, 땅은 개인 사유지로 넘어가고 말았다고 했다. 그들은 건물이 모두 철거되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사유지라면, 누구 사유지 말입니까?"

"그게,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어."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모두 두루뭉술하게 유명하다든지, 대단한 사람이었다든지 말했다.

"도움이 못 되어서 미안하네."

"아뇨,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그나저나, 어르신."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거금을 운용하는 수상한 집단, 불분명한 사유지 소재, 수십 년의 기록을 드러내는 비현실적인 규모의 정보 조작... 수십 년 전부터 영국 각지의 향토 자료는 '런던사 기록 회사'에서 독점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노란 외벽 회사 말이다. 나는 이 시점에서 그들 일이라며 멋대로 확신했다.

"정작 떨어졌다는 운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십니까?"

"그야 팔려나갔지. 분명 적힌 게 있었을 텐데. 그래, 여깄네. 분명 달구지를 끌고 온 신사 넷이 10파운드를 주고 사갔지."

그것이 착각이었다.

런던에 돌아오고, 나는 노란 외벽 회사의 감시망을 피해, 해당 지역 부동산 유동에 대해 접근했다.

"큰돈은 아니었군요."

"다들 불길하게 생각했으니까. 창고에 처박아둘 뿐이고, 어떻게든 처분하고 싶었는데 돈까지 준다니까 바로 넘긴 거지."

들은 바처럼 운석이 관측된 시기에서 수십 년 떨어져, 19세기 초입에 위켄드 지역의 부동산이 순차적으로 대거 이동한 일이 있었다.

그후 바뀌지 않던 지주는 1878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바뀌고 지금껏 변하지 않았다.

"어째서입니까?"

"그게, 운석에 글자가 적혀 있었다는 모양이야.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기분 나쁘지."

"어떤 글자였는지 아십니까?"

"분명히 이런 단어였는데... 그래."

현재 위켄드 지역의 소유자는,

"오라클, 분명 그렇게 쓰여 있었지."

아서 프랑크.

한편, 프랑켄슈타인의 재촉과는 달리 남극 원정은 다시 한 번 크게 지연되었다. 섀클턴이 상륙 예정지였던 빙판이 무너졌다며 보고한 것이었다.

덕분에 항로를 재점검할 시간이 필요했고, 섀클턴이 남극에 두어 차례 더 왕복하여 캠프를 완성할 때까지 출항은 유예되었다.

어째선지 이 일은 프랑켄슈타인을 대단히 신경질적으로 만들었다.

심지어 그는 모두의 앞에서 아서와 크게 다투고 잠적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프랑켄슈타인이 학술회에 협력하고 있는 이유가 남극행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다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다행히 발목 잡힌 것은 우리만이 아니었다.

왕립 지리 학회와 왕립 해군 주도의 스콧 탐험대도 쉽사리 출항하지 못하고 있었다. 표면상으로는 기후 악화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후원자인 노란 외벽 회사 내부에서의 분열 때문이었다.

세실 로즈의 드 블랙스톤을 필두로 한 4개사, 소위 '아프리카 파派'는 매일 같이 국회 의사당 앞에서 독단으로라도 출항할 거라며 천명했다.

그 반대파인 '백성 해운' 및 5개사의 '남극 파派'는 팽팽히 맞서며, 런던사 기록 회사의 '더 런던' 일간지로 그를 맹렬히 공격했다.

사실상 하나의 재벌 기업으로 여겨졌던 관리 위원회가 보여주는 집안싸움은 런던 호사가들에게 최고의 화제로 떠올랐고, 이 승부가 어찌 끝맺음이 날지 떠들어댔다.

내게는 퍽 의아한 소문이었는데, 지금껏 상대해온 집단은 모두 하나의 절대자를 구심점으로 하고 있었기에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남극이니, 아프리카니 하는 문제는 그들의 원대한 야망과 부합하는 사업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여하튼, 우리에게는 잘된 일이었다.

왕립 학회와 올드코트 대학, 보편사무국마저 붕괴한 지금, 그들은 런던에서 가장 위협적인 세력임이 분명했고, 그들이 보여주는 취약함에 나는 위안을 받기도 했다.

이쯤이면 내가 지난 다섯 달 동안 어떻게 보냈는지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닥칠 풍파에 대한 예고 또한 되었을 터이다.

런던 음지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분명 종막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건 나와 프랑크 학술회만이 아니라, 내가 지금껏 알고 지낸 모든 주변인에도 크거나 작게 영향을 미쳤다.

보통은 안 좋은 형태로 말이다.

...이건 내가 알고 지낸 한 청년에게 닥친 마지막 사건이다.

앞서 수차례 밝혔듯이, 런던은 괴담을 사랑한다. 모든 그림자 아래에서 저마다 피와 광기를 엿보고, 늦은 밤에 비수처럼 벼린 혀로 남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일을 사랑한다.

1898년 6월 13일, 한 편의 기사가 신문에 대서특필되었다. 입소문을 탄 신문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고, 인쇄소 네 곳이 붙어서 뽑아내도 물량 감당을 하지 못했다.

나는 어렴풋이 들어 어떤 기사인지 알고 있었고, 마리가 기뻐할까 싶어서 저녁쯤에 겨우 한 부를 구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정작 볼 장을 다 본 나는 런던 시민들의 호들갑에 신물이 났고, 영 흥미가 동하지 않아 보지도 않고 마리에게 권했다.

그녀가 비명 지르며 내게 돌아온 건, 그로부터 1시간 후였다.

"무슨 일이야?"

좀처럼 큰 소리를 내지 않는 마리였기에, 나는 깜짝 놀라서 서랍에서 총을 꺼냈다.

"주인님, 이것 좀 보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내가 저녁에 사다 준 신문을 보였다. 나는 기운이 빠져 다시 총을 집어넣었다.

"헷갈리게 만들지 좀 말아."

"뭐가요?"

"항상 말하지만, 이런 건 전부 가짜란 말이야. 애들한테 모범이 되어야지."

나는 시큰둥하게 그녀가 펼친 신문을 내려다봤다.

"살인 괴물... 그래, 별나군."

"그런 시답잖은 소리 하고 계실 때가 아니에요!"

"시답잖다니. 무슨 말버릇이 그래."

"그런 시답잖은 소리요!"

마리는 단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따지고 들었다. 분명 처음 왔을 때는 이러지 않았던 거 같은데, 대체 누구 영향을 받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기사 제목은 이랬다.

『엽기! 런던에 살인 괴물 나타나다!』

부수가 떨어질 때마다 정례로 나타나는 종류의 기사였다. 공포감을 부르는 삽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과도한 시체 묘사....

그게 이번에는 달랐다.

일부러 이빨을 강조한 괴물 삽화가 있을 자리에는 사진이 있었다. 얼마나 급박했는지, 상이 크게 흔들려서 모든 물체가 뿌옇게만 보였다. 기술적으로는 형편없었지만, 도리어 이런 기사에는 더욱 으스스하게 보였다.

삼류 괴담 작가를 시켜 쓴 졸속한 문장이 있을 자리에는 얼추 보아도 정치적인 논조로 적힌 비평문이 있었다. 반복적으로 경찰, 형사, 과잉, 실책, 책임 같은 단어가 나타났다.

그리고, 나는 사진 속 남자의 이름을 알았다.

"그가, 어째서 여깄지?"

살인 괴물의 이름은 피터 윌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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