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6화 산채삼존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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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소도와 적풍걸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람의 털 끝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위치를 알아채지도 못하는 둘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방천은 다시 한번 말을 이었다.
“누굴 노리냐 물었다.”
그제서야 음소도와 적풍걸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위쪽으로 연약한 나뭇가지 위에서 자신들이 예의주시하던 방천이 서 있었다.
이들의 상식으로서는 저런 연약한 나뭇가지에 사람이 서 있을 순 없었다.
이들의 상식을 벗어난다는 것은 자신들보다 최소 몇 수 이상의 고수라는 이야기이다.
음소도와 적풍걸은 곧바로 읍을 해 보이며 예의를 차렸다.
“소인은 녹림의 산채삼존 중 한 명인 암월살검 음소도라 합니다. 실례지만 대협의 별호를 알 수 있을런지요.”
무림에서는 하수가 먼저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고수의 이름을 묻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니 음소도는 먼저 자기소개를 한 것이었다.
하지만 방천이 물은 것은 그들의 이름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하겠다. 누굴 노리고 왔느냐.”
음소도는 그제서야 자신이 잘못 파악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곧바로 실토했다.
“금명하라는 자를 처리하라는 명을 받고 왔습니다.”
음소도는 명령의 비밀을 지키자고 눈앞에 있는 자신보다 몇 수는 족히 넘을 만한 무인을 굳이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음소도가 살수만이 존재하는 집단, 흑도방(黑道房)의 일원도 아닐 뿐더러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는 친구의 비밀도 팔아버릴 수 있는 자였으니 말이다.
이는 대부분의 녹림도들이 똑같았다. 애초에 녹림도가 되는 이들은 정파에 들지 못할 정도로 악명을 쌓은 자들이었으니 말이다.
녹림이 그들의 꿈이거나 녹림에 충성을 바치는 자는 없다. 그저 갈 수 있는 곳이 녹림 뿐이기에 녹림으로 향하는 것일 뿐이다.
방천은 눈앞에 있는 자들을 어찌 처리할지 고민했다.
저들의 눈을 보니 이제 더 이상 복수라고는 조금도 보이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쉽게 보내준다면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으니 맛보기 정도만 보여주고 보낼 생각이다.
“돌아가라.”
“가, 감사합니다. 목숨을 살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음소도는 괜히 늦게 가면 말이 바뀔지도 모르니 빨리 빠져나가기 위해 방천에게 읍을 한 뒤 꽁지 빠지게 도망을 갔다.
하지만 음소도가 3걸음 째를 밟을 때, 방천이 말했다.
“아, 이걸 놓고 가면 안되지.”
방천은 나뭇가지에서 나뭇잎을 2장 때어 기운을 주입시켰다. 그러자 나뭇잎이 단단해지고, 날카로워졌다.
방천은 나뭇잎을 음소도와 적풍걸의 오른손으로 각각 한 장씩을 쏘아 보냈다.
-피융
새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나뭇잎은 음소도와 적풍걸의 오른손을 뚫자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윽···”
“으아아악!!”
손바닥이 뚫어진 적풍걸은 비명을 토해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음소도는 고통스러워하는 기색은 있었지만 자리에 주저앉지 않고 방천에게 읍을 해보였다.
‘겨우 나뭇잎 따위를 이렇게 다룰 수 있다는 것은 필시 화경의 경지를 이뤄낸 무인일 테다.
만약 저 나뭇잎들이 머리를 노렸다면···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다.’
음소도는 빠르게 적풍걸을 일으켜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일 각 정도를 걷고나서 음소도는 걸음을 멈췄다.
-짝
걸음을 멈춘 음소도가 적풍걸의 뺨을 갈겼다. 적풍걸은 자신의 뺨을 잡으며 신음을 참았다.
음소도는 터질 것 같이 핏줄이 선 눈으로 적풍걸을 노려보며 말했다.
“애송이 놈 주위에 저런 무인이 있다는 말을 숨기다니.
네놈이 십팔산채주님을 믿고 날뛴다는 소문을 흘려들었건만 그 말이 사실이었구나.
내 네놈을 지금 당장 쳐 죽여야 분이 풀릴 것이다.”
음소도는 단검이라기에는 길고 장검이라기에는 짧은 검을 뽑아 들고는 적풍걸에게 다가갔다.
식겁한 적풍걸은 살기 위하여 무릎을 꿇고는 연신 머리를 박아대며 사죄했다.
“저는 정말 노인이 저 정도의 무위를 갖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냥 애송이 놈의 몸종인 줄로만 알았는데 제가 저 노인의 무위를 알았다면 어찌 복수를 꿈꿨겠습니까···!
제발 살려만 주십쇼.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 다하겠습니다.”
“변명은 필요 없다. 그냥 죽어라.”
음소도는 적풍걸이고, 뭐고 자신의 손에 구멍이 뚫린 것만 생각하면 당장 눈 앞의 저 덩치 큰 비굴한 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
적풍걸은 음소도의 표정에 자신을 죽이겠다는 분노가 서려 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 때 최근 형한테 들어왔다는 영초를 생각났다.
“아, 형님이 아끼시는 천년삼을 가져다 바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적풍걸의 형. 적거마는 녹림의 십팔산채주로18산채를 총괄하는 자다.
최근에 뭣 모르는 녹림도가 산삼을 찾았다면 적거마에게 바쳐왔는데 그 산삼이 천년삼이었기에 한 달째 천년삼의 처리에 관해 고민중이었다.
적거마가 복용한다면 초절정의 무위를 지닌 자신이 화경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내다 판다면 죽을 때까지 부족한 것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
총채주에게 갖다 바친다면 녹림에서 18산채주의 자리에서 진급할 수도 있다.
어떠한 선택을 해도 적거마에게는 좋은 일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최선의 선택을 위하여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적풍걸이 천년삼을 훔친다면 적거마는 동생이고 뭐고 적풍걸을 죽여버리겠지만 그는 일단 살아남는 것이 먼저이니 일단 뱉고 본 것이다.
음소도는 천년삼을 바친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무인에게 있어서 영약이란 구하고 싶어도 너무도 비싼 값에 거래되기에 웬만한 사람들은 살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다.
음소도는 평생 구하지도 못할 영초를 얻게 된다는 것은 좋았지만 천년삼은 십팔산채주가 그토록 아끼는 것이니 적풍걸이 가져올 수 있는지도 의심되었다.
“확실히 가져올 수 있느냐?”
“물론입니다!”
“그래, 좋다. 내 항상 아끼던 아우이니 이번 한 만 봐주도록 하마. 다음부터는 조심해야 할 것이야.”
“예, 감사합니다! 형님! 다음부터는 더욱 더 조심하겠습니다!”
목숨을 구하게 된 적풍걸의 속은 살았다는 안도감보다 형이 아끼는 물건을 훔치게 된 것에 대한 근심으로 타 들어갔다.
‘두꺼비만도 못한 놈. 형님이 명령할 때는 쉽게 처리할 수 있다며 바로 가자 하더니만 당하니 내 탓으로 돌리는 군.
젠장, 형님의 천년삼을 빼돌리면 이번에는 정말 죽을 수도 있는데···’
근심 걱정이 가득하던 적풍걸에게 한가지 묘수가 생각났다.
‘아! 차라리 형님께 말해 이 놈을 죽여버려야겠다.
형님의 천년삼을 노린다고 전하면 형님께서 알아서 처리하시겠지. 크크크.’
적풍걸은 이런 생각을 해낸 자신의 머리를 칭찬하며 속으로 웃었다.
그 미소가 표정에도 약간 깃드니 음소도로서는 적풍걸이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생겨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라도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이번 일까지 더불어 내 기필코 그 죄를 물을 테니 쓸데없는 생각일랑 하지 말거라.”
음소도는 아끼던 아우라면서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기필코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돌려 말했다.
그런 음소도를 바라보며 적풍걸은 형이 모두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하며 비위를 맞추었다.
“물론입니다. 제가 어찌 암월살검님 앞에서 다른 생각을 하겠습니까?”
적풍걸은 믿음직한 표정을 지으면서 속으로는 딴 생각을 굴렸다.
‘조금만 기다려라. 형님께서 네놈을 벌하실 테니.’
적풍걸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적풍걸의 행동을 적거마가 너그러이 넘어갈 리가 없었다는 것을···
* * * * *
“뭐라!”
큰 덩치를 가진 사내가 흉흉한 기세를 받아내고 있다. 그는 식은 땀을 흘리며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겨우 서 있었다.
그의 앞에는 그보다 3척은 더 되어 키가 10척은 되어 보이는 사내가 있었다.
그런 사내가 뿜어내는 기세는 일류 무인조차도 받아 내기 힘겨워 보였는데 기세를 받아 내고 있는 사내는 덩치만 컸지 무공은 그저 그랬기에 서 있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니깐 네놈의 말은 네놈이 싸 놓은 똥을 내가 처리하라는 말이냐?”
“그, 그렇···”
적거마는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커다란 주먹을 내질렀다. 그의 주먹이 휘둘러지자 망치가 때려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쾅
적거마의 주먹을 맞고 날아간 적풍걸이 벽에 처박혔다.
벽에 처박힌 적풍걸은 덩칫값은 하는지 망치 같은 주먹을 맞았음에도 정신을 잃지 않고, 연신 죄송하다 빌고 있다.
적거마는 그런 적풍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말했다.
“네놈은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만드는구나.
네놈에게 더 이상 바깥으로의 외출을 금한다. 한 발자국이라도 밖으로 나갈 시 네놈의 다리뼈를 산산조각 내어 다리를 못 쓰게 만들어주마.
내게 유일하게 남아있는 혈육임을 감사하라.”
적거마는 그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가 삼채삼존을 만났다.
“암월살검(暗月殺劍), 겸추살귀(鎌錘殺鬼), 다전살퇴(多戰殺槌).
명령을 수행할 준비가 되었느냐?”
자신들의 주인이자, 상급자인 적거마의 말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들이 대답하였다.
“존명.”
적거마는 음소도를 바라보고 말했다.
“암월살검, 네놈은 감히 나의 것을 탐한 죄가 있지만 나와 함께한 세월이 있으니 이번에는 이걸로 참아주마.”
적거마가 주먹을 들어올려 권기를 일으켰다. 초절정의 무인인 그는 주먹에 권기를 담을 수 있는 고수였다.
적거마는 음소도의 복부를 때려 음소도를 날려버렸다.
-우당탕탕
“컥, 커헉···”
음소도는 잠깐동안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경험과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고통을 경험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음소도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 다시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허억, 허억, 십팔산채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만약 다음번에도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그때는 산채삼존이 아니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적거마의 말은 산채삼존의 직위에서 강등 당하거나, 녹림에서 쫓겨난다고 들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 말을 들은 산채삼존 중 그 누구도 그러한 뜻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녹림을 떠나는 방법은 오직 죽음 뿐이었으니 말이다.
사파에게 배신이란 일쌍다반사지만 녹림의 이름을 단 순간부터는 녹림의 식구로 친다.
그러다 보니 총채주 바로 밑의 위치에 있는 십팔산채주의 물건을 노렸음에도 그에 대한 벌로 한 대만을 때린 것은 녹림으로서는 매우 관대한 처사였다.
적거마는 속마음으로는 음소도를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산채삼존은 세 명이 모여 빛을 발하는 특이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절정의 무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개개인의 무력으로는 절정의 무인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한다.
하지만 세 명이 모인다면 초절정의 무인까지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의 협동은 굉장했으니 말이다.
초절정의 무인을 상대할 수 있는 자는 흔하지 않기에 적거마는 음소도를 죽일 수 없었다.
“화경의 노인은 처리할 수 없을 테니 조용히 다가가 애송이만을 죽여라.
정 안되겠다면 몇 명을 붙여줄 테니 네놈들이 화경의 무인을 잠시 상대하는 동안 애송이를 죽이도록 하든지.”
“저희끼리 가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너희끼리 가서 화경의 무인을 당해낼 수 있나?”
“저희가 비록 절정의 무위를 가졌기는 하나, 2명이서도 발을 묶어 두는 정도는 가능할 겁니다.”
“어찌 화경의 무인의 발을 묶어 두는 것이 가능하다는 거지?”
“상회의 동료인 것처럼 속이거나, 2명이 미끼가 되어 그가 이동하는 것을 막을 생각입니다.”
“아무렴, 네들이 알아서 잘하겠지. 나는 네놈들에게 맡길 테니 알아서 잘 처리하라.”
“존명.”
이제는 산채삼존 전체가 움직인다. 셋이 모여 초절정의 무인까지도 상대할 수 있는 이들을 상대로 금명하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