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 15화 뚱땡이의 실체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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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비에서 가장 유명한 객점인 월야객점.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다른 곳과 달리 객점 안에 온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맛으로 최고이진 않지만 숙박으로서는 합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것이다.
월야객점의 온천에 세 명의 사내가 몸을 지지고 있다.
음소도 일행은 아직 해가 지지 않아 손님들이 얼마 없었기에 자신들 밖에 없는 온천을 마음 편히 쓰고 있었다.
오랜만에 몸을 씻는 그들은 이야기의 꽃을 피웠다.
“오랜만에 같이 씻지 않냐?”
“뭐, 그렇지. 녹림에 있었을 때는 잘 씻지 못했으니.”
“크큭, 못 한 거냐, 안 한 거냐.”
“크크크, 겸사겸사지.”
“적구, 너는 그 뚱땡이한테 욕지거리를 뱉으려 하더니 자연스럽게 허리를 굽히더라?”
“돈 많은 놈한테는 언제나 숙여야지.”
“크크. 동감한다.”
둘이 한창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을 때, 편안하게 몸을 지지던 우봉이 말했다.
“그런데 공자님한테는 언제까지 붙어있을 거야?”
우봉의 말에 잠시간 침묵이 맴돌았다.
이들은 일단 금명하의 하인으로 있지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생각은 없다.
분명 그들이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테니 말이다.
그 때, 침묵을 깨고 주적구가 말을 꺼냈다.
“이제 와서 따로 뭘 하기에는 나이를 많이 먹었잖아. 그렇다고 강호에서 통할 만한 고수도 아니고.
그러니 그냥 주점이나 열어서 간간히 먹고 사는 것은 어때?”
“주점?
“그래. 우리 셋이서 주루와 객점을 운영해서 상권을 모두 잡는 거야. 한 명은 술을 팔고, 한 명은 음식을 만들고, 한 명은 숙박을 하는 거야. 어때?”
주적구의 말에 우봉이 환영했다.
“괜찮네. 녹림에 다시 들어가는 것도 무리일 것 같고, 이제 뺏는 것은 그만하고 싶어.”
“그래. 그 말이 맞지.”
“나는 너희들보다 요리를 잘하니 숙수할래.”
“그럼 음소도는?”
주적구와 우봉이 음소도에게 집중하였다.
“난 일단 조금 더 금 공자님을 따라다니려고.”
음소도의 말에 주적구와 우봉이 놀랐다.
“아니, 왜?”
“내가 생각할 때, 금 공자님은 나중에 크게 될 인물인 것 같아 그런다.”
주적구는 음소도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너 천하제일십인이 되는게 그리 쉬운 일인 줄 알아?
천하제일십인은 천하에서 가장 강한 10명이다.
공자님이 아무리 저 나이대에 어울리지 않는 무위를 가졌다지만 그건 너무 과대평가인 것 같은데?”
“나도 그게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금 공자님은 천하제일십인이 아니라도 천하제일백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분을 모시는 것이 어쩌면 내 생에 마지막으로 온 행운이지 않을까 싶다.”
“네가 하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너랑 같이 못 가는 건 아쉽긴 하네.”
“금 공자님을 더 이상 섬기지 않게 됐을 땐 너희들한테 돌아갈게.”
“그래. 네 자리는 남겨 놓으마.”
그렇게 음소도와 주적구, 우봉은 미래에 대한 담소를 나눈 뒤, 방으로 돌아갔다.
바로 밥을 먹으로 가도 됐지만 일단 밥을 먹으러 가기 전에 금명하가 일어나 있다면 같이 밥을 먹어야 할 테니 말이다.
한편, 음소도 일행이 다 씻었을 즈음 잠에서 깬 금명하는 숙취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여기가 어디야···?”
기억을 더듬어 보니 방천이 숙소를 정해주었던 것이 생각났다.
“아, 숙소구나. 우웁.
하···일단 물 좀...”
금명하가 방을 나가 식당을 찾았다. 여기저기를 헤매다 겨우 찾은 식당에는 여러 명이 앉아 대화를 하고 있다.
“일단 지금은 시간이 늦어 포졸들을 데려올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내일 오전까지는 시간을 끌어야만 합니다.”
“그 년은 어떻게 됐지?”
“지하 방에 가둬 뒀습니다.”
“크크, 머리가 좋다고 권한을 좀 줬더니 기어코 선을 넘더구나.
굴러 들어오는 돈도 몰라보는 멍청한 짓을 했으니 곱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다.”
“예, 포졸들이 돌아가면 일을 행하실 수 있도록 내일까지 준비해두겠습니다.”
“전에 넣어 두었던 계집들은 다 처리했나?”
“아직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요새 포졸들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이 심상치 않아 경비가 허술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되도록 빨리 처리하도록. 들키면 꽤 곤란해지니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참, 그들은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나?”
“흠···죽이는 것보다는 산채로 넘기는 것이 훨씬 많이 받을 테니 잠을 재우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것이 좋겠군. 내일 아침까지 일어나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처리해라.”
“예, 알겠습니다. 저는 미혼산(迷魂散)을 가지러 가겠습니다.”
“그래. 저들은 완전히 방심했으니 음식에 넣어도 모를 것이다.”
금명하는 몰래 숨어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듣다 보니 아무래도 저 뚱땡이가 여기에서 가장 높은 자인 것 같은데 그 대화가 여간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지하 방에 가둬뒀다던지, 포졸이라던지, 곱게 내버려두진 못한다던지.
누가봐도 악당들이 할 법한 발언들이었다.
금명하는 식당에 있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자 조용히 빠져나와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는 음소도 일행이 막 씻고 나와 금명하를 찾고 있었다.
금명하를 발견한 음소도가 말을 걸었다.
“공자님, 깨셨습니까? 저희는 방금 목욕을 마치고 왔습니다.
공자님께서도 목욕을 하고 오시지요.”
금명하는 음소도가 지금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음소도에게 귓속말을 해줬다.
“음 노인, 여기 스승님이 정해 준 숙소 맞지?”
“예, 맞습니다.”
“방금 식당에 다녀왔는데 객점 직원들이랑 웬 어린 놈이 우릴 재우고, 포졸들한테 넘길 거라 들었어.”
“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이곳의 주인은 굉장히 품격 있으신 도련님이셨는데요···?”
“품격은 모르겠고, 아무튼 여기 위험하니까 빨리 나가자.”
금명하가 취기가 가시지 않아 이러는 것이라 생각한 음소도가 금명하를 이해시키려 한다.
“하하, 금 공자님께서 잘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 도련님과 대화를 나눠 보시면 아실 겁니다.”
“이런···씨, 내 말을 못 믿겠다는 거야?”
금명하의 반응에 음소도가 당황했다. 금명하가 아무리 어리고, 강호행도 처음이라지만 지금 하는 행동은 진실해 보였다.
자신이 봤을 때는 분명 품격 높은 도련님이었는데 금명하의 반응은 마냥 믿지 않기도 어려웠다.
만약 금명하의 말이 시실이라면 산채삼존이었던 음소도 일행은 모두다 관에 잡혀가는 것이 된다.
음소도는 일단 금명하의 말을 믿어 보기로 했다.
어찌 됐든 금명하는 자신이 모시고 있는 주인이니 말이다.
“금 공자님을 믿겠습니다. 재운다면 먹는 것에 미혼산이라도 넣을 것 같으니 음식은 밖에서 먹고 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저기 두 명한테도 설명 잘 해주고 밖으로 나가서 먹고 오자.
아니, 잠깐만. 우리가 밖에서 먹고 온다고 하면 저놈들 눈치채지 않을까?”
“흠···그렇다면 오늘 하루만 굶도록 하죠.
나중에 방 대인께서 오실 테니 방 대인께 조언을 구하시죠.”
“그래, 그렇게 하자.”
“알겠습니다.”
음소도가 주적구와 우봉에게로 가 상황을 설명했다.
그들도 그 도련님을 같이 봤기에 지금 상황을 믿지 못했지만 주인이 그리 말하니 일단 그것을 따를 뿐이었다.
* * * * *
방천이 혼자 따로 볼 일을 보러 간 곳은 합비를 넘어간 곳에 있는 장봉시였다.
이곳에는 무당파의 분타가 있기에 방천이 점검차 방문한 것이었다.
“어이쿠, 오신다는 소문은 못 들었습니다만 이곳에는 어인 일로 오셨는지요?”
분타의 주인인 분타주라면 장로보다 직급이 낮을 수밖에 없다.
헌데 분타주는 어느 누가보더라도 예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
방천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할 말을 했다.
“장로가 되어서 근처에 왔는데 어찌 들리지 않을 수가 있겠소.”
“하하, 맞지요. 장로님이시지요. 그래, 마음껏 둘러보다 가십시오. 저는 바쁜 일이 있어 이만.”
분타주는 방천에게 인사도 하지 않은 채 그냥 가버렸다.
분타주에게는 바쁜 일도 없었고, 시간도 많았다. 그럼에도 분타주는 그냥 가버린 것이다.
방천은 그저 씁쓸한 얼굴로 그걸 바라보다가 열심히 분타를 둘러본 후 합비로 돌아갔다.
방천이 무당파의 장로임에도 천한 대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방천의 모습은 그저 의문만을 남길 뿐이었다.
* * * * *
금명하 일행이 방에서만 대기하고 있자 객점의 직원이 방 문을 두들긴다.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그러자 음소도가 방 문을 열고 대답했다.
“오늘은 별로 배가 고프지 않으니 내일 식사를 하면 좋겠다.”
음소도가 거절했지만 직원은 한번 더 식사를 권유했다.
“저희 객점의 음식은 꽤나 괜찮으니 맛이라도 보시지요.”
“아니, 내일 먹도록 하마.”
음소도가 다시 한번 거절하니 직원은 더 이상 권유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직원이 물러나고 음소도는 저녁을 먹지 않겠다 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직원을 보며 아직도 금명하의 말이 맞는 것인지 헷갈렸다.
“금 공자님, 직원에게 말하고 왔습니다.”
“그래, 잘했어. 일단 오늘 저녁까지는 시간을 번 셈인데 돌아가면서 보초를 서 봐.
에휴, 쉬러 와서 이게 무슨 꼴이람.”
“저희끼리 보초를 설 테니 금 공자님께서는 쉬고 계십쇼.”
“그래, 아직도 속이 울렁거려서 뭘 하지도 못하겠네. 잘 부탁해.”
“알겠습니다.”
한편, 식당에서는 뚱땡이가 인상을 구긴 얼굴로 직원들에게 화를 내고 있다.
“안 먹겠다면 네 년이 알아서 잘 유도했어야지!”
“죄, 죄송합니다···”
“됐다! 이 년도 지하 방에 가둬 버려라.
에잇, 쓸모 없는 년! 어떻게 된 것이 인재가 없단 말이냐! 인재가!”
직원이 끌려가며 살려달라 소리치려 하지만 끌고가는 사람들은 입을 막아버렸다.
직원이 아등바등 해보지만 건장한 사내 둘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직원이 끌려가고 다른 직원이 뚱땡이에게 말한다.
“주인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들이 저희 객점에서 묵고 가기로 한 이상 아침까지는 저희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아침을 먹을 때를 노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는 것이 낫겠구나. 괜히 밤에 노렸다가 한 명이라도 도망친다면 찾기 힘드니 꼼꼼하게 감시하고, 미혼산은 아침에 타도록 하지.
참, 그러고 보니 일행이 더 있다고 했었는데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느냐?”
“예, 그렇습니다. 아마 내일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일행이 올 때까진 아직 시간이 있으니 내일 아침에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으로 한다.”
뚱땡이가 자리를 뜨고 직원들은 차려져 있는 음식들을 모두 버렸다.
모든 음식에 미혼산이 들어 있으니 금명하 일행이 먹지 않는다면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금명하의 판단은 옳았다. 만약 금명하 일행이 다른 곳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면 이들은 금명하가 눈치챈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만약 밥을 먹지 않겠다 했다면 그들은 현상금을 타기 위해 어떻게든 오늘 저녁에 금명하 일행을 처리하려 했을 것이다.
못 잡을 바에야 죽여서 시체 값이라도 받는 것이 나을 테니 말이다.
음소도 일행은 일단 금명하의 말을 따르고는 있지만 아직 금명하가 못 미더웠다.
나이가 어린데다 강호도 처음 나온 것이니 못 미더운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금명하 덕분에 이들이 목숨이 살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지금 당장은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