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34화 전리품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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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명하 일행은 자신들만 챙기면 됐지만, 금의위의 시체는 묻어주고, 남궁세가의 시체들은 모두 챙겨 마차에 실었다.
이곳에서 죽은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모두 남궁적과 남궁연을 따라와 죽은 것이니 그들의 가족에게 시체를 보내주고,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죽은 이들에 대한 예의이니 말이다.
금명하 일행은 침중한 얼굴로 산동성의 성도, 제남시로 향했다.
금명하의 복부에는 구멍이 뚫렸고, 방천은 음소도가 기운을 나눠주었음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이들이 마교의 물건을 얻었다고 좋아할 수는 없었다.
제남시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제남시에 도착하기 하루 전날에 이 일이 일어났기에 금명하 일행은 쉬지 않고 달려 당일 밤에 제남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금명하와 방천의 치료가 시급했기에 이들은 먼저 의원으로 향했다.
늦은 밤이라 의원이 닫혀 있었지만 환자들의 상태를 본 의원은 그들을 안으로 들여 치료해 주었다.
다음날이 되고, 금명하는 걸어 다니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초절정을 이룬 무인의 육체이다. 초절정의 육체는 웬만한 상처는 며칠밤이면 회복할 수 있다.
금명하는 배에 구멍이 뚫리고, 내공이 바닥난 정도가 다였지만, 방천의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기에 아직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금명하 일행은 방천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일단 의원에서 묵기로 결정했다.
금명하가 환자들이 모여 있는 병실을 빠져나와 밖으로 나가니 음소도가 명상을 하고 있다.
“음 노인, 누님이랑 다른 사람들은?”
금명하의 말에 음소도가 명상에서 깨어나 말한다.
“금 공자님, 일어나셨군요. 다른 사람들은 남궁세가의 무인들의 처리를 위하여 다른 곳에 다녀온다 하였습니다.”
“그래? 그보다 옆에 있는 꼬맹이는 뭔데?”
금명하의 말대로 음소도의 옆에는 아이 하나가 있었다.
음소도는 여태껏 금명하와 다녔기에 아이가 있을 리도 없고, 아이가 음소도를 닮지도 않았기에 음소도의 아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
“기억나지 않으시는 겁니까? 금의위가 이 아이를 맡기고 떠났습니다.”
금명하는 금의위가 물건을 맡길 당시에 배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 때문에 대화에 집중을 못했었다.
음소도의 말을 들으니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도 같다.
“그···마교의 아이?”
그 순간 음소도가 다급하게 금명하의 입을 틀어 막았다.
“조심 좀 하십시오! 여기는 정파의 영역입니다. 주변에 정파의 무인들이 득실득실할 텐데 누가 알기라도 한다면 큰일날 겁니다.”
금명하는 신경질적으로 음소도의 손을 치우며 말했다.
“아, 안 하면 되잖아.”
금명하가 아이를 쳐다보았다. 마교에서 왔다고는 한치도 생각하지 못할 만큼 맑은 눈을 가진 소년이었다.
‘이런 애가 그 사악하다는 마교에서 키워지다니 말이 안 되는데...?’
하지만 금명하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지금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이들에게 일의 전말을 듣는 것이다.
“음 노인, 스승님은 어디 계셔? 아···”
말하던 금명하가 말을 끊었다. 당시의 방천의 상태가 떠오른 것이다.
죽기 일보직전인 그 상태는 아무리 방천이라도 꽤 위험했을 것이다.
“스승님은 어디 계셔!”
“그야 금 공자님이 주무신 병실에···”
음소도의 말을 들은 금명하가 병실로 뛰어가려 했지만 그의 복부는 아직 완벽하게 나은 것이 아니다.
그저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뿐, 조금이라도 강하게 움직이려 하면 복부에 통증이 느껴진다.
“크흑.”
금명하는 배를 움켜 잡고 병실로 향했다. 병실에 들어오니 온 몸에 붕대를 두른 이가 누워있다.
“스, 스승님···”
금명하는 방천의 모습에 울분했다. 자신들의 시간을 벌어주려 혼자서 더욱 강한 이와 맞서 싸우다 이렇게 되었다. 금명하로서는 죄책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제가 괜히 스승님께 말을 해서는···”
음소도가 뒤이어 들어와 금명하를 일으켰다.
“금 공자님, 그쪽이 아닙니다.”
방천이 다른 침대를 가리키자 그곳에도 붕대를 잔뜩 감은 환자가 있었다. 금명하는 민망해하며 그쪽으로 향했다.
기운을 느껴보니 방천의 선기가 느껴졌다.
“아, 여기 계셨구나···”
“의원께서 말하길 일주일이면 완쾌하실 수 있다 했습니다.”
“일주일이라···누님께서는 따로 하신 말씀 있으셔?”
“따로 하신 말씀은 없으십니다. 아, 금 공자님이 일어나시면 이 칼을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이게 뭔데?”
금명하가 헝겊이 감긴 칼을 받아 풀어보려 하는데 음소도가 다급하게 금명하를 제지했다.
“지금 푸시면 안 됩니다!”
“뭐야?’
음소도가 칼을 빼앗고는 천천히 조심스레 헝겊을 벗겨냈다. 음소도가 헝겊을 천천히 벗겨낼 때마다 기운이 흘러나온다.
소름끼치는 기운에 금명하는 음소도에게 다시 감으라 명했다.
“음 노인, 다시 감아. 그 검은 대체 뭐야?”
“듣기로는 마교 장로의 신물이라 합니다. 자세한 거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대단한 물건인 것 같습니다.”
“줘봐.”
음소도에게 칼을 건네받은 금명하는 자신의 기운을 안으로 넣어보았다. 하지만 어째선지 기운은 칼과 만나지 못했다.
“이 헝겊에 뭐가 있는 건가?”
“아, 남궁 아씨께서 헝겊이 기운을 차단한다 했습니다.”
“그렇구만. 그러면···”
금명하가 헝겊을 아주 살짝 벗겨내 약간의 기운이 흘러나오도록 만들었다. 그러자 마치 칼이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
[나를 쥐어라]
금명하는 자신의 기운으로 칼의 기운에 맞서보려 했지만 약간 열었을 뿐인데도 금명하가 기운을 밀어내는데는 한참이 걸렸다.
금명하는 헝겊을 다시 감았다.
“대체 뭐하는 칼이길래 이런 기운을 풍기는 거야?”
금명하는 기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에 음소도가 설명해주었다.
“금 공자님, 이것은 귀기입니다.”
“귀기?”
“예, 기운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정파의 정기, 사파의 사기, 마교의 마기, 도사들의 선기, 부정한 혈맥을 틀어 막는 탁기와 죽은 자의 기운인 귀기 등이 있습니다.
크게 이 정도만 알아 두셔도 문제는 없으실 겁니다.”
“그냥 음 노인이 모르는 거 아니야?’
음소도는 헛기침을 한번 해주고는 설명을 이었다.
“크흠, 정파의 정기는 말 그대로 정갈한 기운입니다. 현 무림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기운입니다.
다음으로 사기는 사파의 무인들이 가지고 있는 기운이죠. 정갈하지 못하여 불완전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다음은 마기. 마교의 무인들이 부리는 기운입죠. 근처에 나타나면 그 악랄한 기운이 몸으로 느껴져 일반인들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는 기운이라 합니다.
다음은 방 대인과 제가 가지고 있는 선기입니다. 선한 마음과, 청렴한 마음가짐으로 수련을 해서 모으는 기운이기에 다른 어떠한 기운들보다 맑고 정순합니다.
탁기는 웬만한 무인들은 다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탁기는 뭔지 알아. 몸의 혈맥을 막아 기운이 흐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기운이잖아.”
“예, 그렇습니다. 탁기가 적을수록 수련의 효과가 더욱 늘어나지요.
마지막으로 귀기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귀기는 죽은 자의 원혼입니다. 흔히 귀신이라 불리는 것들이 귀기를 잔뜩 머금고 있습니다.
저는 한 번도 본 적 없습니다만···”
“귀기를 다루는 무인도 있어?”
“알려진 바로는 없습니다. 귀기는 어찌되었든 사람의 혼과도 같은 것이니 만약 부리는 사람이 있다면 혈교와 비슷한 놈들 아니겠습니까.”
“왜? 원혼을 없애는 것은 좋은 일 아닌가?”
“불길하잖습니까. 죽은 자의 혼을 다뤄 싸우는 자라니···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런가···아무튼 이 칼에는 왜 귀기가 들어있는 거야?”
“저도 잘···”
금명하는 음소도의 멍청해 보이는 얼굴을 보고는 순간적으로 주먹이 나갈 뻔했다.
‘뭔가 때리고 싶게 생겼단 말이지.’
금명하는 고개를 저었다. 그저 때리고 싶게 생겼다고 때린다면 인성이 파탄난 것과 뭐가 다르겠나.
음소도는 금명하의 행동을 보고는 왜 저러는가 싶었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주인이 이상한 짓을 해도 주인이니 미쳤다 생각하면 안된다.
회진 시간이 되어 병실에 들어온 의원은 나이든 사람 한 명과 젊은이 한 명이 고개를 흔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안타까워했다.
‘쯧쯔, 몸 펄펄한 이들이 자신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내가 최선을 다해야지···’
의원은 저들에게서 신경을 끄고는 성심성의껏 환자를 돌보았다.
한편, 음소도는 자신이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금명하에게 칼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귀검은 검을 쓰던 이의 원한이 너무도 심해 악귀가 씌이는 경우도 들어봤고, 사람을 넣어 만든 검도 들어봤습니다.
아! 많은 사람을 죽인 검에 원혼이 담긴다는 소문도 들어봤습니다.”
“그래? 이건 어떤 경우 같은데?”
“저야 모르죠.”
또다시 금명하의 주먹이 나갈 뻔했다. 음소도는 왜 이리 맞을 만한 행동을 할까. 아니, 그저 자신이 때리고 싶은 것인가?
금명하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뭐, 암튼 음 노인은 모른다는 거지? 나중에 남궁연 누님이 오면 물어보지 뭐.”
금명하는 그냥 기다리기엔 심심했는지 음소도의 뒤에 숨어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넌 누구냐?”
아이는 꼬물거리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누구냐니깐?”
“유, 유중호라고 합니다!”
말을 더듬고 부끄럼을 많이 탄다. 전형적인 숫기 없는 소년이었다. 금명하는 그 모습에 유중호를 골려 주고 싶었다.
“꼬마야, 내가 무서워?”
유중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어린 아이들에겐 어른들보다는 나이대가 비슷한 형들이 더 무서운 법이다.
유중호는 무서웠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거짓말을 했다.
“아, 아니요···”
금명하는 유중호가 이리 말할 줄 알고 있었다.
“내가 이 근처는 다 먹었으니 알아서 굴러. 까딱 잘못하면 확!”
금명하가 엄지를 치켜 들어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것이 먹힐 것이니 말이다.
금명하의 의도대로 유중호는 음소도의 뒤에 숨어 벌벌 떨었다. 음소도는 금명하를 보며 말했다.
“금 공자님, 이곳은 처음 와보신 것 아닙니까?”
금명하는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그토록 음소도를 때리고 싶었던 이유를, 음소도가 맞아야만 했던 이유를.
그것은 바로 눈치였다. 음소도는 자신이 눈치가 꽤나 빠르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전혀 없었다.
한 번씩 멍청한 말을 하거나 쓸데없는 말을 하며 눈치없이 행동하는 음소도는 맞을 만한 행동을 했었다. 금명하는 드디어 그것을 깨닫고는 속이 후련했다.
“그런 거였네. 그런 거였어.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어.”
금명하의 주먹에 권기가 둘러진다. 절정의 무인인 음소도라면 권기가 둘러진 주먹으로 때려야 패는 맛이 있다.
병실 안에 비명 소리가 퍼져 나갔다.
옆에서 다른 환자를 진찰하던 의원이 소리를 듣고는 그들을 말려보려 하지만 신난 모습으로 나이 든 자를 패고 있는 금명하가 두려웠는지 하던 일을 마저 한다.
또, 맞고 있는 이의 표정이 너무 얍삽해 보여 어쩌면 맞고 있는 이가 잘못했을 것이라 생각하고는 의원은 말리지 않고 멀리서 지켜만 볼 뿐이었다.
금명하가 음소도를 패고 있는 모습은 유중호가 금명하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충분히 깨달을 수 있을 정도였다.
유중호는 그저 어딘가에 숨어서 벌벌 떨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