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64화 대장일을 배우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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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은 금명하가 전서까지 준비해 온 것을 보고는 그 영악함이 두려울 정도였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초절정을 이루고, 저렇게 영악한데 크면 어찌 될지 감도 오지 않는.’
교관은 나중을 생각해보니 오늘 한 일이 잘한 일이라 생각했다. 고수와 안면을 터놓는 것은 절대 안 좋은 일이 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금명하는 교관이 전서를 보낸 것까지 확실하게 보고 나서야 방천에게로 돌아갔다.
마루에 걸터 앉아 바깥 구경을 하던 방천은 금명하가 성공하고 돌아왔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발걸음이 가볍고,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금명하의 얼굴은 실패한 자에게서 나올 수 없는 얼굴이었다.
“그래, 성공했느냐?”
“예, 스승님. 스승님의 말씀대로 하니 정말 성공했어요.”
“허허, 네가 잘한 거겠지. 연기가 부족했다면 눈썰미 있는 자들은 금방 깨달았을 것이다.”
“스승님, 그런데 살기를 품을 것은 어찌 아셨나요?”
“허허, 무당파는 명문 정파이지만 문파에 속해 있는 모든 무인이 정의로울 수는 없다.
무당의 이선 제자들은 강호로 나갈 수 없으니 자신들끼리 보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니 이선 제자 중 가장 강한 이는 자만심에 취해 있을 것이 뻔하다.
패배하지는 않더라도 농락당한다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죽인다는 생각을 한 것이지.”
“그렇군요···”
“망신을 당한 그 아이는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발전할 것이니 그 아이에게도 좋은 일일 것이다.”
“그렇게도 되겠네요.”
계획이 성공했으니 이제는 양 헌 장로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금명하는 양 헌 장로가 언제쯤에나 오는지 물었다.
“양 헌 장로님은 언제쯤 오시게 되는 건가요?”
“흠···어디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 멀리 보내지는 않았을 거다.
아무리 파견이라도 장로를 멀리 보내면 그동안 장로의 자리가 비어 일이 순조롭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러면 스승님의 몸이 낫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아, 스승님. 여기서 일이 바빠 깜빡하고 있었는데 2주 후면 연 누님이 도착할 거에요.”
“음? 그 아이가 왜 오느냐?”
“같이 강호를 돌아다니려고요.”
“호오? 좋아하게 된 것이냐?”
방천은 금명하를 놀리려고 한 질문이었지만 금명하는 대답이 없었다.
방천은 그 모습을 보며 허허 웃었다.
“허허허, 경사로구나.”
“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인지 그냥 좋은 느낌인 건지 잘 모르겠어요.”
“명하야, 그럴 때는 방법이 있단다.”
“무엇입니까?”
“지금 그 아이가 머리속에 생각나느냐?”
“연 누님이요? 음···”
방천이 말하니 머리속에 남궁연이 생각나 금명하는 무심코 남궁연이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요···”
“음? 뭐라고 했느냐?”
“보고싶어요.”
“그 아이를 아주 좋아하나 보구나. 하하하.”
금명하의 말에 방천이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이제는 금명하가 남궁연을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해버렸으니 교제하는 일만 남았다.
금명하는 드디어 알게 되었다. 남궁연과 있으면 재밌고, 항상 같이하고 싶은 것.
이것이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마음을 깨달은 금명하는 하염없이 남궁연이 오는 날을 기다렸다.
금명하는 남궁연이 오기까지 10일이나 남았기에 그동안 늘 그랬듯, 수련에만 매진했다.
제왕무적검강의 속을 채우는 것까지는 익혔지만 아직 모양이 다듬어지지 않았기에 그것에만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남궁성이 금방 될 것이라 했지만 금명하는 어째서인지 노력을 해도 검강이 다듬어지지 않았다
“이게 왜 안되는 거야?”
금명하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것은 금명하의 재능 때문이었다.
금명하는 지금껏 무언가를 만들어보거나 하는 일은 검기나 검강을 만들어 본 것이 다일 뿐, 다른 활동은 해보질 않았다.
그렇다 보니 손재주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방천은 금명하가 긍긍하는 모습을 보며 무엇이 문제인지 물었다.
“명하야, 문제가 있느냐?”
“아, 스승님. 검강의 모양을 검 모양으로 바꿔야 하는데 검 모양이 되질 않습니다.”
방천은 무림에서 몇 십년을 살아온 것에 더불어, 화경의 경지를 이룬 무인이었으니 한눈에 금명하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명하, 너의 손재주가 많이 부족하구나.”
“예? 손재주가요?”
“그래. 보아하니 네가 의도하는 대로 모양이 바뀌고는 있지만 검으로 만들지를 못하고 있잖느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음···따라오거라.”
금명하는 방천의 뒤를 따라갔다. 방천의 몸이 좋지 못하다 보니 금명하가 보조하며 천천히 걸어갔다.
방천의 목적지는 무당파의 바깥에 있는 마을이었다.
“여기서 손재주를 수련할 것이다.”
“여기서 어떻게 손재주를 수련한다는 겁니까?”
“이곳은 무당파를 돌보는 수많은 하인이 기거하는 곳이니 만큼 없는 것이 없다.
대장간, 수선집, 객잔, 객점 등 넘쳐난단다.”
“그것은 알겠지만 제가 이곳에서 뭘 한다는 겁니까?”
“다 할 것이다.”
“예?”
“이곳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전부 할 것이다.”
방천이 금명하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 이유는 금명하의 손재주를 키우기 위해서였다.
이곳에 있는 모든 일들이 손재주를 키우는 데에는 탁월할 테이니 말이다.
“막대기처럼 보이는 검강을 검의 모습으로 만든다 했잖느냐?
너는 검을 만져 본 적은 있지만 검에 대한 이해는 부족할 것이다.”
“검에 대한 이해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검의 두께와 검의 길이, 날카로움과 같이 검을 이루는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다.
검은 얇아질수록 부러지기 쉽고, 두꺼워질수록 휘두르기 힘들며, 검날이 날카롭지 않으면 그저 둔기가 될 뿐이다.”
“그런···”
금명하는 지금까지 그저 검을 잡고 휘두르는 게 다였을 뿐이었는데 방천의 말을 들어보니 검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일반 대장간은 검을 만드는데 보통 하루가 걸리지만 검을 만드는 장인 중, 대가라 불리는 이들은 검을 만드는 데 적게는 한달, 많게는 1년이 넘게도 걸린다.”
금명하는 자신이 쥐고 휘두르는 검이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은 지금까지 이리 힘들게 만들어진 검을 아무 생각없이 휘두르고 있던 것이다.
“저, 스승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무엇이냐?”
“제가 가지고 있는 귀도는 장인이 만든 검인가요?”
“미안하지만 나는 그 도를 제대로 보지 못했단다.
지금 내 상태로는 보기만 해도 귀기에 먹혀버릴 수가 있으니 말이다.”
“아, 그렇군요.”
“내상이 낫게 된다면 한번 확인해보마.”
“예, 알겠습니다.”
“자, 그럼 이제 일을 하러 가보자꾸나.”
“대장간의 일을 배우면 되는 건가요?”
“그래. 대장간의 일부터 시작하면 된단다.
자, 그럼 들어가자꾸나.”
“예, 스승님.”
방천이 대장간으로 들어가자 대장장이가 방천을 반겼다.
“방 장로님, 오랜만이십니다. 그간 별 일 없으셨습니까?”
보통, 일개 대장장이 따위가 한 문파의 장로에게 이리 친근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같은 평민이라도 엄연히 위치가 다르니 말이다. 하지만 방천은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대답했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아, 제자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명하야.”
대장장이는 힘을 쓰는 직업인만큼 대장장이의 덩치는 상당히 컸다.
예전 남궁세가로 향할 때, 만났던 산적인 적풍걸과 비교될 정도의 덩치였다.
“안녕하십니까. 방천 장로님의 제자 금명하라 합니다.”
“반갑구나. 나는 이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는 철호라 한다.”
대장장이가 악수를 청하며 손을 내미는데 금명하의 손보다 두배는 커 보이는 것이 저 주먹으로 맞으면 팔이 부서져 나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금명하가 악수를 받으니 힘이 얼마나 상당한지 항상 내공이 운용되는 금명하의 몸으로도 상대가 안 될 정도의 힘이었다.
물론, 내공을 제대로 운용하면 금명하가 압도하겠지만 말이다.
금명하와 철호가 인사를 나누자 방천이 철호에게 이곳에 온 목적을 밝혔다.
“제가 이번에 이곳에 온 이유는 저 아이에게 대장술을 가르쳐 주십사하고 왔습니다.”
“예? 저 아이는 무인이 아닙니까?”
“맞습니다. 저 아이에게 검의 본질을 익히게 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검의 본질이라···그렇다면 아주 잘 오셨습니다. 제가 확실하게 가르쳐 두겠습니다.
기한은 언제까지입니까?”
“최대한 빠를수록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방 장로님의 부탁이니 제가 확실히 가르쳐 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방 장로님이 아니셨다면 이 대장간은 사라졌을 테니 말입니다.”
“허허, 별 말씀을. 그럼 명하가 그것을 배우는 동안 저는 시장에 가서 유희나 즐기고 오겠습니다.”
“예, 다녀오시지요.”
방천이 대장간을 나가자 철호가 금명하를 진득하게 바라본다. 금명하는 끈적한 시선이 소름끼쳐 몸을 감췄다.
철호는 그것을 보고는 웃음이 터져버렸다.
“크하하하, 뭐하는 거냐? 내가 네 몸을 욕구하는 줄 아느냐?”
금명하에게는 분명 그런 눈빛으로 느껴졌지만 그것을 대놓고 말할 순 없었다.
“그건 아니지만···”
“크하하, 같은 남자인데 내가 어째서 네 몸을 욕구하겠느냐?
네 몸이 대장일하는데 적합한지 확인해 본 것이다. 말한 김에 몸 좀 만져봐야겠구나.”
철호는 같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를 만져 댔다.
“흠···몸은 제법이구나. 확실히 무인은 대장 일을 하는데 가장 좋은 몸을 가지고 있다.”
금명하의 몸에서 손을 땐, 철호는 금명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내공은 운용하지 말고 최대한 힘만 줘봐라.”
금명하는 철호의 말대로 최대한 힘을 주었다. 그러자 철호는 어이가 없는 듯, 금명하에게 말했다.
“허, 내공만 운용할 줄 아는 놈이었구나. 어찌 이런 놈이 방 장로님의 제자가 된 건지···”
그의 말에 금명하가 발끈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철호는 금명하의 말에 답하지 않고 자신의 할 말만 계속 이어 말했다.
“육체가 준비되지 않은 자는 대장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을 것이다.”
“그 말 말고 아까 한 말 다시 해보시죠?”
금명하가 말을 걸고 있음에도 철호는 신경도 쓰지 않고 할 말을 이었다.
“대장일을 하고 싶다면 대장간에서는 내공을 운용하는 것을 금지하겠다.
만약, 한번이라도 내공을 운용한다면 그 즉시, 내쫓아버리겠다.”
“이봐요! 내 말에 대답이나 하세요!”
자신의 할 말을 다한 철호는 대장간 안쪽으로 향하여 망치 하나를 들고 나와 금명하에게 전해주었다.
“이것을 들고 저 철을 두드려라.”
“아니, 아까 한 말 다시 해보라니깐!”
“하···”
철호는 한숨을 쉬며 주먹을 들어 올리고는 금명하의 얼굴을 후려쳤다.
-퍽
철호의 주먹은 내공이 전혀 없는 대장장이의 주먹이었지만 그 크기가 살벌하니 금명하가 주춤거릴 정도였다.
“이게 무슨···”
“나는 방 장로님께 네놈을 최대한 빨리 가르치란 부탁을 받았다. 헌데 네놈은 지금 뭐하는 거지?
방 장로님의 부탁을 수행할 생각은 없고, 자존심만 가득차서는.
쯧, 입 한번 놀릴 시간에 망치나 한 번 더 휘둘러라.”
자신을 압도하는 철호의 기세에 금명하는 지금 자신이 멍청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스승님의 이름을 욕 보일 수는 없지.
나를 얼마나 놀리든 지금은 대장간 일을 숙달하는 것이 먼저다.’
금명하는 그저 말없이 철호가 말한 곳으로 가 망치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철호는 그것을 보고서야 기세를 풀고는 금명하를 지켜보았다.
철호는 분명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이지만 이곳은 그의 대장간이고, 대장일은 그의 전문이었다.
그가 발산한 기세는 전문 분야에서 장인이 발휘하는 기세였으니 금명하가 압도당하는 것은 당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