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 81화 금명하의 죽음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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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천은 일부러 남궁연과 음소도가 금명하를 데리고 사라진 곳의 반대편으로 도망쳤다.
최대한 금명하와 거리를 벌리려는 속셈이었다.
총채주는 지금 방천의 무위가 생각보다 강한 것을 보고는 금명하는 이미 머릿속에서 잊은지 오래였다.
방천이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키며 잠깐의 시간을 벌었지만 현경의 무위에는 시간을 번 게 의미가 없었다.
“여기 있구나.”
순식간에 하늘에서 나타난 총채주가 방천을 향해 주먹을 내리찍었다.
그와 함께 권기의 형상이 방천을 포함한 그 주변까지 찍어내린다.
-콰과과과과
몸을 짓누르는 기운에 방천은 그저 몸이 으스러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게 최선이었다.
방천이 버티는 모습에 총채주가 내력을 거둬 들였다.
갑자기 자신을 짓누르던 기운이 사라지니 방천이 당황했다.
“가능성이 보인다면 살려줄 테니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 나를 죽여라.”
“지금 뭐라 말하는 거지?”
“말 그대로다. 나를 죽여라.”
“미친 건가?”
범인(凡人)이 본다면 총채주는 충분히 미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지고의 존재가 되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시선일 뿐이다.
지고의 경지를 이룬 총채주는 자신을 죽여줄 사람을 찾고 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할 수 있지만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고도 패배하는 만족할 수 있는 죽음을 원하는 것이다.
“미쳤다라···미쳤다 할 수 있지. 그러니 이 미친 놈을 죽여보거라.”
방천은 그런 총채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화경의 경지도 높은 경지이지만 현경의 경지는 격의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총채주가 원하는 것은 방천도 원하는 것이다. 그의 죽음은 정파를 아울러 중원에 홍복일 테니 말이다.
“네가 말하지 않더라도 그리 해 줄 작정이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방천은 자신이 온 힘을 다한다 하더라도 총채주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말 목숨을 걸고 온 힘을 다한다면 상처 정도는 입힐 수 있을지 몰라도 죽이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 같다.
그것이 그가 그토록 분노했음에도 도망친 이유였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참음으로써 목숨을 보전하고, 후일을 기약하며 기회를 갖는 것.
잠깐의 분노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리는 허망한 죽음이 가득한 무인계에서 꼭 필요한 신념이었다.
도망쳐 오기 전 사용했던 부적의 폭발이 방천이 낼 수 있는 최대의 화력이었다.
그걸로도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면 방천이 사용할 만한 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공격이 없다면 여기서 죽는다.’
금명하가 도망칠 시간은 충분히 끌었다. 이 정도 시간이면 어디든 도망쳤을 테니 총채주가 아무리 빠르다 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자신만 살아남으면 되지만 그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어찌···’
방천이 주변을 둘러보지만 도움될 만한 게 있을 리가 없다.
‘이대로 죽는 건가···’
변수가 될 만한 게 하나도 없고, 방천에게 남은 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절망뿐인 상황속에서 숲을 울리는 외침이 들려온다.
“음양쌍룡!!!”
그 외침은 방천의 귓가에 선명히 들려왔다.
음양쌍룡. 방천의 스승, 남천이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무당의 절기(絶技)였다.
방천이 남은 부적 20여장을 꺼내 던졌다. 모든 부적은 활활 타오르며 방천에게 힘을 실어다 주었다.
내력을 잔뜩 머금은 장무헌이 총채주를 향해 달렸다.
방천의 뒤쪽에서는 그와 비슷한 양의 내력을 머금은 존재가 빠르게 숲을 주파하고 있었다.
둘은 함께 달리며 같은 동작, 같은 내력, 같은 빠르기로 총채주를 향해 내달렸다.
달리는 와중, 방천이 외치고, 그에 숲에서 튀어나온 이도 같이 외친다.
“음(陰)!”
“양(陽)!”
둘이 서로를 교차하며 달리니 서로의 내력이 뒤엉킴으로써 위력을 가중시킨다.
마침내 총채주의 앞에 도달했을 때, 둘은 같은 호흡으로, 같은 발을 내딛으며, 같이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쌍룡(雙龍)!!!”
-쾅
단순한 소리였지만 후폭풍은 겨우 그 정도가 아니었다.
-과과과과과
총채주가 날아간 자리로 뒤늦게 충격이 발현된다. 그만큼 총채주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튕겨져 날아갔다는 것이다.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멀리 날아간 총채주를 뒤로 하고 둘은 빠르게 도망쳤다.
둘도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로도 총채주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을.
날아간 총채주는 10리(里)를 튕겨져 날아왔다.
옷은 닳아 있고, 배에는 두 개의 주먹 자국과 온 몸에 자잘한 상처들이 있었다.
조곽두는 다급하게 총채주에게 뛰어가 상태를 확인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총채주님!”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는 총채주와 무도법사가 싸우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았기에 총채주가 이 정도 공격으로 정신을 잃을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생각대로 총채주는 쓰러진 모습 그대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정파 놈들이니 사파의 무공은 필요 없을 테고···우리가 갖고 있는 무공중에 무당의 것이 있었나···?”
조곽두는 중얼거림을 듣고 총채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챘다.
“저희가 갖고 있는 무공 중 무당의 것이 하나가 있긴 있습니다.”
“그걸 갖다주면 되겠구나.”
“하지만 두 명 다 노인이었는데 지금부터 수련한다 해서 총채주님에게 닿을 수 있을런지···”
“그놈들은 분명 닿는다.”
“예? 어찌···”
“나랑은 달리 눈이 살아있었다. 아직 목표가 있는 놈들이니 이 일을 계기로 강해지려 노력하겠지.
그렇다면 그 애송이보다 빠르게 나를 죽여줄 수 있겠는데.”
총채주는 자신이 당한 일격에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다. 그저 무인들이 비무를 펼치며 입을 수 있는 가벼운 상처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상대를 찾았다.
자신을 죽여줄, 자신과 최고의 비무를 펼쳐줄 상대를 말이다.
“그놈들로 정했다. 애송이는 파기한다.”
“예. 바로 가서 죽이겠습니다.”
“아니, 스승 놈이 분노를 온전히 나에게 쏟아내도록 내가 죽이마.”
“알겠습니다.”
총채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남궁연과 음소도가 금명하를 데리고 도망쳤던 방향으로 뛰었다.
그는 뛰면서도 내공을 주변으로 펼치며 기운의 잔재를 찾았다.
잔재가 곧 그 길을 지나간 흔적이니 가장 빠르게 찾는 방법이었다.
총채주의 광범위한 내공은 남궁연이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찾았다.”
약간의 흔적. 남궁연과 음소도가 아무리 내공을 숨기려 해봐야 총채주를 속일 수는 없었다.
흔적을 찾은 것만으로도 방향이 특정되고, 방향이 특정되면 그 길로 나아가면 된다.
게다가 총채주에게는 내공으로 이루어진 광범위한 수색망이 있었으니 어디에 숨더라도, 내공을 숨기더라도 걸리게 된다.
“여기 있네?”
-쿠웅
진각을 밟은 것만으로도 구덩이를 파 열심히 가려 놓은 천장이 무너져 내린다.
금명하 일행은 구덩이에 숨어있던 것이다.
남궁연은 금명하를 데리고 도망치면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만을 고민했다.
현경의 무인에게 살아남는다는 길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쪽에 걸어본 것이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고작 이 할. 그것도 총채주가 방향을 잘못 찾아냈을 경우에 한해서 이 할이었다.
남궁연은 이미 걸릴 것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해 둔 계획을 실행했다.
-촤아
손에 쥐고 있던 흙을 총채주의 눈을 향해 뿌리며 자신이 가진 최강의 수를 선보인다.
“고혼일검(孤魂一劍)!!!”
준비할 수 있는 최선이었지만 그 따위 것으로 현경의 무인에게 닿을 수는 없었다.
흩뿌린 흙은 총채주에게 닿지도 못한 채, 기운에 갈려 먼지가 되었고, 남궁세가의 장인이 만든 검은 기운에 밀려 산산조각이 났다.
화경의 무인만 되었더라도 통할 정도의 수였지만 총채주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끝났나?”
여유롭게 쳐다보던 총채주는 금명하를 한 손으로 빼왔다.
“안돼!!!”
남궁연이 열심히 매달리지만 조곽두가 나서서 떼어놓는다.
총채주는 방천의 분노를 유발하기 위해 금명하를 불구로 만들고, 시체조차 찾을 수 없도록 할 것이었다.
“일단···”
총채주가 몸통이 두꺼운 나무에 금명하를 가져다 댔다.
그러고는 권기를 씌운 주먹을 한 방, 한 방. 천천히, 정확하게 금명하의 온 몸을 부숴 나갔다.
참을 수 없는 격통에 금명하는 눈을 떴지만 소리도 낼 수 없도록 망가진 금명하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눈을 뒤집으며 고통을 표현하는 것뿐이었다.
남궁연은 금명하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조곽두 한 명에게 가로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죽고 싶을 만큼 미웠다.
어떻게든 금명하를 살리고 싶어 발버둥을 치지만 조곽두의 내력에 몸이 사로잡혀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고는 눈꺼풀밖에 없었다.
“아아아!!! 안돼!!!”
목을 생각하지 않고 악을 지르며 번뜩 뜨인 눈에서는 실핏줄이 터져 피눈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 상황은 음소도도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금명하를 지킨다는 신념으로 수행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할 수는 없었다.
악을 지르라고 놔둔 입으로 조곽두의 발목을 물고, 제압이 잠깐 풀린 틈 사이로 총채주에게 달려 들었다.
총채주는 온 몸 가득 살기를 뿜어내며 달려오는 음소도를 보며 그저 무표정하게 손짓했다.
“사실을 전하는 것은 한 명이면 충분하겠지.”
-퍽
달려오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튕겨 나간 음소도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금명하는 온 몸을 부숴 버리는 고통이 이제는 익숙해졌다. 아니, 정확히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감각이라는 것이 사라져 생각이 떠오르지를 않았다.
사고가 정지해버린 것이다.
그저 눈만 떠져 있는 상태의 금명하의 눈앞에는 움직이기 위해 발악을 하는 남궁연과 기절해 있는 음소도만이 보였다.
‘뭐였더라···내가 뭘 하고 있었지···’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금명하는 그저 슬펐다.
남궁연이 발악을 하는 모습을 보며.
‘지켜야 하는데···’
음소도가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며.
‘저거는 또 자빠져 자고 있네···’
누구인지는 모른다. 그저 그런 생각이 떠오를 뿐이었다.
금명하의 초점 없는 눈을 보며 총채주는 이제 다 됐다 생각했는지 금명하를 들어 올렸다.
“오다 보니 딱 좋은 협곡이 있더구나.”
총채주가 금명하를 들고 있는 채로 방향을 바꾸고는 생각에 잠겼다.
“저쯤인가···아니지. 확실하게 하는 게 낫지. 곽두야, 가자.”
“예.”
조곽두가 발악하는 남궁연과 쓰러져 있는 음소도를 챙겨 총채주의 뒤를 따랐다.
총채주와 함께 도착한 곳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협곡이었다.
“이야, 여기는 곽두, 너라도 쉽게 빠져나오기는 힘들겠는데?”
화경의 끝에 있는 조곽두가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라면 현경이 아니고서는 협곡을 빠져나올 수도, 시체를 찾을 수도 없다는 말이었다.
“제발!!!”
남궁연이 크게 소리쳤다.
“제발 살려주세요···이미 죽은 아이잖아요. 제발 이렇게 빌게요···원하신다면 제가 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드릴게요. 그러니 제발···”
금명하가 눈을 뜨고 있지만 초점 없는 눈은 곧 죽을 사람을 뜻하고 있었다.
남궁연은 금명하의 시체라도 남겨 장례만이라도 치루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모든 것을 버리고서라도 이루고 싶은 간절함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더욱 큰 분노로 바뀌게 된다.
총채주는 남궁연을 비웃어 주었다.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을 수 있다. 나는 사파의 왕이다.”
-휙
총채주는 가볍게 금명하를 협곡으로 던져버렸다.
협곡에는 금명하가 떨어지는 소리와 남궁연의 울부짖는 소리가 메아리로 울려 퍼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