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 84.빠르게 되찾은 무위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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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명하의 속에서 파천마군은 치매를 걸렸다는 판단이 내려졌지만 그가 파천마군이라는 것은 완전히 인정했다.
그 무위는 거짓으로 꾸며낼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니 말이다.
“영감님이 파천마군이란 것은 알았으니까 이제 여기서 나가시죠?”
“나가긴 어딜 나가. 내 조건을 들어줘야지.”
“조건 들어드릴 테니까 밖으로 나가자니까요?”
“네가 무슨 수로 들어준다는 거냐?”
“제가 쳐들어가서 싹 처리할 테니까 걱정마세요.”
“풉.”
파천마군이 비웃었다. 금명하는 비웃음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왜 웃으세요?”
“네가 혼자서 금의위를 처리하겠다는데 안 웃을 수가.”
“그니까 뭐가 웃긴 거냐고요.”
“지금의 네 무위로는 지나가던 개 한 마리도 이기기 힘들 텐데?”
금명하는 지금 일구었던 경지를 완전히 잃었다. 지금 상태로는 절정의 무인도 상대할 수 없을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미 초절정의 경지까지 가봤으니 금방 복구할 수 있을 거에요.”
금명하가 잃은 것은 내공뿐이다. 초절정이었을 때의 깨달음과 검술은 남아있으니 내공만 빠르게 쌓는다면 복구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금의위가 무슨 곳인지는 알고 있는 거지?”
“물론이죠. 이미 만나도 봤는 걸요.”
“만나? 금의위를? 왜 만났지?”
“저랑 친해지고 싶다 그러던데요?”
금명하의 이야기를 들은 파천마군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설마 여기에 들어온 것도 금의위 때문인가?”
“무슨 말씀이세요. 여기는 제가 어···왜 들어왔더라?”
따져보면 이상했다. 이 협곡은 쉽게 올 수 있을 만한 곳이 아니다.
마을과 가까운 것도 아니고, 이쪽으로는 길이 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그게 몇 십년 전의 일이지만 관에서 굳이 떨어질 위험히 있는 협곡 근처에 마을을 세우거나, 길을 만들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래. 처음부터 이상했다. 왜, 이제는 뭐가 필요해서 찾아왔지?”
“그게 무슨···”
파천마군은 금명하를 이미 금의위로 보고 있다. 그에게 금의위란 그저 그런 원수 정도가 아니었다.
파천마군에게서 적대감에 더불어 살기까지 느껴진다.
금명하의 무위가 이전과 같았다 하더라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금명하는 살기 위해서 자신이 금의위가 아니라는 것을 피력해야만 했다.
“저 금의위 아니에요.”
“그걸 지금 믿으라고 하는 소리냐?”
“증명을 하지는 못하지만 저는 정말 아니에요.”
“그래. 그렇겠지.”
-콰앙
금명하의 몸이 종잇장처럼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커헉!”
금명하는 몸을 짓누르는 거대한 내공에 숨도 쉬지 못하고 있었다.
“목적이 뭐냐. 내 무공? 아니면 내 목숨? 뭐가 목적이든 네놈들 뜻대로 될 일은 없을 거다.”
“아니, 그니까 저는 금의위가 아니라니깐···”
“내 네놈들한테 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고 속을 성 싶으냐?”
금명하는 파천마군이 믿을 만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지만 기억이 온전치 않은 마당에 생각이 날 리가 없었다.
“진짜 아닌데···”
온몸이 내공에 짓눌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니라고 피력하는 것을 보니 파천마군은 자신의 생각에 의문이 가기 시작했다.
‘설마 정말로 금의위가 아닌 건가?’
따지고 보면 자신이 이곳으로 들어온 것은 몇 십년전이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했다면 몇 번이고 했을 것이다.
게다가 금명하가 협곡으로 떨어졌을 때만해도 온몸이 부서진 채, 죽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겨우 그것만으로 인정할 수가 없는 게 금의위는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목적 하나를 위해서 몇 십년은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존재다.
자신이라는 결과물이 존재하니 금명하의 말을 선뜻 믿을 수가 없는 게 당연했다.
파천마군은 금명하가 금의위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증거가 뭐가 있을지 고민했다.
‘기억도 안 나, 몸은 다 부숴져서 무공의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어.
누가 봐도 금의위이긴 한데···’
모든 정황이 금명하가 금의위라고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금명하의 기억이 온전치 못하다는 걸 생각하면 모든 정황은 금의위가 아니라 가리키고 있다.
어찌할지 고민하던 중 파천마군의 머리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황제 개새끼 해봐.”
잘 훈련된 금의위라 해도 이런 말에는 찰나의 순간이라도 멈칫하는 순간이 있기 마련···
“황제 개새끼!!!”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말하는 것과 일말의 흔들림도 없는 걸 보면 금명하는 확실히 아니었다.
파천마군은 내공을 거두고 금명하에게 다가갔다.
파천마군은 금의위도 아니면서 이런 외지에 있는 협곡에 떨어진 금명하의 정체를 도무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럼 너는 대체 뭐냐?”
“저도 모른다고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피력했지만 믿어주지 않는 파천마군에 억울한 금명하였다.
여차저차 금명하가 금의위가 아니라는 것은 확인했으니 파천마군은 자리에 다시 앉았다.
여기서 나가는 방법은 파천마군의 요구에 따르는 것뿐이니 금명하는 화도 내지 못하고 따라서 자리에 앉았다.
금명하가 자리에 앉으니 파천마군이 열심히 고운 냄비 속의 액체를 한 국자 퍼, 금명하에게 건네주었다.
“먹거라.”
“이게 뭡니까?”
“죽이다. 기운을 복돋는 영약과도 같은 거지.”
“전혀 영약 같지 않은데요···”
금명하가 받은 죽은 탁한 녹색에 진득함이 살아있는,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될 것만 같은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이걸 정말 먹어도 괜찮은 겁니까···?”
“당연하지. 이 내가 직접 배합해 만든 것이니 걱정말고 먹기나 해라.”
“예···”
먹자마자 비명횡사(非命橫死)할 것만 같은 죽을 금명하는 절대 먹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이걸 먹습니까···?”
“너 밖에 나가기 싫으냐? 척 봐도 기운으로 가득한 것을 안 먹는다고 배기면 넌 어찌 나가겠다는 거지?”
“후···알겠습니다···”
파천마군의 말대로 죽은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 먹는다면 내공을 빨리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에잇!”
-꿀꺽, 꿀꺽
금명하는 맛이 느껴지지 않도록 숨도 쉬지 않은 채, 먹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한 그릇을 비우고, 냄새를 한 번에 배출했다.
“킁.”
참을 수 없는 악취와 메스꺼움에 구토가 몰려왔지만 금명하는 가까스로 참아냈다.
“하아, 하아···”
겨우 버텨낸 금명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습니까···?”
“그래, 됐다. 생각보다 잘 먹는 것을 보니 다행이구나.
자, 그럼 나머지도 해치워라.”
“나머지···?”
금명하는 냄비를 확인했다. 냄비 안에는 금명하가 먹었던 그릇에 10번은 담을 만한 양의 죽이 남아있었다.
금명하는 이 사실을,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아니죠? 이 많은 양을 어떻게 한 끼에 다 먹습니까? 하하하.”
미소를 짓는 파천마군은 고개를 저으며 금명하의 어깨에 손을 올릴 뿐이었다.
모든 죽을 해치운 금명하는 구토를 참아내고 심호흡을 해댔다. 입 안에 가득 찬 역겨운 냄새를 빼기 위함이었다.
헌데 몸에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어···어?”
온 몸의 기운이 빠지고, 아프기 시작한다.
“으윽...이거 이상한데요···”
“올 게 왔구나.”
“예? 그게 무슨···”
“네가 먹은 죽의 대부분은 독충이었다.”
“그럼 독살을···? 굳이 독살을 할 필요가···”
“애송아, 독은 내가 잠재울 거니 걱정말아라.”
그 말대로 파천마군은 금명하의 몸에 손을 대어 독기를 완전히 제압했다.
몸에 퍼지기 시작한 독기 중 기운만 분리하여 독기는 밖으로, 기운은 단전으로 흡수시켰다.
금명하는 뭔가가 배속에서 입으로 나오는 것을 느꼈다.
-콜록, 콜록
기침을 토하며 뱉어낸 것은 탁한 녹색을 띈 작은 구슬이었다.
“이건 네가 가져라.”
“이게 뭡니까?”
“독기로 가득 찬 구슬이다. 구슬이 깨지는 순간, 독기가 뿜어져 나오며 그 주변에 있는 자들 모두가 절명할 거다.”
“한 마디로 암기네요.”
“그런 셈이지.”
금명하는 이 작은 구슬에서 독기가 뿜어져 나와봐야 얼마나 나오냐는 생각이었지만 구슬은 고작 그 정도가 아니었다.
자연에 있는 기운이 결정화 하려면 억겁의 시간을 지나야만 한다. 파천마군은 그 과정을 한 마디로 압축시켰다.
시간도 압축하고, 기운도 압축했다. 그 결과가 이 작은 구슬 하나였다.
하지만 구슬이 머금고 있는 기운은 무림의 전설적인 영약보다 배는 많은 기운을 품고 있을 것이다.
며칠간 금명하는 가벼운 운동과 기운으로 가득 찬 죽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이곳을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노인의 명령을 따랐던 거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은 자기주도적으로 일과를 해나가고 있다.
금명하의 사고를 바꿀 수 있던 것은 순전히 몸속에 빠르게 쌓여 가는 내공 덕분이었다.
고작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도 금명하는 절정의 경지로 회복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절정 특유의 검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알 수 있던 것이다.
절정이 된 시점부터 파천마군은 금명하에게 다른 것을 요구했다.
“협곡의 폭포에서 물 좀 맞아라.”
“예? 굳이 그런 걸 하지 않더라도 초절정의 경지까지는 회복할 수 있을 텐데요.”
“내 무공을 알려주려 그런다.”
파천마군의 무공. 중원을 떠들썩하게 만든 파천마군의 무공이라면 분명 범상치 않을 게 분명했다.
금명하는 굳이 알려준다는데 거부하지 않았다.
“그럼 가시죠.”
협곡에는 폭포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본 폭포는 폭포가 아니었다.
“이게 무슨 폭포야···”
끝이 겨우 보이는 곳에서부터 떨어지는 물은 전혀 물로 보이지 않았다.
이전에 파천마군이 자신을 증명하며 보여주었던 무위와 엇비슷할 정도로 폭포는 강했다.
“이게 겨우 물을 맞는 정도입니까?”
지금의 금명하라면 전력을 다한다 하더라도 찰나의 순간조차 버틸 수 있을지 의심이 갈 정도다.
금명하는 죽고 싶지 않았다.
“이건 무리죠.”
“일단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해라.”
“그건 다행인데 원래 힘을 회복해도 저건 무리일 것 같은데요.”
금명하의 무위는 초절정이었다. 원래의 무위를 회복한다 하더라도 저 속에서 버티는 것은 잠깐도 힘들 것 같았다.
“결국에는 할 수 있을 테니 엄살 피우지 말거라.”
“예···아니, 그보다 무공을 알려주신다고 하셨잖습니까. 무공은 언제 배우는 겁니까?”
금명하의 말에 파천마군은 폭포를 가리켰다.
“저걸 보고, 느끼고, 이해하는 순간부터 내 무공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조언을 주자면 네가 저 폭포가 되거라.”
“전혀 간단하지 않은데요···”
“간단한 조언이랬지. 언제 간단하게 배우는 법을 알려준다 했느냐?
아무튼 오늘부터는 폭포에만 열중해라.”
“예예. 알겠습니다요.”
그렇게 폭포를 쳐다보는 데에만 한 달.
금명하는 독충으로 가득한 죽을 먹으며 초절정의 무위를 되찾았다. 하지만 아직도 파천마군의 말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대체 폭포가 되라는 말이 뭐야?”
한달간 폭포만을 바라봤다. 처음 일주일간은 그저 바라만 보고, 다음 일주일은 물에 발을 담구고 바라보았고, 남은 물속에 몸을 담구며 바라보았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기 때문일까. 금명하는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뭔가 다른 게 있나?”
지금의 금명하는 초절정의 단계에 들어왔다. 비록 내공의 양은 초절정의 초입에 불과하지만 잠시라면 버틸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한 번 맞아보지, 뭐.”
헤엄을 치며 충격이 오지 않는 지점까지 다가간 금명하는 내공을 최대한으로 운용해 호신강기를 두텁게 하여 폭포로 진입하려 했다.
하지만···
-푸웅
금명하가 생각치 못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발판이었다.
몸을 지킨다는 것은 착실히 이행했지만 물이 떨어지는 충격력을 생각치 못해 그만 깊은 곳까지 내려와 버렸다.
‘이걸 생각 못했네.’
발판까지 생각하려면 초절정의 극치까지 간다 하더라도 모자랄 것만 같았다.
‘에휴···일단 올라가야지.’
금명하가 헤엄을 쳐 올라가려는데 폭포 밑에서 보니 색다른 기분을 느꼈다.
‘여기서 보는 건 뭔가 다른데?’
밖에서 보는 것과 밑에서 보는 것이 다르니 금명하는 여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초절정의 무인이라 해도 숨을 참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뿐이었다.
‘숨!!!’
다급하게 헤엄을 쳐 공기를 되찾은 금명하는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만족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파천마군에게 보여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하겠구나. 이 속도라면 몸이 버틸 때까지는 다 전수할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