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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무림세가의 둘째 아들-86화 (86/97)

〈 86화 〉 85.자연을 거스르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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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왔던 날부터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초절정의 초입에 돌입한 금명하는 다시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전의 무위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온전치 못한 기억은 원래 가지고 있던 무위를 더욱 높은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왜 아직도 여기냐···”

그렇기에 벌써 원래의 무위를 찾았건만 아직도 조급함이 남아있던 것이다.

한숨을 쉬던 금명하가 물로 빠져들었다. 오늘도 물속에서 폭포를 관찰하기 위함이었다.

벌써 두 달째 폭포를 바라보고 있음에도 금명하에게 깨달음은 없었다.

‘아니, 폭포는 폭포인데 내가 어떻게 폭포가 될 수가 있는 건데?’

물속에 있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한번 숨을 참으면 반 각 정도는 어떻게든 참아낼 수 있다.

하지만 숨을 참을 수 있는 시간만 늘어날 뿐, 정작 중요한 폭포가 되라는 말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 정체되어 있는 느낌인데···’

이제는 초절정에서 성장이 막혀 있다.

화경의 경지로 발돋움할 수 있을 만한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이상, 여태 먹던 괴랄한 맛의 죽도 소용이 없었다.

금명하는 파천마군의 말에 다음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말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나?’

파천마군처럼 높은 경지에 있는 사람이 길을 착각할 리가 없다.

지금 금명하가 막힌 이유는 분명 자신에게 있을 게 분명했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이유를 알 수 없이 막힌 채로 시간만이 흘러간다. 이제는 그저 물속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폭포만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까지 무슨 생각이라도 하면서 폭포를 바라봐 왔지만 아무 생각없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으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멍한 상태에서 머리속으로 폭포수가 떨어지는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던 금명하는 숨이 차오를 때쯤에 겨우 물밖으로 쉬러 나왔다.

“후우···방금 뭔가 기분이 이상했는데···”

지금까지 이런 느낌을 느낀 적이라고는 처음 폭포를 그저 바라만 볼 때뿐이었다.

방금 느낀 느낌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금명하는 최소한의 휴식을 취하며 느낌을 잃지 않으려 계속 되뇌었다.

그렇게 숨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다시 한번···! 쓰읍···”

-풍덩

물속으로 들어온 금명하가 다시 멍하니 폭포를 바라보았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점점 기분이 이상해져만 간다.

‘이 느낌은 오싹한 느낌···?’

금명하가 느끼고 있는 것은 오싹함이었다.

‘설마 내가 추위를 느끼는 건가? 내가···?’

초절정의 경지를 이루게 되면서 더위나, 추위는 금명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되었기에 금명하가 추위를 느낄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뭐지···?’

금명하는 오싹함의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추운 것도 아니고, 주변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일단 영감님한테 물어봐야겠다.’

지금 당장 금명하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파천마군뿐이니 금명하는 물밖으로 나와 동굴로 향했다.

동굴에 들어오니 오늘도 어김없이 파천마군이 괴랄한 죽을 끓이고 있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들어왔구나? 무언가 느낀 점이라도 있는가 보지?”

파천마군은 금명하를 지켜보지 않았음에도 이유를 알고 있었다. 금명하와는 다른 방식이었지만 이미 자신도 지나왔던 길이었기에 알고 있는 것이었다.

“예. 똑같이 폭포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뭔가 오싹하더라고요.

혹시 영감님이 살기라도 쏘아낸 거 아니에요?”

“너랑 나를 제외하고는 이 협곡에 들어온 사람이 없는데 그럴 리가.”

“그럼 오싹했던 것은 왜 그러는 거죠?”

금명하의 말에 파천마군이 미소를 지었다.

“너도 자연의 신비를 느낀 게지.”

“자연의 신비요···?”

“그래. 자연은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천재지변(天災地變)을 사람의 몸으로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천재지변에는 무수히 많은 종류가 있다. 번개, 홍수, 가뭄, 지진 등 사람의 힘으로 대항할 수 없는 것들이다.

헌데 금명하는 그것이 자신이 느낀 것과 대체 무슨 상관인지 의문이 갔다.

“천재지변이랑 오싹했던 거랑 대체 무슨 상관인데요?”

“쯧, 이렇게나 설명해줬는데도 알아먹지 못하다니. 재능이 없는 게 아니냐?”

“재능이 없기는 뭘 없어요. 지금 영감님 입이 귀에 걸리게 생겼는데.”

금명하의 말대로 파천마군이 헤벌쭉한 표정으로 금명하에게 쓴소리를 하고 있었다.

자신은 자연의 신비를 알아채기 위해 별 짓을 다하며 5년만에 겨우 깨달았다.

그러니 금명하의 성취가 놀라운 건 당연했고, 그 덕분에 자신의 계획은 더욱 빨리 이룰 수 있을 테니 기분이 좋은 것도 당연했다.

파천마군은 표정을 얼른 정리한 뒤, 헛기침을 해댔다.

“크흠. 쉽게 말하자면 너는 폭포의 무서움을 느낀 게다.”

“폭포의 무서움···?”

“저 정도의 폭포는 자연에서도 쉽게 볼 수 없다. 그 힘을 따지자면 현경의 무인이 공격하는 힘에 버금가겠지.

너는 그저 본능대로 자연에 쫄았을 뿐이다.”

“쪼, 쫄?”

“그래. 너는 쫄았다.”

“이익···아니거든요!”

“허, 쫄았으면 쫀 거지. 사내대장부로 태어나서는 말이야.”

“허, 어이가 없어서 정말···알았어요. 증명하면 되잖아요.”

“어떻게?”

금명하는 생각했던 것을 입밖으로 내보내려 했지만 순간 멈칫했다.

이미 한 번 폭포의 위력을 받아 보았기에 지금의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한 번으로 자신이 폭포를 두려워하게 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인지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버티면 될 거 아니에요!”

“그래. 어디 한번 버텨보거라.”

금명하는 당장 일어나 동굴 밖으로 나갔다. 다시금 거대한 폭포의 힘을 받아야 한다는 게 두려웠지만 자존심은 지켜야 했다.

거대한 폭포. 현경의 무인의 공격과도 같은 폭포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현경의 무인의 공격과 폭포의 차이점이 있다면 현경의 무인은 억겁의 시간동안 공격을 진행할 수 없는 정도뿐이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금명하를 향해 파천마군이 말한다.

“안 가고 뭐하고 있냐?”

“하하하, 예, 갑니다요.”

자존심을 살살 긁는 말은 금명하를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래. 전과 비교하면 무위도 상당히 올랐으니까···’

이전에 폭포를 맞았을 때는 온 몸의 내공을 호신강기에 퍼부었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점을 찾은 지금은 폭포를 버티는 발판도 생각해야 하니 양쪽의 분배를 잘해야만 했다.

‘뭐, 분배를 한다 해도 잠깐 정도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금명하가 심호흡을 하며 집중했다. 기운을 정확히 분배하는 과정이었다.

“언제까지 시간을 끌려고?”

파천마군이 다시금 분노를 유발하지만 금명하는 신경을 끄고 내공을 분배하는 것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파천마군은 일부러 금명하를 자극했던 것이지만 꽤나 침착한 금명하의 태도가 흥미로웠다.

‘망나니 같은 기질을 띄고 있지만 그걸 다룰 줄 아는 놈이구나.

누가 가르쳤기에 이 망나니를 사람으로 만들었을꼬.’

파천마군은 금명하를 얌전하게 만든 이가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었다.

파천마군이 금명하에 대해 놀라워하는 동안 내공의 분배를 마친 금명하가 폭포를 향해 뛰어들었다.

지금 생각한 계획은 물속으로 들어간 뒤 발을 차며 폭포수를 뚫고 위로 올라가려는 것이었다.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폭포수 내에 발판이 없으니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풍덩

물속으로 들어간 금명하는 폭포수의 바로 밑으로 이동했다.

마음을 다 잡은 금명하가 발을 차며 폭포수를 뚫으려 했다.

하지만···

-쿠웅

잠깐 마주한 폭포수에 금명하는 깊은 곳까지 튕겨져 내려갔다. 거기에 어마어마한 충격은 덤이었다.

이전과 다르게 경지를 더 끌어올리고 도전했음에도 허무하게 튕겨 나간 금명하가 이를 악물었다.

‘이번에는 더 오래 버틴다.’

금명하는 가공할 만한 폭포수의 위력에 생각을 바꿔 먹었다.

‘처음부터 생각을 잘못했었어. 더 오래 버틸 생각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버틸 생각으로 간다.’

온 몸의 기력을 무리하게까지 운용하며 금명하가 발을 박찼다.

-콰콰콰콰콰

간신히 튕겨 나가지 않는 정도였지만 금명하는 분명 폭포수를 버텨냈다.

“으아아아!!!”

조금이라도 더 버텨보고자 악을 써댔지만 금명하가 버틸 수 있는 것은 찰나의 순간뿐이었다.

간신히 폭포수를 막아냈지만 금명하의 내공은 순식간에 모두 닳아버렸다.

이제 금명하에게 남은 것은 거대한 폭포수를 몸으로 받아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충격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안락했다.

금명하는 힘겹게 눈을 떠 이게 어찌 된 일인지 확인했다.

“영···감님···?”

기력이 다한 금명하를 파천마군이 안아 들고 있었다.

거대한 폭포수를 기막으로 막아내며 말이다.

“이렇게 되길 바랬던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뭐, 일단 해내 버렸으니 어쩔 수 없는가. 일단 돌아가야겠구만.”

파천마군은 금명하를 안고 동굴 안으로 돌아왔다.

모닥불에 금명하의 젖은 몸을 말려주며 파천마군은 금명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분명 초절정의 무위다. 초절정의 극단이라지만 그것도 결국 초절정의 경지니 말이다.

하지만 금명하는 현경을 이룬 무인의 공격과도 같은 폭포를 찰나의 순간이지만 받아냈다.

‘이게 가능한 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현경과 초절정은 격의 차이가 너무도 극심했다. 현경의 무인에게 초절정의 무인이란 그저 손가락 하나로 짓이겨 버릴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헌데 금명하가 그걸 버텨내 버렸으니 원래 생각하던 계획에서 어긋나 버렸다.

생각해보면 금명하는 파천마군의 계획을 모두 비틀었다. 처음에는 그저 금명하의 성취가 빠른 것이 좋았지만 그것에도 정도가 있다.

너무 빠른 성취는 오히려 몸과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게 될 수 있고, 자만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파천마군이 원래 계획했던 것은 금명하가 자연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가능성을 보여버렸으니 계획이 너무도 크게 틀어져 버렸다.

‘이 주변에서 가장 큰 자연은 이 폭포말고는 없을 텐데···’

금명하에게 자연의 힘을 보여주고 두려움에 빠지게 만든 다음, 그것을 이용하게 하면서 점점 경지를 올려 나가는 것이 파천마군의 무공, 파천신공(破天神功)을 배우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금명하는 이 가능성으로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차라리 시키지 말았어야 했는데···’

금명하라면 당연히 실패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성공했으니 어쩔 수 없다.

파천마군이 계획을 수정하는 수밖에···

파천마군이 한숨을 쉬고 있는데 순간 머리속에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자연을 두려워하는 것은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결국에는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것도 과정이었으니 어쩌면 뛰어넘어도 괜찮지 않나···?’

자연을 두려워하도록 만드는 것은 그저 과정중의 하나일 뿐이다.

어쩌면 그거 하나가 없더라도 큰 상관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시도는 해봐야지.’

파천마군 본인은 자연을 두려워하는 게 먼저였고, 그 다음에는 자연을 이용하는 방법을, 그 다음에는 자연과 동화되었다.

그렇다면 금명하에게는 자연을 이용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면 될 뿐이다.

어쩌면 금명하는 두려워하지 않았더라도 자연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파천마군의 계획을 벗어나는 기염을 토해냈으니 말이다.

‘그럼 내일부터는 무공을 가르쳐야겠다.’

파천신공은 자연에 동화되어, 자연을 이용하는 무공이다.

그러니 일순간이나마 자연을 극복해낸 금명하라면 충분히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일단 화경의 경지로 만드는 게 우선이겠구나.’

초절정의 벽을 깨게 만드는 것. 그것은 파천마군에게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죽을 위기를 겪는다면 인간은 성장하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애송아, 이제 매일 폭포수련이다.”

기절하면 깨우고, 기절하면 깨우고. 화경의 경지를 깨닫기 전까지 금명하는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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