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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무림세가의 둘째 아들-87화 (87/97)

〈 87화 〉 86.스승은 안 됩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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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천마군이 금명하에 대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하지만 금명하가 자연에 대해 어떻게 느꼈느냐에 따라 수정할 수도, 그대로 갈 수도 있으니 금명하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으음···”

금명하가 뒤척이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파천마군이 다가와 물었다.

“자연은 어땠느냐?”

갑작스러운 물음에 금명하가 눈을 감았다. 폭포를 떠올리기 위함이었다.

금명하가 눈을 감고 지긋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고 파천마군은 혹시나 금명하가 자연에 두려움을 느꼈나 싶었다.

그렇게만 되면 원래의 계획을 벗어나지 않으니 굳이 수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파천마군이 금명하의 대답을 기다리고만 있는데 금명하가 눈을 뜨지 않는다.

“그만 생각하고 이제 말을 하거라.”

-툭, 털썩

“커어어어. 피유.”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금명하는 눈을 감자마자 잠에 빠져들어 있었다.

“허허허.”

파천마군이 자고 있는 금명하의 옆머리를 치켜 올리며 소리쳤다.

“당장 안 일어나!!!”

“아, 아아!”

옆머리가 치켜 올려지는 고통에 금명하가 잠에서 깨어났다.

“영감님, 뭐하세요!!!”

“뭐하긴, 이놈아! 잠에서 깨지 않기에 깨웠을 뿐이다.”

“누가 사람을 이렇게 깨워요!”

“그럼 제 때, 제 때 일어나든가!”

“에이···”

아침이 되어서도 안 일어난 것은 자신이니 따로 변명도 할 수 없는 금명하였다.

헌데 평소대로였다면 알아서 수련을 하도록 놔두니 금명하는 매번 자유롭게 일어났다.

물론,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수련을 시작했기에 파천마군이 따로 깨울 필요도 없었다.

비록 오늘 늦게까지 잤다고는 하지만 금명하는 알아서 수련을 하니 파천마군이 무언가 깨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무튼 왜 깨우신 건데요?”

“어제의 일에 대한 감상을 들려줘야지.”

“어제의 일···?”

금명하가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어제의 기억. 금명하는 폭포를 버텨 보려 했지만 일순간밖에 버티지 못했다.

헌데 그만한 폭포를 몸으로 받아 냈음에도 몸이 멀쩡한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영감님께서 치료해주신 겁니까?”

“치료는 무슨, 다치지도 않았는데.”

“예? 저는 분명 그때, 폭포에 얻어 맞았는데···”

“네놈은 기억이 문제가 아니라 기억력이 문제인 것 같은데?

네가 폭포에 얻어맞기 전에 내가 구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파천마군의 말을 듣고서야 금명하는 그때의 일이 기억났다.

자신은 그 잠깐을 버티고 기력이 다해 눈이 감겼지만 안락함을 느꼈고, 실눈 사이로 파천마군의 모습이 보였었다.

그 거대한 폭포를 고작 기막으로 쉽게 막아내며 자신을 구해줬다.

“아···그, 뭐, 감사합니다.”

“감사인사가 뭐 이리 빈약해? 좀 더 감사해보거라. 내 지금까지 네놈에게 퍼주었는데 감사 인사는 처음 듣는 것 같구나?”

“하, 하하. 기분 탓입니다. 기분 탓.”

“쯧. 뭐, 일단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감상을 한번 들려줘 보거라.”

금명하가 그때를 더욱 깊이 생각해보았다.

감당할 수 없을 만한 거대한 힘에 금명하는 온 힘을 다해 호신강기를 펼쳐 막았다.

그럼에도 호신강기는 잠깐 막아준 게 전부였을 뿐, 금명하의 기력이 떨어진 순간 호신강기를 깨뜨려 버렸다.

지금의 힘으로는 고작 잠깐을 버티는 게 전부이니 금명하는 더욱 힘을 길러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부족해요···”

“그건 알고 있다.”

“···예. 알고 계시겠죠. 근데 진짜 절실히 느꼈어요. 아직 너무 부족하다고.”

“자연이 두렵느냐?”

자연이 두렵다. 따지고 보면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저 경이로울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폭포로 다시 들어간다고 하면···

“두렵네요.”

“하하하하하.”

“왜 웃으세요?”

“아니, 자연보다 강한 내가 있는데 나는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자연은 두렵다니 웃기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 말대로 파천마군의 무위는 고작 폭포에 한하지 않았다.

닿을 수도 없는 하늘에 거대한 충격을 주는 것은 폭포의 힘으로는 이루어 낼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영감님은 저를 죽일 생각이 없으시니까요.”

“그래. 맞는 말이지.”

파천마군은 금명하를 죽일 생각이 없다. 그의 목적을 위해서는 금명하가 필요하니 말이다.

그리고 금명하도 밖으로 나가려면 파천마군이 필요하다.

헌데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는데 단 한가지 의문이 금명하의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근데 금의위 정도라면 영감님이 직접 처리하시면 되지 않나요?”

파천마군은 금명하가 볼 때, 현경의 경지를 이루었다.

금명하가 현경의 경지로 오르는 것보다 파천마군이 처리하는 게 더욱 빠를 텐데 왜 자신을 키우는 것일까. 이해가 될 리 없었다.

물론, 거기에는 사정이 있었다.

“못한다.”

“예? 하지만 영감님은 파천마군이시잖아요. 파천마군도 못해내는 일을 제가 어떻게 한다고···”

“나는 죽어가고 있다.”

“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비록 파천마군의 몸이 비루하긴 하나, 죽어간다고 생각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뛰어난 무위는 여전한데 죽어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에이, 거짓말 마세요. 죽어가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무위를 발휘해요.”

“계속 약해져만 간다. 지금 내 힘은 전성기의 절반···아니, 3할 정도 되는 것 같구나.”

“3할이 그 정도···아니, 그게 아니라. 영감님이 왜 죽어가는데요?”

“전에 말하지 않았느냐. 금의위에게 속았다고. 금의위는 나를 속여 아무런 죄도 없는 민간인들을 학살하게 만들었다.”

파천마군이 중원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보통 무림인들은 민간인들이 휘말려도 크게 신경쓰지는 않지만 대부분이 말려들지 않게끔 한다.

그것이 무림의 불문율이건만 파천마군은 금의위의 입담에 속아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그걸 깨달으셨으면 복수를 하면 되죠.”

금명하의 말이 맞다. 깨달은 순간 파천마군은 복수를 하면 됐다. 하지만 파천마군이 깨달았을 땐, 이미 늦어 있었다.

그는 이미 모든 싸움이 끝나고 망가져 있었으니 말이다.

“그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정마전쟁이 한창 진행중일 때, 파천마군은 금의위에게 속아 마교의 천마와 일전을 벌였다.

그 결과는 파천마군의 패배. 천마에게도 치명상을 입혔지만 결국 패배자는 파천마군이었다.

중원을 침략하려는 천마를 몰아냈지만 그 싸움으로 인한 사상자의 수가 천 단위를 넘어섰다.

금의위가 일부러 정마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복판으로 천마와 파천마군을 유인하여 싸움을 벌이게 했으니 만들어진 숫자였다.

그 때문에 정파든, 마교든 숫자가 줄어 무림 자체의 무인의 숫자가 떨어지고, 고수들을 죽여 질까지 떨어뜨렸으니 황실에는 큰 이익이었다.

그 이후로 파천마군은 정파에게 쫓겨 다니다 이 협곡으로 들어서 후회하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 떨어진 금명하를 보고는 파천마군은 복수를 떠올렸다.

분명 자신도 잘못을 했다. 그렇기에 더 이상 중원으로 나가지 않고 목숨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죽어갔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만 죽으면 지금까지 금의위의 계략으로 죽어 나간 이들과 앞으로 죽을 예정인 이들에게 죄를 짓는 행위이니 파천마군은 금명하를 키우고 있다.

그들의 악행을 끊기 위해, 자신이 범한 죄악들로 몸을 불린 그들을 처리하기 위해.

파천마군은 금명하가 금의위를 처리할 수 있기 전까지는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몇 년이 될지, 몇 십년이 될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그저 자신이 버틸 수 있는 데까지는 금명하를 가르칠 것이다.

‘그래도 내가 죽기 전에 현경의 경지에 올라갈 수도 있다...!’

현경의 경지는 늙은 노고수들이 평생을 수련해오면서 깨달음을 얻어서 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건 곧, 나이가 어린 금명하가 현경에 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천마군은 믿고 있다.

처음에야 몇 십년동안 협곡에 떨어진 게 금명하뿐이니 어쩔 수 없이 금명하를 가르쳤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금명하의 재능은 한 마디로 미쳤다.

금명하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까지 수련을 설정하는데 기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생각했던 것 이상을 해낸다.

그러니 파천마군은 자신의 모든 것을 금명하에게 가르친다면 금명하가 금의위를 처리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뭐, 아무튼 나는 금의위에게 속아 천마와 대결을 펼치고 이곳에 잠적했다.

천마는 강했고, 상처 입은 나는 여기서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는 거지.”

“아니, 금의위에게 속았다는 이야기도 이해를 못하겠고, 천마랑 싸운 건 또 뭔데요?”

“길게 할 이야기는 아니다. 그보다 오늘부터는 파천신공을 가르쳐 줄 것이다.”

“제가 그걸 배워도 되는 거 맞아요?”

“가르쳐 준다 할 때 배워라.”

“아, 예.”

파천마군의 무공.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무인의 무공을 배운다니 금명하는 더 이상 깝죽거릴 수 없었다.

파천신공(破天神功). 이름 그대로 하늘을 깨뜨리는 무공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었다.

그 이름대로 파천마군은 어마어마한 무인이 되었으니 무공의 위력은 이미 입증이 되어 있다.

그 대단한 무공을 파천마군 본인에게 배울 수 있으니 금명하에게는 상당한 기회였다. 말하자면 기연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일단 구배지례(九拜之禮)를 올려라.”

“구배지례라면···사제간의 연을 맺을 때, 하는 그거요···?”

“그래. 내 너에게 친히 무공을 전수하니 스승이 아니더냐?”

“저에게는 이미 스승님이 계십니다.”

“허? 기억이 안 난다 하지 않았지 않느냐.”

금명하는 기억을 잃었다. 부분, 부분들의 기억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확신하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래, 네 스승이 누구더냐?”

파천마군의 질문에 금명하는 답하지 못했다. 분명 스승이 있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누구인지는 명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기억에 있는 스승은 따듯하고, 자상한 사람이라는 것밖에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잘 기억이 안 납니다···”

“허어어···절세의 무공을 배우는데 스승조차 될 수 없다니. 나는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온 건지···”

파천마군의 말대로 파천무공은 절세의 무공이다. 만약, 바깥에서 이 무공을 가르친다 하면 사문을 뛰쳐나와 파천마군의 제자로 들어올 이들이 성을 채울 것이다.

헌데 금명하는 기억도 나지 않는 스승 때문에 자신을 거부하니 파천마군으로서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래서 구배지례를 올리지 않겠다?”

“죄송합니다···”

“구배지례를 올리지 않으면 무공을 가르치지 않겠다 해도?”

“예. 죄송합니다.”

무공을 배우지 않으면 자신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금명하였다.

하지만 스승을 새로 받는다는 것을 본능이 거부한다.

막혀 있는 기억이 금명하를 멈추게 만든다. 만약, 이걸 무시하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파천마군이 문제인 게 아니다. 그저 원래 있던 스승에 큰 죄를 범한다는 생각이 그리 만들었다.

파천마군은 어이가 없었지만 금명하가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금명하는 어쩌면 마지막으로 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그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뭐, 구배지례가 중요한 건 아니지. 그냥 가르쳐주마.”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파천신공을 가르쳐주마.”

금명하는 과연 파천신공이라는 굉장한 무공을 어떻게 배울지 기대가 되었다.

“파천신공을 배우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땅에 묻히고, 절벽에서 떨어지고, 물에 잠긴 채로 정신을 잃으면서 배우면 쉽게 배울 수 있다.

일단 묻히는 것으로 시작하자꾸나.”

그렇다. 파천신공.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무공은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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