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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무림세가의 둘째 아들-88화 (88/97)

〈 88화 〉 87.화경의 경지에 오르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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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묻힐 곳 앞에서 땅이 파지는 것을 보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파천마군은 현재 금명하가 묻힐 곳을 내공을 이용해 흙을 덜어내고 있었다.

-스윽

마치 손으로 퍼올리는 것처럼 부드럽게 들어올려지는 흙을 보며 금명하가 말한다.

“거 너무 깊게 파신 것 같은데···”

들어갈 사람은 자신 혼자뿐이건만 성인 네다섯명은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생겼다.

하지만 파천마군은 금명하를 보며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깊게 파다니? 이제 겨우 한번 팠을 뿐인데.”

“예?”

금명하가 되묻는 사이에 파천마군은 흙을 계속 퍼올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쯤 파내니 꽤나 깊은 구덩이가 되어 있었다.

“아니, 이렇게나 깊게 파는 겁니까?”

파천마군은 또다시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겨우 네 번 팠을 뿐이다.”

다섯 번, 여섯 번···열 번. 이쯤되니 파천마군은 금명하를 묻는 게 아니라 죽일 작정인 것 같았다.

크게 퍼낸 흙만 열 번이다. 금명하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문제될 게 없지만 그 흙을 그대로 받아내야 한다는 게 문제다.

흙의 양과 무게를 따져봤을 때, 금명하가 받아낼 무게는 약 2만 근, 다 큰 소 12마리 정도의 무게였다.

“설마 이 흙들을 전부 묻는 건 아니죠?”

“다 묻어야지. 남길 이유가 있느냐?”

“···그냥 얕게 파서 묻으면 되는 거지 이렇게 깊게 묻을 필요가 있는 겁니까?”

“아, 설명을 해주지 않아 그렇구나. 파천신공은 자연을 이용하는 무공이니 자연을 느껴야만 한다.

이제 들어가라.”

파천마군은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준 거였지만 그저 간단하기만 했을 뿐, 정확한 설명은 없었다.

“그게 다입니까?”

“그래. 뭐가 더 필요한 게 있나?”

“아니, 자연을 느끼는 것은 그냥 앉아서도 느낄 수 있지 않습니까!”

“어허, 자고로 무언가를 느낄 때는 몸으로 직접 느껴봐야 더 잘 느껴지는 법.

깊은 땅속에서 오직 너와 흙밖에 없는 상태라면 더 없이 좋은 환경이지.”

파낸 구덩이만 65척 정도 된다. 저런 곳에 묻힌다면 분명 금명하와 흙만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나도 흙으로 돌아가겠지···’

흙속에 파묻혀 숨도 쉬지 못하고, 무게에 짓눌릴 게 분명하다.

금명하는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순 없었다.

“이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가시죠.”

“기껏 파놨으니 그냥 들어가거라.”

“아니,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것으로···”

-툭

“어?”

떨어지는 금명하를 보며 파천마군이 손을 흔들고 있다.

“아니, 이 노친네가 진짜!!!”

금명하가 떨어지고 있다 하더라도 구덩이는 깊이만 깊을 뿐이지 넓이는 그렇게 넓지 않았다.

주변에 폭포가 있어 습기 때문에 흙이 덜 무너진 것도 있지만 파천마군이 기막으로 막아 놓은 게 매우 컸다.

금명하는 손에 내공을 덧 씌워 속도를 줄였다.

-콰콰콰콱

속도가 완전히 줄었을 때, 금명하는 벽을 번갈아 차며 위쪽으로 올랐다. 하지만 파천마군이 겨우 그 정도도 생각하지 못했을 리 없었다.

-펑

기운으로 금명하를 내리찍은 파천마군이 작게 읊조린다.

“그러게 처음부터 얌전히 들어갈 것이지···쯧.”

파천마군은 금명하가 다시 올라오지 못하도록, 또 흙이 넣어지는 순간에 도망쳐 나오지 못하도록 한꺼번에 흙을 쏟아 부었다.

금명하는 구멍을 꽉 채운 흙이 떨어져 내려오는 것을 보며 기회를 놓치면 답이 없다 생각하고는 내공을 운용했다.

‘저 노친네는 나를 밖으로 나오게 만들 생각이 없다. 그럼 최소한 무게라도 줄인다.’

바닥에 흙이 쌓일 때까지 최대한 위에서 버텨내자는 게 금명하의 계획이었다.

“내가 여기서 뒤질 거 같냐!!!”

금명하가 뭉텅이로 떨어져 내리는 흙의 가장자리를 노리고 권기를 쏘아냈다.

-파앙

권기에 맞은 부분이 약간 파였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으아아아!!!”

우렁찬 기합으로 주먹을 쏟아내니 공간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금명하는 자신이 묻힐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의 내공으로는 거대한 흙을 모두 치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게라도 줄인다···!!!’

-쿠르르르

마침내 모든 흙이 구덩이를 가득 메우고, 금명하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어둡고, 무거웠다. 마치 거대한 태산이 짓누르는 것 같은 이 느낌은 약간의 움직임도 허용치 않았다.

금명하는 꼼짝도 하지 못하니 내공을 운용했다. 일단 몸을 짓누르는 고통에서 벗어나야는 것이 먼저였다.

내공을 운용하여 몸을 활성화시키니 고통은 덜해졌다.

지금 금명하에게 남은 시간은 반 각. 숨을 참을 수 있는 한계였다.

그 안에 깨달음을 얻든, 이곳을 빠져나가든, 어떻게든 해야 했다.

‘일단 빠져나가는 것은 뒤로 미룬다.’

내공을 운용해도 몸을 꼼짝할 수 없는 마당에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할 리 없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깨달음을 얻는 것뿐이다.

‘뭐라 했더라···? 자연을 느껴라···?’

자연을 느끼라는 게 무슨 뜻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폭포를 바라보는 수련을 통해 어떻게 하는지 정도는 예상이 되었다.

금명하는 눈을 감고 멍을 때렸다.

멍을 때리는 금명하에게 느껴지는 것은 촉감뿐이었다. 그것도 자신이 만지는 것이 아닌, 강제로 느껴지는 것 말이다.

다른 오감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촉감은 더욱 발달했다.

흙의 차가움, 금명하를 짓누르는 흙의 무게, 주변을 지나다니는 벌레까지 모든 것이 느껴지는데 깨달음은 따로 없었다.

‘생각을 잘못한 건가?’

폭포 때와는 달리 흙에서는 웅장함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폭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맡고, 입으로 마시고, 몸으로 느꼈으니 다가오는 느낌이 달랐다.

지금은 몸으로 느끼는 것 말고는 되는 것이 없으니 금명하가 깨달음을 얻는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더 느끼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또야···’

지금 금명하가 느끼고 있는 또 하나의 느낌.

그건 바로 무력함이었다.

폭포를 맞을 때에도 느꼈던 느낌. 그리고···

‘그놈한테도···’

완전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자신을 이곳으로 떨어뜨린 원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자신은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강해져야만 한다. 고작 이런 것에 막힐 순 없었다.

“안 지지···이딴 것에 지면 복수는 꿈도 꾸면 안 되지.”

금명하가 전력을 다해 내공을 운용했다.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흙을 들어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금명하가 전력을 다함에도 흙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 거대한 흙을 들어내기에 금명하의 힘은 보잘 것 없었다, 자연 앞에서 금명하는 보잘 것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나는···복수를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부족하면 더 끌어다 쓴다···!”

금명하의 몸 내부에 있는 기운은 모조리 끌어 쓰는 중이다. 더 이상 금명하에게 끌어 쓸 내공은 없었다.

금명하에게는 말이다.

파천마군은 금명하가 폭포를 보기 위해 잠수하는 것을 가끔씩 지켜봤었다.

금명하가 숨을 참을 수 있는 시간은 반 각. 반 각이 조금 더 지난 시간, 금명하가 정신을 잃을 때쯤 난입할 생각이었다.

헌데 아직 반 각도 되지 않았건만 금명하가 묻힌 부분의 흙이 들썩거린다.

“용쓰지 마라. 네놈의 힘만으로는 절대 들 수 없을 정도로 해뒀으니.

혹시나 또 한계를 뛰어넘을까봐 더 넣었다. 이번에는 한계를 뛰어넘는다 해도 불가능할 거다.”

파천마군은 완벽하게 계산하여 금명하가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설계했다.

금명하에게는 실패라는 것이 필요했고, 그 편이 더 자연을 실감하게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금명하가 묻힌 땅은 파천마군의 계획을 비웃듯이 들썩거리고 있다.

“예상보다 더 일찍 퍼내야 할 것 같구만.”

파천마군은 금명하가 최대한 버티다 정신을 잃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이런 경우도 생각하긴 했지만 불가능에 도전하는 미련함은 없기를 바랬다.

“쯧쯔. 미련하다 미련해.”

삶을 살아오며 웬만큼 재능 있는 사람이란 사람은 다 본 파천마군이다.

그 중에서도 금명하의 재능은 특출났지만 그것까지 생각해서 만든 구덩이다.

금명하가 탈출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분명 없었어야만 한다. 재능에도 한계라는 게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금명하에게 재능의 한계란 없었다.

-퍼엉!

흙을 뚫고 나온 금명하의 몸에는 가공할 만한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파천마군이 볼 때는 한없이 미약한 기운이었지만 파천마군은 알 수 있었다.

“화경···!”

금명하는 초절정의 경지를 뛰어넘었다.

파천신공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연의 기운을 끌어다 쓰는 것을 성공하는 깨달음을 얻어냈다.

그것은 곧 금명하를 화경의 경지로 올라서게 만드는 열쇠가 되었다.

땅에서 튀어나온 금명하는 기운이 몸에서 흘려 넘쳐 갈무리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허···이런 미친···”

살다 살다 죽을 위기마다, 조금 힘들 때마다 강해지는 경우는 처음 본다.

분명 실패하게끔 설정을 해놓고,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한계를 뛰어넘는 것까지 생각했는데 금명하가 그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이거 어쩌면 내가 괴물을 키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만약 이 아이가 악에 물든다면 중원은 피로 물들 게 분명하다···!’

지금 당장에야 금명하의 경지가 화경이라지만 금명하는 계속해서 강해질 것이다.

화경에도 이렇게나 빠르게 올랐으니 현경을 지나쳐 어쩌면 입신경에 닿을지도 모른다.

파천마군은 일단 금명하의 성장을 저지해야만 했다.

금명하가 더욱 높은 경지로 올라가기 전에, 자신이 금명하를 막을 수 없게 되기 전에 금명하의 진심을 확인해야만 했다.

“일단 수련은 중지하는 것으로 하고...”

파천마군이 말을 하고 있는데 금명하가 파천마군에게로 다가온다.

“왜 무슨 할말이라도···음?”

-쾅

갑작스레 금명하가 주먹을 날렸다. 파천마군은 한눈을 팔 때도, 잘 때도 항상 호신강기가 존재하기에 금명하의 주먹이 먹히지는 않았다.

금명하는 주먹이 막혔음에도 쉬지 않고 주먹을 날려 댔다.

-쾅, 쾅, 쾅 쾅

파천마군은 갑자기 금명하가 왜 이러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화경에 올라 놓고는 왜 나를 공격하는 거지?’

금명하가 화경에 오른 지금은 분명 기뻐해야 마땅한 상황이다. 헌데 금명하는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주먹을 내지르고 있다.

파천마군은 일단 이유를 알아야 했다.

“왜 이러는 것이냐?”

왜 그러냐는 말에 금명하가 악이 가득한 얼굴로 파천마군을 쏘아붙였다.

“왜 그러냐고요? 사람을 죽일 뻔했으면서 왜 그러냐는 말이 나옵니까?

이익···!”

-쾅!

울분이 가득 담긴 주먹이 파천마군의 호신강기를 울렸다.

금명하는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살아남아 복수를 하기 위해서 새로운 경지를 깨우치고 탈출했다.

헌데 파천마군은 자신을 죽일 뻔했으면서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니 이리 화를 내는 것이었다.

금명하는 그렇게 느끼고 있었지만 파천마군으로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었다.

금명하가 탈출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꺼내 줄 것이었다.

심지어 미리 말하기까지 했는데도 이러니 오히려 파천마군이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게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

“그, 그건 그렇지만···그래도 어찌!”

“지금 네 논리는 맞지 않는다. 그저 화를 내고 싶을 뿐인 것 아니냐?”

금명하가 말이 없어졌다.

파천마군에게 정곡을 찔려버린 것이다.

파천마군은 싱긋 웃으며 금명하에게 말했다.

“그래. 무엇이 너를 화나게 만들었느냐?”

“···”

금명하가 침묵했다. 말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니 파천마군은 금명하를 기다려 주었다.

잠시간 정적이 흐르고 금명하가 마음을 정했는지 입을 열었다.

“기억이 났어요.”

기억. 이곳에 갇혀 있던 두 달정도의 시간동안 잃어버렸던 기억을 화경의 경지에 오르면서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럼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겠구나.”

“예···저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말해보거라.”

“한번만···안아주세요.”

금명하는 약관을 얼마 지나지 않은 청년이다. 기쁜 일, 슬픈 일, 화나는 일 등 기댈 존재가 필요할 것이다.

파천마군은 양팔을 벌리며 금명하를 안아주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걱정말거라. 이제 화경의 경지에 올랐으니 강해지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감사합니다···그리고 죄송합니다···”

“음? 뭐라고?”

되묻는 순간에 파천마군의 세상이 반전한다.

-털썩

금명하가 허리를 꺾으며 파천마군을 땅에다 힘껏 메쳤다.

“후우···이걸로 퉁 치는 겁니다.”

기억이 났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죽일 뻔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금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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