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 88.파천신공을 배우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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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명하가 파천마군을 힘껏 메다꽂았다지만 파천마군의 몸은 항상 호신강기로 보호받고 있다.
메다꽂는 것 정도로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못했다.
“갑자기 뭐하는 건가 했네. 아무튼 이걸로 퉁치면 됐다.”
옷을 탈탈 털며 일어나는 파천마군이 금명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분명 맑고, 올곧은 눈을 가지고 있다. 기운도 정파의 성향을 띠고 있고, 언행은 가볍지만 정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금명하는 명백하게 정파인이다.
하지만 정파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후에 악인이 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정파에 대놓고 악을 벌이는 이는 없다. 그런 짓을 벌이는 순간, 제명되고 사파로 가게 될 테니 말이다.
정파는 뒤에서 수작을 부리며 일을 덮는다.
파천마군은 어떠한 세력에도 소속되지 않고 혼자서 활동했다.
그가 볼 때는 그 어떠한 세력도 선이라 치부할 수 없었다.
정파는 뒤에서 수작을 부리고, 사파는 마음 내키는 대로 악행을 벌이고, 마교는 대놓고 악행을 벌인다.
그러니 금명하가 정파에 있다고 악인이 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뭐, 물론 이놈이라면 뒤에서 수작은 부리지 않겠지만.’
금명하가 이 협곡에서 나갈 때쯤이면 최소 현경(玄境)···어쩌면 입신경(入神境)에 올라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금명하라면 뒤에서 수작을 부릴 필요는 없다. 원하는 게 있다면 직접 이뤄내면 될 테니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정파에서는 이놈을 무림공적으로 만들고, 정파의 세력을 단합하는 데 사용하겠지.’
정파에 무림맹이라는 큰 집단이 존재한다지만 그곳에는 모든 정파가 가입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무림공적이라는 하나의 적을 필두로 정파를 규합하며 다시금 정도의 이름 앞에 무림일통을 꿈 꿀 수도 있다.
자신이 키워낸 사람이 무림공적이 되는 걸, 자신처럼 되는 걸 볼 수 없기에 파천마군은 금명하에게 제대로 가르쳐야만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일단 금명하의 인생을 들어봐야 한다.
살아온 인생에 따라 사람의 성향은 바뀌는 법이니 말이다.
“그래. 기억이 났다면서? 너는 왜 이곳으로 떨어진 거지?”
“당했습니다···악질적인 놈한테···”
“누구?”
“녹림의 총채주요.”
총채주라는 말에 파천마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총채주는 파천마군이 활동하던 시기에도 활동을 했었다. 그때에도 강했으니 지금은 더욱 강해졌을 게 분명하다.
금명하의 무위로는 총채주를 감당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거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총채주가 어째서 상대도 되지 않는 금명하와 싸웠는가였다.
“헌데 그 놈이 너를 왜 노린 거지?”
“그걸 제가 모르니 억울하죠.”
“그래서 그 놈한테 복수한다는 건가?”
“물론이죠.”
복수. 복수는 선인이든, 악인이든 누구나 품을 수 있는 마음이다. 중요한 것은 복수가 끝난 후였다.
“복수가 끝나면 뭘 할 거냐?”
“끝나고요?”
복수가 끝난 후. 금명하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가장 먼저 총채주에게 복수를 하고···
“동료들에게 돌아가야죠.”
동료. 금명하에게는 소중한 동료들이 있다.
자신이 협곡에 떨어진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지 못한다.
총채주가 동료들을 죽였을 수도 있고, 살려 뒀을 수도 있다.
마음만으로는 지금 당장이라도 협곡을 빠져나가 동료들의 안위를 확인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난 아직 약하다···’
금명하는 화경의 무위다. 지금 나간다면 복수는 꿈도 꾸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 일이 있은 후로 벌써 두 달이 지났다.
동료들이 죽었든, 살았든 지금 나가나, 나중에 나가나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
파천마군은 금명하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한다.
그에게는 동료는 물론이고,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없었으니 돌아갈 곳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렇다 해서 남까지 그럴 리는 없을 테니 공감은 못해도 이해는 했다.
“그럼 더 빨리 강해져야겠구나.”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나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복수를 못하겠지. 흠···최소 1년, 최대 3년이다.”
다른 설명을 붙이지 않았지만 금명하는 그것만으로도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1년···아니, 더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금명하의 말에 파천마군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너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구나.”
지금까지 금명하는 파천마군이 설정해둔 한계치를 전부 뛰어넘었다.
그러니 어쩌면 현경의 경지로 올라가는 것도 금방 해낼지 모른다.
‘이거, 이거. 내공을 충당하려면 더 더 많이 구해야 겠구만.’
경지를 뛰어넘을 때 필요한 것은 깨달음과 경지에 맞는 육체와 내공이다.
깨달음이 없으면 다음 경지로 갈 수 없고, 육체가 없다면 경지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며, 내공이 없다면 육체를 준비하지 못할 것이다.
파천마군이 금명하의 육체를 새로 만들어 주었다. 육체는 준비되어 있고, 깨달음은 금명하가 알아서 얻을 테니 내공만 준비하면 된다.
현경의 경지로 올라설 때 필요한 내공은 상당한 양이 들 것이다.
이곳은 끝이 안 보이는 깊은 협곡. 지맥으로 흐르는 자연의 내공이 모이는 곳이다.
사람들의 손이 닿지도 못하는 곳이니 모든 것에 내공이 포함되어 있다.
물과 곤충, 동물, 식물, 심지어는 이곳에 있는 곳만으로도 쌓여 있는 내공을 흡수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내공을 모두 잃었던 금명하가 이렇게 단 시간내에 화경의 경지를 이룰 순 없었을 것이다.
내공을 준비하는 것에는 문제될 게 없으니 이제는 때가 되었다.
“너는 화경에 오르면서 자연의 이치를 어느 정도 깨달았을 거다. 맞느냐?”
파천마군이 금명하가 빠져나올 수 없도록 많은 양의 흙으로 묻은 이유는 금명하가 자연의 기운을 이용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파천마군은 물속에 빠뜨리더라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더라도 자연의 기운을 이용하도록 조치했을 것이었다.
이는 금명하가 자연의 기운을 이용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할 예정이었는데 단번에 사용했으니 그 과정들은 필요가 없었다.
“자연의 이치는 모르겠고, 자연 속에 기운이 들어있고, 그걸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이해했어요.”
원래부터의 상식이다. 자연속에는 기운이 존재하고, 무인은 그 기운을 몸에 받아들여 내공을 보충하며 단전을 키워 나간다.
하지만 금명하가 보여준 것은 그런 행동과는 상당히 달랐다.
자신의 부족한 내공을 자연의 기운으로 억지로 보충하여 더욱 큰 힘을 발휘했던 것이다.
금명하가 했던 행동은 파천신공의 기본이었다. 그걸 해낼 수 없다면 파천신공은 시작도 하지 못한다.
금명하가 자연의 기운을 이용하는 것에 성공했으니 금명하는 파천신공을 배울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췄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파천마군이 파천신공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정도면 됐다. 이제부터는 파천신공을 배우자꾸나.”
“드디어···”
“그다지 달라질 것은 없을 거다. 지금까지 했던 수련이 파천신공을 배우기 위한 과정이었으니.
그럼 파천신공을 배우기 위한 첫번째 과정을 시작하마.”
“예!”
파천마군의 무공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파천신공. 첫번째 과정인 만큼 그리 어려울 것은 없었다.
“내공을 모두 소진하고,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여라.”
파천신공은 자연의 기운을 이용하는 무공이다.
지금 자연과 친숙 해질수록 더욱 더 강한 무위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금명하는 일단 몸이 자연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내공을 모두 소진하고, 자연의 내공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반복, 또 반복해야 했다.
“바로 하겠습니다.”
“폭포로 가자.”
-콰콰콰콰
거대한 만큼 웅장한 폭포를 바라보며 금명하가 물었다.
“폭포에는 왜 온 겁니까?”
“어차피 소진할 내공이라면 목표가 있는게 좋잖느냐.
언젠가 저 폭포를 완전히 뚫을 수 있을 때까지 해보거라.”
“아, 알겠습니다.”
거대한 폭포. 그 두께는 웬만한 거목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화경의 경지인 금명하에게는 무리일 게 뻔하다. 자연의 기운까지 더한다 해도 뚫을 수 없을 게 뻔하다.
“물론, 지금의 네가 뚫을 수 있다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목표가 있으면 좋으니 말이다.”
금명하가 폭포를 마주보며 생각에 잠겼다.
기억이 돌아오기 전, 폭포에 도전했지만 단 한 방에 물 깊은 곳까지 튕겨 나갔었다.
금명하는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단 한순간이었지만 폭포는 총채주의 공격과도 같았다.
그 말은 곧···
‘저걸 뚫는 순간, 총채주를 상대할 수 있게 된다.’
총채주의 공격조차 버티지 못한다면 이곳에서 나가는 의미가 없다.
파천마군은 그저 파천신공을 배울 때, 심심하지 않게끔 설정한 목표였지만 금명하에게는 꼭 이루어야 할 목표가 되었다.
금명하의 눈빛이 바뀌었으니 파천마군은 안심하고 자리를 떠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금명하의 내공을 보충해주기 위해 기운을 잔뜩 머금은 것들을 채취하여 또다시 죽을 끓일 것이다.
“그럼 나는 할 일이 있어 먼저 갈 테니 제대로 수련하고 오거라.”
“알겠습니다.”
파천마군이 재료를 구하러 가고, 금명하 혼자만이 남았다.
‘저걸 뚫기 위해서는···’
금명하가 내공을 끌어 올렸다.
‘일단 내공을 버틸 수 있을 정도로만 가볍게···’
전신에 약간씩 내공을 주입했다. 이로써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상승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내공이 쏠리기 시작한다.
폭포를 뚫기 위해서는 자잘한 공격으로는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금명하는 단 한 번의 공격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더, 더, 더···!’
한계를 모르고 쏠리는 내공은 금명하가 지니고 있는 모든 내공을 쏟아 부어서야 겨우 끝났다.
‘이걸로도 부족해···자연속의 기운까지 담는다···!’
자연속의 기운을 이용하는 감각은 쉽게 잊혀지지 않아 곧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오른손으로 조금씩 기운이 모여드는데 내공을 버티고 있는 금명하는 죽을 맛이었다.
아무리 내공으로 손을 보호하고 있다지만 지금 금명하의 손에 모여든 기운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하고 있었다.
‘버틸 수 있는데까지 버티다···쏜다!’
금명하가 진각을 밟으며 주먹을 내질렀다.
그와 함께 주먹에 담겨 있던 기운이 폭발하듯이 쏘아져 나간다.
쏘아져 나간 기운은 폭포를 후려쳤다.
하지만...
-팡!
기운은 폭포의 겉면도 뚫지 못한 채, 그대로 소멸해버렸다.
지금 당장 자신이 끌어다 쓸 수 있는 기운을 모두 사용했음에도 폭포에는 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금명하는 화가 났다.
‘화경에 올랐으면서도 이거밖에 안 되는 거냐···!’
초절정의 경지와 화경의 경지는 격이 달랐다. 몸에 힘이 넘치고, 기운이 남아돌아 몸밖으로 삐져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공격은 허무할 정도로 약했다.
물론 폭포가 아닌, 벽 같은 곳에 사용했다면 엄청난 위력을 자랑했겠지만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금명하는 저 폭포를 뚫어내야만 한다.
그것이 총채주를 상대할 수 있다는 최소한의 자격이었으니 말이다.
‘더 강해져야 돼···!’
마음이 조급해진 금명하는 내공을 전부 소모하는 방금과 같은 짓을 2번이나 연달아 더 하고는 정신을 잃었다.
총채주에게 복수한다는 일념으로 한계를 뛰어넘는 수련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