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잘나가는 무림세가의 둘째 아들-92화 (92/97)

〈 92화 〉 91.협곡 탈출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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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년. 금명하가 수련을 마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다.

3개월간 파천신공의 조건을 채웠고, 1년간 파천신권만을 수련했으며 2년간 아홉번째 초식까지를 수련했다.

그리고 남은 2년간은 오로지 열번째 초식을 익히는 것에만 시간을 쏟아부었다.

열번째 초식은 쉽게 익혀지지가 않았다.

금명하가 쏟아 부은 2년이라는 시간 중에서 마지막에야 겨우 잠깐을 겨우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열번째 초식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금명하는 새로운 경지에 들어서 있었다.

초식을 사용하기 위해 자연의 기운을 불러 모으던 금명하에게 이제는 자연의 기운이 늘 함께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현경의 경지라 할 수 없지.’

지금까지는 금명하가 자연의 기운에 원하는 곳으로 가 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제 금명하에게 부탁은 필요 없다. 완전히 친숙해진 자연의 기운은 그저 금명하의 의지하는 대로 움직이니 말이다.

그와 함께 다룰 수 있는 기운의 한계도 훨씬 늘어났다.

“영감님, 이제 가도 되는 거죠?”

금명하는 이제 파천신공을 모두 익혔다. 파천마군보다는 못하지만 이제 그에게 배울 것은 남아있지 않았다.

금명하에게 남은 것은 파천신공을 보다 완벽히 다룰 수 있도록,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세월만이 필요하니 말이다.

“그래. 이제 더 이상 가르칠 것은 남아있지 않으니 말이다.”

파천마군은 금명하가 있는 5년동안 몰라볼 정도로 폭삭 늙어버렸다.

금명하는 이미 그의 노화에 대해 알고 있었다.

천마와의 싸움에서 입은 피해가 아직까지 유지되어 그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금명하는 현경을 이룬 이후에 파천마군의 노화에 대해 신경을 껐다.

현경이 된 이후로 파천마군에 대해 조금 더 다가가 그가 어떠한 인물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폭삭 늙어 전성기의 힘의 반의 반도 내지 못하는 파천마군이라 할지라도 지금의 금명하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금명하는 그저 파천마군에게 이유가 있으니 치료를 하지 않거나, 못한다 생각하고 그저 수련에 매진했다.

수련이 진행되는 중에 파천마군은 따듯했다.

그는 금명하를 위해 협곡에 존재하는 내공이 든 모든 생물을 잡아다 주었다.

그 덕분에 금명하는 빠르게 경지에 맞는 내공을 채울 수 있었다.

그는 금명하를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어쩔 때는 뒤에서 지켜보았고, 어쩔 때는 옆에서 알려주었다. 항상 옆에서 지켜보았다.

“이걸 가져가라···”

파천마군이 금명하의 팔을 붙잡았다.

금명하는 순간적으로 막대한 양의 정보를 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만약 그가 현경의 경지에 닿지 못했다면 깨우치지 못했을 정보를 말이다.

“이, 이건 안 알려주신다고···”

금명하가 받은 정보는 파천신공의 남은 3가지 초식이었다.

기운이 어디서 어떻게 흘러야 하는지, 어떤 의도로, 어떤 순간에 기운을 사용해야 하는지.

그러한 것들이 금명하의 몸에서 발휘되었다.

현경의 무인인 금명하는 본 것만으로도 비슷하게 무공을 펼칠 수 있을 텐데 하물며 몸에서 직접 발휘되는 무공이라면 완벽히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파천마군은 분명 살인만을 목적으로 삼는 이 초식들을 알려주지 않겠다 말했었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금명하는 얼떨떨했다.

“그저 쓸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금명하는 천하에 열 명도 되지 않는다는 현경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쓸 일이 없건만 파천마군이 말하는 쓸 일이라는 건 무엇일까.

“제가 이렇게나 강해졌는데 설마 쓸 일이 있을까요.”

“중원은 넓다. 천하를 돌아다닌 내가 마주친 강자들 중 일부러 이름을 감추거나,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들이 상당하다.

그런 이들이 너와 붙게 된다면 지금의 경지로도 안심할 수 없지.”

넓디 넓은 중원에는 은거기인들이 차고 넘친다. 그들은 거대한 호수에도, 울창한 숲속에도,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도 있다.

일반인은 물론, 무인조차도 가지 못하는 곳에 사는 그들은 어쩌면 지금 중원에 활동하고 있는 자들보다 강하질도 모른다.

파천마군은 그러한 점을 걱정한 것이다.

“물론 너라면 혼자서도 이런 살인기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내가 그 시간 정도는 줄여주마.

그리고 금의위. 그놈들을 상대할 때, 꼭 마지막 초식으로 끝장을 내라. 그 정도면 지금까지 가르친 보람이 있을 것 같구나.”

“하지만 마지막 초식은 지금의 저로는 불가능한데···”

마지막 초식을 사용하는 방법은 완벽히 꿰고 있다. 하지만 그대로는 금명하가 사용할 수 없다.

그건 현경을 뛰어넘은. 신의 경지에 다다른 입신경(入神境)의 경지에 있는 파천마군만이 다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더욱 정진하거라. 내 너에게 목표를 주었으니 멈추지 말고, 오직 직진하며 중원의 정점을 이뤄내라.

뭐, 하는 김에 천마도 무찔러주면 좋고.”

뒷말을 붙이지 않았다면 금명하는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명하는 이제 화내지 않는다.

그 나름대로 금명하의 눈물을 막아준 것이니 말이다.

“이걸 쓸 일은 없을 겁니다. 영감님도 나와 함께 갈 거니까요.”

“음? 그게 무슨 소리냐?”

“어차피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잖아요. 같이 가시죠?”

금명하의 말대로 파천마군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가만히 있어도 불씨가 꺼져가는데 금명하를 가르치면서 무공을 사용했다.

그것도 큰 위력을 가진 무공을 사용했으니 불씨는 더욱 빠르게 꺼져갔다.

이제 파천마군에게 남은 시간은 1년···어쩌면 더욱 짧을지도 모른다.

금명하는 몇 십년간 협곡이라는 외지에 숨어 지낸 파천마군에게 마지막으로 빛을 보여주고 싶었다.

중원이라는···파천마군의 시대와는 달라진 중원을 말이다.

파천마군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러마. 파천마군이 무엇인지 보여주마.”

“잘 생각하셨습니다.”

파천마군이 협곡의 끝을 바라보며 협곡을 오를 준비를 했다. 그라면 그저 기운으로 몸을 띄우는 것으로도 협곡을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금명하가 보고만 있지 않았다.

“제가 데리고 올라갈 테니 힘을 아끼시죠?”

지금의 파천마군이 금명하보다 강하다지만 힘을 사용할수록 생명이 더욱 빨리 꺼져갈 것이다.

금명하는 파천마군이 조금이라도 오래 살게 하고 싶었다.

“내,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늙은 건 아니지만 그리 부탁하니 들어주마.”

“하, 고맙습니다.”

금명하가 말라비틀어질 것만 같은 파천마군을 안아 들었다.

“가겠습니다.”

-펑

금명하가 뛰었다. 깊고도 깊은 협곡을 금명하는 단 한 번 뛰는 것만으로도 절반 가까이 다다랐다.

금명하는 벽을 밟고 다시 뛰었다.

그런 식으로 두 번을 더 뛰어서야 금명하는 협곡을 빠져나왔다.

하늘은 황금빛으로 물들어져 금명하와 파천마군의 복귀를 환영해주었다.

“어떠십니까? 몇 십년만에 보는 노을···아니, 중원에 대한 감상은?”

금명하가 빠져나오면서 보다 높이 뛰었기 때문일까. 협곡을 넘어, 울창한 숲이 둘의 발 아래에 있고, 그 너머에 초원이 펼쳐져 있다.

그에 대한 파천마군의 감상은 간단했다.

“시원하구나···”

* * * * *

금명하는 가까운 안순으로 향했다. 몇 십년이 지난 시점의 사람들이 발전시킨 문화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호오, 이건 굉장하구나. 몇 십년만에 이렇게나 문화가 달라져 있다니···”

파천마군은 나름 천하를 돌며 각 성의 여러 문화를 어느 정도씩 알고 있다.

그런 파천마군이라도 안순의 문화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내가 있을 때는 시장이 이렇게 커지는 것도, 사람들이 이렇게 활발한 것도 상상할 수 없었는데 말이다.”

파천마군이 활동할 당시에는 한창 정마간의 전쟁에 일반 주민들도 피해를 입고 있었다.

정파에서는 기부를 강요하고, 양쪽이 한 번 붙은 곳은 그야말로 폐허가 되어버렸다.

헌데 중원이 그렇게 핍박해졌었는데도 사람들은 이렇게나 회복했다.

만약 안순이 각 성의 중심이 되는 성도(省都)였다면 아닐 수도 있겠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안순은 성도가 아니다. 성도가 아님에도 이 정도의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대부분의 곳들이 정마전쟁의 피해를 회복했다는 것이다.

“오, 저걸 먹어보자!”

파천마군이 몇 십년간 지낸 협곡에서 돈이 될 만한 걸 가지고 나와 돈으로 바꿨다.

금명하는 파천마군이 가지고 싶어하는 모든 것을 사주었다.

어차피 그의 물건이기도 했고, 파천마군이 기뻐하는 것에 자신도 기뻤으니 말이다.

그렇게 한참동안 시장 구경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인파가 모여 무언가를 지켜보고 있는 게 보였다.

“저거는 뭐하는 거냐?”

금명하가 파천마군보다 최신 문화에 익숙하다지만 그도 중원에 대해 아는 것은 적다 보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글쎄요. 한 번 가서 보시죠.”

“그러자꾸나.”

파천마군이 인파 속을 뚫고 들어가 내부를 확인하는데 웬 사내가 상인으로 보이는 이를 짓밟고 있었다.

“내가 분명 오늘까지 준비해두라 했을 텐데?”

사내가 짓밟고 있음에도 상인은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사정했다.

“제발 조금만 더 기한을 주십시오···”

“기한을 늘려달라···그 말만 몇 번째인지 알고 있냐? 무려 닷새다.

닷새를 반복했으면 이제 그만 인정해라. 넌 돈을 갚을 능력도, 갚을 생각도 없다.”

“저, 전혀 아닙니다! 오직 돈을 갚기 위해서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있습니다!”

둘의 대화를 들어보면 상인이 사내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금명하는 주변에서 지켜보는 남자에게 물었다.

“저게 뭐하는 겁니까?”

“음? 외지인인가?”

“예. 안순에 오늘 도착해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뭐, 별거 없네. 그저 사파가 사파하는 것일 뿐이지.”

남자가 상인을 짓밟는 상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자는 안순을 지배하는 흑도방(黑度房)에 속한 자일세.”

“그게 뭐하는 곳입니까?”

“흑도방을 모르다니···꽤 멀리서 왔는가보구만.”

“아, 그렇습니다.”

“흑도방은···”

흑도방에 대한 설명을 들은 금명하는 흑도방을 간단하게 정의했다.

“쓰레기 같은 곳이군요.”

금명하의 말에 남자가 다급하게 금명하의 입을 막았다.

“입조심하게. 저 자가 듣는다면 흑도방의 벌을 받게 될 거네.”

금명하는 흑도방의 벌 따위는 관심 없었다. 그것말고 다른 것이 궁금했다.

“헌데 정파나, 황실이 저런 곳을 그냥 둔 답니까?”

“자네. 멀리서 온 게 아니라 어디 숨어 지내다 왔나? 아무것도 모르나 보구만.”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녹림이 활동을 활발히 하며 덩달아 사파의 세력이 점점 늘어나고 있네.

마교또한 점점 다시 몸을 드러내려 하니 정파는 움직일 수 없고, 황실은 무림에 관여하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그럼 당신은 저런 현상을 그냥 두고만 볼 겁니까?”

일개 주민이 무공을 익힌 무인을 상대로 무언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지만 금명하는 남자가 무인이란 걸 알고 있었다.

무공을 익혔고, 흑도방의 사내보다 강한 힘을 갖추고 있음에도 사리고 있으니 하는 말이었다.

남자는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흑도방의 화를 사고 싶지 않습니다. 저 상인은 불쌍하지만 돈을 빌린 게 잘못이지요.”

도울 생각이 없다니 금명하가 강제할 순 없었다.

“뭐, 알겠습니다.”

금명하는 남자를 뒤로 하고 흑도방의 사내에게 걸어갔다.

“잉? 넌 뭐냐. 뒤지기 싫으면···꿰엑!”

간단하게 뻗은 주먹 하나로 사내를 날려버린 금명하였다.

* * * * *

금명하에게 정보를 전해준 남자는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 어딘가로 뛰어갔다.

그가 다리를 멈춘 곳은 음침한 골목이었다.

“후우, 후우···전하고 왔습니다. 흑도방의 사내를 처리한 것으로 보아 흑도방을 자체를 처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잘했다. 그보다 무슨 생각으로 몇 십년만에 나왔는지가 의문이구나.

부천호께 기별을 넣어라.”

“예, 알겠습니다.”

금명하가 협곡을 빠져나왔을 때, 하늘 높게 뛰어오른 그를 다른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다.

몇 십년동안 협곡을 바라보고 있던 이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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