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화 〉 93.일망타진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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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방을 지운다는 금명하의 말에 여주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무릎을 꿇었다.
“저희는 대협의 밑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금명하의 손에 완전히 사라질 바에야 차라리 밑으로 들어가 생명을 보존하는 편이 나았다.
그도 그럴 게 흑도방의 역사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니 말이다.
‘내 대에서 끝낼 순 없지. 그리고 고수의 밑에 있는 게 오히려 더 안전할 수도 있어.’
흑도방의 살수들은 모두가 강하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으니 매우 뛰어난 고수가 없다는 것이다.
모두 강하지만 매우 뛰어난 이가 없으니 금명하와 같은 고수를 흑도방이 당해낼 방법이 없다.
차라리 금명하의 보호 아래 더욱 활발히 활동하는 게 흑도방을 더 견고하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금명하는 사칭범들을 잡겠다 했는데 흑도방이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겠다 하니 당황했다.
하지만 넝쿨째 굴러오는 호박을 굳이 놔줄 이유는 없었다.
“내 밑으로 와라. 앞으로는 사칭범 따위 생기지도 못하게 해주마.”
“예, 대협.”
“이왕 이렇게 된 거 흑도방의 이름도 좀 바꾸지.”
“예···?”
“정파에서 매장당할 수도 있으니까 사파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흑도방을 밑에 둘 순 없어.
그니까 흑도방의 이름도 좀 바꿔야지. 아, 못 바꾸는 건가?”
여주인은 흑도방의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녀의 머리속에서 흑도방의 이름과 금명하 같은 고수 중 어느 게 더 중요한가라는 계산이 시작됐다.
잠깐 고민한 여주인은 금명하에게 한 가지를 물었다.
“한 가지만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뭐든지.”
“대협의 무위를 현 무림에 대입하면 어느 정도 입니까?”
주인 될 자가 어떠한 인물인지 짚고 넘어갈 생각으로 물은 질문이었지만 여주인의 생각보다 금명하는 훨씬 대단한 인물이었다.
“열 명 안에 든다 할 수 있지.”
“여, 여, 여, 열 명···”
여주인은 터무니없는 소리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열 명 안에 든다는 것은 세간에 알려져 있는 천하제일십인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곧 금명하가 현경의 경지임을 말하고 있다.
“대협께서는 현경의 경지에···?”
“그렇지.”
“혹시 별호가 어떻게 되십니까?”
천하제일십인의 별호는 널리 알려져 있어 별호만 말한다면 그녀가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금명하에게 별호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이름을 알리기 전에 폐관수련에 들어갔으니 별호는 없다.”
“아, 그런···”
여주인이 금명하의 무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다가오며 봤던 존재감이 금명하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했다.
여주인은 그저 믿었다. 자신의 감을, 자신의 본능을, 그리고 금명하라는 사람을 말이다.
“따르겠습니다.”
“잘 생각했다. 그래서 흑도방의 이름은 어떻게 바꿀 거지?”
“···후에 대협께 별호가 생긴다면 그것에 따라 짓겠습니다.”
“그래, 좋다. 그럼 그때까지는 무명으로 가지.”
“알겠습니다.”
대를 이어왔다지만 흑도방의 이름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 바뀌어 왔다.
그저 지금은 사파의 위세가 강해지는 낌새가 보여 흑도방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을 뿐이다.
“대협,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뭐지?”
“저희 흑도가 아니라, 저희 무명의 역사는 중원과 함께 해왔습니다.
역사 속에 사라진 유명했던 살수 집단 대부분이 저희 무명이었습니다.
저희는 정, 사, 마, 황을 가리지 않고 붙어 목숨을 연명해왔습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여주인이 이런 말을 꺼낸 이유는 간단했다.
“저희가 대협의 밑으로 들어간 이유는 대협께서 시대의 흐름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시대의 흐름···?”
“그렇습니다. 혹시 대협께서는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십니까?”
“일단 동료들을 만나러 갈 건데.”
“동료···어떤 분들인지 말해주시면 찾아두겠습니다.”
“그럼 무당파의 방천, 남궁세가의 남궁연, 전 산채삼존이었던 음소도. 이들을 찾아둬.”
“알겠습니다.”
무명은 원래 살수 집단이지만 살수는 사전 조사는 물론 그에 관련된 정보도 찾아야 하기에 방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금명하의 동료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여주인은 이걸 빌미로 한 가지 요구할 것이 있었다.
“대협께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뭐지?”
“저희는 항상 시대에서 가장 강한 사람에게만 기댔습니다. 그게 대협이십니까?”
현재 가장 강한 세력은 정파로 알려져 있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사파가 그걸 뛰어넘는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여주인은 금명하가 사파보다 강하다는 것을 물어본 것이다.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됩니다. 나중이 되어도 좋습니다. 그저 시대의 강자가 되실 거냐 묻는 겁니다.”
금명하는 협곡에서의 5년동안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하여 고민했었다.
동료들을 찾고, 총채주에게 복수하는 것. 그것은 꿈이 아닌, 목표일 뿐이다.
5년간의 수련에서도 금명하는 꿈을 정하지 못했다. 헌데 지금 다시 한번 꿈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내 힘만으로는 무리겠지.’
금명하의 무력은 세 개의 문파가 동시에 덤벼들어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금명하도 쉽게 이길 수 없을 것이고, 훨씬 많아지면 금명하도 고전하거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파를 만들어야 하나···?’
금명하는 그저 동료들과 같이 있을 생각만 해왔기에 문파를 만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처음 강호행을 나올 때는 금씨세가를 물려 받을 생각이었지만 점점 강호라는 것을 알아갈수록 가주는 편하지 않을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는 세력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총채주는 혼자만의 무력이 아닌, 사파 전체를 소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파를 만든다.”
금명하의 작은 결심. 현경의 무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하지만 금명하는 그렇게 허술하게 사람을 모을 생각이 없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사람으로만 문파를 이룰 것이다.
오직 최정예 인원들로만 구성된 강력한 문파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 첫번째 일원은···
“무명, 너희는 내 문파의 첫 일원으로 받아주마.”
여주인은 어차피 금명하의 밑으로 들어갈 생각이었으니 상관이 없었다.
그보다는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었다.
“그럼 문파의 이름은 무엇으로 하는 겁니까?”
문파의 이름. 그것은 중원 전역에 알려질 테니 신중하게 정해야 하지만 금명하는 이미 이름을 정해 두었다.
“나는 왕이 될 것이다.”
“화왕(花王)···알겠습니다. 문파의 이름은 화왕문(花王門), 문주는 화왕인 것으로 하고, 진행하겠습니다.”
“그래. 동료들을 찾으면 일단 내가 생존했다는 것을 알리고, 문파를 설립하겠다는 것도 알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동료들을 찾는 동안 나는 흑도방을 처리하지.”
여주인은 금명하의 무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지만 묘하게 신뢰가 갔다.
금명하라면 말하고 있는 것처럼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겠다고 말이다.
거기에 여주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금명하를 보조하는 것뿐이었다.
“받들겠습니다.”
여주인은 부하들에게 역할을 분담시켰다.
무명의 인원들은 현재 임무를 수행하는 중인지라 이곳에 모인 인원은 겨우 1할뿐이다.
총 인원 200명을 자랑하는 무명의 모든 인력을 동원한다면 금명하의 동료를 찾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5명의 최소한의 부하만을 남겨놓은 상태로 여주인은 흑도방으로 금명하를 안내했다.
흑도방은 안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트고 있었다. 게다가 여주인의 3층짜리 건물이 우스울 정도로 넓은 크기를 자랑했다.
건물이 여러 개 존재하고, 그 넓은 땅을 담으로 막아 두었다. 그것만으로도 흑도방의 자금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길 통째로 날려버리면 되는 건가?”
금명하는 이 넓은 흑도방의 땅을 통째로 날려버릴 생각이었지만 여주인의 생각은 달랐다.
“흑도방은 저희를 사칭하면서 많은 재물을 쌓았을 겁니다.
통째로 날려버리는 것보다는 재물은 저희가 흡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지.”
금명하가 흑도방을 통째로 날려버린다는 계획을 취소하고, 내공을 운용해 몸을 활발하게 만들었다.
“어차피 이 안에 있는 누구든 나한테는 안돼.”
“돕겠습니다.”
“너희는 영감님이 힘을 쓸 필요 없게끔 지켜.
건물에 피해가 안 가게끔 처리할 테니 일 각 정도 걸릴 거야.”
“예,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까.”
금명하가 흑도방의 정문을 향해 걸었다.
문지기들은 모르는 얼굴이 접근하니 당연히 금명하를 경계했다.
“누구냐!”
누구냐는 외침에도 금명하가 걸음을 멈추지 않으니 정문 위에서 대기하고 있는 궁수들이 활시위를 당긴다.
“멈춰라! 더 이상 접근하면 죽이겠다!”
그럼에도 금명하가 멈추지 않으니 궁수들은 곧바로 활을 쐈다.
-퓽
쏘아진 화살은 정확하게 금명하의 미간을 향해 날아갔지만 금명하는 맨손으로 화살을 잡아챘다.
그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문지기는 물론, 궁수들도 금명하가 고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땡, 땡, 땡, 땡···
궁수 하나가 종을 울리며 적의 출현을 알렸다. 그와 함께 담 너머에서 많은 이들이 뛰어다니며 준비하고 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떻게 싸울까···’
금명하는 싸우는 방식을 고민했다. 무력은 이미 하늘과 땅 차이다. 흑도방이 몇 명이서 덤벼들든, 어떤 암기를 사용하든, 어떤 술수를 부리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다.
하지만 금명하가 생각하는 것은 그저 어떻게 해야 더 효율적인가이다.
‘일일이 상대하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렇다고 파천신공을 사용하면 건물이 버티지 못할 거야.
그렇다면···’
금명하는 남궁연과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지식을 배웠다. 그 중에서도 싸울 때의 지식에 대해 많이 배웠다.
그 중 하나, 지금 금명하가 써먹을 만한 게 있었다.
‘상대가 모여들도록···’
금명하가 이미 한번 사용해본 적 있는 방법이었다.
‘약한 척···!’
일부러 상대의 무위에 맞춰 싸우면서 약한 척을 하면 상대는 도망가지 않는다.
그렇게 상대가 모두 모였을 때, 빠르게 처리하면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금명하가 빠르게 달렸다. 이미 문지기나 궁수에게는 무위를 보여줬지만 괜찮다.
화살을 잡는 건 웬만해서는 무리지만 운이 좋아 잡은 것처럼 위장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일단 문지기부터···’
-퍽
금명하는 몸을 활발하게 만들고 있는 내공의 대부분을 회수하여 최소한의 내공만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지 않았다면 금명하의 주먹에 문지기가 아직 서 있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문지기는 금명하의 주먹 맛을 보고는 충분히 싸워볼 만한 상대라 여겼는지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지 않고 검을 뽑았다.
그 모습에 금명하가 속으로 웃었다.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옷만을 베이면서 싸운다면 자신을 약하게 믿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니 말이다.
“죽엇!!!”
휘둘러지는 검은 너무도 조잡해 금명하는 오히려 아슬아슬하게 맞기 위해 피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몸을 갖다 대줘야 할 지경이었다.
‘에휴, 문지기가 이렇다면 흑도방의 수준은 알 만하네.’
형편없는 이를 문지기로 내세울 리 없을 테니 흑도방의 간부 정도는 되어야 문지기보다 강할 것이다.
금명하는 한숨을 내쉬며 간신히(?) 검을 피해낸다.
금명하가 계속해서 검을 피하니 다른 문지기가 합류한다.
그 모습을 보고 금명하는 담을 따라 도망쳤다. 적들을 유인하는 것이었다.
금명하의 의도 대로 흑도방의 인원들은 금명하를 뒤쫓기 시작한다.
그 인원은 점점 불어나 어느새 100명의 인원이 모였다.
흑도방은 머리를 좀 썼는지 인원을 나눠 금명하를 사방에서 막아 세웠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흑도방의 모든 인원이 금명하를 둘러싸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금명하의 연기는 끝났다는 말이 된다.
“에휴, 귀찮았네.”
-쿵
금명하가 진각을 밟았다. 서 있는 곳은 담장 밖, 건물들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거리였다.
“이게 일망타진(一網打盡)이지, 파천별각(破天䟤脚)!”
금명하가 다리를 위로 뻗어 아래로 내려 찍는 순간에 기운이 터져 나오며 주변에 100여명은 되어 보이는 인원을 쓸어버린다.
고작 그것만으로 흑도방의 모든 인원이 쓰러졌다.
“뭐, 별거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