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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11화 (11/1,050)

10화

강진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머릿속에는 저녁 장사에 대한 생 각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귀신…… 귀신…… 귀신, 이 단어만이 머릿속에서 빙글빙 글 돌고 있을 뿐이었다.

‘화성에 우주선이 가는 이 세상 에 귀신이라니…… 이게 말이 되 나?’

멍하니 귀신에 대해 생각을 하

던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귀신에 대한 검색을 해 보았다.

〈귀신은 사람이 죽어서 된 그 어떤 상태를 가리킨다. 행복한 삶을 살고 편안한 죽음을 겪은 사람은 좋은 귀신이 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인간에게 해를 끼 치는 나쁜 귀신이 될 수 있다.

귀신을 막거나 내보내기 위한 여러 방책이 있는데, 첫째, 귀신

이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사물로 위해를 막는 것이다. 귀신은 붉 은색을 꺼린다 하여 황토를 뿌리 고 팥죽을 쑤기도 한다. 둘째, 귀 신을 위협하여 쫓아내려는 방법 을 쓰는데, 특히 무속에서 발달 하였다. 셋째, 귀신을 환대하고 공경하여 잘 달래서 떠나게 하는 방법이다.〉

귀신에 대한 검색 내용을 보던 강진은 귀신을 내보내는 방책 중 세 번째에 눈이 갔다.

“귀신을 환대하고 공경하여 잘 달래서 떠나게 하는 방법……

강진이 아직 치우지 않은 식탁 위의 그릇들을 보았다.

“일단 밥만 잘 주면 알아서 간 다는 거네.”

그런 생각을 한 강진이 얼굴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쳤다.

짝!

그러고는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 났다.

“무섭게 생각하지 말자. 사람이 사람 죽였다는 이야기는 들어봤 어도 귀신이 사람 죽였다는 말은 못 들어봤잖아.”

마음을 다지기 위해 작게 중얼 거린 강진이 식탁에 놓인 그릇들 을 치우다가 수표를 보았다.

JS 금융에서 발행한 수표를 보 던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백만 원은 벌었 네.”

JS 금융이…… 이승의 은행권은

아닌 저승 은행권이라고 해도, 어쨌든 환전을 해 준다고 하니 백만 원이 생기기는 한 것이다.

수표를 잘 접어 주머니에 넣은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 고는 연습장을 펼쳤다.

“팥죽이라……

강진은 귀신이 싫어한다는 팥죽 의 레시피를 읽기 시작했다.

“장사를 잘할 필요는 없잖아? 그냥 오 년만 버티면 되는 거 지.”

생각과 함께 팥죽 레시피를 읽 은 강진이 이제는 익숙한 동작으 로 냉장고 문을 열고는 한쪽 구 석에 있는 팥을 꺼냈다.

팥을 불릴 시간이 없으니 강진 은 바로 냄비를 올리고는 끓였 다.

팥이 끓을 동안 강진이 메밀가 루와 메밀묵을 꺼내 JS 금융 회 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메밀가루에 물을 넣던 강진이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JS 금융도 그럼 귀신인가? 하 긴…… 저승에서 운영하는 은행 이니 그놈들도 귀신이겠지.”

단체 귀신 손님을 맞이할 준비 를 자신이 하고 있다는 것에 한 숨을 쉰 강진이 다시 메밀가루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귀신이 들어오지 못 하게 할 팥죽이, 한쪽에서는 귀 신 단체 손님을 맞이할 메밀요리 가 강진의 손에 의해 조금씩 준 비되기 시작했다.

11시가 다가오자 강진은 팥죽을 밥그릇에 떠서는 식탁에 하나씩 내려놓았다.

‘팥죽이 효과가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탁자마다 팥 죽을 한 그릇씩 내려놓은 강진이 가게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왔 다.

사람들은 여전히 북적거리며 가 게 앞을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 다.

‘문을 열어 놓을까?’

귀신들을 상대로 영업해야 하는 데 아무래도 문을 열어 놓으면 사람들도 보이고 하니 조금 덜 무서울 것 같았다.

강진이 거리를 보고 있을 때, 뒤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 다.

“이 사장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 아보니 강두치가 어느새 가게 안 에서 그를 보고 있었다.

‘언제 들어왔지?’

그런 생각도 잠시 강진은 고개 를 저었다.

‘귀신이 뭔들 못하겠어.’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강두치 를 보았다.

‘그런데…… 진짜 사람 같은 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강진이 강 두치를 볼 때,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안 들어오십니까?”

“들어가야죠.”

말과는 달리 강진의 발은 떨어 질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강두 치의 몸 너머로 식탁에 앉아 있 는 사람들이 보이고 있었다.

아마 오늘 회식하러 온다고 한 직원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강진은 귀신들 의 회식자리에 유일한 사람으로 서 참석한다는 것이었다.

“어서 오세요.”

싱긋!

웃으며 가게 안을 가리키는 강 두치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 시고는 걸음을 옮겼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이며 들어오는 강진을 강두치가 힐끗 보고는 문을 닫았다.

덜컥!

문이 닫히는 소리에 강진이 급 히 말했다.

“답답하니 문을 열어 두는 것 이……

“여름에 가게 문을 열어두면 안 되죠. 더운 바람에 먼지까지…… 게다가 시끄럽기도 하고.”

웃으며 강두치가 동료들에게 가 자, 동료 중 딱 봐도 커리어 우 먼으로 보이는 여자가 웃으며 팥 죽을 들어 보였다.

“팥죽 맛있네요.”

여자의 말에 강진이 그릇을 보 니 핥아먹기라도 한 것처럼 반질 반질했다.

‘빌어먹을 인터넷.’

강진이 속으로 투덜거릴 때, 강 두치가 말했다.

“저희 먹으라고 놓으신 거

면……

강두치가 다른 식탁에 있는 팥 죽 그릇들을 가리키자 강진이 고 개를 끄덕였다.

먹으라고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귀신 쫓는 효과가 없다면…….

“드세요.”

“감사합니다.”

강두치가 근처 팥죽 그릇을 들 고 와서는 숟가락으로 떠먹자 다 른 직원들도 그릇들을 가져다가 먹기 시작했다.

‘싫어하기는…… 환장하는구만.’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슬며시 주방으로 갈 때, 강두치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가게에 대한 이야길 들으신 모양이네요.”

귀신이기는 해도 아무래도 영업 직에 있다 보니 눈치가 빠르다.

강진의 행동을 본 강두치가 눈치 를 챈 것이다.

강두치의 말에 주방으로 가던 강진이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강두치를 보자 그가 웃으며 말했 다.

“무서워하지 마세요. 저희도 사 람하고 별 차이 없습니다.”

“그…… 렇습니까?”

“그럼요. 우리는 그냥 공무원입 니다.”

“공무원요?”

“이승과 마찬가지로 저승도 돌 아가려면 공무원이 필요합니다.”

그러고는 강두치가 직원들을 가 리켰다.

“그리고 딱 봐도…… 무섭지 않 잖아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직원들을 보았다. 팥죽을 맛있게 먹으며 잡담을 나누는 JS 금융 직원들은 확실히 귀신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냥 회사 직장인들이 모여서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이랄까?

‘확실히…… 귀신처럼은 안 보 이네.’

그런 생각을 하니 두려움이 조 금은 가셨다.

“사장님, 저희 음식은 언제 나 와요?”

여직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요리는 돼지수육, 메밀묵 무침, 메밀전입니다.”

“메밀전도 준비하셨습니까?”

“메밀 음식을 좋아하신다고 해 서 전도 준비를 했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으며 강두치가 자리에 앉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서는 수육 을 꺼내서는 썰었다.

그리고 수육과 함께 먹을 새우 젓과 김치 그리고 밑반찬들을 꺼 내 식탁에 늘어놓았다.

“드시고 계시면 메밀전도 곧 내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주방으로 들어온 강진이 메밀묵무침과 메밀전을 만들어서 는 식탁으로 가져다주었다.

“사장님도 같이 드시죠.”

“저는 장사해야죠.”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저희가 있어서 어 지간해서는 손님이 안 올 겁니 다.”

“왜요?”

“보통 귀신들은 다 저희 JS 금 융에 빚이 있습니다.”

“ 빚?”

“빚이 있는 사람들은 빚쟁이가 있는 곳에 오지 않는 법이죠.”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문득 주 머니에서 수표를 꺼냈다.

“저 오늘 이런 것을 받았는 데……

강진이 내미는 수표를 받은 강 두치가 놀란 듯 그를 보았다.

“오…… 발행인이 지장인 것을 보니 벌써 승천을 한 고객이 있 군요.”

“지장요?”

“여기 보시면 발행인에 지장이 라고 써져 있잖습니까?”

“발행인이 다 다릅니까?”

“어떤 자를 승천시켰느냐에 따 라 발행인이 다릅니다. 지장께서 보상을 주신 것을 보면 선한 자 인 모양이군요.”

“지장은 어떤 분이십니까?”

“혹시 지장보살이라고 모르십니 까?”

“지장보살? 모릅니다.”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교를 믿지 않아도 옛날 사람 들은 그래도 많이들 알았는 데…… 확실히 현대 사람들은 잘 모르는군요.”

그러고는 강두치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설명하려면 길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저승에서 가장 돈이 많은 자선사업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자선사업가?”

“말 나온 김에 저승의 화폐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군 요. 어차피 저희 금융과 거래를 하시려면 저승 화폐에 대해서도 아셔야 할 테니 말입니다.”

소주 한 잔을 따라 입에 털어 넣은 강두치가 강진을 데리고 옆 탁자로 가서 앉았다.

“일단 이승과 저승의 화폐는 개 념이 같습니다. 돈이 있으면 뭐 든 할 수 있다는 것에서 말입니 다. 물건을 사거나 거래를 하거 나, 모두 가능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자신이 지은 죄를 돈으로 감면받을 수도 있습니 다.”

강두치의 설명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아니 저승에서도 돈으로 사람 을 나눕니까? 게다가 죄까지 감 면을 받아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었다.

“저승이나 이승이나, 돈 가진 사람이 갑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니 저승이 많이 친 근하게 느껴지네요.”

“저승이라고 해도 어차피 사람 이 죽어서 가는 곳이니, 거기나 여기나 거기서 거기입니다.”

웃으며 강진을 보던 강두치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습니 다. 이승은 나쁜 짓을 해서 번

돈으로도 흥청망청 잘 쓰지만, 저승에서는 오직 선한 일을 해야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선한 일?”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저 희 JS 금융에 계좌가 개설됩니 다. 그리고 착한 일을 하면 입금 이 되고, 나쁜 짓을 하면 출금이 됩니다. 그렇게 0에서 시작을 해 서 플러스도 되고 마이너스도 되 다가 죽어서 결산을 받습니다. 즉 저승에서 돈이 많다는 것은 살아 있을 때 착한 일을 많이 했

다는 것이고, 저승에서 돈이 없 다는 것은 살아서 죄를 많이 지 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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