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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18화 (18/1,050)

17화

강진이 귀신 에어컨에 대해 생 각을 할 때 여자가 가게를 둘러 보며 중얼거렸다.

“시원해서 좋기는 한데…… 모 처럼 하는 외식을 무슨 이런 데 를 와?”

“여기 맛집이야.”

“맛집이라도 무슨 제육덮밥 먹 으러 강남까지 와.”

아내를 달래던 과장이 강진이 물을 가져다주자, 어색하게 웃었 다.

‘들었겠지.’

마누라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지 만, 속삭인 것은 아니니 들었을 것이다.

“토요일에 출근하고 회식까지 했더니…… 우리 마누라님이 화 가 무척 많이 났네요.”

과장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상 황을 보니 어제 토요일에 출근해

서 새벽까지 술 마시고 들어온 과장이 아내 화를 풀어 주러 여 기를 데리고 온 모양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제육덮밥 말고 다른 음식 되겠습니까?”

“한 테이블 손님 받았는데 안 될 것이 있나요. 그럼 어떤 음식 을 해 드릴까요?”

“그……

뭐 시킬 거냐고 아내에게 물으 려던 과장이 말을 멈췄다. 아내 가 시큰둥한 얼굴로 핸드폰을 만

지작거리는 것이다.

알아서 시키라는 의미였다.

“우리 마누라가 소고기 미역국 을 좋아합니다.”

과장의 말에 핸드폰을 하던 아 내가 눈을 찡그리며 그를 보았 다.

“무슨 미역국을 돈 주고 사 먹 어?”

“정말 맛있어.”

“먹어 봤어?”

“된장 맛있는 집이 고추장도 맛 있는 법이지.”

어제 부장이 했던 말을 똑같이 하며 과장이 강진을 보았다.

“소고기 미역국하고 제육볶음, 그리고 너희들은 뭐 먹을래?”

“아무거나.”

중학생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애 둘이 시큰둥한 얼굴로 핸드폰 에 시선을 주는 것에 과장이 입 맛을 다셨다.

그리고 그런 과장을 강진이 안

쓰러운 듯 보았다.

‘아빠 체면이 말이 아니네.’

아빠가 말을 하는데도 핸드폰만 보고 있으니 말이다.

“애들 먹을 만한 메뉴 있을까 요?”

“학생들이 뭐 좋아하는데요?”

“그건••••••

순간 생각이 잘 나지 않는 듯 과장이 애들을 보자 아내가 눈을 찡그렸다.

“애들 뭘 좋아하는 줄도 몰라?”

“험…… 모르기는 뭘 몰라. 그 야 고기……

“오징어 좋아하거든.”

남편한테 면박을 준 아내가 강 진을 보았다.

“오징어볶음 되면 그것 좀 해 주세요.”

“애들이 그걸 좋아해?”

“그거 시켜.”

아내의 말에 과장이 어색하게

강진을 보자, 강진이 웃으며 고 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주방으로 들어간 강진이 바로 음식 준비를 시작했다.

‘연습장 봐 두기를 잘 했네.’

오늘 보던 요리 중에는 소고기 미역국과 오징어볶음이 마침 있 었다.

그에 강진이 미역을 꺼내 일단 물에 불리고는 오징어와 소고기 를 꺼내 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강진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동안 과장의 아내는 핸드폰으로 친구들과 문자를 하고 있었다.

〈외식하러 왔어.〉

〈어디 좋은 곳 갔어?〉

친구의 문자에 아내가 입맛을 다셨다. 소고기 미역국 먹으러 왔다고 말을 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에 아내가 문자를 보냈다.

〈강남.〉

〈오! 강남! 남편이 오랜만에 분 위기 좀 내려나 보네. 그런데 무 슨 분위기를 점심부터 내?〉

〈요즘 바쁘다고 야근 많이 했더 니 오늘은 좀 잘하네.〉

〈음식 사진 보내.〉

〈봐서.〉

그렇게 문자를 보내고 있을 때 강진이 음식들을 들고 나왔다.

“음식이 같이 나오면 좋은데 일 단 이것부터 드시고 계세요.”

말과 함께 강진이 제육볶음과 오징어볶음 그리고 밑반찬들을 내려놓았다.

“미역국은 끓여야 해서 한 이 분 정도 더 걸립니다.”

“그래도 빨리 나왔네요. 잘 먹 겠습니다.”

과장이 웃으며 젓가락을 들고는

핸드폰을 보고 있는 가족들을 보 았다.

“어서 먹자.”

말과 함께 과장이 김치를 집어 서는 밥에 올려 한 숟가락 크게 먹었다.

아삭! 아삭!

익은 김치인데도 아삭하게 씹히 는 소리에 과장이 웃었다.

“어제 회식하면서 이 김치에 밥 한 숟가락 먹으면 정말 맛있겠다 생각을 했는데…… 정말 맛있네

요.”

“맛있게 많이 드세요.”

말을 한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 가자 아내가 혀를 찼다.

“식당 김치에 호들갑은. 사람들 이 집에서 밥도 못 얻어먹는 줄 알겠다. 사람들 앞에서는 그러지 마.”

“호들갑이 아니야, 진짜 맛있어. 먹어봐.”

과장이 김치를 집어 아내 밥 위 에 올리자 그녀가 젓가락으로 집

어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과 함께 감칠맛이 입에서 폭발을 했다.

깜짝 놀란 눈을 하는 아내를 보 며 과장이 웃었다.

“맛있지?”

“맛…… 있네.”

“내가 맛집이라고 했잖아. 제육 볶음도 먹어 봐.”

과장의 말에 아내가 젓가락을

집어 제육볶음을 집어 입에 넣고 는 곧 숟가락으로 밥을 떠 입에 넣었다.

‘맛있다.’

제육볶음을 크게 집어 입에 넣 는 아내를 보며 과장이 아들들을 보았다.

“너희도 먹어.”

"응."

과장의 말에 아들 둘이 핸드폰 을 식탁에 놓고는 오징어볶음을 먹기 시작했다.

“어때 맛있지?”

“응. 여기 맛있네.”

“그렇지?”

“근데 가격이 이상하네. 마음에 들면 돈 내라는데?”

아들이 화이트보드에 적힌 글을 보며 하는 말에 과장이 웃었다.

“그냥 상술이지. 어서 먹어.”

과장의 말에 아들들이 오징어볶 음과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것 을 보며 과장이 기분 좋은 얼굴

로 아내를 보았다.

시큰둥하던 것과 달리 아내 역 시 맛있게 밥을 먹고 있었다.

“미역국 나왔습니다.”

강진이 미역국을 내려놓자 과장 이 그릇을 들어 아내의 앞에 놓 았다.

“어서 먹어봐.”

과장의 말에 아내도 기대감이 어린 눈으로 미역국에 숟가락을 가져다댔다.

과장의 말대로 아내는 미역국을 좋아한다. 그리고 아내는 지금 기대를 하고 있었다.

밑반찬만 먹어도 맛있고, 제육 볶음도 맛있다. 그러니 미역국도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는 것이다.

그에 아내가 숟가락으로 미역국 을 떴다. 미역국은 마치 우유라 도 넣은 것처럼 진한 국물을 하 고 있었다.

그리고 고소한 소고기 미역국 특유의 향이 올라왔다.

‘ 외 할머 니 ?’

향을 맡는 순간 아내의 머릿속 에 문득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미 역국이 떠올랐다.

외할머니가 끓인 미역국은 유난 히 진했다.

여기 미역국처럼 말이다.

잠시 미역국을 보던 아내가 입 에 넣었다. 그리고 아내의 입에 미소가 어렸다.

진하디진한 미역국의 향과 소고 기의 구수한 기름이 입안에서 퍼

져나갔다.

그에 그릇을 들어 입을 대고 마 신 아내가 미소를 지었다.

“어때 맛있지?”

과장의 말에 아내가 고개를 끄 덕이고는 그를 보았다.

“정말 맛있어.”

“내가 뭐라고 했어? 오늘 오기 를 잘했지?”

아내가 기분 좋은 얼굴로 미역 국을 먹는 것을 보며 과장이 강

진을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 렸다.

그에 강진이 웃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서 정리를 하던 강진에게 아내가 다가왔다.

“저기……

“네.”

강진이 그녀를 보자, 아내가 슬 며시 미역국 빈 그릇을 내밀었 다.

“한 그릇 더 먹을 수 있을까 요?”

“달라 하시면 가져다 드릴 텐 데.”

강진이 미역국을 떠서 주자 아 내가 국을 보다가 물었다.

“저…… 어떻게 끓이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미역국요?”

“우리 큰애 낳고 몸조리를 할 때 외할머니가 올라오셔서 매일 이렇게 진한 미역국을 끓여 주셨

어요. 그게 가끔 생각나서 끓여 보면 이런 맛이 안 났어요.”

진한 미역국을 끓이려고 고기를 많이 넣고 끓여도 봤지만 기름만 많이 뜨고 진하지가 않았다.

아내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 하다가 말했다.

“그럼 제가 만드는 법을 보여 드릴 테니, 사모님이 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 한 번 보시겠어요?”

보통 미역국과 어떻게 다른지 알려면, 다른 미역국을 끓이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데 강진은 다 른 미역국을 끓이는 방법을 모르 니 말이다.

“그렇게 해 주시면 그 미역국을 제가 살게요.”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일단 식사 마저 하세요.”

강진의 말에 아내가 고맙다 인 사를 하고는 미역국을 가지고 자 리로 돌아갔다.

강진은 과장 아내와 함께 주방

에 있었다. 강진이 미역국을 끓 일 준비를 하자 아내가 핸드폰으 로 그것을 촬영을 했다.

“미역은 제가 미리 물에 담가 뒀습니다. 일단……

강진이 냄비를 불에 올렸다.

“참기름 안 두르세요?”

불에 올려 둔 냄비를 보고만 있 는 강진의 모습에 아내가 의아한 듯 물었다.

“나중에요.”

그러고는 강진이 냄비에 손바닥 을 펴 온도를 확인하고는 손질해 놓은 소고기를 꺼냈다.

냄비 손잡이를 행주로 잡은 강 진이 소고기를 부었다.

촤아악! 촤아악!

냄비에 소고기가 지져지는 것에 아내가 눈을 찡그렸다.

“기름 안 두르고 하면 다 눌어 붙을 텐데?”

아무래도 가정주부라서 냄비에 고기가 눌어붙는 것이 싫은 것이

다.

자기 냄비가 아니더라도 말이 다. 그리고 아내의 말대로 고기 는 바로 냄비에 들러붙었다.

촤아악! 촤아악!

강진이 나무 주걱으로 고기를 이리저리 문지르자 냄비에 더 고 기가 눌어붙으며 찢겨져나갔다.

“그러다가 냄비 버려요.”

“괜찮습니다. 이게 나중에 다 녹아서 깨끗해집니다.”

말과 함께 강진이 주걱으로 이 리저리 고기를 냄비에 비볐다.

“중요한 건 고기를 못살게 구는 겁니다.”

“못살게요?”

“바닥에 고기가 이렇게 뜯겨지 고 눌어붙게 해야 합니다.”

“아니 왜 그런?”

“눌어붙으면 눌어붙을수록 국물 이 더 진해진…… 아! 아마도 이 것이 미역국의 비법인 것 같습니 다.”

“비법?”

“고기가 눌어붙고 뜯겨져 나갈 수록 국물이 진하게 나오거든요. 그리고 눌어붙은 고기는……

강진이 고기를 한쪽으로 밀고는 눌어붙은 고기 자국에 맛술을 조 금씩 부으며 문댔다.

촤아악! 촤아악!

그러자 눌어붙은 고기들이 벗겨 져 나갔다.

“맛술로 이렇게 눌어붙은 고기 가 벗겨지고 이게 녹아서 국물이

진해집니다.”

냄비에 붙었던 고기가 맛술에 벗겨지자 강진이 참기름을 두르 고는 그 안에 미역을 넣고 볶기 시작했다.

그것을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던 아내가 소고기 미역국이 완성이 되자 숟가락으로 그것을 떠서 먹 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맛이야.’

아내가 미소를 짓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마음에 드세요?”

“외할머니가 해 주던 바로 그 맛이에요.”

미소를 지으며 미역국을 보던 아내가 강진을 보았다.

“오늘 정말 잘 먹었습니다.”

“이거 싸 드릴까요?”

“감사합니다.”

아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이고는 한쪽에 있는 김치 통을 꺼내서는 그 안에 미역국을 담았

다.

김치 통을 보자기에 싸서 주자 과장이 그것을 탁자에 놓았다.

“내일 점심때 그릇 가져다드리 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과장이 식탁과 김치 통을 보다 가 말했다.

“돈을 얼마를 내야 하는지

“저희 식당은 손님이 마음에 드 시면 돈을 내고 안 드시면 그냥 가시면 됩니다.”

“음식이야 마음에 들었죠.”

“그럼 적당하다 생각되는 돈을 저기 통에 넣으시면 됩니다.”

강진이 입구에 있는 아크릴 통 을 가리키고는 쟁반을 가져다가 그릇들을 치웠다.

“그럼 또 오세요.”

웃으며 강진이 그릇들을 치우는 것에 과장이 난감한 듯 아크릴

통과 그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다가 과장이 아내를 보았 다.

“맛있게 먹었지?”

"응."

아내의 말에 과장이 고개를 끄 덕이고는 지갑을 꺼내더니 오만 원을 하나 꺼내다가 아내를 보았 다.

아내는 싱글벙글한 얼굴로 김치 통에 담긴 미역국을 쓰다듬고 있 었다.

그에…….

‘이번 달은 담배 줄이고 얻어 피우면…… 어떻게 되겠지.’

생각과 함께 과장이 오만 원짜 리를 하나 더 꺼내 두 장을 그대 로 아크릴 통에 집어넣었다.

툭!

“그럼 잘 먹고 갑니다. 가자.”

과장이 가족들을 데리고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쟁반을 놓고는 아 크릴 통을 보았다.

그리고 오만 원짜리 두 장이 들 어 있는 것을 보고는 웃었다.

‘오만 원만 넣고 가셔도 되는 데……

강진이 쟁반에 다시 그릇들을 담아서는 주방으로 옮겼다.

과장 아내는 얼굴북에 오늘 찍 은 소고기 미역국 동영상을 업로

드했다.

그리고 곧 얼굴북 친구들의 댓 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무슨 미역국 국물이 저렇게 뽀 얘?〉

〈국물 엄청 진해 보이네. 맛있 겠다.〉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것 같 아.〉

〈미역 엄청 부들부들해 보인다.

저기다 밥 말아 먹으면 그게 보 약이다.〉

〈그런데 어디서 찍은 거야? 주 방이 어디 음식점인 것 같은 데?〉

댓글을 확인한 과장 아내가 댓 글을 달았다.

〈강남 논현에 있는 한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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