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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20화 (20/1,050)

19화

강진은 따뜻한 밥에 오이 겉절 이와 질경이 나물을 놓고, 계란 프라이를 두 개 해서는 밥을 먹 고 있었다.

아삭! 아삭!

방금 만든 오이 겉절이를 씹으 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맛있다.”

아삭하면서도 조금은 맵고 상큼

한 맛이 나는 오이 겉절이를 씹 으며 강진이 밥을 퍼서 먹었다.

그렇게 밥을 먹을 때 문이 열렸 다.

덜컥!

“여기야.”

“백반집같이 생겼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들은 여 자 넷이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 은 어제 온 과장 아내였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과장 아내가 보 자기에 싸인 김치 통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식사 중이신데 저희가 너무 일 찍 왔나 봐요.”

“아닙니다. 다 먹었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탁자에 있 는 강진의 밥은 반절이나 남아 있는 상태였다.

“어제 미역국 너무 잘 먹었어 요. 여기 그릇요.”

과장 아내가 김치 통을 가리키

자 강진이 김치 통을 들다가 묵 직한 것에 그녀를 보았다.

“그냥 빈 통만 드리기 죄송해서 집에서 김치를 좀 가져왔어요.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어요.”

“아!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그리고 어제 미역국 잘 먹었어요.”

과장 아내의 말은 진심이었다. 어제 미역국을 가지고 과장 아내 는 친정에 갔다.

자기가 외할머니의 미역국을 먹

고 싶었던 것처럼, 엄마 역시 미 역국을 먹고 싶어 했을 테니 말 이다.

그리고 엄마는 저녁에 미역국을 먹고는 외할머니가 생각난다고 펑펑 울었다.

그 덕에 과장 아내도 울어 저녁 식사 자리가 눈물 바닥이 됐지만 말이다.

김치도 엄마가 이거라도 가져다 주라고 해서 싸 준 것이었다.

과장 아내의 말에 강진이 감사

인사를 하고는 밥과 반찬이 담긴 쟁반을 들려 했다.

손님이 왔으니 식사는 나중에 다시 하려고 말이다.

그에 과장 아내가 급히 말했다.

“식사 마저 하세요.”

“다 먹었어요.”

말을 하며 강진이 남은 밥과 오 이를 빠르게 입에 넣고는 씹어 삼켰다.

“보세요. 다 먹었죠.”

말을 하며 강진이 웃어 보이자 과장 아내가 더는 말을 하지 않 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에 강진이 자리를 치우고는 다가왔다.

“그런데 일찍 오셨네요.”

오전 11시이니 점심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손님 없으면 원하는 음식 해 주신다고 해서요. 그래서 친구들 데리고 왔어요.”

과장 아내의 말에 강진이 웃었

다.

‘12시 반에 와도 상관없을 텐 데.’

귀신 말고는 손님들이 잘 안 오 니 말이다.

“손님들 모시고 오셨군요. 그럼 제가 오늘은 더 힘을 써서 맛있 게 해 드리겠습니다.”

“어제도 참 맛있게 먹었어요.”

“그럼 메뉴는 어떻게 해 드릴까 요?”

강진의 말에 과장 아내가 같이 온 여자들을 보았다.

“너희들 뭐 먹을래?”

과장 아내의 말에 여자 한 명이 그를 보았다.

“아무 거나 먹고 싶은 걸 말하 면 되는 건가요?”

“제가 할 수 있고 재료가 있으 면 해 드립니다.”

강진의 답에 여자들이 가게를 둘러보다가 한쪽에 있는 메뉴판 을 보았다.

메뉴판에는 여전히 제육덮밥이 적혀 있었다. 첫날 적어 놓은 후 에 아직 수정을 하지 않고 있었 던 것이다.

그리고 수정을 하기에는 손님도 없었고 말이다.

“여기 메뉴는 제육덮밥 하나인 데요?”

“그건 손님들 많이 오면 제가 손이 달려서 하나로 해 놓은 겁 니다. 하지만 손님 없으면 할 수 있는 걸 해 드려요.”

강진의 답에 여자들이 서로를 보다가 과장 아내를 보았다. 그 시선에 과장 아내가 고개를 끄덕 이고는 강진에게 말했다.

“정하고 말씀드릴게요.”

“그러세요.”

강진이 주방으로 가자 여자들이 메뉴를 정하기 위해 이야기를 나 눴다.

“근데 여기 정말 맛집 맞아?”

“그렇다니까.”

“그런데 메뉴가 왜 저래?”

“맛집이라 그래. 어쨌든 뭐 먹 을 거야?”

“난 불안한데……

“무슨 상관이야. 먹고 마음에 들면 돈 내라잖아. 맛없으면 그 냥 나가면 되는 거지.”

친구의 말에 과장 아내가 눈을 찡그렸다.

“야, 너 그럴 거면 먹지 마. 내 가정말 좋아하는 가게인데 왜 말을 그렇게 해?”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 리고 너도 웃긴다. 어제 하루 왔 다면서 무슨 단골 흉내야?”

“이게 진짜.”

“알았어. 미안해.”

여자도 나쁜 의도는 아니고 그 냥 한 말이었던 듯 웃으며 사과 를 하고는 말했다.

“메뉴는 그냥 사장님한테 알아 서 해 달라고 하자.”

“알아서?”

“일본에서는 주방장이 추천해 주는 거 있잖아, ‘오마카세’라고. 우리도 그렇게 먹지 뭐.”

일본에서는 주방장이 그날 재료 를 보고 요리를 추천해 주는 오 마카세라는 것이 있다.

딱히 정해진 메뉴는 아니고 주 방장이 그날 들어오는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오마카세 좋네.”

의견이 모이자 과장 아내가 강 진을 불렀다.

“사장님.”

그렇지 않아도 홀의 대화를 듣 고 있던 강진이 나왔다.

“메뉴는 사장님이 알아서 해 주 실래요?”

“그럼 혹시 싫어하는 것 있으세 요?”

“저희는 딱히 가리는 것 없어 요.”

과장 아내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럼 백반처럼 음식 내드릴까 요?”

“백반요?”

“오늘 식재 받은 날이라 제가 반찬 몇 가지 만들었거든요. 거 기에…… 김……

김치찌개와 같이 먹으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하려던 강진이 입을 다물었다.

‘집에서 살림하는 주부들 같은 데…… 오랜만에 강남까지 와서 김치찌개 준다고 하면 안 좋아하

겠지?’

김치찌개야 일반 가정집에서 자 주 먹는 음식이다. 맛이야 있겠 지만 아무래도 오랜만에 기분 내 러 나온 아줌마들에게는 안 좋을 것 같았다.

“찹스테이크와 함께 드시면 되 겠습니다.”

‘외식이니 스테이크 정도는 돼 야 좋아하겠지?’

“찹스테이크요?”

“오늘 좋은 고기 들어왔거든

요.”

“그……스테이크면 비싼

건……

아무래도 주부고 스테이크라고 하니 친구들과 점심 외식으로 먹 기엔 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에 강진이 웃었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식 당은 손님이 주는 대로 받습니 다. 드시고 마음에 드시면 오천 원을 내셔도 되고 만 원을 내셔 도 됩니다. 그러니 가격 걱정은

하지 마세요. 편하게 드시고 맛 이 없으면 그냥 나가셔도 됩니 다.”

“정말요?”

“그럼요. 대신…… 술은 시세대 로 받으니 술은 적당히 드세요.”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간 강진이 요리 연습장을 빠르게 펼쳤다.

“찹스테이크…… 찹스테이

크…… 오색 소고기볶음?”

찹스테이크를 찾던 강진은 그것 대신 오색 소고기볶음을 찾았다.

‘흠…… 이름은 달라도 이거 괜 찮을 것 같은데?’

오색 소고기볶음이나 찹스테이 크나 이름만 다르지 고기를 자르 고 볶는 것은 비슷했다.

그리고 메뉴를 더 보던 강진은 단호박 소고기볶음을 보고는 고 개를 끄덕였다.

“메인은 이 두 개로 하자. 그리 고 국물이 있으면 좋겠지. 국물 은 간단하게……

노트를 휘리릭 살핀 강진이 고

개를 끄덕였다.

“콩나물 김칫국이 좋겠네.”

콩나물 김칫국은 끓이기도 쉽 다. 다른 메뉴 만들면서 불에 올 려놓기만 하면 되니 시간도 동선 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아무래도 소고기 요리이 니 칼칼한 국물을 먹으면 개운할 것도 같고…….

그에 국통에 물을 붓고 다시마 와 멸치를 넣은 강진이 냉장고에 서 소고기와 채소를 꺼내 손질을

하고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타타탓! 타탓!

강진의 손길에 따라 재료들이 하나둘씩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과장 아내와 친구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우리 남편이 맛집이라고 알려 줬어.”

“그런데 저 젊은 사람이 사장이 야?”

"응."

“젊은 사람이 돈 좀 있나 보 네.”

“돈?”

“논현에서 이 정도 가게면…… 월세가 한 오백 정도 할 걸.”

“월세가?”

“거기에 보증금도 있을 테

고…… 젊은 사람이 대단하네.”

이야기를 나눌 때 친구 한 명은 멍하니 주방 쪽을 보고 있었다.

“뭐 해?”

“냄새 정말 좋다.”

“냄새‘?”

친구의 말에 과장 아내가 코를 벌렁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맛있는 냄새가 주방 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냄새 맡았더니 배고파진다.”

“진짜 배고프다.”

여자들이 그러고 있을 때, 강진 이 쟁반에 음식들을 들고 나왔 다.

“기다리셨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음식들을 식탁 에 놓자 과장 아내가 그것을 도 와주었다.

“반찬들이 맛있어 보여요.”

“맛있게 드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오색 소고기볶 음과 단호박 소고기볶음을 들고 나왔다.

“요리가 두 개네요.”

“오색 찹스테이크, 단호박 찹스 테이크입니다.”

물론 음식 이름은 강진이 ‘찹스 테이크’라고 따로 붙인 것이다. 오색 소고기볶음보다는 오색 찹 스테이크라고 하는 것이 좀 더 있어 보이니 말이다.

“오색 찹스테이크 너무 예쁘 다.”

“단호박 찹스테이크는 엄청 부 드러워 보여.”

여자들의 말에 강진이 질경이 나물을 가리켰다.

“다른 메뉴도 좋지만 이 질경이 나물도 많이 드세요.”

“이건 무슨 나물이에요?”

“질경이 나물인데 몸에 아주 좋 습니다.”

강진이 질경이의 효능에 대해 말을 해 주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식사 따뜻할 때 드세요.”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여자 들이 음식들을 먹으려다가 핸드 폰을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음식들을 사진 찍기 시작했다.

“오색 찹스테이크 너무 예쁘 다.”

“이래서 오색 찹스테이크인가 봐. 색감이 왜 이리 예쁘니?”

여자들이 음식 사진을 찍는 것 을 보며 강진이 속으로 웃었다.

‘저분들 SNS는 하시나?’

요즘 같은 시대엔 입소문이 바 로 인터넷 소문 아니겠는가.

부장의 말대로 음식 장사가 잘 되려면 입소문이 중요하니 말이 다.

“단호박 찹스테이크 너무 부드 럽 다.”

“그리고 너무 달콤해.”

“오색 찹스테이크도 맛있어.”

“스테이크하고 피망 같이 먹어 봐. 아삭하고 너무 맛있다.”

여자들이 맛있게 식사를 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슬쩍 홀을 보 았다.

‘장사가 이제 조금씩 되려는 건 가?’

어제 온 손님이 새로 온 손님을 데리고 왔으니…… 맛있게 먹은 저 사람들이 또 새로 온 손님을 데리고 올 수 있는 것 아니겠는 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문이 열렸다.

덜컥!

“어서 오세…… 어?”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토요 일 날 회식을 했던 직원들이었 다.

“여기 밥 생각이 나서 오늘도 왔습……

부장이 웃으며 말을 걸다가 밥 을 먹고 있는 과장 아내를 보고 는 놀라 말했다.

“제수씨?”

제수씨라는 말에 맛있게 밥을 먹고 있던 과장 아내가 그를 보 고는 놀라 일어났다.

“부장님!”

“장 과장이 오늘 여기서 점심을 먹자고 한 이유가 있었네. 나보 고 제수 씨 밥값 계산하라고 여 기 오자고 한 거였어.”

부장의 말에 장 과장이 황당한 얼굴로 아내를 보다가 급히 고개 를 저었다.

“아니 저는 몰랐습니다.”

“하하하! 괜찮아. 오랜만에 제수 씨도 보고 좋구만.”

그러고는 부장이 강진을 보았 다.

“여기 밥값은 내가 낼 테니 여 기 아가씨들에게는 받지 마세 요.”

아가씨라는 말에 과장 아내와 함께 온 여자들이 웃었다.

“부장님 말 참 재밌게 해 주시 네요.”

“그렇습니까. 맛있게들 드십시

오.”

그러고는 부장이 빈자리에 앉자 직원들이 과장 아내에게 인사를 하고는 그 옆에 앉았다.

그에 과장이 아내에게 가 뭔가 이야기를 했다. 아마 여기 어떻 게 왔냐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 았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부장에 게 다가갔다.

“어떤 것을 드릴까요?”

“제육볶음만 시켜야 합니까?”

“주문이 밀리지 않았으니 드시 고 싶은 것 시키셔도 될 것 같습 니다.”

“잘 됐군요. 그럼…… 라면 주 십시오.”

부장의 말에 강진의 얼굴에 의 아함이 어렸다.

“라…… 면요?”

강진의 말에 부장이 고개를 끄 덕였다.

“맛있는 라면이 먹고 싶군요.”

부장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 셨다.

‘라면…… 라면이 요리 연습장 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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