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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23화 (23/1,050)

22 화

실실 웃고 있는 최광현을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내가 좋아하는 광현 형이 내가 인턴에서 떨어질 것을 알면서 이 렇게 신나서 말을 할 일은 없 고…… 될 이유가 있다는 거네 요?”

“빙고!”

“어떻게요?”

“우리 교수님이 저번에 태광무 역 일 하나 하셨거든. 그때 거기 회장님이 우리 교수님을 좋게 보 신 모양이야. 그래서 우리 과에 서 인턴 한 명 뽑기로 했어.”

“우리 과에서 한 명 뽑는 거 면…… 학점이나 스펙을 봐도 저 는 아닌 것 같은데, 설마 형이 꽂아주는 거예요?”

“과 조교가 무슨 힘이 있다고 너를 꽂냐?”

“그럼요?”

“교수님이 너를 딱 지목했어.”

“저를요?”

최광현이 우리 교수님이라고 할 분은 사회심리학과 임상옥이었 다.

딱히 친분은 없다. 수업을 두 번 정도 받은 적이 있고, 최광현 이 있는 사회심리학과 연구실에 놀러 갔다가 몇 번 본 것이 전부 다.

그런 분이 왜 자신을 지목했나 의아했다.

“왜 저를?”

“나도 교수님이 너한테 인턴 연 락하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웃으며 최광현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가 왜 강진이를? 하 고 물으니까. 교수님 말이 너처 럼 눈치가 빠른 사람을 본 적이 없데.”

“눈치요?”

“그래, 네가 눈치가 빠르잖아.”

“그야…… 그건 그렇죠.”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람 들을 상대하다 보니 강진이 눈치 가 빠르기는 하다.

손님이 들어오는 것만 봐도 뭐 가 필요한지 대충 짐작이 갈 정 도로 말이다.

“아까 말을 한 대로 심리학은 눈치가 반 아니냐. 어떻게 보면 눈치에서 발달했다고도 볼 수 있 고.”

“그거야 저희들끼리 농담 삼아 서 하는 이야기죠.”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근데 교수님은 눈치가 심리학의 전부 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야. 그래 서 너를 보내실 모양이야.”

“눈치 때문에요?”

“좀 별나신 분이잖아.”

“그건 그렇죠.”

임상옥은 괴짜로 유명했다. 사 회심리학을 전공했는데 범죄심리 학이나 다른 심리학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경찰 사건을 해결하는

일에도 프로파일러 역할로 많이 참여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최광현의 말에 잠시 있던 강진 이 물었다.

“태광무역이 큰 회사예요?”

“크지.”

“그런데 무역이면 무역학과 애 들이 가야 하는 것 아니에요?”

심리학과와 어울리는 회사는 아 니었다.

“야, 요즘이 어디 과 따라 진로

가는 시대냐? 토목과 하던 애들 이 보험하고, 경영학과 애들이 경찰 되는 시대야.”

“그건 그렇죠.”

“고작 인턴이야. 인턴 뽑는데 과가 무슨 상관이야?”

음료수를 따서 한 모금 마신 최 광현이 강진을 보았다.

“인턴이라고 해도 별것 아냐. 인턴치고는 많이 주는 편이기는 하지만 한 달에 고작 140만 원 이야. 네가 나보다 더 잘 알겠지

만 아르바이트도 그것보다 더 많 이 주잖아.”

“그렇죠.”

“게다가 말이 좋아 인턴이지, 인턴 가면 그냥 청소하고 복사하 고 잡일이란 잡일은 다 네가 하 는 거야. 어느 정도냐면 청소하 는 아줌마도 인턴한테 청소 시 켜. 총각 거기 쓰레기통들 좀 비 워 줘, 하면서.”

“그래요?”

“인턴이라고 해도 그냥 사무 보

조야. 월급 싸게 주면서 머리 좀 쓸 만한 사무 보조 쓰는 거지. 게다가 인턴은 혹시라도 정직원 시켜 줄까 해서 일도 열심히 하 잖아. 정작 인턴 중에 정직원 되 는 건 한 명이고, 안 뽑을 때도 많으니까.”

말을 하던 최광현이 고개를 저 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너한테 좋은 기회라는 거야.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고, 또 나중에 취업할 때 이력

서에 인턴 경력 한 줄도 생기는 거고.”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문제는…….

‘회사면 야근도 해야 할 텐 데……

야근을 하게 되면 한끼식당 영 업에 문제가 생긴다.

“왜, 무슨 문제 있어?”

최광현은 의아했다. 강진에게 이야기하면 그가 무척 좋아할 것 이라 생각을 했었다.

돈이 늘 부족한 동생이고, 졸업 한다고 해도 딱히 진로가 잡혀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학교 다니면서도 아르바 이트를 해야 하는 처지이니, 돈 도 벌고 스펙도 쌓을 수 있는 좋 은 기회였다.

“저기, 사실은……

강진이 식당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물론 귀신이 온다는 것은 빼고 말했다. 솔직히 다 말했다가는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으니 말 이다.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웃었다.

“와! 이 미친 자식! 대박!”

파악!

욕과 함께 강진의 어깨를 후려 친 최광현이 그 어깨를 잡았다.

“이 자식…… 열심히 사니까 좋 은 일도 생기는구나.”

욕을 듣기는 했지만 강진은 기 분이 나쁘지 않았다. 최광현이

진짜 욕을 한 것이 아니라 축하 한다는 뜻을 거칠게 표현한 것이 었으니까.

“고맙습니다.”

“내가 한 것이 뭐가 있다고 고 마워? 어쨌든 잘 됐다. 작은 건 물이라도 강남에 있으면 몇 억은 할 텐데 그게 어디냐. 잘 됐어.”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최광현을 보며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잘 됐죠.”

“그럼 이제 아르바이트는 안 하 는 거야?”

“작지만 제 음식점이니 거기서 음식 팔고 있어요.”

“장사는 어때? 잘 돼?”

“아직은 그리 잘 안 되네요.”

“네 가게니 월세는 안 나가겠지 만…… 장사가 잘 돼야 할 텐 데.”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어 떻게 꾸리고 있어요.”

“위치가 어디야? 내가 나중에 애들 데리고 가서 매상 올려 줄 게.”

“매상 신경 쓰지 마시고 그냥 편하게 와서 밥 먹고 가세요.”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럼 앞으로는 계속 음식 장사할 거야?”

“앞으로 오 년 동안은 영업을 해야 제 가게가 돼요.”

“왜? 유산으로 받았으면 네 가 게 아냐?”

“오 년 동안 저녁 11시부터 새 벽 1시까지는 장사를 해야 정식 으로 제 가게가 됩니다.”

“왜?”

“돌아가신 분 유언이 그렇다네 요.”

“주실 거면 그냥 주시지……

입맛을 다시던 최광현이 눈을 찡그렸다.

“그런데…… 오 년이면 서른세 살까지는 해야 한다는 건데. 그 럼 너 진로는 어떻게 하냐?”

한창 취업 준비를 해야 할 나이 에 음식점을 해야 하니 말이다.

“아직 장사를 며칠 하지 않아서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아까 형이 말한 대로, 졸 업한다고 다 과 진로 따라가는 것도 아니고…… 일단 오 년 동 안은 음식 장사하려고요. 그러다 가 장사 잘 되면 계속 음식 장사 하고, 안 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려고요.”

“그래도 괜찮겠어?”

“최소한 건물은 남잖아요.”

“작은 이층 건물이라며?”

“형 말대로…… 작지만 강남에 있잖아요.”

“오! 건물주!”

최광현이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 웠다. 그러다가 최광현이 아쉽다 는 듯 말했다.

“그럼 인턴 안 할 거야?”

“야근하지 않을까요?”

“한국에서 야근 안 하는 직장인 이 어디 있냐? 그래도 장사가 저

녁 11시부터라며?”

“그렇죠.”

“보통 야근해도 그렇게까지 안 해. 그리고 정직원도 아니고 인 턴이면 오래 해도 아홉 시면 퇴 근시켜 줄 거야. 그리고 정 늦으 면 알아서 퇴근하면 되지.”

“알아서 요?”

“인턴이 야근한다고 야근 수당 이 나올 것 같냐? 정직원들도 야 근수당다 못 챙겨 먹는데

“그럼 왜 야근을 해요?”

“정직원들 남아 있으니 눈치 보 여서 남는 거지. 그래야 인턴 평 가가 좋을 것 아냐.”

말을 하던 최광현이 강진을 보 았다.

“어차피 너는 오 년 동안 음식 장사해야 한다며. 정직원 할 것 도 아니니 사람들 야근하면 적당 히 있다가 퇴근해.”

“그럼 저 추천해 주신 교수님이 욕먹을 텐데요?”

“우리 교수님 지론이 뭔 줄 아 냐?”

“뭔데요?”

“열정 페이는 지 자식들한테나 적용하라는 거야.”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잠시 있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하고 싶어요.”

“잘 생각해. 장사하는 것보다 돈 못 벌 수도 있어.”

“하라면서요?”

“좋은 기회라 아쉬워서 그렇지 만…… 본업 망치면 안 되지.”

“어차피 개강하면 저녁 장사만 할 생각이었어요.”

“하긴, 개강하면 수업이 있으니 저녁 장사 말고는 못 하겠네.”

강진 같은 경우는 수요일 빼고 다른 날은 모두 오후 수업에 집 중이 되어 있었다.

개강하고 나면 야간 아르바이트 를 해야 하니 아침 수업을 빼고 점심 이후부터 수업을 채운 것이

다.

그럼 점심 장사와 저녁 장사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어차피 개강 하고 나면 11시부터 하는 장사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인턴을 하면 경력도 쌓 이고 돈도 벌 수 있다. 일석이조 였다.

“그럼 하는 거지?”

“네.”

“교수님한테 인사드리러 가자.”

최광현이 몸을 일으키자 강진이 그를 따라 일어났다. 과 사무실 을 나온 최광현은 강진을 데리고 임상옥 교수의 연구실로 향했다.

똑똑똑!

“들어와요.”

안에서 들리는 말에 최광현이 문을 열고는 들어갔다.

“교수님, 강진이 데리고 왔습니 다.”

최광현의 말에 임상옥이 서류철 을 보다가 몸을 일으켜서는 소파 에 가서 앉았다.

“ 앉아.”

최광현과 강진이 소파에 앉자, 임상옥이 서류를 보았다.

“저 나중에 다시 올까요?”

“아니 잠깐만……

말을 하며 다시 서류를 보던 임 상옥이 슬쩍 강진을 보았다.

“전에 응용 심리학 배웠지?”

“네.”

“그럼 지금 내 상태에 대해 말 해봐.”

“교수님 상태요?”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서류를 내려놓았다.

“너 들어올 때 나 봤잖아. 내 상태에 대해 보인 대로 말을 해 봐.”

임상옥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심리라는 것이 원래 갑작스러 운 상징을 읽어 내는 거다. 그리 고 딱히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 고…… 보이는 대로 말을 해 봐.”

“그럼…… 일단 교수님께서 광 현 형을 편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

“교수님의 발끝이 광현 형을 향 해 있습니다. 교수님의 수업 중

신체의 언어를 보면 발은 호불호 를 보여준다 했습니다. 발끝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른 건?”

“지금 보시는 서류가 마음에 들 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

“종이 끝이 미으『하게 흔들리는 데 그건 교수님의 감정이 흔들렸 다는 것이고 손으로 턱을 누르셨

습니다. 그건 스트레스를 누르는 신호입니다. 그럼 감정이 흔들린 건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아! 그 리고 혹시 제가 하는 말에 문제 가 있습니까?”

“문제?”

“방금 입술을 오므리셨습니다. 그건 상대의 말에 불만이 있거 나, 의문이 들거나 혹은 의견이 불일치할 때 드러나는 행위입니 다.”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일단…… 맞아. 그런데 책을 보고 배운 것 말고 네 눈치로 느 낀 것을 말해 봐.”

“제 눈치요?”

“너보다 심리학 점수 잘 받은 애들도 많은데, 내가 왜 너를 추 천하겠어? 심리학 이론 말고 네 가 눈치로 느낀 것을 말해봐.”

임상옥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잠시 그를 보던 강진이 말 했다.

“제가 술집 아르바이트생이라

면……

“술집 아르바이트?”

“교수님께 시원한 생맥주 500짜 리에 오징어 입을 드리고 싶습니 다.”

“내가 피곤해 보여?”

“피곤해 보이시지는 않습니다.”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그를 보 다가 물었다.

“맥주는 시원하게 먹으라는 걸 로 알겠는데, 오징어 입은 왜?”

“오징어 입이 맛은 있는데 먹기 가 불편합니다. 일일이 까야 되 고, 까다가 입이 깨지기라도 하 면 살과 분리도 해야 합니다. 여 간 까다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건 그렇지. 가끔 오징어 입 좀 먹으려고 하면 딱딱하기도 해 서 먹기가 불편해. 손질해서 나 온다고 반으로 쪼개져 나오면 오 히려 그게 더 까기가 불편하고.”

말을 한 임상옥이 강진을 보았 다.

“그런 불편한 걸 왜 준다는 거

지?”

“저는 답답할 때 오징어 입을 까먹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러 고 있으면 머릿속이 텅 빈 것처 럼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 다. 제가 보기에 교수님은 지금 머릿속이 많이 복잡해 보이십니 다.”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광현아.”

“네.”

“애들 시켜서 오징어 입하고 맥 주 좀 사서 연구실로 가지고 오 라고 해라.”

“ 연구실요?”

“오랜만에 애들하고 맥주나 한 잔 먹어야겠다. 요즘 내가 일을 너무 많이 하는 모양이야.”

그러고는 임상옥이 지갑을 꺼내 카드를 주자 최광현이 강진을 데 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보던 임상옥이 교수 실 한쪽에 있는 거울을 보았다.

‘생각이 많다라……

거울을 이리저리 보던 임상옥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몸 어디에서 생각이 많 다는 시그널이 나오는지 보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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