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화
“여기서 먹자고?”
여자 한 명이 의아한 듯 가게를 둘러보는 것에 최미나가 웃으며 말했다.
“너네 먹어보면 깜짝 놀랄걸.”
“강남에서 보자고 해서 근사한 레스토랑 갈 줄 알았는데.”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먹을 돈 들은 있어?”
“네가 맛있는 것 먹게 해 준다 면서.”
“웃겨. 내가 맛있는 것 먹게 해 준다고 했지 사 준다고 했어?”
“그래서 여기가 맛집이라고?’’
“맞아. 깜짝 놀랄걸?”
“그런데…… 왜 손님이 하나도 없어?”
“숨겨진 맛집이라 그래.”
홀에서 여자들이 나누는 대화에 강진이 고개를 내밀었다.
“오셨어요?”
“제 친구들이에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쪽은 여기 사장님이자 우리 회사 인턴 하시는 이강진 씨야.”
“안녕하세요.”
여자 중 한 명이 인사를 했고, 한 명은 의아한 듯 강진을 보았 다.
“직업이 두 개시네요?”
“요즘 세상에 직업 하나만 해서
밥 먹고 사나요.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여자들이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최미나가 강진 을 보았다.
“강진 씨 준비됐어요?”
“앉으세요. 일단 머랭 튀김하고 그라탕부터 나갈게요. 아! 그리 고 소스가 달콤한데 괜찮으세 요?”
“그럼요.”
최미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세 개의 그릇에 머랭
튀김을 각 두 개씩 올렸다.
그리고 오미자와 설탕으로 만든 시럽을 그 위에 뿌리고는 쟁반에 올려 내갔다.
“머랭 튀김입니다.”
“머랭 튀김?”
여자 한 명이 튀김을 보자 강진 이 그릇을 사람들 앞에 놓았다.
“계란 흰자를 저으면 생크림처 럼 변합니다. 부드럽고 몽글몽글 한 식감을 가지고 있는데 그 안 에 해산물과 육류를 넣었습니다.
일종의 머랭 만두라고 생각하시 면 됩니다.”
“그럼 어느 것이 해산물이고 육 류에요?”
“조금 연한 색이 해산물이고 진 한 색이 육류입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최미나를 보았 다.
“입맛에 맞는지 드셔보세요.”
강진의 말에 최미나가 머랭 튀 김을 젓가락으로 집어 소스를 묻 히고는 입에 넣었다.
바삭!
입에 넣자 바삭하는 소리와 함 께 최미나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 랐다.
“쓰읍!”
하지만 곧 최미나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미소 때문에 입이 열 리는 순간 육즙이 흘러나온 것이 다.
급히 입을 닫고 티슈로 입을 닦 은 최미나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 며 친구들을 보았다.
그 모습에 친구들도 젓가락으로 머랭 튀김을 들어서는 입에 넣었 다.
H} 사삭! H} 사삭!
입에서 터지는 바삭함과 함께 곧 부드러운 머랭의 식감이 입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와 혀가 더 깊게 들어 가자 이번에는 달콤하고 고소한 육즙이 입안에 감돌았다.
거기에 오미자 시럽이 그 맛들 과 섞이자 달콤새콤한 것이 입안
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았다.
“음! 음!”
“으음!”
육즙을 삼키며 여자들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자 강진도 고개를 끄 덕이고는 말했다.
“그라탕은 잠시 기다려 주세 요.”
강진의 말에 최미나가 연신 고 개를 끄덕이다가 입안에 있는 것 을 삼켰다.
“고마워요.”
최미나의 답에 주방으로 들어간 강진이 그라탕이 들어가 있는 오 븐을 보았다.
오븐 안에 있는 그라탕의 표면 을 잠시 보던 강진이 장갑을 끼 고는 그것을 꺼냈다.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그라탕 표 면을 보는 강진의 귀에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박! 완전 맛있어.”
“내가 맛있는 것 먹게 해 준다
고 했잖아.”
“근데 이거 어떻게 만든 거야? 안에 있는 고기 완전 촉촉하게 잘 익었어.”
“그렇지. 육즙 빵빵 터지지?”
“고기가 이렇게 잘 익었는데, 머랭은 타지도 않고 완전 부드럽 다.”
“이 소스 먹어 봐. 완전 새콤 해.”
여자들이 나누는 대화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대단하기는 하지.’
머랭 안에 들어간 고기는 따로 먼저 조리를 한 고기다. 계란 흰 자로 만든 머랭은 금방 익고 금 방 타 버리니, 생고기를 넣으면 고기가 익기도 전에 머랭이 숯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고기와 해산물을 조리하고 그것을 머랭으로 감싸 기름에 살짝 튀겨 내는 것이다.
머랭만 살짝 익을 정도로 말이 다. 물론 머랭을 맛있게 튀기는 것과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조리하는 것이 실력이지만 말이 다.
어쨌든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요리 연습장이 요물이 기는 하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그라탕 에 칼을 대려다가 힐끗 홀을 보 았다.
‘여자들이 치즈를 좋아하던 데……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잠시
있다가 냉장고에서 모짜렐라 치 즈를 꺼냈다.
지금 오븐에서 꺼낸 그라탕은 완성품이라 더 뭘 넣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강진은 그라탕 위 에 모짜렐라 치즈를 올리고 있었 다.
그리고 그런 강진의 머릿속에는 배용수가 한 말이 떠오르고 있었 다.
-김복래 여사님 음식도 대단하 기는 하지만.. 해장국은 오순
영 여사님이 최고야.
즉 김복래 여사님이 만든 요리 레시피가 가장 맛있는 것은 아니 었다.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말 이었다.
김복래 여사가 만든 음식보다 더 맛있게 하는 사람도 있고 레 시피도 있다.
그렇다면 거기에 뭘 추가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 다.
그리고 음식이라는 것에는 어디 까지나 취향이 있다. 내 입에 맛 있다고 다른 사람의 입에도 맛있
다 장담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요리사는 그 취향의 중간을 잘 찾는 사람일 뿐이다. 적당히 맵 게, 적당히 짜게…… 그 적당히 를 아주 잘하는 사람이 요리사인 것이다.
그에 강진이 토치를 꺼내 가스 통에 연결하고는 버튼을 눌렀다.
촤아악!
토치에서 불꽃이 솟구치자 강진 이 그 불길을 조절하고는 그라탕 위에 있는 치즈를 녹이기 시작했
다.
그라탕 항목에 토치로 치즈를 녹이는 내용은 없었지만, 요리 연습장에는 있는 다른 요리 중에 는 그런 내용이 있었다.
볶음 요리에서 불 맛을 내기 위 해 사용을 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 다.
치이익! 치이익!
치즈가 녹고 조금씩 갈색으로 타들어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불
을 끄고는 젓가락으로 치즈를 슬 쩍 눌러 보았다.
쭈우욱!
치즈가 길게 올라오는 것을 확 인한 강진이 그것을 그릇째 들고 나왔다.
“그라탕입니다. 그릇이 뜨거우 니 만지지 마시고 덜어서 드세 요.”
강진이 그라탕 그릇을 내려놓자 최미나 입에서 감탄성이 나왔다.
“와! 치즈 부글거리는 것 봐.”
“대박.”
여자 한 명이 핸드폰으로 그라 탕을 찍기 시작하자 다른 여자들 도 사진을 같이 찍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그릇들 을 보았다. 처음 내놓은 머랭 튀 김 그릇은 소스까지 삭삭 닦은 것처럼 깨끗했다.
그에 강진이 웃었다.
내놓은 음식 그릇이 비워져 있 다는 건 손님이 맛있게 먹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맛이 없었으면 남겼을 테니 말 이다.
‘할머니 귀신이 빈 그릇에 집착 할 만하네.’
비어져 있는 그릇을 보니 요리 를 한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아진 강진이 다음 요리를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완전 촉촉해.”
“그라탕이 아니라 케이크 같 아.”
홀에서 들려오는 여자들의 웃음
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다음에 낼 스테이크를 불에 올렸다.
촤아악!
홀에는 최미나와 여자들이 소주 를 마시고 있었다. 1차로 맛있는 음식을 먹은 여자들은 닭발과 육 개장으로 2차를 하고 있었다.
“그 대머리 부장 여직원들 지나 갈 때마다 힐끗거리는데…… 기 분 완전 더럽다니까.”
“고소해 버려.”
“마음 같아서야 그러고 싶지. 그런데 힐끗거린다고 고소하기도 그렇잖아.”
“그나저나 해미 다음 달에 결혼 한다고 전화 왔더라.”
“너한테도 왔어? 미친 것 아니 니? 대학 졸업하고 한 번 연락 없다가 결혼한다고 연락을 해?”
“그러게. 그래서 일단 알았다고 만 했어.”
“보자고는 안 해?”
“보자고 하더라. 아! 너희 이야
기도 하던데.”
“우리는 왜?”
“한 번 같이 보면 좋겠다고.”
“그래도 양심은 있네. 우리한테 까지는 전화를 안 한 것을 보 면.”
주방에서 여자들이 하는 이야기 를 들으며 강진이 시간을 보았 다.
<10:30>
‘곧 11 시인데……
여자들의 이야기는 시간이 갈수 록 길어지고 있었다. 11시가 되 면 귀신들이 들어온다.
그리고 배용수의 말대로 귀신들 이 들어오면 서로 불편할 것이 다.
그에 강진이 홀로 나왔다.
“어떻게, 식사는 마음에 드셨어 요?”
강진의 말에 최미나가 살짝 달 아오른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강진 씨, 정말 맛있어요.”
최미나의 말에 같이 온 친구들 도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한 집에서 스테이크에 닭발을 먹을 줄은 몰랐어요.”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미나 말이 먹고 싶은 걸 말하면 해 준다고 하던데 ……? 그럼 먹고 싶은 것 주문하 면 다 되는 건가요?”
“없는 재료는 어쩔 수 없지만, 재료가 있는 한에서는 대부분 다 해 드립니다.”
“좋네요. 여러 군데 갈 필요 없 이 한곳에서 다 먹을 수 있고.”
“게다가 맛도 있지.”
여자들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다음에 또 찾아주세요.”
“알았어요.”
웃는 여자를 보며 강진이 최미 나에게 살며시 말했다.
“대리님.”
“왜요?”
“죄송한데 11시에 예약이 있어 서요.”
“11 시?”
“시간이 이렇게 될 줄 몰라서 예약을 잡았는데…… 죄송합니 다.”
강진의 말에 최미나가 시계를 보고는 웃었다.
“아니에요. 우리가 오래 앉아
있기는 했네요.”
그러고는 최미나가 잔을 들었 다.
“막잔 하고 가자.”
“오케이!”
여자들이 잔을 들어 단숨에 원 샷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얼마에요?”
최미나의 말에 강진이 테이블을 보았다. 테이블에는 소주가 여덟 병, 맥주가 여섯 병이 놓여 있었
다.
“14만 2천 원입니다.”
“14만 2천 원요?”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생각을 했는지 최미나가 당황스러워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술을 많이 드셨네요.”
강진의 말에 최미나의 눈에 그 제야 빈 술병이 보였다.
“아…… 안주가 맛있다 보니 정 신없이 먹었네요.”
최미나가 조금 쑥스러워하자 강 진이 웃으며 말했다.
“소주와 맥주만 5만 6천 원입니 다. 거기에 닭발, 육개장, 머랭 튀김, 그라탕, 스테이크, 시금치 수프가 9만 원이니…… 제가 비 싸게 받는 것 같지는 않네요.”
강진의 말에 최미나가 테이블에 놓인 술병을 보았다. 말을 들으 니…… 싼 가격이었다.
‘하긴 스테이크만 해도 5만 원 은 받아야 할 텐데……
생각을 해 보니 비싼 것이 아니 라 오히려 너무 많이 쌌다. 다만 1차에서 이런 금액이 나온 적이 없어서 놀란 것이다.
“6만 원씩.”
최미나가 손을 내밀자 여자 중 한 명이 물었다.
“왜 6만 원이야? 14만 2천 원 이면……
“너희들은 양심도 없냐? 이강진 씨가 내 얼굴 봐서 싸게 준 것 아냐. 6만 원씩 내.”
최미나의 말에 여자들이 힐끗 강진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는 돈을 꺼내 내밀었다.
돈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들이 이 정도쯤이야.
친구들에게 걷은 6만 원에 자신 도 6만 원을 보태 18만 원을 만 든 최미나가 돈을 내밀었다.
“여기 18만 원요.”
“이렇게 안 주셔도 되는데
“좋은 아이템은 좋은 가격에 사 고팔아야 하는 거예요. 그게 샐 러리맨의 기본자세예요.”
최미나가 돈을 주자 강진이 웃 으며 돈을 받았다. 확실히 싸게 받는 감이 있기는 했는데 알아서 챙겨 준다고 하니 감사할 뿐이 다.
“그럼 내일 봐요.”
최미나가 웃으며 여자들과 밖으 로 나가자 강진이 배웅을 하러 같이 나왔다.
그리고 강진은 문 앞에 모여 있 는 귀신들을 보았다. 다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9월밖에 안 됐는데 왜 이렇게 춥지?”
여자 한 명의 중얼거림에 최미 나가 동감이라는 듯 몸을 살짝 떨었다.
“여름 가니 바로 겨울인 것 같 다.”
“그러게, 이상하게 춥네.”
물론 날이 추운 것이 아니라 귀
신들 한가운데에 와 있으니 춥게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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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화
이야기를 나누는 최미나를 향해 강진이 말했다.
“내일 뵙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최미나가 몸을 떨 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봐요.”
웃으며 최미나가 손을 흔들자 강진도 작게 손을 혼들다가 급히 말했다.
“잠시만요.”
“왜요?”
최미나의 말에 강진이 잠시 기 다리라고 하고는 주방으로 들어 갔다.
그러고는 작은 일회용 용기에 오미자 소스를 담았다. 아름다운 적색 장미 색깔과 비슷한 소스를 보며 강진이 뚜껑을 닫고는 통을 봉지에 담아 가지고 나왔다.
“아까 소스 너무 맛있게 드시는 것 같아서 남은 것 담았습니다.”
“어머! 고마워요.”
최미나가 봉지에서 소스 통을 꺼내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색 너무 예쁘다.”
“통이 이런 것밖에 없어서 죄송 하네요.”
“아니에요. 고마워요.”
“튀김 같은 것 찍어 드시거나, 차처럼 물에 타서 드세요.”
강진의 말에 여자 한 명이 그를 보았다.
“우리는 없어요?”
여자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 았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그녀 의 얼굴에는 정말 서운해한다거 나 그런 것이 담겨 있지는 않았 다.
그저 가벼운 농담이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건 우리 직장 상사님에게 앞 으로 잘 봐 달라는 선물이거든 요.”
“선물?”
“제가 인턴이잖아요.”
강진이 싱긋 웃자 여자들이 웃 었다.
“미나 좋겠다. 선물 주는 인턴 도 있고.”
“그러게, 우리 부서에는 선물은 커녕 문제만 일으키는 인턴만 있 는데.”
여자들이 웃는 소리에 최미나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앞으로 회사 생활은 이걸로 쫙 피는 거예요.”
반쯤은 농담이지만 진심도 담겨 있는 최미나의 말에 강진이 말했 다.
“어서 가세요.”
강진의 말에 최미나와 여자들이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 뒷모습 을 보던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모여 있던 귀신 중 하나가 여자 들 쪽으로 가는 것이 보인 것이 다.
‘뭐지?’
강진이 귀신을 볼 때, 최호철이 슬쩍 가게 안을 들여다보았다.
“대단하네. 대체 몇 병을 마신 거야?”
“소주 여덟 병에 맥주 여섯 병 요.”
“여자 셋이서 많이도 먹었네?”
“그렇게 먹고도 별로 안 취한 것 같아요.”
말을 하던 강진이 여자들 쪽을 가리켰다.
“그런데 저 귀신은 뭐예요? 못 보던 귀신인데?”
여자들을 따라가는 귀신은 한 중학생이나 되어 보이는 어린 귀 신이었다.
“저기 노란 옷 입은 여자 따라 왔어.”
“혹시 나쁜 악령이나 그런 것은 아니겠죠?”
“저 여자 오빠야.”
“오빠?”
“우리도 처음 보는 귀신이라 이 야기 좀 나눴는데…… 동생이 걱 정돼서 따라다니는 모양이야.”
“아…… 그럼 나쁜 귀신은 아니 네요.”
“그…… 뭐라고 하더라?”
잠시 생각을 하는 최호철의 모 습에 허연욱이 혀를 찼다.
“수호령.”
“아! 맞다. 수호령.”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
이 둘을 보다가 물었다.
“수호령이 뭐예요?”
강진의 물음에 허연욱이 말했 다.
“시장에서 아줌마 귀신 생각나 십니까?”
발작을 일으키던 남자를 위해 울고 도움을 청하던 아줌마 귀신 을 떠올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 다.
“네.”
“그런 귀신이 수호령입니다. 보 통은 자식이나 부모, 혹은 자신 이 사랑하는 사람한테 붙어 다니 는데... 저 친구는 동생한테 붙
어 있더군요.”
“어려 보이는데요?”
“일찍 죽어서 그렇습니다. 죽으 면 나이를 먹지 않으니까요.”
“그럼 수호령도 한이 있어서 남 은 건가요?”
“한이라고 할 수 있죠. 사랑하 는 사람을 두고 먼저 갔으니
“그럼 수호령은 어떻게 승천을 해요?”
“글쎄요. 그것까지는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 귀신이라고 귀신 에 대해 다 아는 것이 아니라서 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사람도 사람들에 대해 잘 모르니.’
생각을 마친 강진이 문 앞에 있
는 귀신들을 보았다.
11시까지는 앞으로 10분 정도 밖에 안 남았지만, 강진은 들어 오라는 말을 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귀신들이 유일하게 신체를 가지 는 공간과 시간이다.
그래서 귀신들은 가게 안에 있 다가도 11시가 되기 전에 밖에 나갔다가, 11시가 되면 안으로 들어오곤 했다.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
을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강진 은 혼자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들어오라고 해도 안 들 어올 것을 아니 말이다.
11시가 될 동안 강진은 주방에 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이제는 귀신 손님들의 취향 정도는 이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주문할 음식들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덜컥!
재료를 손질할 때 문이 열렸다.
“어서들 오세요.”
강진이 반갑게 홀을 향해 소리 치자 귀신들이 웃으며 손을 들었 다.
“나는 제육볶음.”
“계란찜!”
귀신들이 주문하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기다려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알아서
자리를 하고는 소주를 가져다가 먹기 시작했다.
어쨌든 주문이 들어오자 강진은 빠르게 조리를 시작했다.
‘용수 이 자식, 언제 오는 거 야?’
평소 같으면 배용수가 옆에서 음식을 하는데 강진 혼자 하니 손이 바빴다.
물론 요리 연습장에 있는 요리 들을 하는 거라 여러 요리를 한 다고 당황하거나 하지는 않았지
만, 그래도 손이 바쁜 것은 바쁜 것이었다.
타타탓!
파를 썰어 제육볶음에 넣고 강 진이 빠르게 볶았다.
촤아악! 촤아악!
덜컥!
작게 문이 열리는 소리에 강진 이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문을 좀 고칠까?’
문이 열리는 덜컥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것은 아니다. 덜 컥 소리에 손님이 들어오는 것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문이 덜컥거리는 건 뭔 가 아귀가 안 맞아서 그런 것이 니 고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고치고 풍경을 달까?’
풍경을 달면 덜컥 소리가 아니 라 듣기 좋은 풍경 소리가 날 테 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제육
볶음을 그릇에 담았다.
“여기 제육요! 그리고 안주 필 요한 분들은 일단 이거라도 가져 가요.”
넉넉하게 만든 제육을 여럿 그 릇에 담아 내놓자 귀신들이 와서 그릇들을 가져갔다.
그것을 보며 다른 요리를 하려 던 강진의 눈에 배용수가 주방에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늦었어.”
얼마 안 늦었어.”
그러고는 배용수가 바로 손을 씻었다. 귀신일 때야 상관없지만, 현신을 했으니 요리를 하기 전에 손을 씻는 것이 당연했다.
손을 씻으며 배용수가 말했다.
“여긴 내가 할 테니까. 홀에 좀 나가 봐.”
“왜?”
“오순영 할머니 모시고 왔어.”
“오순영 할머니?”
그게 누군가 싶다가 강진이 급
히 홀을 보았다. 홀 한쪽 테이블 에 할머니 귀신이 앉아 있었다.
고운 복숭아색 한복을 입고 있 는 할머니 귀신 오순영의 모습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오순영 할머니 보고 온 거야?”
“생각이 나서. 가서 인사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닦고는 홀로 나 왔다.
오순영은 조금 긴장되고 불안한 눈으로 술을 마시는 귀신들을 보
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한끼식당 사장을 맡고 있는 이강진입니다.”
강진의 인사에 오순영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오늘 점심에 우리 가게 오지 않았나요?”
“저를 기억하세요?”
“손님 얼굴은 잘 잊어먹지 않아 요. 미안해요. 좋은 음식을 대접 했어야 하는데...
한숨을 쉬는 오순영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게 잘 먹었어요. 아! 저는 음식 남기지 않고 다 먹었는데, 아세요?”
강진의 말에 오순영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어렸다.
“맛있게 다 먹은 것 기억해요. 보는 제가 다 배가 부르더군요.”
“그럼 음식은 무엇으로 해 드릴 까요?”
강진의 물음에 오순영이 그를
보다가 살며시 말했다.
“저기……
“말씀하세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귀 신인가요?”
오순영의 물음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혹시 저희 가게 처음이세요?”
“아......" 네.”
“맞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모 두…… 여사님처럼 다 돌아가신
분들이에요.”
강진은 오순영과 같다는 것을 강조했다. 귀신이라고 귀신이 무 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최호철도 처음에 귀신을 보고 놀라고 무서웠다고 했으니 말이 다. 그리고 오순영 여사의 눈에 서 본 불안함과 긴장감도 주위에 있는 귀신들 때문인 것 같았다.
“혹시 귀신 처음 보세요?”
“아뇨. 몇 번 본 적은 있지 만…… 이렇게 많이 있는 것은
처음이에요.”
“귀신이라고 해도 여기 안에서 는 사람과 같으니 불안해하실 필 요 없어요. 그리고 다 좋은 분들 이세요.”
“네.”
오순영의 얼굴에 어린 긴장이 조금 풀어지는 것을 느낀 강진이 말했다.
“그럼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어 요?”
강진의 물음에 오순영이 가게를
돌아보다가 메뉴판을 보고는 미 소를 지었다.
“먹고 싶은 것을 만들어 준다 라…… 젊은 친구가 음식에 자신 이 있나 보네요.”
“조금요.”
“그럼…… 선지해장국 부탁해도 될까요?”
오순영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평생 선지해장국을 만드신 분 이 여기서도 선지해장국을 드세 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 평생 만든 거예요.”
“첫 번째 오신 거라 만들어 드 리고 싶기는 해도, 준비된 선지 가 없습니다. 그리고 선지해장국 만들려면 사골을 열 시간은 끓여 야 하는데…… 지금은 바로 준비 하기가 어렵네요. 아! 내일……
해 드린다고 말을 하려던 강진 이 고개를 저었다. 내일은 목요 일이다.
평일에 사골을 열 시간씩 끓일 수는 없다. 출근을 해야 하니 말
이다.
“……은 안 되고…… 토요일에 오시면 제가 준비해 드리겠습니 다.”
강진의 말에 오순영이 그를 보 다가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젊은 친구도 아는
데……
“네?”
“선지해장국을 끓이려면 육수부 터 끓여야 해요. 나는 12시간을 끓였어요.”
“오래 끓이셨네요.”
“이런 식당 사장님도 아는 걸…… 선지해장국집을 물려받은 내 아들은 모르네요.”
한숨을 쉬는 오순영을 보던 강 진이 말했다.
“저희 집에 다른 음식도 많이 있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꽤 맛도 좋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순영이 그를 보 았다.
“사장님은 앞으로 장사를 잘하
겠어요.”
“네?”
“음식 장사는 맛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편하게 해 주는 것도 중 요해요. 귀신인 나도 이렇게 편 하게 해 주니…… 사람들은 얼마 나 편하게 해 줄까.”
“감사합니다.”
강진의 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오순영이 살며시 말을 했다.
“부탁이 하나 있어요.”
“말씀하세요.”
“밥장사하는 집에 이런 부탁을 하면 예의가 아니지만…… 우리 가게에서 선지해장국 한 그릇 포 장해다 주면 안 될까요?”
“아......"
“돈은 드릴게요.”
말을 하며 오순영이 한복 안쪽 에서 카드를 꺼냈다.
칠혹처럼 까만 카드에는 은색으 로 JS 금융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고, 한쪽에는 오순영의 이름이
박혀 있었다.
‘이게 VVIP카드인가 보네.’
카드를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어려울 게 뭐 있나요? 가서 한 그릇 포장해 오겠습니다.”
“고마워요.”
오순영의 말에 싱긋 웃은 강진 이 말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카드 가지고 가세요.”
오순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 카드는 저희 가게에서만 통 용되는 거라서 아마 거기서는 안 받아 줄 겁니다. 그럼 다녀올게 요.”
몸을 돌린 강진이 주방에 머리 를 들이밀었다.
“나 선지해장국 사가지고 올 게.”
“그거 드시고 싶으시대?”
“근데 예전 맛이 아닐 텐데
실망하시지 않을까?”
강진이 오순영을 힐끗 보며 하 는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 다.
“그래서 드시려는 걸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몸을 돌렸다.
“갔다 올게.”